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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스포] 조커와 조명

루리웹 터져서 재업함..

 

영화 조커에서 아서 플렉이 조커로 변모할 때마다, 정확하게는 '행복해질때마다' 조명이 강해짐.


아서의 대사들 중 '내 머리속에 있는 건 부정적인 생각들 뿐이에요.', '난 태어나서 단 1분도 행복해본 적 없었어.' 라는 대사를 생각해보면 더 의미심장한데, 영화 전체적으로 배경이 어둡게 나와서 (심지어 낮에도 우중충한 날씨 때문에 어둡고 회색조로 보임) 아서의 비참한 모습들이 더 선명하고 두드러지게 나옴.

 

그런데 반대로 배경이 강해지는 순간이 있음. 가끔씩은 아서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거나 어두운 실루엣처럼 표현될 정도로 강해짐.

 

1. 뒷골목

초반에 간판 잃고 사장이 자기 개무시한 후 아서는 참았던 분노를 좁은 골목의 쓰레기통을 걷어차며 해소함.

이 때 배경쪽이 밝아서 쓰레기통을 차는 아서와 뒷골목은 음영이 매우 짙은 실루엣처럼 나옴.

폭력적인 행위를 통해 스트레스를 어떻게든 해소하는 장면인데 개인적으로 이 장면이 아서의 내면에 잠재된 조커로서의 모습을 암시했다고 생각함.

영화 내내 아무리 조롱을 당해도 이런식으로 격렬하게 화풀이한 장면이 없음.

은행원들을 쏘고 마음의 힘을 얻기 전까지는.

 

2. 첫 살인

은행원들을 쏘기 전, 지하철은 낙후된 탓인지 덜컹거릴 때마다 조명이 간간히 약해졌다가 강해졌다가를 반복함.

그리고 은행원들이 아서를 팰때 조명의 깜빡임이 점멸수준으로 심해지는데, 아서가 은행원의 머가리에 바람구멍을 낸 후에는 조명이 깜빡이지 않음.

 

3. 화장실

은행원들을 죽인 후 완전히 캄캄해진 어두운 골목을 지나서 도망치는데 도망쳐 도착한 곳이 조명이 밝게 켜진 화장실임.

이 화장실에서 아서는 춤을 추며 거울 앞에서 양 팔을 쫙 펴는데 이 때 아서의 표정에서 평소의 피로감과 비굴함이 사라지고 장애로 인해 몸이 뒤틀린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카리스마 있고 위압감 넘치게 연출됨.

사실상 그 화장실은 처음으로 아서라는 고치를 뚫고 조커가 관객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첫 장면이며 춤 역시 답답한 막을 뚫고 해방되려는 양 꿈틀대는 것처럼 보임.

 

4. 토크쇼

술집 토크쇼 무대 위에서 아서가 지병 때문에 웃느라 조크도 못하고 있다가 어느 순간(여친이 웃는걸 본 후) 웃지도 않고 당당히 말을 해나감.

이 때부터 카메라에 아서의 모습과 함께 무대를 비추는 조명이 정면으로 찍혀서 빛무리 때뭄에 아서의 모습이 일부분 보이지 않게 연출됨.

이후 아서는 여친과 굉장히 행복한 데이트를 즐기고 옴.

 

5. Don't (forget to) smile

아서가 직장에서 쫓겨나고 출퇴근기에 화풀이를 한 후, 계단을 내려가면서 웃는 걸 잊지마! 를 웃지마! 로 바꾸는 장면.

이 때 문을 발로 차고 나가는데 문을 열자마자 바깥의 빛 때문에 아서의 모습이 흐릿하게 보임.

 

6. 모던 타임즈

아서가 웨인을 만나는 극장에 잠입할 때 극장 종업원 옷을 입고 모던 타임즈를 잠시 관람하며 즐거움을 느끼는데, 이 때 아서의 뒷모습은 어둡게, 정면의 극장 스크린은 밝게 나옴.

그 뒤 아서가 토마스 웨인을 발견하고 긴장한 시점부터 아서의 뒷모습이 아니라 스크린 빛을 받아 선명하게 보이는 정면샷으로 전환됨.

 

7. 존속살인

아서가 배개로 엄마를 질식사 시키는 장면에서 아서의 얼굴이 빛무리 때문에 일부 가려짐.

 

8. 계단 댄스

계단은 영화 초반, 아서가 지치고 만신장이가 된 채 올라갈 때에는 계단 가로등 불빛만 보이는 어두운 장소였는데 조커가 되어 내려갈 때에는 밝고 햇빛이 비치는 장소로 변함.

아서의 모습은 잘 보이지만 정확하게는 이미 아서가 아니라 조커가 된 장면이며 관객이 보는 건 어두운 조명 아래 선명히 보이는 아서가 아니라 밝은 조명 아래 선명히 보이는 조커인 것.

 

9. 머레이 쇼

머레이 쇼에서 조커가 댄스를 추며 화려한 색채의 천막과 굉장히 강렬한 방송용 조명 너머로 등장함.

이 때의 조명이 스포트라이트라는걸 생각하면 작중 조커가 드디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을 기념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함.

 

10. 경찰차 위의 댄스

조커는 앰뷸런스랑 박고 시위대에 의해 끌어내진 후 정신을 차림.

그리고 경찰차 위에서 춤을 추는데(참고로 이 때 아직 사고를 당한 경찰들이 운전석과 조수석에 아직 남아있다는 걸 생각해보면 더욱 소름이 돋음), 초토화된 거리에사 일어난 화재의 불빛 등을 조명으로 받음.

이 때 주변의 시위대는 마치 코미디 클럽 안의 관중들처럼 어두운 살루엣처럼 보이고 조커의 모습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처럼 밝게 보임.

 

11. 엔딩

마지막 장면에서 아서가 상담실을 혼자 나와 복도 끝으로 향하는데 복도 끝의 창문에서 강렬한 햇살이 비치고 있고 아서는 창문 앞에서 익살맞은 춤을 춤.

새로운 상담사를 죽였느냐 안죽였느냐 의견이 나뉜 걸로 기억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것 때문에 상담사를 죽였다고 생각함.

아서의 인생에서 조커는 빛 속에 있는 존재니까.

 

여담으로 본작 조커는 그 어느 조커보다도 배트맨과 대비되는 위치에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함.

다크나이트라고 불리는 배트맨은 억압, 통제, 자신을 숨기려 하고 어둠 속에서 활동하지만 이번 조커는 억압과 통제의 고통에서 해방되어 밝은 무대에서 사람들의 인정과 관심을 원함.

무엇보다 두 인물이 마지막으로 남겨진 장소가 인상깊었음.

어두운 골목 속의 브루스 웨인.

밝은 정신병원 속의 조커.

내일 또 볼거임 히히.

 

유머탭인 이유는 시ㅣ바 정성들여서 쓰고나니까 루리웹 터진 꼬라지가 웃겨서 유머ㅡㅡ

댓글
  • 디올 2019/10/07 03:10

    잘봤다

  • 멍멍개입니다 2019/10/07 02:51

    좋은글이다.

  • 졸업하고싶어요 2019/10/07 02:53

    이런 글 좋다

  • 호부부붑 2019/10/07 02:53

    정신병원에서도 유쾌한 조커가 진짜 승리자

  • 절멸 2019/10/07 02:50

    느낌을 받긴 했는데 글로 풀긴 힘들엇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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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멍멍개입니다 2019/10/07 02:51

    좋은글이다.

    (9bgNDX)

  • 졸업하고싶어요 2019/10/07 02:53

    이런 글 좋다

    (9bgNDX)

  • 호부부붑 2019/10/07 02:53

    정신병원에서도 유쾌한 조커가 진짜 승리자

    (9bgNDX)

  • 아룬드리안 2019/10/07 03:02

    빛의 조커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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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올 2019/10/07 03:10

    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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