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후기.jpg

토요일 오후에 집에서 광화문으로 출발했습니다.

가면서 포켓몬 잡겠다고 버스를 탔는데

예쁜 여자분이 옆자리 앉으셔서

시작은 기분이 좋았습니다

앞자리엔 저처럼 광화문 가시는

가족분들도 계셨고요.

그런데 숭례문 이후로는 진입을 못한다 하셔서

거기서 내려서 걸어갔는데, 탄핵 반대 집회가..

그 사람 수가 생각보다 많아서 좀 충격이었습니다.

어떤 동기로 나왔든,

'나랑은 절대 말이 안 통할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정말 무거웠습니다

거기다 사람들 지나가기도 힘들게 태극기를 막 휘두르는 사람들이나,

이상한 소리로 연설하는 사람들이나..

너무 혐오감이 드는데 빨리 빠져나오질 못해서 힘들었네요

제 가방에 세월호 뱃지가 있어 테러를 당하진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으나

제 인상이 더러워서 그런지 불상사는 없었습니다 ㅋㅋ

3시 반쯤에 겨우 광화문쪽에 도착했는데,

생각보다 사람들이 적어서 마음이 더 안 좋았습니다

세월호 관련해서 서명을 하고 세월호 스티커와 고리를 받았는데

스티커는 신용카드와 핸드폰에 붙이고, 고리는 패딩 지퍼에 달았습니다

박근혜 탄핵 피켓을 하나 받아서 들고 이동하는데,

승복을 입으신 아주머니께서 손 시리다고 하시면서

빨래집게로 피켓을 패딩에 고정시켜주시더군요

그 마음 써주시는 게 감사해서

가방에 들고 간 무릎담요와 핫팩 하나씩 드렸습니다

그리고 옆에 보니 블랙리스트 시인들의 시 모음집을 만 원에 팔길래

착한 충동구매를 했습니다 ㅋㅋ

마침내 무대 앞 쪽까지 이동해서 준비해 간 방석을 깔고

핫팩도 하나 까고 앉았는데

춥고 허리가 아프더군요 ㅠㅠ

제가 척추분리증이 있는데, 땅바닥에 앉아 있는 자세가 특히 아프더라고요

그래서 이후엔 구석에 서 있었습니다.

공연이나 발언들이 재밌기도 하고

마음 아프기도 해서 집중이 잘 되더군요

옆자리 돌난간에 할아버지 두 분이 그냥 앉아서 

같이 보고 계셨는데, 제가 돌을 만져보니 차더군요

그래서 제가 썼던 방석과 여분 방석을 그냥 드리려고

말씀을 드렸는데,

저를 상인인 줄 아시고 거절하시다가

거듭 말씀드려서 두 분 모두께 드렸습니다 ㅋㅋ

갤럭시익스프레스의 신나는 공연까지 보고서

저는 인천에서 저녁 약속이 있어 돌아오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엄청 많은 분들이 오셨더라고요

기분 좋게 돌아오는 길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있어

호기심에 저도 가봤더니,

방송사 카메라도 있고 사람들이 사진도 찍더군요

평균키 호빗인지라 까치발을 해도 하나도 안 보이고

소리도 안 들려 엄청 궁금했는데,

추미애 대표시더군요 ㅎㅎ  

종각역으로 가는 길에

집회 참여하러 오시는 분들이 많으셔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인천 가서 친구도 잘 만나고 와서 보람찬 하루였습니다.

다음에는 본 집회에 참석해서 늦게까지 자리를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고생들 많으셨습니다.

*어제의 교훈 : 집회 갈 땐 지하철로 ..

* 다이소에서 산 '스포츠 머플러'가 엄청 유용했습니다.

 2천원 짜린데 얼굴 상당 부분을 가릴 수 있어 좋더군요.

여기에 털 후드까지 쓰니 별로 안 추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