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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 조선왕실 공주님들의 아름다운 한글 글씨.jpg

 

효명세자는 부모님을 향한 효성뿐만 아니라 형제애도 남달랐습니다. 


세자에겐 누이동생만 셋이 있었어요. 


첫째가 명온공주이고, 둘째가 복온공주, 셋째가 덕온공주였습니다. 


효명세자는 자신의 글에서 누이들의 성격을 다음과 같이 자세히 밝히고 있습니다.

 

 

“명온이는 성품이 영명하고, 기골이 청수하며 시문에도 능통하다.”

 

“복온이는 품성이 번화하고, 기골이 풍영하여 수중의 연꽃 같다.”

 

“덕온이는 성격이 총혜하고, 기골이 청명한데 하루종일 말없이 조용히 앉아있다.”

 

-익종대왕 간찰첩 삼매연림 中

 

 

명온공주는 똑똑하면서도 미모가 출중했던 모양입니다. 


청수(淸秀)라는 단어는 빼어난 미인에게 쓰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복온은 체격이 통통했나 봅니다. 


풍영(豐盈)이라는 의미가 ‘풍만하고 기름지다’라는 뜻이기 때문이죠. 


덕온이는 총명하고 슬기롭지만, 막내여서 그런지 말 없는 조용한 성격이었던 거 같습니다. 


오늘날에도 형제가 많은 집의 막내들은 형들에게 치어 말수가 적은 경우가 많은데요. 


왕실도 이와 다르지 않았나 봅니다. 참 재미있습니다. 


효명은 누이들을 관찰하다가 그녀들이 사탕처럼 줄줄이 앉아있는 모양새를 보고 


마치 나무들이 연이어져 있는 숲과 같다며, 연림(連林)이라는 말을 붙었습니다. 


그래서, 누이들을 삼매연림(三妹連林, 세 명의 여동생들이 숲처럼 연달아 있다.)이라 표현했던 것입니다.


그럼 공주들의 글씨를 한번 감상해볼까요? 





일건천, 이태택, 삼리화, 사진뢰, 오손풍, 육감수, 칠간산, 팔곤지


주역 팔괘의 상과 괘에 대한 내용입니다. 


덕온공주가 사서삼경 중 하나인 주역을 공부하고 


한글로 필사하면서 만든 책입니다.


덕온 공주의 공부가 뛰어났음을 알 수 있어요...


공주의 후손인 윤백영이 


덕온공주의 친필이라며 배관기를 남겼습니다. 


국어학자 이종덕 박사님의 견해를 빌리자면,


적어도 10년 이상 글씨를 수련한 실력이라고 합니다. 





복온공주가 12살 때 쓴 한글 글씨입니다.


복온공주는 순조 임금의 둘째딸입니다. 


아버지 순조 임금은 옥화당에서 어린 딸과 노닐다가


딸이 쓴 한글 시문을 읽고서  '차상'이라는 성적과 함께


백면지(종이) 2권, 붓 5개(지), 먹 3개(정)를 상으로 주었습니다.


딸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알 수 있어요!




물고기가 물에 뜬 연꽃을 희롱하네.(어희부용수)


-복온공주 지음 



봄날에 따사로운 바람 천천히 불어 (춘일화풍지)


낙유원에서 빼어난 잔치 열었구나 (승연낙유원)


물고기가 부용꽃 핀 물속에서 희롱하니 (어희부거수)


못가의 누각에 연꽃 향기 멀리 풍기노라 (지각향원문)


(해석: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




[사진] 덕온공주가 사용하던 도장. 


문화재청이 미국에서 2억원을 주고, 국내로 환수한 조선왕실의 보물이다. 







[사진] 조선황실의 귀중품을 담은 상자들. 상자 하나하나가 예술품임을 알 수 있다. 







[사진] 영친왕비의 머리꽂이로 아직까지도 아롱지고 영롱하다. 









[사진] 영친왕비의 산호 노리개. 






[사진] 영친왕비의 산호 노리개. 노리개뿐만 아니라 포장하는 보자기와 상자가 예술이다. 







[보너스 사진]  효종 임금의 딸이던 숙명공주의 한글 글씨 




댓글
  • 아주그냥 2019/09/16 17:29

    오홋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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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거중년 2019/09/16 17:29

    근혜공주님도 글씨체만큼은 엄청나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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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gonemets 2019/09/16 17:31

    글씨 정갈한거 보소.역시 왕족의 기품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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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andG 2019/09/16 17:31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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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elecafe 2019/09/16 17:41

    이방자여사가 고이 간직했다가 기증하지 않았다면 없어졌을 것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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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수찬 2019/09/16 17:51

    아주그냥//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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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살싫어 2019/09/16 17:52

    글씨 잘쓰는 사람들 캐부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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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수찬 2019/09/16 17:52

    독거중년//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예술이라는 게 돈과 시간과의 싸움이라서요. 돈많고 시간많은 분들이 고상하게 행위하는 것이 예술인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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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수찬 2019/09/16 17:53

    ggonemets// 넵! 서양이나 동양이나 왕가 후손들이 예술을 잘 한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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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수찬 2019/09/16 17:53

    HandG//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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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수찬 2019/09/16 17:53

    telecafe// 넵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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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완사카 2019/09/16 19:07

    추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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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른바람07 2019/09/16 19:25

    글씨가 다들 ㅎㄷㄷ 하군요.,...
    참 애석하게 조상님들의 저런 공예품에서 볼 수 있는 미적감각은 어디로 갔는지.. 물론 6.25라는 희대의 파괴활동이
    우리의 문화를 싸그리 박살 내긴 했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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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녕요정 2019/09/16 19:31

    와~~~세명의 공주들의 성품과 외모 설명까지...
    공주님들의 글씨체는 생각도 못했던건데...이런거까지 있을줄이야
    이런 주제 진짜 넘 좋네요
    가장 이쁠거라 추정되는 명온 공주 글씨체가 없어 아쉽네요..ㅎㅎ
    글씨체들 귀엽고 정말 장난 아니네요...
    귀중품 담은 상자들은 진짜 탐날정도네요...
    이런 좋은 글 추천드리고 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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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라니쌈촌 2019/09/16 21:42

    똑똑한 4남매가 모두 앞서가는 바람에 순조가 마음병을 얻고 말았죠.
    실록 읽으면서 참 마음 아픈 부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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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대리 2019/09/17 00:11

    숙명공주 이응을 음청 예쁘게 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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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리기뛰기 2019/09/17 00:34

    훈민정음 해례본하고는 확실히 가독성이 다른 것 같아요. 훨씬 현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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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일양월군산 2019/09/17 01:15

    역시 공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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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ce-coffee 2019/09/17 01:32

    어려서 서예를 배웠었는데 저렇게 글 간격을 정연하게 맞춰나가면서 흔들림없이 쓰는게 참 어렵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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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도숙희 2019/09/17 01:53

    안녕대군, 선조 외 몇분만 명필로 알고있었는데 놀랍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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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수찬 2019/09/17 02:15

    비완사카// 넵...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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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수찬 2019/09/17 02:16

    푸른바람07// 전통문화와 단절되었다가 요새 한류바람이 불고 있어서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과 재해석이 일어나고 있는 거 같아요! 나름 궁중예술품들이 복원되고 있는 거 같습니다!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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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수찬 2019/09/17 02:16

    안녕요정// 감사합니다! 힘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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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수찬 2019/09/17 02:17

    고라니쌈촌//실록까지 찾아보시다니 역사에 박식하신거 같아요! 말씀대로 입니다... 효명세자 이후 조선왕조는 망국의 길로 치닫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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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수찬 2019/09/17 02:18

    [리플수정]이대리// 이옥의 이언이라는 글에 비슷한 대목이 있습니다. 며느리가 한글을 쓰는데 이응을 이쁘게 쓰니깐 시부모님이 며느리보고 女子대제학이라고 칭찬하는 대목이요...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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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수찬 2019/09/17 02:19

    [리플수정]달리기뛰기// 아무래도 15세기 중세국어보다는 18-19세기 근대국어가 현대국어와 비슷한 거 같아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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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수찬 2019/09/17 02:19

    영일양월군산//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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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수찬 2019/09/17 02:20

    ice-coffee// 덕온공주 글씨는 10년이상 글씨를 수련한 서예가의 글씨라고 해요...한글을 전공하신 국어국문학 박사님께서 그렇시더라고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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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수찬 2019/09/17 02:20

    사도숙희// 넵! 올해 처음으로 공개된 공주님들의 유물입니다. 저도 이번에 알았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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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어스화이팅 2019/09/17 02:34

    와 글씨보소...
    프린트 했다고 해도 믿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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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리기뛰기 2019/09/17 05:33

    [리플수정]장수찬// 저는 지나치게 과거를 미화하거나 모든 걸 일제의 만행으로 돌리는 태도는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어찌되었건 한국 공예 예술의 정수는 왕실과 관련되어 발전해 왔을 텐데, 왕실이 한번에 해체되면서 많은 공예의 맥이 끊어진 건 사실인 것 같아요. 18-19세기 한국 공예품 보면 깜짝 놀랄 때가 많습니다. 공예 수준도 그렇고 쓰였던 물건의 종류도요. 이게 내가 알던 그 우울한 시기에 만들어진 작품들이 맞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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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리기뛰기 2019/09/17 05:36

    장수찬// 얼마전에 의례도감 관련 글을 읽다가 우연히 왕실 행사에 쓰였던 조화 만드는 공예에 대한 내용들을 읽게 되었는데 상당히 놀라웠습니다. 일제가 의도적으로 한국 공예를 말살자고 한 것이 아니라고 해도, 왕실이 해체되면서 더이상 그런 공예를 하던 사람들이 설 자리가 없어진 건 사실이겠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현대적 공예/디자인으로 이어졌을 확률이 높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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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킨무마니 2019/09/17 06:13

    ㅎㅎ 잘봤습니다. 맨날 피곤한 정치이야기만 보다가 이런글 올라오니 넘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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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Trump 2019/09/17 08:11

    원래 어떤 왕조든 말기에 다다르면 이런 문화
    예술품들이 화려하고 정교해집니다. 북송이나
    명나라, 서로마 말기가 대표적인 예죠. 귀족들의
    사치와 장인들의 난숙함이 극에 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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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M야옹이 2019/09/17 08:21

    외국 왕실 유물 - 와 멋지나 정교하다 아름답다 예술의 극치네~
    우리나라(특히조선) 왕실 유물 - 야 백성들은 굶어죽어가는데 그런거나 만들고 앉아있다니 망해라 조선 아 망했지. 그러니까 망했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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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그지배자 2019/09/17 08:34

    조선시대 공주얘기는 별로 못봤는데 흥미롭네요. 자주 올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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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히파티아 2019/09/17 08:41

    와.. 왕 글씨로는 개인적으로 선조 필체를 최고로 생각하는데 공주님들 필체도 장난아니게 이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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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ack5707 2019/09/17 10:45

    글씨 인쇄한 거라고 해도 믿겄네요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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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NE*CHU 2019/09/17 11:26

    이런 게 진짜 보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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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ajra 2019/09/17 11:26

    잘봤습니다 작가님 ㅎㅎㅎ
    왕자 공주들도 글씨체 같은거 다 교육을 받겠죠? 진짜 인쇄한거 같이 잘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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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363 2019/09/17 13:28

    와...줄을 어떻게 저렇게 까지 맞추지..대단하네요. 손으로 쓴거라곤 믿기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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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겸직현황 2019/09/17 15:11

    숙명공주님 ㅇ은 거의 찍어낸 수준으로 동그랗네요.
    거 환생하시면 수학선생님 하시면 잘 하시겠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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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미리 2019/09/17 15:28

    펜으로 써도 저렇게 쓰기 힘들텐데...
    붓으로 썼다니 보통 내공이 아닙니다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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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렉기네스 2019/09/17 15:35

    이응 은 예술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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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심패스트 2019/09/17 15:42

    왕실 말고 일반 반상가의
    한글 서체도 보고싶네요
    상당히 남아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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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린블루 2019/09/17 15:48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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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페 2019/09/17 15:50

    엄청 잘쓰네요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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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윤구 2019/09/17 16:07

    잘쓴 글씨를 보면 한글이 모양 자체로 참 예쁨. + 현대국어의 띄어쓰기는 신의 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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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훈짱! 2019/09/17 17:03

    장수찬님 글은 항상
    선추천하고 감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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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남주 2019/09/17 17:11

    세로로 쓰는것도 가로보다 더 이쁜거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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