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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지만..백종원이 대패삼겹살을 개발한 게 맞다고 봅니다.



안녕하세요.ㅎㅎ 
베오베에서 지난 글들 정주행 중.. 백종원의 대패삼겹살 상표권에 대한 얘기가 있어 흥미롭게 읽게 되었습니다. 
어느 쪽이 맞는지 좀더 찾아보게 될 계기가 되기도 했지요. ‘ㅅ’ㅎ 

결론부터 말씀 드리자면, 대패삼겹살을 백종원이 개발했다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한 근거들을 나눠 정리했습니다. 많은 의견 부탁드립니다.ㅎㅎ



근거 1: 상표등록

시기를 찾아보면 백종원의 원조쌈밥집 개업이 1993년, 상표출원은 1996년인 것을 확인했습니다. 왜 바로 하지 않았을까요? 1993년이면 YS가 금융실명제 시행하던 그 옛날이지요. 무려 1차 수능이 시행되던 시절입니다. 

대패삼겹살과 원조쌈밥집은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백종원이 지금과 같이 하드캐리할 수 있게 만든 발판이었죠. 그런데 이 90년대 초의 인식은, 명동 한복판에서 최신가요 복사테이프를 쌓아놓고 팔 정도로 상표권, 저작권 개념 자체가 두루뭉실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던 시기였습니다. 

백종원 역시 안일하게 생각했다가, 여기저기서 대패삼겹살의 카피가 생기는 걸 보고 나서야 서둘러 상표를 넣었던 게 아닐까요?
1996년 9월 6일 매일경제신문을 보면, 당시 목조주택 사업을 하고 있던 백종원에 대한 인터뷰 기사가 있습니다. 직접 개발한 소스와 쌈장맛, 대패삼겹살에 대한 특허계획이 있었던 걸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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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전문: https://goo.gl/KmvA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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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는 대한민국 특허청 키프리스의 상표권 검색결과입니다. 상표로 ‘등록’되어 있지요. 출원이 아니라요.

흔히 상표등록은 “먼저 하면 장땡 아니야?” 라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은데요. 
한국의 상표는 선원등록주의이기 때문에 원칙상 먼저 출원한 쪽이 등록되는 건 맞습니다만, 모든 출원은 상표법에 의거한 심사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상표권 주장이 정당한지 검증 과정을 거치는 것이죠. 그런데 상표권 심사에서 공익성이 우선시되기 때문에, 심사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널리 인식하는 명사 같은 것들은 가차없이 거절됩니다.

대표적인 예시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다른 키워드들인 [벌집삼겹살], [솥뚜껑삼겹살], [볏짚삼겹살] 등은 모두 상표출원했지만 등록이 거절된 상태인 것을 쉽게 검색할 수 있습니다. 이들 또한 분명 누군가의 손에 의해 최초로 개발되었을 테지만, 너무 많은 사람에게 익숙하게 쓰이는, 즉 문화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상표권을 주장할 수 없는 거죠.

‘대패삼겹살’이라는 명칭을 특허청에서 백종원의 상표라고 인정해 준 것에 대한 근거를 유추해보면 당시 대패삼겹살 이라는 명칭은 널리 사용하고 있지 않은 특별한 명칭이었다는 것이죠. 

여기서 주목할 점은 그리고 다른 분들의 주장처럼 일부 지역에서 얇게 썬 삼겹살의 형태가 있었더라도 ‘대패삼겹살’이라고 불리우지 않았거나, 대다수의 사람들이 알지 못했다는 것이고, 백종원의 개업이 93년이고 출원시기가 96년이니 무려 3년이라는 기간 동안에도 ‘대패삼겹살’ 이 대중적인 음식은 아니었다는 것이 됩니다. 



근거 2: 개발의 범위

물론 1993년 이전에 (그 명칭을 불문하고) 얇게 썬 삼겹살의 형태가 있었고, 80년대에도 이것을 먹어본 기억이 있다는 다른 분들의 주장을 부정할 생각은 없습니다. 허나 그러한 형태의 고기가 있었다손 치더라도, ‘대패삼겹살을 개발’한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저는 백종원이라고 생각합니다. 개발의 범위에 대해 잘 생각해보면 될 것 같습니다. 열 개(開), 필 발(發)으로 열어서 발전시킨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유전개발, 수자원개발, 경제개발 등등과 같이 말이죠. 

실제로 백종원의 원조쌈밥집을 가보면 단순히 삼겹살만 얇게 썬 게 아니라 전용 소스에 재웠다가 굽는다든지, 따로 포장해서 팔 만큼 상품화된 쌈장메뉴가 있다든지 하는 독창적인 부분이 상당합니다. 백종원이 대패삼겹살을 '개발'한 게 맞다고 생각하는 이유이죠. 

개념적으로 있던 존재에 의미를 부여하고, 표준화된 상품성을 갖춰 상표화하였다면 그것이 개발이 아니고 무엇일까요? 지금 시대에 들어서는 지나가는 그 누구에게 물어보더라도, ‘얇게 썰려 돌돌 말린 냉동 삼겹살’의 형태로부터 떠오르는 단어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백의 백은 ‘대패삼겹살’을 떠올릴 것입니다. 얇은 삼겹살에 대한 제각각의 관념으로부터 일관된 상품명을 이끌어낸 거죠. 그런 면에서 백종원은 대패삼겹살을 개발한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마침

써놓고 보니 뭔가 장황한 키보드워리어의 스멜이 풍기는군요. 예전 베오베에 올라갔던 글을 보다가, 나름 찾아본 결과를 정리해놓고 보니 의미있는 토론 거리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조금 지난 화제임에도 조심조심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부디 베오베에 가서 더 많은 분들과 함께 의견을 나누고 싶습니다.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ㅋ; 



끝으로 스크롤이 힘드신 분을 위해 3줄요약!! 

1. 기존에 얇은 형태의 삼겹살이 있다 하더라도 명확한 이름과 의미, 즉 ‘대패삼겹살’이라는 상품을 개발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3. 특허청 상표권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널리 사용해야 하지 않는 특별한 명칭이어야 하고 백종원이 출원한 대패삼겹살은 그 심사를 통과(등록) 했다.

3. 따라서 백종원이 대패삼겹살을 ‘개발’한 것은 맞다고 생각합니다. 끗! 


댓글
  • 용용용용이 2017/02/10 18:58

    80년대에 모돈 얇게 썰어 팔던걸 뭐라고 불렀는지는 모르겠지만, 정확히 삼겹살 부위는 아니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어요 ~_~ 너무 어릴 때 먹은 거라 기억이 없을 수도 있지만ㅋㅋ 암튼 심도있는 토론글 작성 고생하셨습니당 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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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르릉창 2017/02/10 19:05

    이름 만든거 생각하면 원조가 맞는 거 같긴 하네요.. 등록이랑 출원이랑 차이있는거 지금 알았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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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뿌우뿌우웅 2017/02/10 19:10

    읽어보니 이름만든거나 널리퍼진거 생각해보면 오리지널은 백종원이 맞는거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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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서실짱 2017/02/10 21:04

    98년도에 돈토라는 체인점에서 처음 먹어봤네요
    그때 1인분에 1800원 이었단....2인이서 10인분씩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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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술덕후 2017/02/10 21:45

    음식쪽 원조찾기에 논란도 많고 그 방법론적 얘기가 많은데
    굉장히 합리적인 근거로 제시하셨네용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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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재리너스 2017/02/10 21:51

    근데 대패삼겹살의 질은 좋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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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나틱월드 2017/02/10 21:56

    논리적으로 설명하셔서 ㅊㅊ
    이거 진짜 궁금해요
    많은 분들 얘기 듣고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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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휘 2017/02/10 22:01

    하하하 백종원이 대패삼겹살 개발했데...푸하하핫. 그게 1996년도구요? 그럼 94-95년도에 대패삼겹살 겁나 먹었던 나는 뭔가?
    아니 그걸 판 업소 사장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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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산이네 2017/02/10 22:08

    제가 90학번인데요...
    광주 조선대 후문에 "대패삼겹살"이라고 파는 곳이 있었어요.
    불판 올리고 그 위에 알루미늄 호일에 냉동된 대패삼겹살이랑 양념이랑 등등을 넣고 익혀서 먹는 메뉴였는데....
    상표 등록한 권리는 인정하지만 백종원이 원형을 만든건 인정 못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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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하는사람 2017/02/10 22:20

    대패삼겹살 백종원씨가 장사 하기전에도 있었다는 증언이 많아서 동감 못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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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법풀 2017/02/10 22:41

    글을 제대로 안읽고 댓글다시는분들이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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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랑방랑자 2017/02/10 23:44

    예를들면 샌드위치 같은건가 보군요.
    '샌드위치라는 형태의 음식은 예전부터 유례했지만 18세기에 들어서 샌드위치 백작관련되어(자세한건 찾아보세요) 그떄부터 이름이 붙었다'
    (물론 샌드위치백작이 특허출원을 했다는건 아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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