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신년모임 때문에
강남역 근처를 걸어가던 중
남녀 한 쌍이 길을 물어 옴.
남 : 저 혹시 여기서 뱅뱅사거리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강남역 쪽 지리를 모르긴 했지만
스마트폰이 있으니 길을 검색해서 알려줌.
본인 : 잠시만요 저도 이쪽 길을 잘 몰라서......(검색)
저 쪽으로 가시면 되네요. 300 미터 정도랍니다.
길 검색하는 동안 어째 안절부절못하는 모양새가
좀 이상하다 생각은 했지만
말을 마치자 마자 본론이 나옴.
남 : 와 참 친절하시네요. 영혼이 참 선하신가 봐요.
혹시 조상님께도 정성을 다 하고 계신가요?
본인 제대로 딥빡.
본인 : 아저씨 지금 뭐하는 거에요?
남 : 아 선한 영혼 가진 분들이 더 복을 받아서 밝은 세상이 될 수 있도록....
본인 : 당신 같은 인간들이 있으니까
사람들이 친절을 베풀기가 더 어려워 지는 거 아냐!!!! (사자후)
어디 가서 어려운 사람 못 도울 거면
친절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 병신 만드는 짓은 말아야지
길 묻는 사람 볼 때마다
당신 같은 도쟁이일까봐
쌩까고 지나가는 게 당신이 말하는 밝은 세상이야?!
남자 여자 둘 다 어버버버 하는 사이
근처 신호등에 서 있던 사람들이 한 마디씩 하면서 박수 쳐줌.
그날 패기 넘치는 마음 그대로 술자리 가서 과음하고 밝은 세상 볼 뻔한 건 함정.
나중에 써먹어야지
도쟁이들에게 써먹을것.
아..음..
자네가 보기엔 내가 왕이 될 상인가말이야!!
요즘 써먹고 있습니다
크~ 사이다~~!!!
와~ 말씀 참 잘하시네요! 배워갑니다
흠흠.. (스샷을 찍으며)
와 진짜 멋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궁금한 게 얘네들은 훨 해서 먹고 사는지 궁금하네요.
같은 지역에 2인조로 규칙적으로 나타나는 애들이 있는데 신경쓰이는 건 둘째치고 밥은 먹고 다니는지 원... -_-(5지랍 5지구요...)
퇴근길, 안양역 왕궁웨딩 앞을 지날때면 항상 똘망똘망한 눈빛과 선한 표정으로 저에게 말을 걸어오는 여인들(?)이 있지요.
그녀들은 항상 "안녕하세요" 라고 말하는 듯 하지만, 이어폰을 끼고 있는 저에게는 항상 들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무심한 표정으로 그 인사를 뒤로 하고 갈길을 갑니다.
오늘도 뿌듯한 마음으로, 한명의 도인을 피했다는 자부심으로 하루를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