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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 야간 카운터를 하며 겪었던...

Ep01. 역시나 별 얘기 아니지요.
생각난 김에 하나 더 적습니다.
.....
오후 12시 10분, 여느 때처럼 객실에 전화를 돌립니다.
305호에서 전화를 안받네요.
...
12시 30분,
305호에 다시 전화를 넣습니다.
신호만 가고 아무도 안받습니다.
굳이 올라가기 귀찮아서,
출입문 열림/닫힘 기록을 봅니다.
전날 밤 10시 조금 넘어서
열렸다가 닫혔고,
20여분뒤 다시 열렸다가 닫힌 기록이 있으니,
아직 객실에 사람이 있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어쩔 수 없이 출입문 두드리러 올라갑니다.
3층에 룸메이드 이모분이 청소중이네요.
305호 객실벨을 한 번, 두 번 눌러보지만 반응이 없습니다.
보통 출입문 안쪽에서 알겠다며 곧 나간다고 소리치는 게 들리는데 이번엔 그렇지 않습니다.
인기척 없이 조용합니다.
하는 수 없이 마스터키로 주출입문을 살짝 열어봤습니다.
방문은 닫혀 있고,
남자 구두 한 켤레가 입구에 있는 게 보여
큰 소리로 외칩니다.
"손님 퇴실시간 지났습니다."
.......
...
사람 촉이라는 게 그렇습니다.
평소 같으면,
그냥 아직 자나보다 하고
함부로 방문은 못여니 돌아나오는데,
이 날은 조심스렇게 닫혀진 방문을 노크해봤습니다.
역시나 대답이 없습니다.
근처 객실에서 청소중이던 룸메이드 이모님께
방문까지 두드려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하자,
자고 있겠지하면서도 무섭다며 방문을 한 번 열어보라 합니다.
저 스스로 설마하는 마음이 컸었는지,
305호 주출입문을 다시 열고선
방문을 또 한 번 두드렸습니다.
.......
조심스레 방문을 엽니다.
틈으로 제일 먼저 닫혀진 욕실문이 보입니다.
그리고
객실이 전부 보일 때쯤에 잠깐 사이에 눈에 들어온 것들.
한 번도 쓰지 않았는지 침대는 세팅된 그대로였고,
테이블 위 재떨이엔 한 가득 쌓여있는 담배꽁초들.
....
그리고 닫혀진 욕실문 앞에 놓여있는 양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욕실문을 노크했지만,
여전히 조용합니다.
욕실문을 천천히 열었습니다.
...
발이 보입니다.
그리고 마저 본 것은,
욕실문 반대쪽으로 누워있는 성인 남자.
그 곁에 놓여있는 다타고남은 번개탄.
끝까지 얼굴을 보지 않으려 했습니다.
밖으로 나와서 119에 신고를 했고,
사망판정이 난 뒤에 112가 도착 후
과학수사팀과 시체차량이 와서는 현장을 수습했습니다.
이후 최초목격자로써 경찰서에 진술하러 다녀왔고, 경찰과 함께 전날 밤의 CCTV 영상을 살펴봤습니다.
밤 10시가 조금 넘어 혼자 어딘가 다녀온 그 분의 손엔 비닐봉투가 들려 있었고, 그게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49일이 지난 뒤 약식의 제를 올리고선
해당 층 영업은 재게했는데,
그 이후 별다른 일은 없었지만,
재떨이에 한 가득 담겨 있던 담배꽁초와 빈 소주병이 오래도록 마음을 참 무겁게 하더군요.
지금은 좋은 곳에서 평안하셨으면 합니다.

댓글
  • ARTDSLR 2019/12/15 22:52

    슬프네요

    (vspGn4)

  • 막창(?) 2019/12/15 22:53

    ㄷ ㄷ ㄷ ㄷ ㄷ 트라우마 심하게 남으셨겠네요

    (vspGn4)

  • oOO쿠쿠OOo 2019/12/15 22:55

    무섭다기보단 뭔가 마음이 무거워지네요 ㄷㄷ

    (vspGn4)

  • 白山™ 2019/12/15 22:55

    이래서 모텔 안감

    (vspGn4)

  • 白山™ 2019/12/15 22:55

    이래서 모텔 안감

    (vspGn4)

  • 白山™ 2019/12/15 22:56

    이래서 모텔 안감

    (vspGn4)

  • 오늘의사진 2019/12/15 23:03

    ㄷㄷㄷㄷ

    (vspGn4)

  • 잔치가났네 2019/12/15 23:10

    이런거 보면 한순간에 끝나는구나 그런생각이 드네요 안타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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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_HUqGcL 2020/03/04 06:10

    궁금한게 있는데 출입문 열림 닫힘 기록은 언제까지 저장되나요?

    (vspGn4)

(vspGn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