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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글미국의 패권에 관한 별볼일 없는 잡설.txt

 



(주의 : 새벽에 심심해서 마음대로 휘갈겨 쓴 글이라 학문적으로 엄밀하지 않으며 일부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ㅋㅋ)




국제정치학에서는 패권을 논의할 때 '극성(polarity)' 이라는 단어로 표현합니다.


즉, 국제사회에 패권국이 하나 있을 때 단극체제, 두 곳 있을 때 양극 체제, 세 곳 이상을 때 다극 체제라고 하는데요.


아시다시피 2차대전 이후로 자유주의 진영의 미국, 사회주의 진영의 소련을 중심으로 양극 체제가 열리게 됩니다. 그런데 1980년대 일본의 기적적인 경제 성장을 지켜 본 일부 학자들의 미국 패권의 쇠퇴를 예언하고 나서는데, 이들을 당시 저널리즘에서 묶어서 쇠퇴론자(Decliners) 라고 부릅니다.


이 중에 가장 유명했던 사람이 역사학자 폴 케네디(Paul Kennedy)였는데, 국내에도 번역된 베스트셀러 '강대국의 흥망'에서 패권국들이 쇠퇴한 역사적 사례를 살펴 보면서, 제국주의적 팽창으로 인해 미국의 패권도 곧 쇠퇴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봅니다..


그런데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에 소련이 해체되고 일본이 장기 경기침체로 접어들면서,, 쇠퇴론자들의 예상을 보기 좋게 빗나가고 미국의 단극 패권 시대가 열리게 됩니다.


이에 따라 국제정치학계에서도 미국의 패권 지속을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이론이 대세를 이루었는데요. 그럼 도대체 왜 쇠퇴론자들의 예상과는 달리 미국의 단극 패권 체제가 도래했을까요?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 하버드대학교의 그 유명한 조셉 나이(Joseph Nye Jr)가 권력 개념을 넓히는 시도를 합니다. 조셉 나이는 상대방을 강압에 의해 자신의 의사에 따르게 하는 것을 '하드파워(hard power, 경성권력)'라고 부르면서 군사력과 경제력을 여기에 포함시킵니다. 그리고는 상대방을 문화 등의 매력에 의해 자신의 의사에 따르게 하는 것을 소프트파워(soft power, 연성권력)' 라고 부르면서 국제정치학의 권력 논의에 획기적인 대전환을 이룹니다.


 나이 교수가 보기에 미국은 하드파워에서는 어느 정도 권력 손실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세계의 지도국가라는 미국의 이미지, 세계 최대 대중문화 시장 등 소프트파워에서는 미국을 넘볼 국가가 없기 때문에 미국의 단극 패권 체제는 계속될 수 있다고 본 것이죠. 


시사 문제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은 소프트파워라는 단어를 한번씩 들어보셨을텐데, 그 용어가 바로 여기에서부터 출발한 것입니다.



이러한 낙관론적 전망에 반기를 들고 나선 학자가 시카고대의 존 미어샤이머(John Mearsheimer) 입니다.



각 국가들의 진영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2개의 패권국이 존재하는 양극체제가 국제체제에 안정(대규모 국제전쟁의 장기간 부재)을 가져온다는 양극 패권 안정론을 체계화한 사람이 현대 국제정치학의 거물 중 한 명인 케네스 왈츠(Kenneth Waltz) 인데요. 미어샤이머는 왈츠의 이론을 더 정교하게 재구성해서 공격적 현실주의(offensive realism) 라는 이론을 만듭니다.



미어샤이머가 90년대 초반에 발표한 기념비적 논문이 'Back to the future : Why we will soon miss the cold war' 라는 아주 재미있는 제목을 달고 있는데요.



미어샤이머는 이 논문을 통해 국제체제는 양극이 가장 안정적이라는 것, 그리고 냉전시대에 그랬던 것처럼 조만간 미국의 패권을 위협할 새로운 패권국이 출현하여 국제정치의 안정을 달성하게 될 것이라는 도발적인 주장을 펼칩니다.



그리고는 1990년대 이후 착실한 경제성장을 이룬 중국이 2001년 WTO에 가입하게 되죠. 중국의 WTO 가입은 일반인들에게는 그리 와닿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재건해 온 국제경제의 자유무역 질서에 공산주의 국가가 합류한다는 아주 상징적인 사건이었습니다. 그래서 중국 내에서는 '입세' 라는 용어도 따로 만들었죠. 



중국의 급성장으로 인해 학계에서는 다시 양극패권에 관한 논의가 활발해지게 됩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개혁개방 노선을 충실히 따르면서 서구권의 질서에 가까워지는 것처럼 보였던 중국이 시진핑 체제 이후 아시다시피 정치사회적 규제를 강화하고 기존의 독재 체제를 더욱 굳건히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과연 중국이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라는 양 측면에서 미국에 맞서는 패권국으로 지위를 지킬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결론은....앞일은 아무도 모르죠 뭐 ㅋㅋ



밑에 미국 패권에 대해 글을 쓰신 분이 있길래, 새벽에 잠도 안 오고 해서 뻘글 써봤네요.




댓글
  • comslow 2019/10/06 03:09

    이 글에 기초해서 생각해보면, 중국은 하드 파워는 갖추었지만 소프트 파워는 영 떨어지는것 처럼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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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egram 2019/10/06 03:10

    소프트파워 증진한다고 전세계에 퍼뜨리는 게 공자학원인데 글쎄요
    그 역사, 문명 가지고도
    아직 전세계적으로 통하는 영화 문학 드라마 같은 게
    없다는 것도 희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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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번역의탄생 2019/10/06 03:12

    '국제체제는 양극이 가장 안정적이라는 것, 따라서 냉전시대에 그랬던 것처럼 조만간 미국의 패권을 위협할 새로운 패권국이 출현하여 국제정치의 안정을 달성하게 될 것' 이부분이 잘이해가안가네요.. 양극이 가장 안정적이다 따라서 양극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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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맨밴드 2019/10/06 03:14

    번역의탄생 / 제가 대충 갈겨 써서 실수한 부분이 있을 수 있는데, 굉장히 예리하시네요. 그 부분은 인과관계가 아니라 별도의 독립된 명제로 보는 게 정확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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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끼인생 2019/10/06 03:17

    냉전 때보다 미국이 독주할 때 더 불안정하다는 주장의 근거는 911테러 아프간전 이라크전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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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맨밴드 2019/10/06 03:19

    삼끼인생 / 단극체제와 양극체제 중 어느 것이 더 안정적인 가에 대해서는 학자마다 조금씩 근거가 다릅니다. 말씀하신 부분은 양극체제 안정론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케네스 왈츠는 양극체제 안정론의 근거로 각 진영내에서 지도국가의 지도력을 들고 있고, 그리고 이러한 패권국 양국을 중심으로 다른 국가들이 결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상대진영의 의도를 간파하기 쉽다는 단순성(따라서 전쟁도 예방하기 쉽다는 것) 등을 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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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표준시 2019/10/06 03:20

    사실 초강대국의 존재 자체가 세계대전 이후에야 생긴 것이라 저런 이론 모두가 가설에 불과하고 증명된 바가 없죠. 증명할 논거도 부족하고 사례는 아예 없구요.
    다만 소프트파워와 하드파워를 분리한다는 것도 좀 그렇습니다.
    소프트파워와 하드파워는 분리되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의존성을 가지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군사기술로 개발된 컴퓨터공학은 민간에서 발전을 이루어 다시 군사분야에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즉, 소프트 파워가 약한 국가가 일시적으로 높은 하드파워를 가지게 된다고 해도,
    그것은 장기적으로는 불가능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생각되요.
    지금의 중국이 가진 과학기술이나 경제력의 대부분은 미국과 자유진영의 소프트 파워를 직간접투자로 흡수해서 나온 것이지 스스로 주도해서 만들어나간 것이 아닙니다. 그러기에 결국 계속 뒤따라가는 위치밖에 갈 수 없지요.
    지금 미국의 우주산업을 예로 들면 앨론 머스크 등이 민간우주기술로 새로운 시장과 경지를 열어가는데 중국은 그런게 불가능하잖아요. 소프트웨어산업도 그렇고...
    즉, 중국이 미국과 동등한 위치에 올라간다는 것은 애시당초 근본적으로 공산당 일당독재인 이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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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커스 2019/10/06 03:20

    배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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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맨밴드 2019/10/06 03:21

    표준시 / 일리있으신 말씀입니다. 그래서 조셉 나이가 자신의 권력론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켜서 2007년에 부시 정부에서 위원장을 할 때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 개념을 융합해서 '스마트파워(smart power)' 라는 종합 개념을 다시 만든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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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맨밴드 2019/10/06 03:21

    마커스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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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표준시 2019/10/06 03:22

    스마트 파워는 처음 들어보는 개념이네요.. 저역시 새벽에 좋은 글 읽고 많이 배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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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끼인생 2019/10/06 03:22

    원맨밴드// 어느정도 이해가 되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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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차르트 2019/10/06 03:27

    [리플수정]흥미롭군요 잘보았습니다. 양극패권 안정론의 핵심논리가 궁금해지는군요. 또한 공산주의국가인 중국정도면 극성을 달리한다 할수 있겠으나 양극패권이라 할수 있을정도의 패권국인지 여부가 궁금합니다. 과거의 버블직전 일본도 다극패권의 일축으로 간주할만 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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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맨밴드 2019/10/06 03:29

    모차르트 / 첫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위에 제가 삼끼인생 님 댓글에 단 대댓글을 보시면 될거 같구요.
    두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조금 더 세부적인 논의를 필요로 합니다. 그게 바로 학자들의 논쟁거리입니다. 과연 중국이 어느 정도의 패권국이냐는 것이죠.
    그래서 국제적 수준과 지역적 수준으로 나누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즉, 중국은 국제적 수준에서는 미국에 대등한 패권국이라고 할 수 없지만, 이제 동북아의 지역적 수준에서는 명실상부한 지역적 패권국이라는 것이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정설이 없습니다. 참고만 하시면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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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맨밴드 2019/10/06 03:32

    댓글이 300자 이상 안 달려서 수정이 안 되네요. 버블 직전의 일본 같은 경우는 '다국패권의 일축' 으로 보지는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말씀드린 바와 같이 1980년대까지의 냉전 체제는 미국과 소련을 각 진영의 중심으로 하는 양극체제로 보고, 일본은 미국의 '하위강대국' 정도로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즉, '다극패권' 이라고 보는 학자들은 사실상 거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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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차르트 2019/10/06 03:45

    원맨밴드// 다극패권체제의 구성원이 되려면 소련, 중국(논쟁중이지만)처럼 국가 이데올로기가 다르다거나, 국가차원에서 장기대립각을 세우는 등 정말 '극성'이 달라야겠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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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아 2019/10/06 03:50

    [리플수정]저는 그래서 미국이 역대 지구상에 존재 했던 모든 국가 중 최강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글쓴이님이 지적한 소프트 파워 음악 영화 예술 패션 문학 등등 모든 소프트 파워적분야에서 미국 만큼 전세계적 영향을 지닌 국가는 존재한적이 없거든요. 중국 또한 미국의 영향력 안에서의 국가일뿐 미국이 구축해놓은 질서를 깰 정도의 힘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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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분당선연장 2019/10/06 05:11

    [리플수정]오랜만에 들어보는 학자들이름이네요. 전공들을땐 왜그렇게 하기싫었는지.. 현실주의 자유주의 구성주의 나는갈매기이론 등등 잘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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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tevejobge 2019/10/06 17:42

    박정아// 미국이 역대 패권국가중 가장 최강인걸
    모르는 사람 없지않나요? 새삼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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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드화이트 2019/10/06 19:21

    regram// 문화대혁명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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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은한방™ 2019/10/06 21:34

    지금의 중국은 절대 아니올시다입니다. 양극..미국 살래? 중국 살래? 물어보면 누가 중국에 살겠다고 할까요. 미국은 전세계 인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고, 그 인재들이 미국의 슈퍼파워를 지탱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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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林君 2019/10/06 22:38

    폴케네디의 역저가 나오고 난후 미국은 꼼수를 쓰죠. 로마제국도 쓰지 않았던 아니 생각도못한 바로 분담금입니다.
    지금 미국이 한국에 요구하는 바로 그 분담금이죠. 무조건 마이너스인 군대유지비를 주둔군이 있는국가에 청구하는거죠.
    해결책은 아니었지만 미봉책은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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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7이상훈 2019/10/06 22:48

    인생은한방™//저도 중국 싫어하지만 중국 살래 미국 살래에서 전자가 없기 때문에 양극이 아닌건 아닌거 같습니다. 냉잔때 소련 살래 미국살래에서도 대부분 후자였지만 양극체제였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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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짱슈 2019/10/07 01:56

    간만에 불펜에서 좋은 글 보네요
    가뭄의 단비를 만난듯 기분좋은 포만감이 느끼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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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더곰 2019/10/07 02:10

    90년대 미국의 슈퍼파워가 떨어질거라고 예견했던사람들은 셰일혁명이 일어날줄 몰랐죠
    지금 미국은 자원으로도 깡패짓할수있는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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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iki 2019/10/07 02:22

    저도 정외과 출신인데 개론과목에서 배운 것들이네요 ㅋㅋ 대표적인 스피커는 다 거론하셨는데 한스 모겐소도 써주셔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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