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오베에 부산 사시는 오유징어님의 글 댓글에 부산 택시 이야기가 있길래 옛날 생각이 나서 적어봅니다.
그때 제가 썸녀인듯 썸녀아닌듯 썸녀같은 여자가 있었거든요? 한창 블로그가 유행하던 시절에 블로그질을 하면서 친해진 여자애였는데 좀 멀리 살던 친구라 아, 실제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겠네 했는데 웬일로 부산에 놀러온다고 하더라구요. 그때 막 설레어서 혼자 어디로 모셔갈지(?) 뭘 먹어야할지 막 고민하고 그랬죠. 심지어 선물도 사고 막 ㅋㅋㅋ
오기 전날까지도 실제로 온다 해놓고서 못올지도 모른다고 저를 애태우게 했었던 여자애가 어쨌거나 당일날 서울에서 여기까지 먼걸음을 하여 왔고 그날 나름 재미있게 놀았어요. UN공원 옆 부산미술회관인가 거기도 가고 나름 뜻깊게? 선물도 주고 ㅎㅎ
그러다가 여자애가 돌아갈 때쯤 되어서 시간맞춰 버스터미널로 같이 갔는데... 헐? 버스가 없네요?
알고보니, 우리가 갔던 버스터미널이 부산지하철 노포역에 있는 부산 동부터미널인데 여자애가 예매했던 터미널은 부산지하철 사상역에 있는 서부터미널이었던거죠. 그때 시외버스를 탈 일이 거의 없다보니 전 서부터미널을 아예 생각조차 안했고 여자애는 뭐... 타지사람이라 미처 몰랐고...
여자애가 사색이 된 걸 보고서 저는 당황해서 얼른 지하철을 검색을 했는데 대충 1시간이 걸리는 거리라고 나오고... 와 미치겠더라구요. 여자애는 울상이 되어서 집에 늦게 들어가면 혼난다고 울먹거리지, 난 부산사람인데 그것도 모르는 똥멍청이가 됐지, 지하철은 시간안에 절대 도착할 수도 없고... ㅜㅜ
그때는 제가 지하철이 가장 빠르다고 믿고 있던 때라서 여자애보고 다른 방법이 없냐고, 조금 늦게 들어가는 수 밖에 없다고 설득을 해봤지만 뭐 그게 통할 리가 있나요.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터미널 문밖을 나섰는데, 택시 승강장이 보이고 택시 기사님들이 4명이서 서서 이야기를 하고있네요? 얼른 가서 물어봤습니다.
- 혹시 서부터미널에 몇시몇분 차가 출발하는데 그때까지 갈 수 있을까요?
- 에이 그건 안되
- 한참 밟아도 안될텐데? 학생 그냥 다른 버스타
이야기를 옆에서 듣고있는 여자애가 아주 울기 직전이 되길래 저는 일단 되는대로 말을 했는데... 이때 하지말아야 할 말을 꺼냈던 거죠. ㅎㄷㄷ
- 가는 동안에 비용이 얼마나 들어도 상관없으니까, 그래도 어떻게 안될까요?
제 말에 기사님들이 잠시 조용해지시더니(...) 네분에서 쑥덕거리다가 갑자기 한분이 앞으로 슥 나서더라구요.
- 그럼 내가 가볼테니 일단 타보쇼
제가 조수석에 앉았고, 여자애가 뒷자리에 앉았는데 기사님이 안전벨트 꼭 매라고 당부를 하시다니...
전 그때 택시의 신세계를 엿봤습니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한손으로 돌리는 핸들의 춤사위에 차도 덩달아 탭댄스를 밟듯이 춤추었고 전 무의식적으로 천장 쪽 손잡이를 손에 쥐나듯이 붙잡았습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거 같아서 왼손으로는 손잡이를 잡고있는 오른손 위에 포개서 꽉 잡았죠. 기사님이 아, 내가 옛날에는 말이야, 악셀 좀 밟고 다녔는데 말이야, 라고 말하시는 동안 뒷자석 여자애는 사색이 되었고 또 기사님이 학생, 요즘에는 말야 이런 요청을 하는 사람이 없어서 정말 오랫만에 즐겁게 달려보네, 라고 말하시는 동안 전 뭐라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한 채 손잡이만 최후의 생명줄인 마냥 붙잡고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고가도로로 보이는 그 길(신호등 없고 차선 옆이 시멘트로 막힌 길)을 갈지자로 헤쳐나가면서 기사님은 함박웃음을 지었고 전 총알같이 스쳐지나가는 가로등을 보며 죽기전에 본다는 주마등이 이런 거구나, 라는 걸 느꼈습니다.
다행히 택시는 버스가 떠나기 10여분 전에 터미널에 도착했고 우리는 택시에 영혼을 빼앗겼는지 별다른 작별인사도 하지못한 채 헤어져야만 했습니다. 그리고는 뭐... 썸으로 끝났죠.
지금 생각해보니 썸으로 끝난 건 그 택시 탓이 맞습니다. ㅂㄷㅂㄷ
요약
목숨 내놓고 택시 탈 생각 있는 게 아니라면 택시기사님에게 저처럼 요청하지 마세요. 진짜 놀이공원 청룡열차는 비할 바가 되지 못했습니다.
https://cohabe.com/sisa/105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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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택시 관련 들 볼 때마다 진짜인지.. 제가 속고 있는건지... 너무 너무 궁금해요 정말..
썸녀: 아...나... 그걸 타네
과연 택시때문에 썸이 끝난걸까요?
택시비가 궁금하다!
이미 다 알아보고 온 썸녀인데 ㅋㅋㅋㅋ
총알택시를 생각 못한듯 ㅋㅋㅋㅋ
하 그걸 타네
그래요... 택시때문이라고 생각하세요...
그게 더 맘 편하다면야...
ㅋㅋㅋㅋㅋ 저도 비슷한 경험이...
친구들이랑 부산놀러갔는데 막차 표 끊어놓은 터미널은 사상이었고.
해운대였나 강안리였나 거기서 지하철 타려는데 조온나 먼거임. 결국 택시비 더블 외치고 폭풍 총알 기사님 만나서 집에 가는 막차 1분컷으로 끊어타고 돌아옴.
얼마나 뛰었으면 휴게소에서 깨지도 않고 걍 잤음.
역시 작성자분 오유인이 틀림없군요
과연 택시 탓일까 (찡긋
그걸 보냈으니 썸이 깨지죠 작성자 바보 -ㅠ-
그 유명한 부산 택시 넘버 쓰리를 만나셨군요! 넘버 원이랑 투는 이미....
안되면 집에 전화해서 이런 상황이니 양해해주십쇼 할거 같음..
예전이면 대동JC에 카메라가 없었으니..30분조금 더 걸리게 도착할듯
작성자가 잘못했네..
댓글들 때매 미치겠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옛날생각하며 우울)
26살 택시 알바때가 생각나네요
저 부산사람이구 서면에서 노포동 터미널에 빨리 가야된다고해서 조금 밟았더니 양정지나서 손님이 기사님 천천히 가셔두 되요 하면서 표준어 구사하던분이 생각나네요^^
아니 절호에 기회를 놓치셨네 ㅋㅋㅋㅋ
ㅋㅋㅋㅋ 그분이 살아남은 남바쓰리인듯 ㅋㅋㅋㅋㅋ
아... 그걸 태워 보내서 옆에서 코골고 자고있질 않네요...
아니 왜 굳이~~~ 택시를 타는지.. 하 .....
친구가 언양휴게소에서 밥처먹고 계단내려오다 발목이 심하게 접찔렀던 적이 있었죠. 그때 대구에 살던 여친만나러 가는길이였어요(지금 헤어졌지만)그때 119부르기는 뭐하고 제가 부산 남산동에 살고있어서 저한테 전화와서 택시타고 언양휴게소에 와달라고 하더군요. 친한친구라 오케이 하고 영락공원 입구에서 택시잡았는데 오만원 부르시더라구요. 콜 하고 출발했는데 거짓말 1도 안보태고 15분만에 도착했습니다. 친구걱정에 빨리가달라고 했는데 타고가는 내내 내가먼저 가겠구나 하면서 진짜 울고 싶었습니다. ㅜ ㅜ
외삼촌이 부산에서 택시기사 20년째...
전에 외가모임 갔다가 부산역까지 기차시간이 빠듯해졌을 때 삼촌이 태워주셨는데 숙모랑 사촌들이 타자마자 좌석 위 손잡이를 당연한듯 하나씩 잡을 때 알아차려야 했었음.
사거리 좌회전을 감속없이 가능하다는 걸 처음 알았으요...
학생, 요즘에는 말야 이런 요청을 하는 사람이 없어서 정말 오랫만에 즐겁게 달려보네 ㄷㄷ
부산은 터미널 근처에서 시외로 뛰는 택시를 타보면 제대로 스릴를 느낄 수 있죠. 노포동에서 동대구까지 달리면서 느꼈던 20여년전의 부산택시 기사아저씨... 대구친구가 놀라더군요. 부산이라면서 구라쳤나? 말없이 웃어줬답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