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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10시간 · 

오늘 국회 행안위에서 소방관국가직화를 위한 법안들이 통과되었습니다. 한 고비를 넘었습니다. 아직 법사위와 본회의가 남아 있습니다. 2년 만입니다. 장관 재임 중이던 2017년 10월에 국가직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사실 법적으로는 간단합니다. 지금 소방관과 관련된 법안은 모두 6개입니다. 그 법에서 소방관을 지방직 공무원이라고 규정한 조항에서 지방직이란 말을 다 빼버리면 됩니다. 근데 그게 그렇게 어려웠습니다.

지방분권을 하자면서 왜 소방관은 중앙으로 집중하느냐? 경찰은 자치경찰을 쪼개 지방으로 내려 보내자면서 소방관은 국가직화를 하자니, 모순 아니냐? 심지어, 지방직이면 못 끄던 불, 국가직 되면 잘 끌 수 있다는 거냐? 그럴 때마다 속이 타고 입에 침이 말랐습니다.

소방관을 국가직으로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국가 예산을 투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 돈을 들여야 합니다. 세상에 공짜가 없습니다. 그 다음은, 명령체계가 확립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렇게 예를 듭니다. 참담한 대형화재가 제 임기 동안 두 번 있었습니다. 제천과 밀양입니다. 그런데 아마 서울 연대 세브란스 병원과 의정부의 대형 사우나, 수원의 지하 쇼핑몰에서 난 화재는 잘 기억나지 않으실 겁니다. 모두 무사히 대피했기 때문입니다. 왜 어떤 곳은 대형 참사로 번지고 어떤 곳은 잘 대응할 수 있었을까요?

저는 제천과 밀양이 지방 소도시였기 때문이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불을 잘 끈 곳은 전부 수도권입니다. 충청북도와 경상남도 소도시의 소방 인력과 장비는 불비했습니다. 제 임기 초기라 소방청과 지방소방본부 간의 명령 체계도 일사불란하지 않았습니다. 제 임기 말에 터진 강원도 고성 산불을 기억하실 겁니다. 전국에서 소방차가 달려왔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중요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소방관 국가직화 법안이 상정되고, 국가직화에 대비한 예산까지 기재부에서 확보해준 덕분에 소방청에서 지방소방본부로 예산을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소방청과 지방본부 간에 일체감이 강화된 것입니다.

인력이 늘고, 장비가 좋아지고, 소방청 지휘 하에 전국 소방관이 한 몸처럼 움직이면 당연히 불을 잘 끌 수 있습니다. 소방관들의 처우도 좋아질 테니, 고생하는 보람도 조금 더 커질 것입니다. 경찰은 15만 명입니다. 수사권까지 가져가면 더 비대해집니다. 그러니 강한 것은 누르고, 약한 것은 북돋아야 합니다.

제 임기 동안 현장 활동 중에 순직하신 소방관은 모두 여덟 분입니다. 그 이름을 다시 불러봅니다.

강원도 강릉시 강문동 석란정 화재 당시 돌아가신 이영욱 소방경과 이호현 소방교. 동물 구조작업 중 숨진 아산 소방서 둔포 안전센터 김신형 소방장(29), 충청소방학교 김은영 소방사(30), 문새미 소방사(23). 주취자의 폭행과 폭언에 충격 받아 세상을 떠난 전북 익산소방서 강연희 소방경. 경기 김포에서 한강 하구를 수색 중에 실종된 오동진 소방위, 심문규 소방장.

저는 이 분들과 함께 법안이 최종 본회의를 통과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자 합니다. 그것이 저와 우리 국민이, 이 분들에게 드릴 수 있는 유일한 보답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