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주식 관련 글을 적으면서.. 일본의 무역보복에 대한 것은
1. 일본의 재무장을 위한 참의원 선거
2. 일본의 한국 길들이기
3. 삼성의 IT 리더쉽 흠집내기
세가지로 정리한 적 있었습니다.
1번은 미국이 일본의 중동 군사참여를 적극적으로 끌어내기 위함과 일본 우익들의 콜라보라는 관점으로 쓴 적이 있었으니 패스하고
2번은 말안해도 다 아는 거라.. 패스하고.
3번의 내용으로 한번 적어 봅니다.
1. 파운드리
삼성이 하려고 하는 파운드리 산업은 사실 전 잘 모릅니다.
이과도 아니고 더우기 문과도 아닌 예체능 출신인 일개 주식쟁이가 뭔 경제를 알고 뭔 산업을 알겠습니까.
다만 인터넷으로 습득한 정보로 보자면 D램처럼 설계와 생산을 다하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가 있으면..
반도체를 설계하는 놈이 따로 있고
그걸 전문적으로 생산만 해주는 놈이 따로 있는데 전자는 펩리스, 후자는 파운드리라고 한다는 것 정도만 압니다.
다만 제가 20대 때.. 소규모 인테리어를 잠깐 했는데..
그때의 기억을 되짚어 보자면 인테리어만 할 줄 알았지 캐드도 쓸줄 몰랐고 설계능력도 젬병이었으나
남이 해준 설계도 보고 인테리어를 해주다 보니 점점 설계 능력도 생기게 되었고 캐드, MAX , 더 나아가 라이트스케이프까지도 다룰 줄 알게 되었습니다.
남이 만든 설계도 대로 해주는 것은 결국 노동력 제공(하청) 밖에 안되는 것이니 수익을 높이려면 설계까지 토탈패키지를 제공해 줄수 밖에 없었죠
뭐.. 그때 야매로 배운 기억으로 지금도 3D 오브젝트들은 스케치로 뚝딱뚝딱 만들어낼 정도는 됩니다.
아마 파운드리 산업이라는 것도 비슷할 것이라고 봅니다.
어차피 남이 만든 설계도를 바탕으로 정확하고 세심한 공정으로 제작을 해야 하므로 설계의 이해도가 안 생길래야 안생길 수가 없겠죠.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삼성이 파운드리 산업에 진출한지 오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겨우 5%도 안되는 시장 점유율을 차지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 이해가 되죠.
TSMC는 ONLY 파운드리만 전념하는 업체이지만 삼성은 D램 뿐만 아니라 전자업계를 좌지우지하는 토털메이커이므로
인텔, 엔비디아 기타 등등 글로벌 펩리스들 입장에서는 기술유출의 우려가 크므로 거대 일감을 줄리가 만무합니다.
인텔의 입장에서 보면 삼성의 D램 양산능력을 볼 때는 설계 기술과 생산 능력이 결합이 되면 바로 내 목을 조을수 있는 독이 될테니 말입니다.
그리고 삼성 입장에서도 구태여 공공의 적이 될 이유가 없으므로 서로간의 나와바리는 해치지 않는다는 전략적 선택도 같이 있었다고 봅니다.
2. 스마트폰 혁명이 가져온 균열
애플이 가져온 스마트폰의 혁명은 PC의 성장을 둔하게 만들었고 그간 IT를 호령하던 윈텔(인텔,마소)의 아성을 깨어버렸죠.
스마트폰의 등장은 PC에게서 멀티미디어 디바이스라는 지위를 빼았아 업무용 디바이스라는 지위로 축소시켜버리므로서 PC의 성장을 뎌뎌지게 했고
마소 또한 더이상 새로운 윈도우를 출시해도 큰 관심을 못가지고 윈도우의 수명만 늘어납니다.
그리고 캔츠필드같은 롱런하는 CPU들이 많아지므로서 인텔이 새로운 CPU를 출시해도 과거만큼 주목도를 못가지게 되죠. (아직도 샌디브릿지가 현역이라는 소릴 듣습니다.. 나온지 8년이 넘었음에도..)
또한 스마트폰의 혁명이 서버군의 큰 수요를 불러온 것도 아닙니다. 클라우드로 수요을 증폭시킨 부분도 있지만.. 가상화 기술의 발달은 감소시키는 요인으로도 작용했고
스마트폰의 증가로 인한 트래픽 증가는 반대로 PC 사용율 감소로 인한 트래픽 감소로 상쇄 시켜버리죠.
D램의 성장세 또한 수요와 공급 싸이클에 따라 부침을 거듭할 뿐이지 시장 자체의 파이의 성장은 둔화되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 동향은 달랐습니다.
휴대폰의 보급이 배터리 기술의 급진적인 발달을 일으키게 했다면
스마트폰의 혁명은 휴대폰에만 들어가던 AP들이 산업기기로 퍼지면서 IOT 산업과 ICT 산업의 큰 성장세를 만들었고
스마트기기의 증가는 더욱 더 큰 비메모리 반도체의 수요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손정의가 가진 ARM 아키텍처는 근 30년간을 호령했던 인텔의 X86을 대체할 움직임이 있을 정도로 약진해 나갔죠.
이재용이 삼성 지분가지고 싸우고 결국 감빵까지 갔다온 사이.. 삼성전자의 AP 점유율은 11% 대에서 5%대 까지 추락했지만
선진국가들은 너도나도 AI,자율주행차등 4차산업의 선두고지를 점령하려 혈한이 되어있었고.. 시스템 LSI 시장은 갈수록 커지게 되었습니다.
즉 여러번의 치킨게임으로 경쟁자를 누르고 이제 따라올 수 없는 절대강자로 올라선 삼성과 깜빵 갔다오는걸로 후계자 자리를 확정받은 이재용에게 새로운 도전과제를 안게된 시기가 온 것이지요.
3. 두마리의 토끼
이재용이 감방을 나오자마자 정부와 입을 맞추고 삼성의 방향을 정한 것이 LSI의 절대강자가 되겠다는 선언이었습니다.
하지만 삼성 AP는 구닥다리 소릴 듣고 있고 결정적으로 AI 의 중추가 될 GPU의 기술은 턱없이 모자랐죠.
제로베이스에서 GPU 기술을 쌓기에는 시간이 너무 없는 것이 결정적인 문제 였습니다.
그러므로 이재용은 도박에 가까운 선택을 하는데 삼성의 역량을 파운드리 사업을 주력으로 하여 강자로 올라선 후 향 후 LSI 시장까지 넘본다는 계산이었습니다.
위에서 이야기 했듯이 LSI 기술축적을 단축하는 방법으로 파운더리를 이용하는 것이고.. 이것은 곧 비메모리 반도체의 두마리의 토끼를 잡겠다는 결심이 됩니다.
삼성이 파운더리의 절대강자 TSMC를 따라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판단하는 이유가 TSMC 만큼 나노공정의 기술력은 충분히 갖추고 있고 쏟아 부을 자본도 있는 것이니깐요.
위에 언급한 고객들이 삼성의 파운드리에 대한 기술유출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결심을 할 수 있는 배경에는 그동안 IT 정세가 바뀌면서 많이 희석된 영향도 큽니다.
스마트폰 혁명으로 인텔 독주도 종말을 맞았고 IT기업들은 이미 춘추전국시대에 들어간데다가 수많은 IT기업들이 AI, 자율주행, 스마트 유통 , 스마트 팩토리 등등 4차 산업에 먼저 플랫폼을 점유하려고 치열하게 싸우고 있기 때문이죠.
즉, 하루라도 빨리 출시하고 비지니스 및 플랫폼을 점유하는게 결정적이므로 높은 수율과 대량생산을 확보해야 하는 당위성이 기술유출 우려보다 더 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와 미래의 청사진을 공유한 후 급하게 기존의 D램을 만들던 수원공장을 점차 파운드리 체제로 전환합니다.
물론 충분한 재고는 쌓여있는데다가 D램 수요의 감소(불황기)는 감지했으므로 기존의 D램 생산 공정은 30조를 투자하고 2020년 3월에 완공될 신공정 D램 평택 제2 공장으로 전가 하는 것이죠.
공격적인 투자 덕분에 2018년 삼성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5% 에서 무려 18%로 점프하게 됩니다. ( TSMC는 45% )
그리고 7나노 생산체제 전환에 TSMC 보다 더 빠른 5나노 EUV 공정까지 발표하므로 글로벌 기업들을 올해 초에 많이 끌어 모았고..
친 AMD 뿐만 아니라 은근히 삼성을 견제하는 엔비디아까지 고객으로 넣는데 성공합니다.. (물론 엔비디아는 여전히 기술유출 우려로 하이엔드 쪽은 안줄거라고 봅니다.)
이게 뻥카가 아니고 진짜로 내년에 5나노 양산에 성공에 높은 수율까지 보장한다면 삼성의 판단대로 TSMC는 금방 따라잡히는 형국이 되죠.
그러므로 삼성은 올해 파운더리 점유율 목표를 30%로 잡고 순조롭게 항해를 하고 있었고 목표치 달성은 쉬워 보였습니다.
일본이 딴지를 걸기 전까지는...
3. Rising Sun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20년`과 함께 일본 반도체 산업 또한 몰락했습니다.
80년대만 해도 D램 뿐만 아니라 LSI 반도체의 강자였지만..
D램은 엘피다로 통합하고 LSI는 르네사스로 통합하는 강수를 뒀음에도 불구하고.. 엘피다는 파산하고 마이크론에 넘어가고
르네사스는 LSI 경쟁력을 미국에 계속 뺏겨 숨만 쉬고 있는 상태 였었습니다.
시스템 반도체 점유율의 경우 2010년 12% 에서 2015년 5% 대까지 떨어지게 되었죠.
이러한 일본의 암울한 전자산업의 분위기를 전환한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아베노믹스"
미국의 허가를 얻은 일본은 양적완화라는 명목으로 엄청난 돈을 찍어내었고..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 제고와 제로금리를 등에 업은 인수·합병(M&A)을 무기로 부활에 시동을 걸게 됩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메모리(D램)와 비메모리(시스템LSI 등)를 놓고 미국, 한국 기업과 벌인 치킨게임에서 참패한 뒤 존재감을 잃었던 일본 반도체 업체들이
제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무인차(자율주행차) 시대를 맞아 반도체 영토 재건에 절치 부심하게 됩니다.
즉, 일본이 반도체 재건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본 것이죠.
2014년을 기점으로 흑자에 성공한 르네사스는 미국 차량반도체 기업 인터실을 3000억엔(약 3조3000억원)에 인수하여 차량 LSI 점유율에 1등으로 올라서게 되었고
소비전력을 최소한 억제하는 고효율 반도체에 강한 인터실을 인수한 것은 무인차와 엔진 전자제어에 특화한 반도체 시장에 주력할 계획이라는 것을 보여준 사건입니다.
또한 소프트뱅크는 스마트폰 두뇌에 해당하는 AP설계 기술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영국 ARM을 3조3000억엔(약 36조원)의 거금을 들여 인수하므로서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레드오션화된 상황에서 향후 반도체 성장을 이끌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차량용 반도체와 IoT 반도체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포석이 되었습니다.
(손정의가 이끄는 비전펀드의 투자 대상을 잘 보면 결국 AI 로 집결이 되고 첫번째는 자율주행(ARM,엔비디아,우버) 두번째는 유통,물류 입니다. )
IoT 시대의 핵심인 센서 분야에서는 이미 소니가 도시바 센서 부문을 인수해 영상 센서 수위를 차지하고 있고
공장 자동화 센서 부문에서는 키엔스가 세계 최고 기술력과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반도체 시장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도시바가 1년여에 걸친 구조개혁을 마친 뒤 미국 웨스턴디지털(WD)과 공동으로 향후 16조를 투자하여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타도 삼성을 외치게 되었죠.
일본 정부는 아베노믹스란 지렛대를 이용하여 IT 부분의 선두주자로 다시 올라설 야심을 키웠으며..
그네정부가 초이노믹스라는 말장난을 치는 동안 일본은 제일 먼저 핵심과제로 자국의 가장 경쟁력이 있는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자율주행차를 선정하여 연구, 개발에 들어갑니다.
아베의 단기 목표는
2020년 도쿄 올림픽 개/폐회식에 등장시킬 자율주행차의 카 퍼레이드 이고
전세계 각 선수단들을 경기장으로 안전하게 날라줄 무인차 양산이죠.
글을 쓰다보니 시간은 가고 끝이 안보이네요...
삼성과 일본의 충돌이야기는 나머지는 담에 써 보겠습니다..
이 분 글..담담하니 통찰이 느껴져 좋음. 잘 보고 있습니다!
형님 뭐하시는 분입니까 다음 글도 기대할께요
재밌네요 감사합니다
자민당 과반 넘었다는 뉴스보고 급하게 불펜 들어왔는데...이거 무역문제 앞으로 어찌 되는걸까요...
와 큰 그림 잘 읽었습니다. 다음 내용 기대됩니다
일본이 전자산업 부흥을 재건하려한다면 정도를 걸어야지, 이런 편법은 오히려 독이된다는 교훈을 얻었으면 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여
감사합니다
흥미롭네요. 좋은 글 많이 부탁드립니다.
글잘읽었습니다
그걸 염두에 뒀다면 삼성은 좀 더 일찍 공급선다변화를 테스트만이 아니라 실제 적용했어야 합니다.
선선대, 선대 모두 일본에 대한 감정이 각별하다 보니 그냥 믿은 듯.
사실 자기 체급을 자기가 모른 거죠.
[리플수정]게으른카페// 일본 지들도 피해 크면서 수출규제하는 한일 외교관계가 막장이지, 이걸 삼성 무능력으로 결론 짓네. 본문 읽은거 맞나 싶을 정도네요.
본문 보면 '파운드리에 엄청난 투자를 해서 1위 업체 빨리 따라잡는게 중요한 목표'라는 내용입니다. 이걸 염두해뒀는데 '공급선 다변화를 예전부터 했어야 한다'는 말이 왜 나오나요? 진심 궁금해서 묻습니다. 만약 예전부터 뜬금없이 공급선 바꿨으면 테스트부터 해서 시간 많이 지연됐을거고, 그 행동에 무슨 이점이 있다고. 설마 삼성이 예전부터 현 상황 예언 못한게 잘못이란건가
게으른카페// 님은 길가다가 갑자기 옆 사람이 본인 뺨따구를 후려칠 거라고 예상하며 사십니까?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날 경우, 잘못은 맞은 님에게 있겠네요? 상식을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짓을 한 옆사람이 아니라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