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글에서 꿀에 대한 질문글을 읽고
(글쓴이의 질문과 관련은 없지만) 꿀에 대한 오해가 있는 것 같아서
댓글을 쓰다가 너무 길어져서 이곳에 올립니다.
링크된 글과 댓글 내용에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글도 있고 해서
꿀에 대해 제가 아는 만큼 쓰겠습니다.
참고로, 저희집에서는 토종꿀을 소규모로 (저희 가족과 주변인들과 나눠먹을 정도의 양만) 치고 있습니다.
1.
양봉가에서 이동 중에 설탕을 먹인다는 말은 사실이 아닙니다.
양봉가에서는 벌들의 겨울 양식용으로 설탕을 줍니다.
그리고 꽃이 아직 피지 않은 이른 봄에
꿀의 세력을 늘리기 위해서 설탕을 줍니다. (농협에서 설탕을 지원합니다)
양봉은 몸체도 크고 워낙 먹성이 좋아서 겨울 양식으로 설탕이 필요합니다.
아니면 모두 굶어 죽습니다.
설탕을 준 꿀은 따로 사양꿀이라는 제품으로 저렴하게 팔립니다.
요즘은 농협이 양봉꿀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사전검사를 하기 때문에
일정량 이상의 사양꿀이 섞이면 저품질로 판정 받아 제 값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사양꿀을 속이기 위해서 일부로 섞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사양꿀이 섞일까 염려된다면
5월 이전에 생산된 벌꿀만 피한다면 사양꿀이 섞인 꿀을 구입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2.
토종꿀이 더 비싼 이유.
양봉꿀은 수시로 꿀을 채취합니다.
밤꽃이나 아카시아꽃이 개화하는 시기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채취하기도 합니다.
반면에 토종꿀은 일년에 딱! 한 번(상강에 채취) 땁니다.
당연히 한 해 동안 숙성이 되어 꿀이 진합니다.
양봉벌과는 다른 토종벌의 식성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양봉벌은 주로 꽃에서만 꿀을 거두지만,
토종벌은 꽃 뿐만이 아니라 꿀과 집을 짓기 위해서
나무 진액, 야생 버섯, 나무 뿌리, 흙, 동물의 변.. 등 다양하게 거둬들입니다.
(그래서 토종꿀은 주변 환경이 중요합니다. 축사가 있다거나 주변이 지저분한 환경일 경우 양질의 꿀을 얻기가 어렵습니다.)
토종벌은 꽃 종류도 가리는 것 같습니다.
저희집에 원예종 꽃이 그렇게 많이 피어 있는데도
다른 벌들은 꼬여드는데 정작 우리집 토종벌은 없습니다.
우리집 토종벌은 벌집에서 나오면 바로 산 위로 올라가곤 합니다.
토종벌은 침이 짧다 보니 원예종 꽃처럼 크고 깊은 꽃에는 가지 않고
꽃이 작고 옆으로 벌어진 이름 모를 야생화 등을 좋아합니다.
3.
토종꿀이 비싼 두 번 째 이유.
양봉벌은 벌통을 계속해서 사용합니다.
벌통이 망가지기 전까지 써야 하기에 정기적으로 소독을 해 줍니다.
토종벌은 늦가을에 한 번 꿀을 채취한 후에는 벌통을 씻어서 삶아 줍니다.
낭충봉아부패병이 돌기 때문에 반드시 삶아서 햇볕에 말려서 봄 분봉에 대비해야 합니다.
토종벌은 몸체도 작고 야생성이 강해서 삶아주는 것 외에 약품 소독이나 여타 방법이 되지도 않을뿐더러
아직 토종벌을 위한 약품이 출시 되지도 않았습니다.
4.
토종꿀이 비싼 세 번 째 이유.
양봉벌은 집 짓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
양봉가에서 벌통에 기본으로 벌집 형태의 플라스틱 구조물을 장착해서 넣어줍니다.
토종벌은 자신들이 자연에서 채취한 재료로 밀랍을 만들어 복부에서 배출한 건축재료로 집을 짓습니다.
이 과정에서 더 다양한 성분들이 꿀에 섞이게 됩니다.
집 짓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쓰기 때문에 당연히 저장하는 꿀의 양도 양봉벌에 비해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소량입니다.
양봉가에서는 세력을 유지하기 위해 분봉을 인위적으로 막기 때문에
어린 벌의 먹이가 되는 화분이 그렇게 많이 필요로 하지 않기에
화분을 벌통 입구에서 별도로 채취해서 판매하기도 합니다.
토종꿀은 화분을 따로 채취하지 않습니다.
양봉벌을 위한 벌통과 유사한 개량벌통을 쓰기 전에는 분봉을 인위적으로 막을 수도 없습니다.
(토종벌의 생존기간은 45일 전후)
그러니 어린 벌을 위한 먹이로 화분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화분을 뺏을 수 없습니다.
당연히 여러 가지 유효 성분들이 꿀에 포함됩니다.
자신들이 만든 벌집에 함유된 프로폴리스 등 다양한 유효성분들이 꿀에 녹아듭니다.
5.
토종꿀이 비싼 네 번 째 이유.
토종벌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지리산, 오대산.. 등의 토종벌 명가들이 모두 폐업했습니다.
낭충봉아부패병 등 이유를 알 수 없는 질병으로 멸종 직전까지 내몰리고 있습니다.
가족이 먹을 정도로 소규모로 한다면 모를까 생계를 위해서는 토종벌을 칠 수는 없는 현실입니다.
토종벌을 위한 연구기관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아직까지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벌들이 이유를 모른 채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구상에서 벌들이 사라진다면 인류는 생존하기 어렵습니다.
벌들의 수정 작업이 없다면 지구의 숲은 사라지고 지구는 황폐해질 것입니다.
다른 나라의 벌들에 대한 연구는 물론,
우리의 토종벌에 대한 연구에도 모쪼록 좋은 결과가 나와서
우리의 토종벌이 멸종되지 않고 왕성해져서 생태계에서 위치를 당당하게 지키고 건강하게 살아남기를 기원합니다.
일 년에 딱! 한 번 상강에 토종꿀을 채취합니다.
양봉꿀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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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양식을 위해 4~5 칸 정도는 남겨 둡니다.
꿀을 엉성하게 저장한 벌통은 저희집은 벌의 건강한 겨울을 위해 6칸을 남기기도 합니다.
그러니 꿀 채취량이 적을 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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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와 부직포로 감싸준 채로 겨울을 무사히 보낸 벌통의 모습입니다.
분봉 나가기 전에 리허설 퍼포먼스를 하는 토종벌입니다.
분봉을 하려고 날아오르는 장면입니다.
근처 나무 둥치 아래에 붙었습니다.
비 맞지 않고 천적에게 당하지 않을 만한 장소를 골라 선택한 임시 정류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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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분봉 나간 벌들을 거둡니다.
이 과정이 난이도가 높습니다.
저희집에는 키 큰 소나무가 많다 보니 대개 소나무 꼭대기가 분봉 1차 집결지입니다.
분봉 나간 벌집은 보통 40만원에 거래됩니다.
벌통을 너무 많이 늘리면 저희 내외 발목도 잡히고 밀집하면 벌들의 질병이 발생할 수도 있어서
집에 두는 벌통은 5통을 넘기지 않기로 저하고 약속했습니다.
남편은 분봉 벌통을 잡아서 봄철에 보통 5~6 통 정도 팔고 있습니다.
벌통 거두는 작업이 너무 위험해서 그냥 보내버리자고 해도 남편은 저 위험한 일을 합니다.
이 점이 저는 정말 싫습니다.
시원한 곳에서 안정 시킨 후 해 지기 직전에 벌통에 자리잡아 줍니다.
다음 날 아침에 도거(마련해 준 집을 버리고 도망가 버림)를 하기도 합니다.
집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강한 야생성이 살아나서 일 수도 있습니다.
저희 뒷산에는 석청이나 목청 형태의 토종벌이 상당할 겁니다.
놓친 분봉이 꽤 되거든요.
시간 있으신 분들은 저희집 뒷산을 뒤져 보세요. ㅎㅎㅎ
https://cohabe.com/sisa/1122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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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궁금했었는데 감사합니다.
우리집은 마트에서 파는 동서벌꿀 같은 걸 보통 사먹는데요.
큰 산 주변에서 토종꿀이라고 파는 것들을 믿어도 되는건가요?
꿀을 고르는 팁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괜찮으시면 글쓴분의 판매정보를 쪽지로 부탁드리고요.
저희는 판매는 하지 않습니다.
저희 가족과 친지 이웃에게 나누는 정도만 치고 있습니다.
더 늘리면 질병이 발생할 수도 있고
여행도 못가고 저희 내외 발목 잡히거든요. ㅎㅎ
토종꿀은 대개 아는 경로를 통해서 판매되고 있습니다.
7~8년 전만 해도 농협이나 하나로 마트에서도 판매했습니다만
지금은 토종벌 명가가 모두 폐업했습니다.
진짜 토종꿀이냐? 참.. 어렵습니다.
아는 분들 통해서, 아니면 토종벌 키우는 동호회 카페에서 구입하시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설탕을 먹인 사양꿀 검사법은 검증이 된 것으로 압니다.
농협에서 매입할 때 한다고 합니다.
그럼 널어 놓고 팔 만큼 많지 않다고 봐야겠군요. 관광지나 큰 산 밑, 근처 휴게소에서 한번씩 혹하는 게 꿀이거든요...
시세는 어떤가요? 진짜 토종꿀은 1키로에 대략 어느정도인지 알아두면 분별력이 생길 것 같은데요.
큰 유리병 (2.4 Kg) 한 병에 최저 35만원~ 70만원 까지 있습니다.
보통은 35만원~40만원이 가장 많고
특수한 채밀원이 있을 경우에 그 이상의 가격을 붙이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두루 평화로우시길.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
백과사전에도 안 나올 구체적면서 자세한 내용들입니다 ~
1, 2번 사진, 꿀의 진한 느낌이 전해 올 정도로 사진 좋네요.
사진 예시들이 양봉 과정의 일면을 고스란히 보여줘서 글과 함께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
ㅎㅎㅎ
토종벌 관찰하면 정말 재미있습니다.
여왕벌이 군림하는 독재사회라고 보통 알고 계시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일벌들이 헤게모니를 쥐고 있지요. ㅎㅎㅎ
으악 조금더 설명 부탁드려요
엄청 흥미로워지려는데 글이 끊겨버리네요 ㅋㅋ
다음에 시간 내서
그 동안 관찰하고 공부한 토종벌의 생태에 관해 글을 올려 보겠습니다.
일벌들이 헤게모니를 쥐고 있다는 말의 의미를 간단하게 설명해 드리자면,
일벌이 여왕벌의 생사를 쥐고 있습니다.
여왕벌 재목이 될 만한 알을 골라서 로열제리를 계속해서 먹입니다.
(다른 알들은 3일 정도만 로열제리를 먹이지만
여왕벌 재목이 되는 알에는 계속 먹이면 여왕벌이 되는 겁니다.)
(여왕벌은 교미 비행을 할 때 평생 동안 필요한 정자를 서너 마리의 수벌에서 받습니다.)
여왕벌이 늙어서 제 구실을 못하게 되면,
물어 죽이거나 내쫓아 버리고
새 여왕을 옹위합니다. 무셥죠~? ㅎㅎㅎ
서너 마리의 여왕벌을 만들지만,
세력이 약해서 더 이상 분봉이 어렵다고 판단 되면
나머지 여왕벌 알들은 돌보지 않고 고사시킵니다.
여왕벌의 탄생과 죽음, 분봉.. 등
벌 사회의 모든 판단은 여왕벌이 아닌 일벌들이 결정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ㅜㅜ
감사합니다 너무 흥미롭네요
ㅎ ^^
좋은 글 고맙습니다.
ㅎ ^^
예전부터 궁금하던 게 있는데요
아카시아꿀이다 ㅇㅇ꽃꿀이다라고 하는 건
어떻게 그 기준이 나뉘는 걸 알 수가 있나요?
예를들어서 배나무꿀이라는 상품이 있으면, 그 꿀은 벌들이 배나무에서 채취해 모은 꿀이라는 걸 어찌 알 수가 있나요??
여기에 꿀을 모은 벌들이 어느 곳(배나무인지 아카시아인지)에서 모아가지고 온 꿀이라는 걸 어떤 방법으로 알 수가 있는지 모르겠더라고요 ㄷㄷㄷ
질문하고보니 질문글이 이상하네요 ㅠ
양봉은 토종벌과는 달리 까다로운 식성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근처에 채밀원이 있으면 멀리 가지 않고 바로 달려듭니다.
그런 이유로 밤꽃, 아카시아꽃이 피어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것입니다.
배나무는 저희도 키워 봤는데 약을 치지 않으면 어려운 수종이라..
그다지 권하고 싶지 않은 꿀 같습니다만..
아카시아꽃이 피는 시기에 꿀을 따면 아카시아꿀이라고
알고있습니다.
그래서 밤꽃과 아카시아꽃이 피는 시기에는
양봉가에서 트럭으로 벌통을 이동하지요.
많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신기하고 놀라움에 감탄만 할뿐입니다
시골집을 마련하고서
남편이 정년퇴직 후에 할 일을 만든다고
참나무 둥치를 잘라서 자연 재배 표고버섯도 키우고 토종꿀도 칩니다.
장뇌삼 씨앗도 엄청 뿌렸습니다.
토종꿀 팔아서 마누라 용돈 두둑히 준다고 해서
둘이서 공부도 많이 했는데.. ㅎㅎ
지금은 딱! 먹을 만큼만 주변에 나눌 만큼만 하고 있습니다.
좋은내용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 토종벌꿀이 예전에 양봉이 들어오기전 전통적으로 하던 '한봉'이라는 것과 같은건가요?
네, 맞습니다.
지금은 멸종 위기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리스크도 많고 돈이 되지 않아 생계가 아닌 소규모만 살아 있는 실정입니다.
오~ 전문가시네요!
저도 나중에 자연인(?)으로 살고픈 마음이 간절한데.... 꿀벌 키우는것도 열손가락에 꼽는 리스트입니다.
근데 마눌 반대가 심해서 현실로 이루어질지는 ㅜㅜ
나이 들면 바뀌기도 합니다.
저도 시골에 가서 사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는 걸요~
2~3 년 후에 양평 시골집에 제대로 된 집을 짓고 (현재는 10평 정도의 원룸 형태의 이동식 가옥입니다)
서울집을 정리하고 시골로 들어가 살까.. 생각 중입니다.
부인께 지금부터 잘해드리면서 마음을 움직여 보세요.
나이 들면 자연에서의 삶이 좋습니다. ^^
넵, 조언 감사합니다.^^
근데 여기 제주는 땅값이 너무 올라서 ㅜㅜ 여러가지 여건이 예전같지는 않네요.
그저 현재 집과 사무실이.... 제주시내에 소나무가 많은 나름 큰 공원있는 바로 옆이라 일단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ㅜㅜ
마눌님, 한마디.....
난 도시가 좋아! 더이상 토달지 말고,,, 혼자 산에 가든 바다에 가든 알아서 너 하고픈거 하면서 살아라!
현직이신분 글중에도 탑 글입니다.
벌 과 꿀 그리고 설탕에 대해서 이정도로 구체적으로
글을 읽어본건 처음이네요.
설탕을 왜 먹는지 토종꿀이 뭘로 집을 짓는지..등등.
이해하기 쉬워서 잘 읽었습니다.
도움이 되셨다니 제 마음도 뿌듯합니다. 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