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새벽에 생각이 나서 글을 씁니다.
저는 고등학생 때 처음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당시 40만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소니 A57과 번들렌즈를 샀습니다.
똑딱똑딱 조작하는 재미도 있고,,, 또 큰 카메라를 가지고 있으니 멋도 좀 나고 해서
이리저리 사진을 정말 많이 찍으러 다녔습니다.
그때는 1~20만원대의 17-50 f2.8이 선망의 대상이었지요.
그땐 그게 비싼줄 알았습니다.
겨우 용돈 10만원을 모아 이베이에서 시그마 18-50 f2.8 렌즈를 샀던 기억이 아직도 납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비딩하고, 비딩이 성공했을때 환호하고 했던 순간은 정말 두근거렸습니다.
물론 렌즈가 도착해보니, 핀이 나가있는 상태여서 AS는 받을 생각도 못하고 MF 실력만 주구장창 키운건 덤입니다.
워낙 오래된 렌즈라 수리는 무조건 일본에서만 된다고 하더라구요.
바디미세조정도 없어서 그냥 그대로 MF 실력을 키웠습니다.
2.8이라는 조리개값은 나의 꿈 그 자체였으니까요.
하지만 이 렌즈 하나로 정말 많은 추억들을 소중하게 간직할 수 있었습니다.
고맙게도, 몇몇 콘테스트에서는 상도 받아 보았습니다.
지난 겨울에는 덕분에 아버지와 단 둘이 제주도 여행도 다녀왔고요.
그렇게 제 1테라 외장하드가 가득 찰 무렵, 저는 풀프레임 카메라를 들였습니다.
중학생 때 부터 갖고싶었던 소니의 A7. 무려 2세대였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는, 제가 번 돈으로 장비질을 시작했습니다.
성인이 되고, 수십만원에 달하는 돈을 벌어서 한번에 덜컥 쓰고 한지가 지금 2년째네요.
그새 바디는 2대가 추가되었고,
렌즈는 여러대가 추가되었습니다.
요즘 구매하는 렌즈들은 모두가 예전 제 장비 전체 값보다 비쌉니다.
고등학생때는 꿈도 못꾸던 특수 렌즈가 들어가 있기도 하고
희안할 정도로 사진도 잘 나옵니다.
항상 했던 색수차 제거나 샤픈 먹이기는 더 이상 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조금 흐릿하게 바꾸기도 하지요.
그치만, 고등학생때의 그 느낌이 안납니다.
그때만큼 열정도 없는 것 같습니다.
라이트룸과 포토샵에는 매월 만천원씩 꼬박꼬박 내는데,
매일 켰던 라이트룸을 이제는 일주일에 한번만 켜네요.
아,,, 내일은 꼭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가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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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잡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이불을 차고 자겠네요.
사진들은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찍은 사진들입니다.
https://cohabe.com/sisa/1148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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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는 좋아졌을지언정 돈 버느라 찍을 시간이 없죠 ㅋ
요즘은 그래서 보통 작은 카메라를 하나 메고 다닙니다.
학교에서 친구들 찍어주는 용도와 간단한 스냅 같은거를 위해서요.
필카라 현상하고 인화하는 재미도 있고요.
근데 그냥 뭔가 더 창의적인 사진들이 안나오는 것 같아요 ㅠㅠ
와! 신박하다! 새롭다! 이런 게 없는?
참 잘 찍는다능;;
옛날 어린놈 시절 사진입니다 ㅋㅋ. 정말 많은 추억과 감동이 함축되어있네요. 그래서 더 아름다운가 봅니다
잃어버린 열정은 억지로 되찾을 수 없죠. 저도 한동안 사진에 손놓고 있다가 요즘 친구들과 놀러다니면서 재밌는 사진 찍어주는 재미로 다시 열정을 찾았네요. 그래봤자 라이트룸 일주일에 한번을 켜지 않네요 ㅋㅋ
한방에 라이카가시면 열정생깁니다...
음악에서 밴드들이나 보면 대부분 20대때 하얗게 불태우잖아요.
사진도 굳이 예술이라고 한다면 1~20대들 혹은 본인의 1~20대 때를 못따라 가는거 같아요.열정이나 다른 문제가 아닌~
그냥 자연스런 노화과정.
뭐 아주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사진보다 사진기에 집착하는게 당연한 사이트와 나 자신이 되어버렸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과거에 내 안에 넘치던 열정이 사라져 버린 것일 뿐이라는 것을 다시 일깨워주는 글입니다. ㅠㅠ
저도 내일은 새벽부터 40mm 펜렌즈 끼우고 나가봐야겠습니다.
젊을땐 열정을 불태우지만 나이들면 통장 잔고를 불태워서 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