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판은 우리가 먹었다" 는 소니의 선언, A7R4

신제품 발표로 다들 이야깃거리가 많으시죠.
저도 어제 침대에 누워 패드로 발표라이브를 지켜봤습니다.
뜬금없이 R4 가 나와서 다들 의아하셨을텐데
저는 이번 발표를 "이판은 우리가 먹었다" 는 소니의 선언으로 해석합니다.
새제품 소개 이전 모두 발언에서
소니 VP는 다들 알고있는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미러리스 시장이 DSLR을 잠식하고 있으며, FF 비중이 늘고 있고, 우리가 계속 1등이다."
그리고 발표 내내 나오는 선언적 표현이 있는데
'ANOTHER MILESTONE' 입니다.
멋있는 말이면서, 요즘말로 SWAG 죠.
우리가 가장 앞서 있어, 우리가 가는 게 길이야.
이번 판은 우리가 먹었어. 다들 알아둬.
보급형 풀프레임이 준비돼 있는지,
플래그쉽 크롭기가 다음 주에 나오는지
RX 새 시리즈는 어떤 건지
그건 기다리면 알겠지만,
R4를 먼저 발표한 건 그런 의미겠죠.
아무도 가지 않은 길,
다른 제조사들이 AF 빠릿하게 못 맞추거나
겨우 eye-AF 업데이트하고 있을 때
우리는 새로운 고화소 센서를 최초로 만들어냈고
리얼타임류가 다 들어감은 물론
영상에서도 지원한다.
아, 애니멀 Eye-AF는 덤이야.
게임 끝, 우리가 짱이야.
다들 아시듯, 시장에서 선도자가 갖는 우위는 절대적입니다.
DSLR 시대를 호령했던 이찌방 캐논은
실제로 카메라를 압도적으로 잘 만들어서 시장의 절반을 먹은 게 아니죠.
근데 판이 바뀌고 미러리스 풀프레임 새 시대가 도래했다 이겁니다.
소니는 여기에 도장을 찍고 싶은 겁니다..
"자, 여기봐라, 우리가 1등. 우리가 가면 이정표!"
시장 선도자로서 선두의 위치를 공고히 하는 발표.
사람들은 말합니다.
"필요없는 스펙이다", "그걸 따라갈 저장장치, 컴퓨터가 없다", "혁신이 없네?"
"이미 충분하니 살 이유가 없다" 등등....
모두 옳은 의견이고, 맞는 말입니다.
그렇지만 일반 소비자들에게 팔고자 F1 머신을 만들지는 않지요.
우리가 "아수라다(?)는 공도에서 오버스펙이야, 기름만 먹어" 하지는 않듯이요.
소니가 생각한 R4 의 포지셔닝이 뭔진 모르겠지만
저는 FF 의 판을 키우는 준중형이라 생각합니다.
FF 판형인데
중형 부럽지 않은 고화소에
이것 이상이 필요하기나 할까 싶은 뛰어난 AF ,
심지어 이젠 영상에서도
기존 FE 마운트 렌즈로 OK.
근데 가격은 고작(?) 3500달러.
중형 카메라와 비교할 건 당연히 아니지만
그것보다 싸면서, 범용성 있고
성능은 필요 이상으로 빼어난 머신.
당신은 아마추어지만 이건 중형보다 싸니까 이정도는 사도 됩니다.
크롭모드로 쓰면 크롭기 그냥 하나 얻는 셈이라니까요?
혹은 프로레벨에서도 이정도면 굳이 중형 안 부럽지 않습니까?
DSLR을 졸업하고, FF미러리스로 진학한 이 타이밍에
짱을 먹고, 전교 학생들에게 이를 널리 알리고 싶은 소니는
타 회사들이 아직 소니에 대적하기 이전에
일반인에게 필요없는(?) 새 센서를 내 놓고 자랑하는 거죠.
그 화룡점정은 새로운 마이크들 같습니다.
타 회사들이 아직 우리 기존 제품들 못 따라오네?
우린 힘이 남아서 오디오에도 신경써봤어.
이 타이밍에 중고가를 걱정하거나
기존 제품이 저렴해지지 않을까? 를 기대하는
보통 사람들에게 소니가 기대하는 바는 그것 같습니다.
"이 고사양의 새제품 겨우 3500달러에 풉니다.
이전 제품들 가격 내려가니까 그거 많이 사세요."
캐논 DSLR 마운트 생태계가 공고해 유저들이 묶여있듯
소니 미러리스 마운트가 그 자리를 대체하기를 바라는 소니.
지켜보는 것만으로 재미가 있습니다.
소니의 다음 발표는 무엇일지?
이에 대응하는 다른 제조사들의 카운터는 무엇일지.
새 장이 열리면서 카메라 제조사들의 기술 레이스가 한창인 이 시점,
카메라 중고가격 몇 만원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제조사들에게 경쟁을 부추기면서, 질 좋고 저렴한 카메라로
좋은 사진과 영상을 많이 남기는 것이 현명한 소비라고 생각합니다.
이상 중고가 걱정할 카메라도 없는 소시민이 월급루팡 하면서 중언부언 해봤습니다.
제 망상 뻘글에 기분 나쁜 분 부디 없으시길 바랍니다.
점심 챙겨 드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