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 지명으로 시작된 사태는 이제 본격적인 전쟁으로 바뀌고 있다. 나는 이 사태의 결말을 굳이 예단하고 싶지 않다. 다만 내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사태의 본질에 이제 더 이상 ‘조국’은 없다는 것이다. 마치 ‘제1차 세계대전’을 아무도 ‘사라예보 사건’이라고 부르지 않듯이.
언론이나 많은 사람은 여전히 이 사태를 ‘조국 사태’ 등으로 부른다. 어떤 사람은 조국을 건국 이래 가장 악독한 위선자로 저주하고, 누군가는 그를 검찰 개혁의 대체 불가능한 적임자로 믿는다. 사람들은 제각각 천사와 악마 사이의 다양한 평가 중 어느 곳엔가 자신의 육감을 내어 맡기고 촉각을 곤두세우겠지만, 이제 이 사태는 조국의 거취로 끝나지 않게 되었다. 조국을 천사로 믿든 악마로 믿든 무관하게.
2. 이러한 인식의 질적 변화는, 적어도 나에게는, 대략 9월 6일 정경심 교수의 기소부터 2주 정도의 기간 사이에 일어났다.
후보자 지명에서 인사청문회까지의 기간은 ‘조국 사태’라 부를 만하다. 그가 장관으로 임명되기에 충분한 법적, 윤리적 정당성이 있는가, 혹은 그런 정당성이 충분하더라도 그의 임명이 향후 정국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여 사퇴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지 않은가 등이 주요 이슈였다. 야당의 공세도, 검찰의 전격적인 30군데 압수수색도, 언론의 무식한 받아쓰기도, 관점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선의로 해석해줄 여지가 있었다. 나는 이 시기에, 설령 조국이 결정적 하자가 없는 것으로 추후 드러나더라도 (그에겐 억울한 일이겠지만) 현실 정치 지형과 여론에 따라서는 그가 사퇴해야만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그의 거취에 대해 아무 의견도 갖지 않으려 애써 노력했다.
3. 그러나 9월 6일 밤 10시를 넘긴 그 기소는 어떤가? 피의자 소환도 없이 전두환 취급을 하며 야밤에 해치운 그 ‘더러운’ 기소는 어떤가? 오... 공소시효 마지막 날이라서 그랬다고? 천만에. 청문회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 정치개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그렇게 했다고? 천만에! 살아있는 거악을 때려잡기 위해, 수사의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천만에!!!
공소시효 마지막 날이라 기소했다는 변명은 ‘위조 시점’을 2013년으로 변경함으로써 검찰 스스로 부정했다. (사문서위조행사죄의 공소시효는 굳이 거론할 필요도 없다.) ‘확실한 물적 증거’가 있어서 정치개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피의자 소환도 없이 기소했다는 변명 또한 ‘직인 날인’과 ‘컴퓨터 파일 위조’ 사이를 넘나들며 희대의 코미디가 되었다. 직인을 날인하여 위조했다고 기소장에 기재했다가, 컴퓨터로 파일을 위조했다고 그들 스스로 주장을 바꾸더니, 그 존재하지도 않는다는 표창장 원본을 찾겠다며 짜장면을 먹어가면서 11시간 동안 법무장관의 자택을 뒤진다니, 일찍이 전성기의 영구조차 비웃을 최악의 코미디가 아니고 뭔가. 표창장 위조가 아니라도 논문이니, 사모펀드니, 웅동학원 같은 ‘죄악’이 하늘을 찌르는데, 그깟 표창장 위조로 피의자 소환 없이 기소 한 번 한다고 기세등등한 거악이 갑자기 꼬리를 내릴 리도 없다. 요컨대 검찰의 9월 6일 기소는 정상적인 사고방식으로는 도저히 설명 불가능한 사건이었다는 말이다.
검찰의 변명을 꾸역꾸역 들어주고 이리 땜질, 저리 땜질을 해가며 그들의 행태를 이해하려고 무진 고심을 하다가 한계에 부닥치면 어떻게 해야 하나?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야 한다. 천동설이 지동설로 바뀌듯이, 뉴턴 이론이 상대성이론으로 대체되듯이.
4. 오해를 막기 위해 덧붙이자. 나는 애초에 동양대 표창장 위조 건은 일어날 개연성이 지극히 희박한 사건이라 헛소리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검찰이 정말로 표창장 위조로 정경심 교수를 기소하는 것을 보면서 나는 입장을 ‘중립’으로 수정했었다. 검찰이 주장한 그 ‘확실한 물적 증거’라는 것이 정말 존재해서, 마치 지동설이 틀리고 천동설이 옳은 것을 증명하는 수준으로 강력한 논거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대한민국 검찰’이라는 조직의 최소한의 자존심과 도덕성, 지적 능력, 혹은 사건 처리 방식에 무게를 두었었다는 얘기다. ‘무슨 하루살이도 아니고, 쟤들이 아무것도 없이 저럴 수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어떻게 되었나? ‘표창장 위조’ 자체는 실체적 진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근거는 무엇인가? 9월 6일 기소 시점의 ‘확실한 물적 증거’인가, 아니면 그 뒤에 흘러나온 ‘컴퓨터 위조 파일’인가, 아니면 조국 자택에서 찾으려 했던 ‘표창장 원본’인가? 9월 6일 바로 그 시점에 검찰은 무엇을 근거로 기소하였나? 어쨌든 결과만 맞으면 된다고? 그게 마녀사냥이 아니고 뭔가. 위선자는 마녀사냥을 해도 된다고?
생각해보니 예전에도 이런 일이 한 번 있었다. 2005년 황우석 사건. 그때 황우석은 이렇게 외쳤다. 인위적인 실수가 있긴 했지만 우리에겐 원천기술이 있다고. 언론도 외쳤다. 일 잘하는 세계적 과학자 황우석을 흔들지 말라고. 검찰도 인위적인 실수가 있지만 표창장 위조는 사실이라고 주장하지 않을까? 언론도 ‘단독’ 기사들로 맞장구를 쳐주는 것 아닐까? 적어도 과학자라면, 아니 과학에 일말의 관심이라도 있는 사람들이라면 황우석을 용납할 수 없었듯이 작금의 검찰 행태를 묵과해선 안 된다.
아마도 누군가는 이유야 어떻든 위선자가 곤경에 빠지는 것을 보고 쾌재를 부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무슨 수를 쓰든 잡아 족쳐서 짓밟아버려야 다시는 이 땅에 그 같은 위선자가 활개 치지 않을 거라는 이유로 말이다. 아마 검찰도 그래서 기소했을 것이다. 절차나 과정의 정당성 따위는 아무도 관심이 없을 테니까. 그게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작동 방식이었으니까. 힘으로 찍어눌러 현실 세계에서 이기면 되는 거니까.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송곳니를 드러내며 닥치는 대로 물어뜯고 할퀴어도, 궁극적으로 최종 승자는 모든 것이 정당화되니까.
5. 첫인상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사건 초기에 형성된 첫인상 때문에, 사람들은 여전히 조국의 거취에만 주목하고 ‘조국 사태’로 부른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이 사태의 본질이 이제 최소한 ‘검찰의 난,’ 더 나아가 ‘검찰 쿠데타’로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조국이 더 이상 이 사태의 본질에 없다고 하는 이유다.
특수 1,2,3,4부 전체를 투입하는 것도 모자라 강력부와 형사부, 그리고 지방 검찰까지 동원하여 70여 곳을 압수수색하며 한 인간과 가족의 인생 전체를 탈탈 털고 있다. 정당하게 털고 있다고? 아니, 황우석이 원천기술 주장하듯 털고 있을 뿐이다. 이게 정말 대한민국 사상 최대 규모의 사건인가, 아니면 대통령의 인사권을 무력화하는 사상 초유의 검찰 쿠데타인가.
죄인은 죄값을 치러야 할 뿐 다른 건 아무 관심도 없다고? 다른 문제는 나중에 생각하면 된다고? 그래서 검찰을 지지한다고? 다시 묻는다. 9월 6일의 시점에 그 죄인은 무엇을 근거로 기소되었나? 그 당시 발견된 ‘확실한 물적 증거’는 무엇인가. 설령 조국과 그의 가족이 정말 죄가 있는 것으로 나중에 드러나더라도, 9월 6일 검찰의 행동을 당신은 정당화할 수 있는가. 아주 사소한 실수, 절차적 흠결, 거악을 잡기 위한 전술의 하나일 뿐이라고? 아니다. 그 기소는 검찰 수뇌부가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매우 신중하게 내린 결정이다. 그들은 검찰의 명운을 걸고, ‘그들이 주장하는 국가의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거사를 결행한 것이다. 40년 전 그 누군가가 ‘정의 사회 구현’을 외쳤듯이.
6. 조국을 사상 최악의 위선자, 거짓말쟁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지금 조국과 그의 가족이 겪는 온갖 고초가 사필귀정이자 정의의 실현이라며 검찰의 결연한 법 집행에 박수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그가 이 현실 세계에서 만인이 보는 앞에서 짓이겨지고 재기 불능의 상태로 추락하는 것을 반드시 두 눈으로 지켜봐야만 하겠다면, 그렇게 하시라. 나는 그 가치관과 윤리적, 정치적, 법적 판단을 존중한다. 그러나, 그와 함께, 민주공화국의 시민으로서 검찰의 난을 진압하는 데에도 힘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조국이라는 한 인간의 평가에 대해서만 의견이 갈릴 뿐, 검찰의 행태에는 똑같이 분노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묻는다. 조국 딸의 제1저자 논문에 분노하고, 장학금과 표창장에 치를 떨고, 사모펀드에 경악했던 사람들에게 묻는다. 검찰의 난은 어찌할 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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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열심히 퍼나른다. 일단 조국 자르고 다른사람으로 검찰개혁하면될걸 무리해서 쉴드치느라 고생들 많네요.
그냥 조국이 그냥 나가리 되면 되는게임일뿐
꼴성폭망// 그게 너무 티나 ㅋ
진리탐구의 이공계 교수가 어떻게...
나는간다/ 너는 가라. 나도 열심히 갈테니..^^
명문입니다. 아직도 검찰이 구악을 실행하는지 모르는 멍청이들이 많아요
마린_제이// 자리에 합당하지도, 그리고 도덕적이지도ㅈ않은 사람이 욕심을 내니 그 댓가를 치루는거죠^^ 그걸 이룬 행운은 문재인이면 족합니다
와 물리학과 교수가 기자보다 필력이 더 좋으시네요... 기레기들 뭐 먹고 살라고
추천 꾸욱
[리플수정]나는간다// 대략 한달 전 가입인데 익숙한 목소리.. 지켜볼게요.
추천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살트/요즘 널린 기레기들 글쓰기는 필력이랄 것도 없이 수준 이하입니다.
외려 불페너가 훨~~씬 나은 글쓰기 소유자가 많을걸요?
베끼기는 개나 소나 다 할 것이고,
발품 팔아 취재하는 능력도 미달이고....
좋은글입니다
좌담은 가시겠네요, 근데 조국은 감방을 가겠네요ㅎ..
왜 이런 기사 쓰는 기자는 단 한명도 없는걸까요.
맞는 말 했네요.
분노구별이 안되나보네
한심한 글인데요
표현이 거칠긴 한데 메세지에는 공감이 되네요.
조국에 대한 개인적인 판단으로 그의 응징을 원하는 것은 나무라지 않겠지만
동시에 그렇게 정의를 원하시는 분들이 검찰의 편법/불공정 수사를 당연시하면 안되는 거라고..
조국 사태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모두가 두눈으로 확인한 확실한 팩트 한가지는 '검찰 개혁은 필요하다.'라는 명제이고, '조국의 응징'을 위해 그러한 수사방식을 통쾌해하시는 분들은 정말 정의 실현을 원하는 것인지 스스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검찰 개혁의 적임자가 조국은 아니었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