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몇 년 만에 3분 셀프 사진강의 노트 시리~즈로 찾아뵙는 이호도 입니다.
이 강의노트 시리즈는 제 개인강의용도로 사용하는 것들인데, 열심히 탈고해서 더 많은 분들과 이야기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게시판에 올리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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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이 오기 전에 셔터를 누르지 마라.”라는 사진계의 격언(?)은 매우 직관적이지만 동시에 아주 함축적인 말이기도 하다. 따라서 저 말의 속 뜻을 풀어 이해할 수 있다면 스스로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에 대해 당위성을 부여하는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할 수 있게 되며, 그렇게 함으로써 조금은 편안한 상태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된다. (그다음부터 다른 지옥문이 차례대로 기다리고 있지만서도.)
피아니스트인 친구와 나눴던 농담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
“야. 괜찮은 홀에 잘 설치된 좋은 피아노 건반 한 음만 눌러도 감동은 밀려온다.”라는 말이었다.
나는 저 말을 처음 들었을 때 그렇구만! 하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살펴볼 부분은 저 감동이 어떤 종류의 감동인가 하는 것이다.
잘 만들어진 공간과 피아노가 내는 완성도 있는 소리가 주는 감동은 소리로서의 감동이지 음악으로서의 감동은 아니다. 하지만 거기에는 분명히 감동의 요소가 있다. 다만 주의할 점은 말한 것처럼 그것이 어떤 의미로서의 감동인지를 인지하는 것이다.
피아니스트는 콘서트홀과 피아노 제작 업체의 홍보를 위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의 음악 해석과 그것의 전달을 위해 연주 행위를 한다. 사람들을 콘서트장에 불러 모은 후 한 음을 누르고는 “이 소리 좀 들어 보세요. 얼마나 아름다운가!”라고 하지는 않는다. 연주를 듣는 관객도 보통 "피아노 소리가 너무 아름답네요. 역시 스타인웨이 앤 선즈를 쓰시는군요."라고 하지도 않는다.
누군가가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 연습을 하듯,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기 위해 누군가는 공간을 설계하고, 누군가는 해머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한다. 각각의 목표는 분명 다른 영역의 것이지만, 서로 만나는 접점이 있을 뿐이다. 연주자는 잘 설계된 콘서트 홀의 중앙에 앉아 세심하게 만들어진 악기로 연주 행위를 하여 소리를 기본으로 하는 음악이 완성된다.
이제 사진의 영역으로 돌아와 생각해 보면, 꽤 많은 것들이 명료해진다.
기술적으로 완성도 높은 사진 사진을 만드는 것은 분명 좋은 사진을 위해 요구되는 부분이다. 그리고 너무나도 완벽한 테크닉으로 완성된 사진은 당연히 그 테크닉의 완성도 만으로도 감탄(감동)을 자아낼 수 있다. 반복되는 이야기지만, 사진술(테크닉)은 사진을 이루는 하나의 고유한 성질이기 때문에, 때때로 사진술 자체가 훌륭하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사진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사진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진 그 자체와 사진 안의 내용을 분리해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한 장의 사진에서 위에 언급한 소리와 음악을 구분하는 것처럼, 사진의 테크닉적인 부분과 사진이 무엇을 얘기하고자 하는지를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을지라도.
사진 안에서 사진의 기술과 사진의 내용을 분리해 내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사진이 태생부터 도구로서의 양면성을 갖기 때문이다. 하나는 기술적 용도로서 무엇을 단순히 지시하기 위한 용도이고(사진의 기계적 용도), 다른 하나는 예술적 감성을 표현하는 용도이다. 이 양면성은 사진의 아이덴티티 그 자체여서, 늘 하나로 묶인 상태로 한 장의 사진 안에서 존재하며 기능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 개념을 분리해 내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사진술 없이는 사진이 존재할 수 없는 법이다. 하지만 아무런 내용이 없어도 사진은 만들어질수 있으며 거기에 많은 테크닉이 투영되면 그 사진은 일단 괜찮아 보이는 사진으로 존재하게 된다. 피아노의 아름다운 한 음을 음악으로 생각하진 않지만, 그것이 모종의 감동을 주는 한 음인 것임은 변함이 없듯.
헌데 사진의 내용 자체가 감탄(감동)을 준다고 한다면, 그것은 어떠한 사진 테크닉이 뛰어나서라는 의미보다는, 그 이미지 안에 재현되어 있는 현상의 서사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것은 사진을 만든 사람의 내적인 영감이 사진으로 표현되고 그것을 보는(보고 읽는) 감상자 간의 커뮤니케이션 현상이다. 그리고 이것은 보통(?)의 사진가들이 원하는 사실상의 공통된 목표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좋은 테크닉이 뒷받침된다면 서사는 더욱더 빛날 것이다. 동시에 서사 또한 테크닉의 역할을 인지하게 인도할 것이다.)
이것을 위한 대전제가 바로 사진을 찍는 (셔터를 누르는) 사람이 무엇(어떤) 현상에 대해 어떤 감동을 왜 느끼고 그것을 찍는가 라는 것의 의미를 스스로 정립하는 것이고, 이것을 완전히 압축해서 말한 것이 “감동을 느끼기 전에 셔터를 누르지 마라.”이다.
결국 셔터를 누르는 나의 가장 큰 첫 번째 숙제는 내가 왜 셔터를 누르는지에 대한 고찰이 된다.
여기서 방법론적으로 이 알쏭달쏭(?)한 “감동이…”라는 말에 대해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자면, 당연히 일단은 의식 무의식적으로 “아 일단 누르고 싶다.” 할 때 누르는 것이다. 이때엔 이 현상이 나중에 어떤 사진으로 화 할지,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런 건 다 제쳐두고 누르는 것이 중요하다. 많이, 자주.
왜냐하면, 내가 쌓은 사료만큼 나 스스로가 무엇에 감동을 받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지표는 없기 때문이다.
https://cohabe.com/sisa/1079587
3분 셀프 사진강의 노트 | "감동이 오기 전에..."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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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내용 감사합니다. 한정식 선생님의 사진예술개론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오더라구요~
알고는 있지만 실제 실행하기가 쉽지 않는게 문제인것 같습니다.
감동도 자꾸 느껴봐야 느낄 수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비단 사진 뿐만아니라. 일상 생활에서 감동을 느끼는 훈련(?)혹은 경험을 많이 해야 그 뒤로 더 좋은 결과물을 이끌어 낼 수 잇을거라 개인적으로 생각 합니다. ^^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말씀하신것 처럼 경험을 많이 해 보고 복기는 그 다음에 하는 방식이 가장 심플하고 좋은것 같습니다. :)
감동.. 크게보면 크고 작게보면 작은...
사물을보고 이쁘다 느끼는것도 감동이고.. 신기하다 느끼는것도 감동이고..
모 그런생각을 합니다..^^
좋은 냉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