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불산 등 처음 3개 핵심 품목의 수출규제를 할 때만 해도, 과거 일본이 중국의 희토류 공격에 바로 굴복했듯 이런 식의 한국의 굴복을 염두해두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30일 만에 3개 핵심 품목 중 수출이 허가될 것 같다는 보도가 나오는데, 일본도 출구를 찾기 쉽지 않아 보이네요.
일본의 수출규제 시작 이래 한국은 시민 주도로 불매운동 및 일본여행 자제를 시작했습니다. 일본이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삼성전자나 LG는 비축한 재료, 소재로 필요한 생산에 대응했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생산 차질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일본의 경우 시민들의 관광 자제 움직임이 지자체가 바로 피부로 느낄 정도로 나타났고, 한국에 진출한 의류, 자동차와 같은 일본 브랜드는 매출이 곤두박질쳤습니다.
삼성전자나 LG, SK하이닉스와 같은 초거대기업에 안정적으로 소재와 부품을 납품하던 일본 중소기업들은 수출 규제로 인해 한달간 장사를 공쳤습니다.
지금 와서 한국에 대한 조치를 접자니 일본만 한달동안 자해를 한 바보가 되는 상황이라 쉽게 접을 수도 없습니다.
게다가 한국이 이번 일을 통해 깨달은 것은 '일본은 믿을 존재가 못된다'는 것으로, 산업 전역에 걸쳐 일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입니다. 지금 당장 한국에 대한 모든 조치를 접고 석고대죄를 한다 하더라도 일본은 잃기만 하고, 또 앞으로도 잃을 일만 남았습니다.
일본은 패전 이후 한국에 다양하게 개입하며 영향력을 늘려왔습니다. 한국전쟁 특수로 패전 후의 엉망진창이었던 경제의 복구의 틀을 마련할 수 있었고, 청구권협정을 통해 한국 경제에 일본 자본을 깊숙하게 침투시켰습니다.
이후에도 일본 국비유학생이나 다양한 학술 지원 프로그램들을 통해 친일 인사들을 양성해왔고, 소재나 부품, 공작기계 등 필수적인 산업 영역에서는 독점적인 영향력을 유지해 왔습니다. 그들이 독점적인 영향력을 유지해온 비결은 물론 우수한 기술력도 있겠지만, 국내의 중소기업이 기술을 개발해 해당 영역에 진출하려고 할때마다 가격을 다운시키거나 하는 방법으로 국내 소재, 부품, 공작기계 산업의 싹을 말살해온 측면도 없지 않습니다.
일본은 이러한 뿌리깊은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에 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었고, 이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최근 급성장으로 일본을 위협하고 있는 한국을 통제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수출규제 건으로 명확하게 나타났듯, 한국은 일본에 통제되지 않습니다.
비록 여전히 친일파 토착왜구들이 날뛰고 있지만, 한국사회는 건전한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스스로 판단한 옳은 바'를 적극적으로 실천해 나가며 자정하는 힘이 있습니다.
일본은 이번이 한국에 대한 통제력을 미칠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은데, 이런 시도가 불발로 그침에 따라 향후 일본의 한국에 대한 통제력이나 영향력은 급속히 약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의 판단 미스 중의 하나가 글로벌 초거대 기업 삼성전자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었다는 것 같습니다.
삼성전자는 극단적인 리스크 회피 성향을 보이는 동시에 이익 지향적인 기업입니다. 이 두 개를 절충하기가 쉽지 않음에도 삼성은 그렇게 해왔습니다. 검증된 업체가 아니면 부품이나 소재를 공급하기도 어렵고, 지금 당장 돈이 되더라도 전망이 어두운 사업분야는 과감히 잘라내 버립니다. 결과적으로 삼성전자는 이런 과정을 거쳐 초거대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무서울 정도로 냉정한 판단을 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 삼성조차 그러한 판단력이 무너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오너'와 관련된 일이죠. 일본에서는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그렇게 많은 돈을 벌고 글로벌 시장에서 위상도 높은 삼성이지만 결코 한국에서 사랑받는 기업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삼성장학생이나 불투명한 승계과정 등... 오너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삼성은 어두운 수법도 불사해 왔습니다.
지금 JY는 풍전등화의 위기입니다. 잠깐 나와있긴 한데, 조만간 학교 복귀가 확실시되고 있죠. 이런 와중에 하늘에서는 JY에게 마지막 기회를 내렸습니다. 국민들이 삼성보다 더 미워하는 일본이라는 적을 툭 던져줬습니다.
어떻게 하든 간에 JY의 학교 복귀를 막기는 어렵겠지만, JY 입장에서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일 것입니다. 삼성의 보도에도 부인하고 '삼성이 모든 일본 소재와 부품을 배제한다'는 방침이 어제 전해졌습니다. 실제 '오너의 소재 대체 지시에 두달간 휴가 반납하고 야근한다'는 엔지니어들의 증언도 나오고 있었죠.
JY는 모든 역량을 결집해 일본 소재와 부품 배제에 나설 것이고, 삼성전자의 막강한 구매력 앞에 일본 소재, 부품기업들은 추풍낙엽처럼 무너질 것입니다.
삼성전자의 극단적인 리스크 회피 및 이익 지향 성향으로만 판단하면 삼성의 '모든 일본 소재와 부품 배제'와 같은 수는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소재나 부품 대체시 품질에 대한 리스크가 올라가고, 그 과정에서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죠. 하지만 삼성은 오너가 연관이 되면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않습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일본 배제를 통해 한일 경제 전쟁에서 일본에 타격을 주는 것만이 JY에 대한 유일한 구명조끼라고 생각하는 듯 합니다.
JY에 대한 분노는 사실 삼성이라는 존재에 대한 분노이기도 한데, 이미 일본이라는 초거대 악에 대한 분노 때문에 삼성에 대한 분노를 느낄 겨를도 없습니다. "삼성을 때려도 우리가 때린다"라든가 "삼성을 응원하기는 처음"이라는 네티즌 반응처럼, 삼성을 철저히 자신들과 분리해왔던 사람들조차 삼성을 아군으로 인식하는 형국입니다. 외계인이 쳐들어오면 모두가 손을 잡아야 한다는 고 노회찬 님의 말씀이 생각나는 대목이죠.
일본은 수출규제로 삼성에 타격을 주겠다고 계획할 당시 삼성의 이런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잠깐 곤란하더라도 결국 일본 소재, 부품기업으로 되돌아올 것이라는 확신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일본이 계산하지 못했던 것은 JY가 처한 상황과 삼성이 JY를 구명하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거라는 것이죠.
일본은 중국의 희토류 공격 때 반격다운 반격도 못하고 순식간에 무너진 기억이 있습니다. 한국도 일본의 수출규제를 받으면 당연히 그렇게 할거라고 생각했던 듯 합니다.
초기 불매운동을 두고 "오래 간 사례가 없다"는 식으로 대수롭지 않게 반응한 건, 한국에서 불매운동이 일어날 거라는 걸 충분히 예측했고 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방증입니다. 일본의 매체들은 반대로 "한국의 문재인 정권이 괴멸"을 예상하며, 조선일보가 실시간으로 전해주는 한국의 흉흉한 민심을 확대 재생산했죠.
하지만 일본이 간과한 것은 한국은 절대로 '일본에게만은 굽히지 않는다'라는 점입니다.
칼질을 주로 해온 사무라이로부터 정신세계를 물려받은 일본은, 내가 상대를 썰지 않으면 내가 썰린다, 약하면 썰린다, 강자에게 썰리지 않으려면 굽혀야 한다...를 신념으로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글 공부를 하며 유학을 성리학이라는 독자적인 영역까지 발전시킨 조선의 선비 문화는 '대의명분'과 '정신승리'가 중요합니다. 상대를 무력으로 제압하는 건 천한 일이고, 논쟁이나 필력으로 상대를 굴복시키는 무기입니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가시화되자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시민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입니다.
첫째, (클리앙에서 탄생한) 일본 불매 운동 로고가 삽시간에 퍼져나갑니다
둘째, 스스로 일본 제품을 불매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단지 사지 않겠다는 결의가 아닌 대체품을 찾아 전파합니다
셋째, 일본여행을 가지 않는 게 일본에 즉각적 타격을 주는 수단임을 스스로 깨닫고 자제합니다
넷째, 이러한 불매운동을 시민사회의 독자적인 영역으로 설정하고 정부나 지자체의 개입을 극구 반대합니다
다섯째, 과거의 금방 끝낸 불매운동과 달리 시민들은 불매를 체득화, 상시화하고자 합니다
물론 자한당 같은 친일 토착애구들도 분명 있지만, 분명한 것은 사죄하지 않는 안하무인 일본에 대한 반일감정은 정치색이나 남녀노소에 관계없이 한국인이라면 DNA에 새겨진 것입니다. 역사를 배우지 않고 정부나 친정부 미디어에만 익숙한 일본의 젊은이들과 달리, 역사를 배우고 또한 아버지,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로 부터 이어온 구전 교육을 통해 한국인들은 일본에 대해 배워왔습니다.
다만 젊은 세대에게 정치와 문화를 분리하려는 움직임은 분명히 있었고, 일본 여행을 통해 일본에 호감을 느끼던 젊은 세대가 점점 늘어갔던 것도 사실이며, 또한 그런 젊은 세대가 새롭게 일본에 대해 각성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일본이 어제 날짜로 수출규제 3대 품목 중 일부에 대해 수출 허가를 내줬다는 보도가 밤중에 긴급 타전 됐습니다. 일부에서는 이런 일본의 조치가 유화 제스처나 출구 전략을 모색하는 걸로 받아들이는 것 같은데, 반대로 출구 전략이 보이지 않자 장기화하려는 시도로 보입니다.
일본은 수출규제를 처음 발표할 당시 이런저런 혼란을 있었지만 이번 조치가 '수출 규제'나 '수출 제한'이 아닌 '수출관리의 엄격화' 혹은 '수출 우대조치의 중단'이라는 식의 말장난을 꾸준히 주장해 왔습니다.
일본은 이번 1개 품목의 허가를 통해(일본 보도에 의하면 '레지스트'라고 함) 이번 조치가 '수출 규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어필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국제적인 여론이 불리해지자 일본도 장기적으로 WTO 공방이라든가 국제적인 여론전 대비에 나선 거죠.
"실제 수출 허가에 시간은 걸렸지만 자신들이 판단하기에 '안보 목적으로의 전용이 없을 경우' 수출을 허가했다"는 식으로 어필해, 한국의 '일본이 수출 규제로 한국을 타격한다'는 논리를 무너뜨리려 할 것입니다.
때문에 일본이 수출 규제 품목 중 하나를 풀었다고 '이제 일본도 항복이네' '일본도 자국 기업이 무너지는 꼴은 못보네' 이런 식으로 일본이 한발 물러났다고 판단하는 것은 이르며, 오히려 일본이 장기전에 나설 거라고 해석하는 게 맞을 듯 합니다.
일단 대단한 필력에 박수를 드립니다.
의견에 상당히 공감이 가며 수출 규제허가에 대한 논쟁은 결코 항복이 아닌 말씀하신 장기전에 대한 포석임을 꼭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시작은 왜구가 했지만 이제는 끝은 우리가 내야 합니다
방사능 올림픽 실패까지 더해져 타격 적지 않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