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체제로부터 30년이 지났지만, 항상 진보는 작게 이기고 크게 졌습니다.
6:4, 속칭 '기울어진 운동장'이 작용했지요.
노무현 탄핵 사태 이후 열린우리당의 과반수 의석으로 좀 바뀌나 했지만, 협상/강경을 왔다갔다하면서 계파 싸움으로 결국 대연정 제안까지 하게 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공공연하게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는 말이 나돌았고요.
반면 보수는 당정청이 하나되어 이익을 따박따박 챙기면서 밀어붙입니다. 한반도 대운하/4대강을 진짜 할 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고, 아무도 설명할 수 없는 창조경제, 필리버스터까지 가게 했던 사이버 테러법 직권상정 등등에서 보면요.
하지만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탄핵 찬성 80%, 민주당 후보 지지율 60%에 육박하는 호재가 왔고, 다음 대통령을 이를 오롯이 담아내어 '기울어진 운동장'을 '수평이 된 운동장'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인구구조상 보수가 질 수가 없습니다.
안희정 지사(이하 안 지사)에 대한 저의 생각을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믿을 수 없다'입니다.
차기 대통령은 원칙을 가지고 적폐청산을 밀어붙일 수도 있고, 협치와 연정을 통해 확실한 실리를 챙길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느 쪽이든 지방선거/총선에서 심판받겠지요. 안 지사의 워딩을 보면 후자에 가까워 보입니다.
그러나 안 지사에게는 소통이 없습니다. 안 지사 본인은 협치와 대화, 설득을 이야기하고, 본인이 도정에서도 그리 해 왔다고 합니다. 민주주의를 여러 방송이나 토론에서 내새우면서 본인의 강점으로 밀고 있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오해든 혹은 다른 생각이든 간에 '실망한 집토끼'들을 설득하고 대화해야 합니다. 그것이 없거나, 혹은 없다고 느껴집니다.
대연정 발언에 실망한 사람들에게는 확실한 원칙과, 본인 뜻대로 안 되었을 경우에 대한 대안을 구체적으로 잉기 해 줘야 용인할 수 있는지 없는지 판가름합니다.
청산이 다 되었다는 발언에 실망한 사람들에게는 본인이 대통령에 올라서 어떻게 개혁을 하고 어떻게 이 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다룰 건지 명백하게 이야기 해야 합니다.
촛불과 태극기를 극단으로 치부하는 측근 발언에도 확실하게 해명을 하든 추가 설명을 하든 해야 합니다.
이명박근혜의 행동 안에서 선의를 보았다면(가정했다면) 그렇게 보지 않는 사람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확실하게 처벌을 약속해야 합니다.
이러한 발언 하나하나를 확실하게 이해시키고 나아가지 못한다면, 결국 역선택 프레임, 우파 프레임에 갖히고, 민주당 내 분열을 야기할 것입니다. 전여옥 씨가 SBS 국민면접에서 말한 것처럼, 왜 오해할 발언을 하냐, 그리고 그게 진짜인가 하는 의문은 지금 한계까지 쌓여 있습니다.
'내 말을 오해한 거다(혹은 내 말을 이해 못 하시냐)', '내가 대통령 되면 할 거다'는 원칙적인 발언은 이미 박근혜가 2012년에 써먹었습니다. 그리고 국민들을 실망시켰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정치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었고, 과거의 따라가는 리더십이 아닌 요구하는 것을 실행하는 리더십을 원합니다.
그리고 문빠의 과도한 견제/때리기다라고 하는 말이 있는데, 민주당 지지자라고 무조건 쉴드 쳐 주는 건 맹목적인 추종입니다. 검증할 건 검증하고 따질 건 따지고 요구할 건 요구하는 게 더 나은 정치참여의 모습이라고 봅니다. 이 정도 검증과 공격을 못 버틸 거면, 본선의 무차별적인 공격에서는 반기문마냥 견디지 못합니다.
저는 차악론으로 지금까지 투표해 왔고, 그나마 결격사유가 가장 덜하기에 문재인을 지지합니다. 하지만 담배값 인하 등의 정책은 반대하고, 안철수나 유승민의 정책은 상당 부분 공감합니다. 이런 애매한 야권지지자이지만, 안희정의 현재 발언들과 입장은 제 허용한계선을 넘나들고 있습니다. 대연정/청산/선의 발언들은 야권의 실망을 넘어서 여권에게 이용될 소지도 아주 큽니다.
다음 대통령은 진짜로 엄청난 사태가 일어나지 않는 한 야권에서 나올 것이고, 그 대통령은 지금 천우신조의 기회은 탄핵 찬성 80%와 야권 대선후보 지지율 60%, 당 지지율 40%대를 오롯이 품어서 정치지형을 바꿔야 합니다. 그래야 제2의 이명박근혜를 막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안 지사는 이 천우신조의 기회로 모인 '집토끼'들을 실망하게 하고, 불안하게 합니다. 저는 그래서 안 지사를 지지하기 어렵습니다.
경선 토론에서 이재명과 극명하게 나뉘면서 두들겨 맞을겁니다. 안희정은 이번에 승부봐야되요.
치즈테비// 투트랙 전략에 대한 지적이 계속 나오고, 이재명 시장이 이를 이미 비판한 바 있죠. 토론에서 이 부분 안 나올리가요.
지금 소신을 차라리 더 민주 지지자들과 소통하면서 먼저 설득했어야 하는데..참...
AlixS// 지금까지 발언을 보면 본인은 충분하다, 억울하다고 느끼는 거 같아서 문제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해명이나 설명이 전혀 충분하지 않습니다.
안희정은 돌이킬수가 없는 선택을 했습니다. 이걸 바꾸면 진짜 아웃되는거죠. 이재명,안희정이 자신이 경선에서 떨어질수도 있다란 생각, 당연히 하고 있을것이고, 이제 이재명은 문재인 이후에 그 지지층을 자신이 먹는 상황으로 돌려놔야할 필요성도 강하게 느낄겁니다. 이번에 되면 좋고 아니라면 그 지지층은 내가 먹는다. 경선토론 진짜 볼만할 겁니다. 진짜 문재인 중간에서 눈만 껌뻑껌뻑일 수도 있음.
치즈테비// '그러케들 사우지 마세요' 할지도요 ㅎㅎ
항상 진보는 작게 이기고 크게 졌습니다.
이말이 가장 공감이 되네요. 기울어진 운동장 탓이겠죠.
문재인 안희정 이재명 모두 장단점이 있지만,
이번에는 PK에서 가장 크게 이길수 있는 문재인을 뽑습니다.
카카오한미// 이인제 효과, 노무현-정몽준의 극적 단일화 및 파토
둘 다 안정적인 승기를 잡았으면 아직까지 회자될 일이 없죠.
이번 정권이 진짜 잘해야 다음 5년, 개헌 후 펼쳐질 제7공화국(아마 개헌이 어떤 식으로든 될 거 같으니)이 잘 나갈 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