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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금(약혐/강스압) 수사자들의 전쟁: 캄바쿠 공방전.jpg/txt

안녕하세요.


민족의 대명절 추석을 맞이하여 간만에 사자 글 하나 올립니다.


배경은 크루거국립공원의 캄바쿠 리버라는 곳입니다.


어느 날, 원래 살던 곳에서 쫓겨난 늙은 수사자 두 마리가 

젊은 수사자 두 마리가 다스리는 캄바쿠 지역으로 침입해 왔습니다.




수사자 세 마리가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두 마리 밝은 색 갈기의 젊은 수사자들은 이 지역을 지배하는 형제들이다.

다른 한 마리 짙은 색 갈기의 수사자는 형제와 함께 며칠 전 이곳에 침입했다.

무슨 이유에선지 그는 잠시 형제와 떨어졌다.

젊은 지배자들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그를 공격해왔다.




한동안 밑에 깔려 고전하던 늙은 침입자가 문득 몸을 일으켜 격렬히 반격한다.




그러나 젊은 지배자들은 당황하지 않고 전투의 주도권을 유지한다.




한 마리가 적의 뒷덜미를 물고 늘어지는 동안, 나머지 한 마리가 잠시 숨을 돌린다.

지치고 다친 늙은 수사자는 마치 죽은 듯 꼼짝 못하고 엎드려 있을 뿐이다.




그러나 젊은 수사자들은 그를 놓아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짧은 휴식을 마친 지배자가 침착하게 그의 등 뒤로 돌아간다.




등 뒤의 적이 늙은 수사자의 오른쪽 골반을 물어뜯기 시작한다.




그 통증 때문인지 죽은 듯 누워 있던 늙은 침입자가 갑자기 몸을 회전시키며 반격을 시도한다.




골반을 공격하던 적은 곧 떨어져 나갔지만, 뒷덜미를 물고 있는 적은 좀처럼 놓아주지 않는다.




이윽고 뒷덜미를 물고 있던 적도 떨어져 나가면서, 지배자 형제는 양쪽으로 갈라졌다.




늙은 침입자는 곧바로 (그의 시선에서) 좌측의 적을 공격하려 한다.

여전히 불리한 싸움이지만, 공격만이 그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언젠가 어딘가의 지배자였을 늙은 수사자는 그것을 알 만한 지혜도 실행할 용기도 갖추고 있다.

비록 이제 방랑자 처지로 떨어졌지만, 제왕의 품격은 아직 남아 있다.




그러나 공격은 그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

이미 왼쪽 뒷다리를 심하게 다친 그의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것이다.




눈앞의 적을 향해 똑바로 달려들고 싶지만, 마치 게걸음을 치듯 그의 몸은 휘청휘청 왼쪽으로 쏠린다.




이에 당황한 그는 공격을 중지하고 멈춰 선다.

한바탕 뒹군 탓에 검은 흙이 잔뜩 묻은 그의 몸이 마치 적의 그림자처럼 보인다.




어쩌면 그는 정말로 젊은 적의 그림자가 맞을지도 모른다.

적의 현재는 그의 과거이고, 그의 현재는 적의 미래니까.




지치고 다친 늙은 도전자는 그저 거친 숨만 몰아쉴 뿐이다.

하지만 젊은 챔피언들도 그의 투혼에 놀란 나머지 슬금슬금 그를 피한다.




젊은 지배자들은 적을 지척에 둔 채 호흡을 고르며 시선을 교환한다.

늙은 도전자는 괴로움을 못이겨 고개를 떨군다.




그는 마침내 털썩 주저앉고 만다.

하체의 부상이 워낙 심한 탓인지 똑바로 앉기조차 힘든 듯하다.




어느덧 젊은 지배자 한 마리도 그의 곁에 앉아 제대로 쉬기 시작한다.




잠시 후, 약간 떨어져 있던 나머지 지배자도 가까이 다가와 숨을 고른다.




세 마리의 수사자들은 이렇게 한 공간에서 나란히 휴식을 취한다.

이 장면만 본 사람들은 셋이 모두 형제인 줄 착각할 만큼 평화로운 광경이다.




한 순간, 세 수사자가 문득 한쪽을 향해 급히 고개를 돌린다.

어딘가에서 또 다른 수사자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낯선 수사자의 포효를 들은 지배자 형제가 재빨리 몸을 돌려 자리를 피한다.




그들은 부상당한 적을 남겨두고 순식간에 사라졌다.

얼핏 겁쟁이처럼 보이지만, 실은 대단히 전략적인 행동이다.

적의 정확한 실체를 파악하기 전까지 전투는 금물이다.




그들은 마치 패하기라도 한 듯 서둘러 걸음을 옮긴다.

찰나의 만용으로 목숨을 잃을 수 있음을 아는 그들은 체면을 돌보지 않는다.




홀로 남아 지배자들이 사라져간 쪽을 처연히 바라보는 늙은 부상자.




이윽고 그의 곁으로 포효의 주인공이 다가온다.

잠시 곁을 비웠던 그의 오랜 동지다.




두 번째 늙은 침입자는 성큼성큼 다가오며 동료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동료의 상태를 살피는 것이다.




만신창이가 된 동료의 모습을 확인한 그는 고개를 돌리고 만다.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동료에게 일어난 일을 믿지 못하겠다는 눈치다.




그는 당황한 기색으로 적들이 사라져간 쪽을 바라본다.




그의 당황스러움은 서서히 격렬한 분노로 바뀌어간다.

어느 놈들이 감히 나의 형제를 건드렸는가!




마침내 그는 젊은 적들이 떠나간 쪽으로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긴다.




중상을 입은 늙은 수사자는 사라져가는 형제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다.




두 번째 침입자는 분노의 함성을 연신 토하며 위풍당당하게 발걸음을 옮긴다.




마치 그 혼자서도 적들을 얼마든지 물리칠 수 있을 법한 모습이다.




그러나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그가 홀로 되돌아오는 모습이 보인다.




그런데 그의 모습은 아까와 다르다.

다소 초조해 보인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잠시 후, 또 다른 수사자 한 마리가 같은 길을 통과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는 젊은 지배자 형제 중 한 마리다.

그는 방금 지나간 두 번째 침입자를 뒤쫓고 있다.

화면에는 잡히지 않았지만 그의 뒤에는 형제가 부지런히 따르고 있다.




이윽고 젊은 지배자가 전속력으로 달리며 맹렬한 추격전을 전개한다.




늙은 부상자는 추격자들이 다가오는 것을 발견하고 신경을 곤두세운다.

그의 동료는 방금 전 그의 곁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는 무거운 몸을 억지로 일으키며 혹시 모를 전투에 대비한다.

비록 늙었지만 그는 진정한 용사다.




그러나 중상을 입은 그는 젊은 추격자들의 안중에도 없다.

젊은 지배자들은 그를 무시하고 도망친 침입자를 급히 쫓을 뿐이다.




젊은 추격자들이 서서히 속도를 늦춘다.

도망친 늙은 침입자를 결국 찾아낸 것이다.




이윽고 잡목이 우거진 야산의 중턱에서 세 수사자가 마주쳤다.




동료의 복수를 원했던 두 번째 침입자는 적들의 역량이 뛰어남을 알고 도망친 것이다.




그러나 그가 그토록 피하려 했던 전투가 이제 막 시작되려 한다.




그는 짐짓 으르렁거리며 허장성세를 보이지만 지배자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윽고 지배자들이 협공을 펼치며 전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잡목들에 가려 화면에 잘 잡히지 않는다.




얼마 후, 두 번째 침입자는 짧은 싸움 끝에 허무하게 달아나버렸다.

더욱 의기양양해진 지배자들이 길을 되짚어 온다.




먼저 쓰러트렸던 첫 번째 침입자 앞에 멈춰선 지배자들은 의논이라도 하듯 마주본다.

첫 번째 침입자는 죽은 듯 엎드려 있지만 아직 살아 있다.




지배자들이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온다.




늙은 부상자는 그들 정면으로 몸을 돌리며 아직 의지가 완전히 꺾이지 않았음을 드러낸다.




곧이어 지배자 형제는 우렁찬 사자후를 토하기 시작한다.

늙은 침입자는 적이 토하는 승리의 함성을 들으며 굴욕을 겪고 있다.




그도 언젠가는 일국의 왕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형제는 달아나고 홀로 굴욕을 맛보고 있다.




이런 굴욕에 익숙지 않은 옛 왕은 용기를 낸다.

날카롭게 포효하며 당장이라도 싸울 듯한 태도를 보인다.




물론 이제 그는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다.

그러나 그 기세에 놀란 왼쪽의 지배자가 움찔 물러선다.

오른쪽 지배자는 물끄러미 그를 바라본다.




그 지배자는 슬며시 고개를 돌린 채 생각에 잠긴다.

굳이 이 늙고 다친 적과 싸우고픈 마음은 없는 듯하다.




그러나 외려 늙은 옛 왕이 그를 향해 덤비려 한다.




그러자 한 발 물러섰던 왼쪽 지배자가 그 빈틈을 노리고,

늙은 침입자는 즉시 방향을 틀어 왼쪽의 적에게 이빨을 드러낸다.




이번에는 오른쪽의 적이 그를 향해 다가온다.

그는 분주히 방향을 돌려가며 두 적에게 위협을 가한다.




그리하여 기어이 2:1 전투가 다시 시작되었다.




늙은 수사자는 몸이 불편함에도 펄쩍펄쩍 뛰며 싸운다.




젊은 지배자 형제도 그에 맞서 공격을 펼치지만 적극적이지는 않다.

그들은 머뭇거리며 결정타를 가하지 않는다.




그 짧은 공격으로 늙은 침입자는 남은 체력마저 탕진했다.

이윽고 그는 다시 주저않는다.




젊은 지배자들은 그를 외면한 채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 있다.

뭔가 의견을 나누는 것 같기도 하다.

지친 옛 왕은 그저 가만히 엎드려 있을 뿐이다.




이윽고 지배자들이 그를 양쪽에서 포위한다.

드디어 결정타를 가하려는 걸까?




늙은 침입자는 가만히 몸을 일으켜 마지막 전의를 불태운다.




그러나 지배자들은 그를 포위했을 뿐 여전히 최후의 일격을 주저한다.




이윽고 오른쪽의 지배자가 털썩 엎드린다.

그들은 이 늙은 수사자의 숨통마저 끊고 싶지는 않음이 분명하다.




늙은 침입자도 다시 가만히 엎드린다.




지배자들은 이제 고개마저 돌려 늙은 적을 외면한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간다.

몹시 평화로운 광경이다.




처음 본 사람들은 그들이 모두 형제인 줄 알 것이다.




영상은 여기서 끝납니다.



 

즐거운 추석연휴들 보내세요. 

 

댓글
  • Redsox50 2019/09/12 01:22

    마포고 행님도 메리 추석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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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릴린2000 2019/09/12 01:24

    해피 추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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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몰츠용수 2019/09/12 01:26

    Redsox50// 마릴린2000// 두 분도 굿추석 되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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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디없음 2019/09/12 02:00

    멋지네요 영화같은 이야기 ㅜ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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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mads 2019/09/12 09:34

    갈기가 검은색이라서 금방 구분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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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rsenal 2019/09/12 09:55

    이번에도 잘 읽었습니다! 사자글은 언제나 흥미진진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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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몰츠용수 2019/09/12 10:10

    아이디없음// 감사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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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몰츠용수 2019/09/12 10:11

    nomads// 네 밝은색 갈기 사자들은 꽤나 젊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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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몰츠용수 2019/09/12 10:12

    Arsenal// ㅎㅎㅎ 어서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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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약 2019/09/12 10:39

    추석선물 감사합니다. 즐거운 한가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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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몰츠용수 2019/09/12 12:28

    우리약// 네 ㅎㅎ 주지약 파이팅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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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긋방긋 2019/09/12 13:01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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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몰츠용수 2019/09/12 15:18

    방긋방긋// 감사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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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라스 2019/09/12 15:19

    하도 불팬이 혼돈 스러워서 .. 즐겨찻기 지울까도 했는대 ㅜ 사자 이야기가 똭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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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라스 2019/09/12 15:23

    사자들 간에도 명예가 있고 확실한 사자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있는게 느껴 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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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lythew 2019/09/12 15:32

    엇 이렇게 반가울수가.. ㅎㅎ
    지금 주번나라서 이따가 정독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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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수수수 2019/09/12 15:51

    대선배세 대한 리스펙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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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몰츠용수 2019/09/12 16:20

    사라스// 네 사자 사회도 꽤 복잡한 듯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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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몰츠용수 2019/09/12 16:20

    flythew// 어서오세용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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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몰츠용수 2019/09/12 16:21

    우수수수// 그런거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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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회중 2019/09/12 17:16

    요즘 불펜 보면서 피로감이 있었는데 불펜스러운 글 잘 보고갑니다. 메리추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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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몰츠용수 2019/09/12 17:45

    후회중// 네 ㅎㅎ 좋은 연휴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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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만칸 2019/09/12 19:59

    사자 이야기는 닥추죠 혹시 또 사자이야기 연재 계획중이신가요?? 제발 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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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룩킹삼진 2019/09/12 21:21

    점은 이런데 찍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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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지효 2019/09/12 23:50

    명절엔 사자 얘기죠!! 선추하고 읽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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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은글쎄 2019/09/13 00:04

    두 젊은 사자의
    늙은 사자에 대한
    예를 차리는게 멋져보이고
    늙은 사자는 끝까지 당당하네요
    이렇게 끝나서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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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G0 2019/09/13 08:23

    동영상보다 짤 버젼이 재밌어요!
    2번째 등장한 늙은 사자 거참 실속파네요. 배울점이 많네요 ㅎ
    즐거운 한가위 연휴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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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몰츠용수 2019/09/13 09:42

    감사합니다 모두들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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