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지금 일본에 있습니다.
이번주 출장 마치고 오늘 귀국하는데 좀 일찍 일어나 생각나는게 있어 글 써봅니다.
업계는 반도체 쪽입니다.
일본에서 규제하는 세 개 품목(FPI, Photoresist, HF)을 보면서 제가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당장 한국에 경상적인 피해를 입히겠다는 것보다는 아주 노골적으로 성장을 방해하겠다는 의도로
읽혔습니다. 저 세 가지 중에서 가장 대체가 어려우면서도 중요한게 Photoresist(감광액)라 불리는
물질입니다. 삼성이 향후 반도체 시장을 석권하기 위해서는 현재 메모리 분야에 치중된 점유율을
비메모리 분야까지 넓히고 위탁생산(파운드리)에까지 저변을 확대하여야 합니다. 이는 굳이 삼성
뿐만 아니라 어찌보면 수년, 수 십년 후의 대한민국의 미래 시장의 기반을 닦는 것입니다.
위와 같은 삼성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끊임 없는 기술 개발이 필요한데요, 그 기술 개발의 핵심은
게이트 선폭의 미세화에 있습니다. 보통 반도체 몇 나노(nm) 할 때 그 길이가 하나의 반도체에 수천만개 씩
존재하는 트랜지스터의 게이트 선폭입니다. 이게 작을 수록 더 작은 공간에 더 많은 회로를 집적할 수
있습니다. 모든 전자 기기의 크기가 작아질 수 있었던 것은 반도체의 크기가 작아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선폭을 줄이는 것은 선폭이 작아지면 작아질 수록 요구하는 기술력의 난이도가 급격히 높아집니다.
이 선폭을 결정하는 것은 반도체 제조 공정의 핵심인 Photolithography 공정에서 사용되는 '노광기'에서 쏘는
파장이 짧은 자외선입니다. 이 자외선의 파장이 짧을 수록 더 미세한 패턴을 그릴 수 있습니다.
최근 삼성과 대만의 TSMC가 EUV 공정의 선점을 위하여 노광기 업체인 ASML로부터 노광기를 엄청
사들였죠. EUV 노광기는 해당 회사 독점으로 대당 2500억원에 달하는 장비입니다. 이런 투자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차세대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이 절박하기 때문입니다.
한편, 이 EUV 공정에서 노광기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바로 이번에 규제한다고 했던 감광액입니다.
아무리 짧은 파장의 자외선을 쏴줘도 감광액이 제대로 반응하지 않으면 패턴이 제대로 형성이 안되요..
일본에서 이 공정에 사용되는 핵심적인 소재인 감광액의 수출을 규제한다고 하는 것은
아주 대놓고 삼성을 위시한 한국의 반도체 시장, 향후 기술 발전에 태클을 걸겠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솔직히 나머지, 폴리이미드나 불산은 '조금 불편할 뿐' 그렇게 치명적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감광액은 조금 얘기가 다릅니다. 공정 물질이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대체되는 것이 아닙니다.
예로 같은 물질이라도 특정 물성의 Content가 다르기도 하는데 반도체 공정에서는 그 미세한 차이로
수율이 크게 왔다갔다 합니다. 그러니 결코 쉽게 대체할 수 없습니다. 국산화가 되었으면 진작에 했겠죠.
다 따져보니 도저히 수지타산이 안맞는 겁니다. 차라리 경제 논리때매 안하는 거면 모르겠는데 대놓고
기술력이 부족해서 안되는 경우에는 그 기술이란게 단순히 시간과 돈을 얼마나 투자해서 정량적으로
된다 얘기할 수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음.. 얘기가 길었는데 그렇다면 이번 조치와 관련하여 정치적인 부분을 얘기하려고 하는데
참고로 특정 정당 지지자도 아니고 일본이란 나라, 그렇게 좋지도 싫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현 정권'
마찬가지로 지지하지도 지지하지 않지도 않습니다. 잘 하면 좋아하고 못하면 욕하는 그냥 평범한 인간이니
참고하시고요.
얼마전에 불펜을 보다가 이걸 단순히 누가 타격이 더 있네 없네, 제가 보기엔 잘 모르면서 단지 정치적인
유불리를 기준으로 얘기하는 것 같은데요. 굳이 얘기하자면 둘 다 타격이 있습니다. 비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 누가 더 타격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이게 길게 가면 누가 더 타격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반도체 업계에서 쌍방의 손해가 막대할 겁니다. 그 와중에 누군가는 어부지리를 할 테고요..
어떻게보면 직접적으로 입는 손해보다 그런 식의 간접 손해가 어마어마할 듯해요.
그리고 분명 거기까지 가지도 않을 겁니다. 적당선에서 타협하고 끝내겠고, 끝내야지요. 다만 누가 먼저
수그리고 들어가는 모양새를 보이지 않고 끝내는지 지지층 눈치 보다가 이면에서 슬쩍 합의하고
그 꾼들 늘 하던 대로 하고 끝낼 것 같습니다만..
p.s. 이번에 출장가서 업계의 일본인들이 '한국 정말 괜찮냐'며 걱정하는 척을 하더군요.
이게 약간 니네 이제 어떡하냐 (그 소재들 없으면) 이런 뉘앙스인데 은연중에 상당수의 일본인들은,
특히 삼성을 경계하는 일본의 반도체 업계의 사람들은 이번 조치를 아주 고소해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나오는데 너희가 어디까지 하나 보자 이런 식이죠.
이런 인간들을 상대할 때는 결코 감정이나 본심을 드러내서는 안됩니다. 상대가 강하면
알아서 기어 들어가고 굽히는게 체질적으로 되어 있는 애들이라 지금 삼성처럼 늘 격차를 벌리고
뒤돌아 썩쏘만 날려주면 됩니다.
잘 읽었습니다. 생각보다 좀 심각하네요. 삼성의 미래 먹거리를 방해한다라...
이건 뭐 진작부터 하고 싶었는데 대놓고 하지 못했던 어깃장을
이번 기회에 제대로 부리는군요.
좋은 정보네요. 노광기, 감광액 잘 배우고 갑니다.
정치인만 이득보고 기업은 손해보는 거겠군요
제가 볼때는 일본이 미국, 중국과 이 문제를 놓고 상의했다고 보입니다. 트럼프랑 이 문제로 분명히 얘기 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수출길이 줄어들면 그걸 누가 메꿔줄거라는거에 중국이 협조하고 현재 비메모리 최강자인 미국이 삼성의 반도체 진출을 가만두지는 않았을거라고 생각됩니다. 아베는 외교적 카드를 꺼낼때는 그걸로 극대화를 노립니다. 굉장히 유능한 사람이에요. 저는 미국이 뒤에 있을거라고 봅니다. 중국은 어부지리구요. 아베는 이 외교카드로 1석 3조의 효과를 얻었죠.
중국에서 수입하고 다시 한국으로 수입은 힘드나요?
아이러니하게도 정치적 이유 때문에 해결 될것으로 보입니다 우리가 안하면 타국이 할수도 있어보여서
아~좋은글 감사합니다
좀 더 차분히 이 상황을 생각 할 수 있게
하는 글입니다
엠팍에 오면 이런 좋은글이 있어 아주 좋습니다.
자동차 패권을 일본과 독일이 가져간걸 트럼프는 매우 못 마땅해여겼죠. 미국은 무슨일이 있어도 반도체 패권은 지킵니다.
맞아요..감정에 앞선 대응은 절대로 안되고 실리적으로 해야할듯합니다.
정치가 경제를 어떻게 망치느냐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로 남겠죠
재일교포들은 반한감정 엄청나게 일어날텐데 그사람들 생각은
했나 모르겠네 그놈의 과거과거과거
동감합니다.
한국과 일본 양측의 선동잘하는 정치인들만 이익보고 대다수의 국민에겐 손해죠.
정확히는 수출규제는 아니에요. 노무현전까지도 한국은 화이트국가가 아니었어요. 노무현때 화이트국가가 됐죠. 그들은 개거품 물겠지만 노무현 친일정부였습니다.
앞마당 / 사실 그렇게 볼 만한 정황이 대단히 농후합니다. 글이 길어질까봐 자세히는 얘기 안했지만.. 인텔을 위시한 미국 유수의 반도체 회사들은 내심 이번 사태를 흐뭇하게 관망하고 있을 겁니다. 더군다나 중국 반도체 굴기가 좀 웃긴 얘기가 된 이상 경제적으로 미국의 적성 국가인 중국에 어마어마하게 반도체를 공급하는게 한국이라.. 거기다가 시스템 반도체가 나중에 더 커져서 자기들을 위협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삼성이 키우려는 것은 파운드리 산업인데, 이건 TSMC와 경쟁하는 것이고, 팹리스인 애플, 아비엠, 퀄컴, 에엠디 등에 수주를 받기위해 미세 공정 개발과 수율에 엄청난 경쟁을 하고 있죠.이번에 삼상이 EUV쪽에 공정 개발을 통해 TSMC쪽에 조금이라고 앞서나가는 형국인데 말씀하신 감광액이 수율에 미치는 영향이 있다면..삼성은 매우 민감합니다..팹리스 고객들은 삼성과 TSMC릉 평가할때 수율이 누가 좋은지 분명 보고 판단할겁니다. 지금 이런 상황보고 거래선 돌릴수도 있을 겁니다. 미국은 파운드리에서는 강자가 아니죠
감광액중 ARF, KRF용은 규제에서 빠지고 EUV용만 대상이라고 들었습니다. DRAM, NAND에선 EUV로 양산중인제품이 없이 당장 타격은 없을거라보이는데 파운드리가 타격이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머린1987 / 그렇죠. 제가 우려하는 것도 그 부분인데.. 안그래도 파운드리 점유율은 상당히 차이가 나고 미세 공정도 엎치락 덮치락 하고 있는 판국에 거기에다가 삼성에서 이런 악재를 안게 된다면 결코 부담이 적지 않습니다. 이게 제가 본문에서 말한 '어마어마한' 간접적 손해의 핵심이고요..
감사합니다. 좋은 참고가 되었습니다
향운장 / 네 극단파장 PR에 대해서만 규제를 하는 걸 보면 현재보다는 정확히 미래를 노린 거라고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피해는 국민과 국가가 보고
이득은 문재인과 아베가 챙기는 모양새입니다.
그 감광액?을 따른 국가에서 수입 할수는 없는건가요?
감광액에 따라 미묘한 수율 차이가 난다면. 바꾸기 쉽지 않을 겁니다. 어떤 고객들은 아예 원재료는 반드시 어떤 회사 제품을 쓰라고 지정을 하는 경우도 있읍니다. 수율이 0.1% 차이만 나도 민감한게 반도체 업체입니다
이번 조치는 일부에 불과하다고 하더군요.. 웨이퍼 막으면 그 때는 치명타라고
다들 뭘믿고 이런글에 동조를 해주는건지 진짜 ㅋㅋ
도대리// 뭐가 틀린건지 의견을 제시를 하고 그런 소리를 하시던지요
NOTORIOUS// 저사람 말이 맞다는 단 하나의 근거도 없는데 뭘 의견을 제시? 왜완견들이 단체로 약빨았나 ㅋㅋ
도대리 / 하루가 지난 글인데 댓글이 달리는게 놀랍네요. 행여나 '이 정도 글'에도 흉 잡는 사람이 있을까 해서 친히 아래에다가 제가 어떻게 일본인들을 생각하는지까지 써줬는데 뭐 글 제대로 보셨을 가능성은 0에 가까울테니 이해는 합니다만.. 뭐 그게 수준일테니 어쩔 수 없죠.
저도 반도체 재료 관련일을 합니다만 글쓴이님의 내용에 크게 공감하는 바입니다. 근데 이 문제를 너무 정치적으로(진보든 보수든) 과몰입하신분들이 자주 보여서 그게 더 안타깝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