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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최근 한국에 다녀간 일본인의 소감

 


https://note.mu/tabi_gari/n/n0222be99d9e2


지금, 한국을 여행하며 느꼈던 것들.


일한 관계가 악화되는 중인 7/27~30 한국을 여행하고 왔다.

여행의 주 목적은 광주에서 열리는 세계 수영대회를 관전하기 위해서. 거기에 전주나 군산 등 전라도 지역을 둘러보고 왔다.

친구는 '이런 시국에 한국에 여행간다니 괜찮겠어?'라고 걱정해주었지만, 나 개인적으로도 역시 이런 시국에 한국을 여행하는 것은 조금 걱정이었다.


현지에서는 행동을 조심하자고 마음 먹고 한국으로 여행을 떠났다.

여행 첫날 27일에는 한국 각지에서 일본 정부에 반대하는 시위가 일어났고, 내가 방문한 광주나 전주에도 일본 제품 보이콧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하지만, 평소의 한국과 다른 점은 그 정도로 그 뒤엔 아무 일도 없이 평화롭게 여행할 수 있었다.

신변의 위험 같은 건 없었고, 일본인이라고 싫은 표정을 짓는 사람도 없었다.

거기서 만난 것은 조금 참견하기 좋아하고, 허물 없는, 그렇지만 다정하고 따뜻한 평소의 한국 사람들이었다.


여행 중에 특히 마음에 남아 있는 기억은 2가지 있다.

첫번째는 광주에서 세계 수영대회 관전 중에 세토 다이야 선수가 금메달을 땄을 때의 일이다.

내 옆에 앉아있던 한국인 남성이 스마트폰의 번역 어플에 뭔가를 입력하더니 웃는 얼굴로 그걸 내게 보여주었다.

거기에 번역 된 일본어는 이렇게 써있었다.


"축하합니다, 2관왕이네요!" 라고.


나는 무심코 말을 잃었다. 이런 험악한 한일 관계 속에서 한국에 와 바로 그 한국 사람으로부터 그렇게 다정한 말을 들을 거라곤 생각하지도 못했으니까.


"감사합니다(한국어)"로 나는 대답하고 그와 악수 했다. 깜짝 놀란 마음과 기쁜 마음에 무심코 눈에 눈물이 났다.


또 기억에 남는 일은 그 세토 다이야 선수가 회장 내에서 인터뷰를 했을 때의 일이다.

세토 선수가 "감사합니다"를 한국어로 답하자 한국인의 관중에서 환성이 터져 나온 것이다.

일본인 선수가 금메달을 따서 야유하는 소리라도 나오는 게 아닐까 걱정하던 내겐 그것도 놀라운 일이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도 역시 TV나 인터넷의 정보에 휘둘리는 1명일지도 모르겠다라고.


돌이켜보면 처음 한국에 방문했을 때도 그랬다.

TV나 인터넷을 통해 알던 한국의 이미지와 실제 방문한 후의 이미지는 엄청나게 차이가 났었다.

이번에도 그렇다.


이 2가지 사건을 통해 나는 부끄러워졌다. 조금이라도 한국 사람을 의심한 것에.

그것뿐만이 아니다.


광주의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샀을 때, 제조법을 모르는 나를 보고 여점원이 라면을 열심히 만들어 주었다.

세계 유산으로 지정된 고창 고인돌에서 돌아가는 택시를 찾지 못하고 있을 때는 박물관의 여성분이 택시를 불러 주고 밖에 나와 승강장까지 안내해주었다.


언제나 변하지 않는, 다정한 한국의 사람들이 그곳에 있었다.


일본으로 돌아오고 나서는 오히려 이런 시국에 한국을 여행해서 정말 좋았다고 생각한다.

TV나 인터넷으로는 알 수 없는, 지금의 한국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으니까.

물론 여행자의 감상 따윈 일방적인데다, 단기간 방문해서 느낀 것 정도로 일반화해선 안된다는 것 쯤은 알고 있다.

그래도 TV나 인터넷의 정보만으로 판단하는 것보단 훨씬 의미가 있고 가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행을 하는 것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스스로의 다리로 걷고 스스로의 눈으로 바라본 살아있는 정보니까.


여기서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지금이야말로 한국을 여행하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시위가 일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앞으로의 정세 나름으로는 여행을 가지 않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TV나 인터넷에 있는 말들이 전부라곤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것들을 100% 믿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현지에 가면 진실을 알 수 있다고 할 순 없겠지만, 가장 진실에 가까운 것은 역시 현지에 있을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적어도 TV나 인터넷에 넘쳐 흐르는 정보보단, 그 광주에서 축하합니다하고 말을 건네준 한국인의 웃는 얼굴을 나는 믿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 다정한 웃음엔, 거짓 같은 건 없었을테니까.





얼마전 일본극우들이 NO JAPAN 포스터에 대항해서 한국인 관광객들을 향해 '돕지 않습니다' '알려주지 않습니다' '상관하지 않습니다'라는 포스터를 만든 걸 봤는데, 최근 국내 식당들에서도 일본인 출입금지 등의 간판을 내거는 곳들이 생기고 있네요.


오시는 손님은 후하게 대접해서 보내는게 우리 인심이듯이, 이럴 때일수록 한국이 좋아 오는 손님들에겐 더욱 친절하게 대하는 게 수준 높은 대응법인 것 같습니다.


일본 내에서도 최대한 우리 편을 모으고 불매운동의 대상이 '일본국민'이 아닌 '아베 정권의 정책'이라는 목표를 분명히 했으면 좋겠습니다. 불매운동으로 인해 일본에 지방 관광지에 타격이 갈 경우 타격받은 일본 국민의 분노가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이정표의 역할을 확고하게 해주었으면 좋겠네요.

댓글
  • 꼰대가르송 2019/08/04 00:40

    좋은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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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투라맨 2019/08/04 00:41

    일본을 나라로서 싫어하고 정치인들을 싫어하는거지 일본 개인 사람들을 싫어하지는 않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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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범진두 2019/08/04 00:41

    동감합니다. 불매 운동 정도하면 되지 식당에서 일본 사람에게 음식을 안판다 식은 참 유치한거죠. 그런 면에서는 좀 대범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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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andG 2019/08/04 00:42

    오시는 손님은 후하게 대접해서 보내는게 우리 인심이듯이, 이럴 때일수록 한국이 좋아 오는 손님들에겐 더욱 친절하게 대하는 게 수준 높은 대응법인 것 같습니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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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투라맨 2019/08/04 00:43

    종범진두// 우리나라 방문한 일본인들한테 더 잘해줘야 우리나라를 또 오고 역사의식도 달라지겠죠. 우리는 일본 안 가고 일본은 우리한테 더 많이 오게 하는게 베스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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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ears4ev 2019/08/04 00:44

    우리와 저들과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야죠. 한국에 오는 누구에게라도 친절하게 대접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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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맨붕이론 2019/08/04 00:45

    한국인들은 개별적으로 오는 일본인은 생각해보면 옛날부터 다른 나라사람보다 더 좋아해요 아유미도 그렇고 사유리도 그렇고 좀 귀여워하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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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일롯데 2019/08/04 00:45

    We go high, when they go 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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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궈궈궈 2019/08/04 00:46

    와 막짤 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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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츠텐디 2019/08/04 00:47

    사실 먹고 살기 바쁘고 돈벌기 정신없으면 불매 아오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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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popp 2019/08/04 00:53

    [리플수정]전 좀 생각이 달라요.일본사람들은 착하고 일본정부는 나쁘다고 하는데 전시회에 소녀상이 전시되어 있다고 항의전화가 200통 이메일이 500통이 왔다고 해요.또 일본사람들이 뽑은 아베가 우리나라와 경제 전쟁을 시작했습니다.일본은 전부터 초밥집에서, 재일이라고, 한국어를 한다고 욕하고 때리고 합니다. 경제전쟁중이라 내가 하는 음식점에 일본인 안 받는다는건 사장님 마음이죠.또 여행가니 전처럼 친절하지 않더라 라는 경험이 왜 이런결과가 왔을까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구요.저는 일본인을 본다면 전처럼 친절하게 대하고 싶진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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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엘븐링 2019/08/04 00:56

    저일본인 여기엠팍 들어오면 생각 싹 바뀔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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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얼르그레 2019/08/04 00:59

    ppopp/ 어느정도 동감합니다만, 일본 언론에서 비추어지는 태극기부대의 모습이라든지 조선일보 일본어판으로 비춰지는 한국 여론을 보고 한국인을 판단하면 안되듯이, 혐한을 하는 일본인과 평범한 일본인은 구분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한일관계가 최악으로 다다른 이 시기에서도 한국이 좋아 여행오는 일본인은 ppopp님이 보고 경험한 일본극우들의 행동을 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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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부 2019/08/04 01:04

    아베가 일본인이고 일본인이 아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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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popp 2019/08/04 01:18

    [리플수정]이얼르그레// 한국에 온 일본인이 극단적인 행동은 안하죠, 한국인데요.그동안 일본인과 정부를 구분하자고 혐한은 일부라고 보기에는 재일이라고 한국인이라고 일본에서 차별받은 케이스가 수도 없이 많아서예요. 오히려 혐한이, 차별이 극히 일부라고 보는것이 더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쇼핑할 때 조차 한국어와 영어를 썼을 때 차이 엄청납니다. 지금은 경제전쟁중이고 일본인을 환영한다는 캠페인까진 안하고 싶은거죠. 현재 솔직한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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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eagyul 2019/08/04 03:03

    일본인 출입금지 식당보면 들어가기 싫어질것같아요.. 아베돕는것이구 우리나라 수준낮추는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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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ndlesshon 2019/08/04 06:52

    국적을 떠나서 우리편을 하나라도 늘려야죠. 한국 놀러온 일본인들까지 적으로 만들 필요가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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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빠방 2019/08/05 03:37

    수영선수권대회에서 높은 수준을 보여 주신 관객분들께는 동의를 넘어 왠지 고맙고 자랑스럽네요. 저도 혹시나 일본 관광객들을 만나면 잘해드려야겠어요. 그리고 출입을 금하는 식당 같은 경우도 그분들의 판단이고 충분히 이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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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팡글로스 2019/08/05 10:47

    신부// 아베가 일본인인 건 맞지만 일본인이 아베인 건 틀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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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PS1000 2019/08/05 12:42

    예의 갖추고 호의를 주고받는 관계라면
    일본인 개개인들은 참 나이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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