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혹시라도 극단적인 선택을 할지도 모르는 여자애를 위해 아이들의 면학도 뒷전으로 미루고 도와주려는
말 그대로 선의로 똘똘 뭉친 아주머니.
나는 이 아주머니께서 저 년이 덜떨어진 기행을 일삼다가 남자한테 차여서
이러고 있단 걸 알면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배려심을 발휘해선지 자세한 사정을 묻지 않는 아주머니가 괜히 감사했다
나는 허리를 숙이며 연신 감사하다고 인사해 보였고, 다신 이런 일 없도록 하겠다는 말과 함께
그 년을 데리고 자리를 피했다.
아직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주머니의 아이들이 언니 힘내 하면서 손을 붕붕 흔드는걸 보며
초등학생 보다 못한 년이라고 욕하고 싶은걸 억지로 참은 기억이 난다
그 뒤로 단 한마디도 섞지 않고 길을 걷다가
일단 카페에 가서 얘기라도 하자고 근처의 카페를 가리켰다
그 년이 못마땅해하는 듯한 표정을 짓는걸 보고 "화 안 낼테니까 얘기나 하자고" 했다
그러자 그 년 왈, " 카페 말고... 밥. "
지금 따라서 카페로 들어오던가 아니면 이대로 헤어지던가 양자택일의 기회를 주자
그제서야 조용히 따라오더라
나는 커피 한 잔과 배고프다는 그 년때문에 조각 케익도 하나를 사서 자리에 앉았음
심각한 얘기가 될 거라는 예상에 구석 자리로 갔지만 그 년은 말 없이 케익을 퍼먹을 뿐 묵비권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케익을 다 비웠을 시점에 내가 입을 열었다
진짜로 죽으려고 한거냐고, 설마 나 때문이라는 말은 하지 말라고, 넌 죽는게 그렇게 쉽냐, 부모님한테 죄송스럽지도 않냐
뭐 그런 말들 따위를 속사포처럼 내뱉었던 것 같다.
그 년은 대답하지 않고 스푼만 만지작 만지작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저 스푼으로는 찔려도 아프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얘기를 계속했음
"네 서로이웃들도 걱정 많이 하더라.." 이번엔 그 년의 감성에 호소하려는 생각이었다.
자신을 걱정해주는 사람이 많다는걸 깨달으면 섣부른 짓은 안하겠지라는 생각이었다.
그러자 그 년이 돌연 고개를 번쩍 들더니,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서 전원을 키더라
뭐하는건가 싶은 것도 잠시, 블로그에 들어가 얼마나 댓글이 달렸나 확인하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는 조용히 "와.. 쩔어.. " 혼자서 그렇게 되뇌이는데
나는 그 입술 끝에 맺힌 희미한 미소를 캐치해냈다
그랬다. 그게 진실이었다.
이 년은 애초에 진짜로 ■■하려는 생각은 조금도 없었고,
단순히 ■■할 정도로 힘든 비운의 여주인공을 계속하고 있었을 뿐,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다면 일석이조라고 생각했을 뿐인 것이다.
반나절이나 불안에 떨어야 했던 나도, 고작 인터넷 인연이라고는 해도 걱정을 해준 서로이웃들도
부모 같은 마음으로 생면부지의 여자애를 구하려고 했던 아주머니조차
이년에게는 단순히 자신에게 관심이라는 먹이를 던져주는 관객에 지나지 않았던거다.
그제서야 마음이 싸늘하게 식었다
"...웃냐?"
"응?"
" 이 상황에 웃음이 나오냐? "
그 년이 손에 핸드폰을 든 채로 멍하니 나를 올려다 봤다. 표정엔 의외로 당혹감이 서려 있었다
내 표정이 어땠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엄청나게-
" 웃냐고 이 뿅뿅년아!!!! "
화나 있었던 것 같다.
7.
내 노성에 카페 안의 이목이 집중되는게 느껴졌다.
신경 쓰지 않고 얘기를 이어나갔다.
내가 하루 종일 불안에 떨었던 얘기, 네 소식을 파악하고자 여기 저기 연락을 돌렸던 얘기,
처음 전화를 받았을 때 걱정이 서려 있던 아주머니의 목소리, 그리고 네가 무사하다는 걸 알았을 때
얼마나 안심이 되었는지 아느냐고, 솔직히 그 년의 양심을 자극하기 위해 다소의 거짓도 조금 섞어서
네가 얼마나 많은 선의를 배신했는지 아느냐고 호소했다.
그런데 웃음이 나오느냐고, 이 상황에 댓글 많이 달려서 좋느냐고, 날 것 그대로의 분노도 함께 표출했다.
그 년은 어느새 핸드폰을 옆에 내려놓고 입을 꾹 다물고 있다
"뭐라고 말 좀 해봐"
그러나 여전히 말이 없다. 다만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안고, 듣고 싶지 않다는 듯 어느새 눈도 질끈 감고 있었다
그 모습에 한숨만 나왔다. 할말이 없다면 일어날 뿐이었다. 정말로 죽을거였다면 진작에 죽었을거다.
그러니까 괜찮을거라는게 내 생각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집에 가려고 했다.
그 때 그 년이 "너는 왜.." 라고 작게 말했다.
무슨 소린가 싶어 그 년을 내려다 보는데 어느새 눈을 뜨고 나를 째려보고 있는 그년과 눈이 마주쳤다
그 광기에 사로잡힌 눈빛에 솔직히 순간적으로 쫄았던 그 때
" 왜 잘해줬다가 화냈다가 잘해줬다가 화냈다가 하냐고!!!!! 왜 갖고 노냐고!!!!!! "
분명 아까 전 내 목소리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큰 소리로 그렇게 외쳤다
고함이라기 보다는 비명에 가까운 찢어지는 소리였다. 나는 화들짝 놀라서 거의 반쯤 넘어진 상태였고
그 년은 주먹을 쥔 양손으로 자기 머리를 마구 때려대고 있었다
퍽퍽, 퍽퍽하고 마치 못마땅한 자신에게 츳코미를 걸듯이 그렇게.
어느새 주변에서는 무슨일이냐며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지고 있었고
등 뒤로 점원들이 몰려드는 기척도 느껴졌다.
그리고 그 년은 벌떡 일어나서는 "아아아아아악!!! 죽어!!!! " 하는 마지막 외침과 함께
테이블을 밀어 넘어 뜨리고는 카페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 상황에 커피가 놓여진 쪽이 아니라 다른 쪽 테이블을 넘어뜨린건 그 년 나름의 배려였을까
화가 치밀어 순간적으로 눈 앞에 있는 테이블을 넘어트리고자 했다면 손에 짚이는 테이블은 다른 것이었을텐데.
누가 봐도 부자연스런 움직임으로 아무것도 올려져 있지 않은 테이블을 넘어트렸다는 그 행위에,
어쩌면 방금 전 그 모습도 연기고, 이성을 잃은 척 이성을 유지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헛웃음이 나왔다
나는 허둥지둥 달려와 테이블을 치우는 점원을 뒤로 하고 카페 밖으로 나갔다.
아직 이 근처에 있을 그 년을 찾기 위해.
8.
카페에서 나와서 버스 정류장 쪽을 찾아봤는데 그 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음
길 건너편을 보니 반대쪽 정류장도 마찬가지인 듯 했다
이미 버스를 탔을 수도 있지만 다른 길로 갔을 가능성도 있었다
한참을 뛰어다니다가 아까 그 년이 전화기를 켰던게 기억이 나서 전화를 걸었다
신호는 한참이나 이어졌고 잠시후에 전화가 연결이 됐다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아서 내가 먼저" 여보세요?" 라고 말했고 돌아 오는 말은 "뭔데" 라는 차가운 목소리 뿐이었다
"잠깐 얘기 좀 하자"
"할 말 없어"
그리고 전화가 뚝 끊겼다.
나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전화를 걸었고 신호는 다시 한참동안 이어졌다
정말 얘기할 의지가 없었다면 애초에 전화를 받지도 않았을거다. 수신 거절을 누르는건 간단하고
전화기를 꺼버리는 건 더 간단했다.
그 상황에서 내가 해야할 선택지는 계속해서 전화를 거는 일이었다.
이 년은 어차피 응석을 부리고 있을 뿐이고, 그 응석을 받아주려면 무엇보다 인내가 필요했다.
"왜 전화하냐고!!!!"
귀가 아픈 노성에 아랑곳 않고 얘기가 하고 싶다고 했다
지금 어디냐는 내 말에 무슨 상관이냐는 대답이 돌아왔지만
"끊어, 나 지하철 타야돼" 라고 여지를 남기는게 그 년 다웠다.
금방 갈테니까 타지 말고 기다려, 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가까운 지하철역으로 가보자 의자에 개찰구 앞에 그 년이 서 있었다
입구 쪽을 쳐다보고 있다가 내가 계단을 내려서는 걸 보더니 카드를 찍고 들어가버리는 것이다.
마치 원래 들어가려고 했던 것 처럼 태연하게. 방금 나를 봤다는걸 내가 모를거라고 생각하는지 뻔뻔하게 걸어 들어가는 모습에 기가 찼다
따라잡기 위해 달려나갔다. 개찰구를 지나 계단을 내려가보니 저 멀리
노란선을 넘어서 가장자리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스크린 도어가 설치된 역이 많지 않던 시기였다. 지하철 역에서는 노란 선 밖에서 얌전히 기다려야 하는건
초등학생도 아는 상식이었다. 역시 초등학생 보다 못한년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걸어가는데
아직도 ■■ 희망자라는 비운의 여주인공 연기를 계속하려는 듯한 모습에 화도 나더라
가까이 가서 어깨를 잡으니 이거 놔. 하면서 억지로 뿌리치길래
손을 덥석 잡았음. 여전히 뿌리치려고는 하는데 힘이 좀 약해진걸 느끼면서 천천히 잡아 끌었다.
의외로 순순히 노란선 밖으로 나오더니 내가 안내하는 대로 의자에 가서 앉았다
"너 때문에 진짜 못 살겠다."
대답 없는 그 년 옆에 앉으면서 헛웃음을 웃자 그 년이 힐끔 나를 쳐다 보았음
"왜 이렇게 사람을 걱정 끼치냐."
"...네가 뭔데, 남자친구도 아니면서."
여전히 말에는 가시가 서 있었지만 아까보다는 내 눈치를 살피는 듯 했다
" 아직은 친구로 지내자고 했지. 서로 잘 모르니까."
그렇게 말하자 그 년은 우는 표정을 지었다. 눈물은 나오지 않아 연기로밖에 느껴지지 않았지만.
" 뭘 얼마나 알아야 되는데. 내가 너한테 해준 얘기들이 얼마나 많은데."
왜 몰라주느냐며, 고개를 숙이고는 어깨를 떠는 그 년.
그 모습은 좋아하는 남자에게 마음을 고백하며 끈질기게 구애하는 소녀라기 보다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본인의 정신상태를 무기로 삼아 원하는 대답을 들으려는 테러리스트에 가까웠다
나는 그년에게 지금까지는 너에 대해 몰랐던게 많았지만, 오늘 일로 새로 알게 된게 많다는 식의 얘기를 했다
잠자코 듣고 있던 그 년은 어느새 어깨를 들썩이는걸 멈추더니
"..그럼 사귀는거야?"
" 아니 그건 좀.. "
"그럼 뭔데!!!!"
반 쯤 우는 비명 소리에 고개를 돌려버리고 싶어지는걸 간신히 참고
친구로 시작하고 싶다는 얘기를 계속했다.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 좀 더 여유를 갖고 시작하자고.
네가 싫은게 아니라 너무 갑작스러워서 마음이 정리가 안된다는 식으로 그럴싸한 변명을 이어나갔다.
싫은게 아니라 시간이 필요한 것 뿐이라는 내 말에 어떤 희망이라도 느낀건지
누그러진 태도를 보이던 그 년은
코막힌 소리를 내며
" 그럼 뽀뽀해줘"
라고 , 얼토당토 않은 소리를 하는 것이었다
비운의 여주인공에서 가련한 소녀로 모드를 전환한 것 같았다
자기 딴에는 귀엽게 들린다고 생각하는지. " 뽀뽀해주면 안 울게 "
코 막힌 소리를 연신 내며 그런 말을 하는거다
나는 더 이상의 논리는 통하지 않을거란 생각과, 이젠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만 할 수 있다면
아무래도 상관 없다는 생각에 이르러 고개를 끄덕였다
조용히 눈을 감는 그 년을 보면서 설마 입에다 하라는거였냐는 황당함에 사로잡혔지만
어차피 첫키스도 아니고, 입만 다물고 있으면 제법 반반한 여자애다.
뽀뽀 한 번에 얌전하게 만들 수 있고, 이대로 집에만 갈 수 있다면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그렇게 눈을 감은 그 년에게로 천천히 다가가 그 작은 입술에 입을 맞춘 순간
[찰칵]
귓전에서 그런 소리가 들렸다.
황급히 입술을 떼고 옆을 보자 핸드폰이 보였다
그리고 키득키득하는 웃음 소리.
눈을 감고 있었을 터인 그 년을 돌아보니 어느샌가 나를 보며 웃고 있는 사악한 표정.
그 년은 한 손으로 핸드폰 속 화면을 확인하며
" 와 잘나왔다 "
그렇게 말했다
점점 소설같은데
소설잘쓰시는데
아니 소설체잖아 ㅋㅋ
취미가 글쓰기라 점점 소설체가 되는데 내용 자체는 사실임
작가님 이번편 마지막은 너무 작위적인데요
점점 소설같은데
진짜 실화임
어떻게 인증할 방법도 없고..
그냥 믿어주셈
빨리빨리
소설잘쓰시는데
아니 소설체잖아 ㅋㅋ
시벌 이거 발매일 언제에요?
소설이던 수필이던 필력좋으시네
글 잘 쓴다... 소설이라고 해줘...
야 암만봐도 글이 소설틱해
소설이냐? 아님 문학감성으로 쓴거냐
취미가 글쓰기라 점점 소설체가 되는데 내용 자체는 사실임
작가님 이번편 마지막은 너무 작위적인데요
2ch 번역이여?
수필임?
사실 여부는 모르겠지만 관심 끌려고 불행에 중독된 여자애네 내 예전 여친이 저랬는데 나까지 우울증 걸렸음 진짜 개 ㅈ같음 저런 애들은 그냥 연락 깔끔하게 끊는게 좋음
유게 단편소설 모음집
황달문학집 중 발췌
빨리 다음
극한의 관종...
그 여자애나 이 글 쓰는 애나 똑같다 이 글 쓰는 이유가 뭐겠어 이런 일 있었다~해서 베스트 가려는 생각 아니냐? 솔직히 인증 없어서 하나도 안믿김
필체가 급격하게 변해가는것만 고치면 훌륭한 작가가 될수있겠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