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경 편들기라도 하면 온갖 비난이 쏟아지는 분위기다 보니
이견이 있어도 발언기회가 억압되고 침묵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인데요.
그런 여론을 누구보다 잘 아는 표창원 의원이
욕먹으면서도 할말 하는 거에 솔직히 존경심 마저 느낍니다.
1. 여경이 남성 취객을 손쉽게 진압하지 못한 문제
"태권도 2단, 합기도 2단에 육체적으로야 밀릴 게 없는 저도 취객 1명 제압을 제대로 해 본 적이 없다"
"술에 취했을 때 저항이 더 큰 편이고, 자칫 잘못하면 그 취객이 다칠 수 있다"
"몇 년 전에는 그런 취객을 제압하다가 사망한 경우도 있었다"
현직 종사자로서 틀린 이야기는 아닙니다.
취객들은 일반인 보다 훨씬 저항이 강하고, 현직 남경들도 진압하는게 절대 쉬운일이 아니에요.
솔직히 완력으로 충격 몇번만 줄 수 있어도 수갑 채우는거 일도 아닙니다.
하지만 함부로 다루다가 취객의 신상에 문제가 생기면, 그것대로 심각한 문제가 되기 때문에
취객들의 안전도 동시에 고려하면서 제압해야 합니다.
취객이기 이전에 시민이니까요.
오리지날 영상보면 알수 있지만, 남경분이 먼저 취객을 넘어뜨리고 수갑을 채우려고 1차 시도하는데
저항이 심해서 실패합니다. 이 과정에서 남경이 대놓고 등을 보인 것도 FM에는 어긋납니다.
부사수인 여경이 뒤를 봐주기는 하지만, 철저하게 방어해주지 못했고
다른 취객이 순간적으로 밀어내서 보호해주지 못한 부분도 완벽하지 못했고요.
남경이나 여경 모두 완벽하지 못했을 뿐이지 큰 실수를 저지른게 아닙니다.
그런데도 비난이 여경에게만 향하고 있다는 것은 좀 불공평하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그동안 SNS에 떠돌았던 팔굽혀펴기, 여경이 선행하는걸로 언플하고 쉽게 진급, 여경이 도둑잡았다고 홍보했는데 남자가 잡은거 숟가락만 얹은거, 다른사건들에서 가만히 있던 여경의 모습, 이런 기존의 부정적인 이미지에 언론사 조작, 경찰측의 미숙한 해명, 여론통제 시도, 젠더갈등, 승리사건, 윤총경등등
이런 수 많은 사건들의 책임을, 이번 대림동여경 사건에 몰빵해서 분노하고 있는거 솔직히 다들 인정 안하시나요? 대림동여경의 과실과, 그 여경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비난과 책임의 무게가 비례한다고 확신하시나요?)
심지어 저는 실수한 부분만 언급했고, 결론적으로,
두 분다 완벽하지 못했지만, 저정도면 충분히 대응 잘한거에요.
그만큼 경찰들은 수 많은 변수를 동시에 생각해야 하고, 현장의 상황은 매우 본능적이고 급박하게 돌아갑니다.
아무리 사회가 각박하다지만 경찰도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말아야 해요.
2. 성별의 다름을 인정하듯, 역할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여경 무용론은 현재 세계 경찰의 흐름에 역행하는 말"
"경찰 직무에 대해서 여전한 오해들이 많아서 생겨난 부분"
"경찰 업무 중에 육체적인 물리력이 사용되는 업무는 30% 미만이고, 경찰 업무의 70% 이상은 소통"
"여성 경찰관이 조금 더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또 중재 역할들을 많이 하기 때문에 물리적 충돌의 정도가 훨씬 더 완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
"미국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현장출동 시 남성-남성 2인조가 현장 출동했을 때보다 남성-여성 2인조가 출동했을 때 물리적인 충돌이 발생하는 비율이 훨씬 더 낮아지는 편이다."
"힘으로만 뽑는다면 격투기 선수나 운동선수만 경찰관이 되어야할 것"
"경찰이 언제나 상대방보다 힘이 세다는 보장은 없다"
이 부분도 여경에 대한 세간의 오해가 얼마나 잘못됬는지를 보여주는 말이에요.
현재 여경을 비난하는 여론은 남녀 상관없이 기계적 평등을 적용해서,
성별은 1도 중요하지 않고, 현장에서의 능력이 중요하다는 건데요.
남녀의 성별이 다른만큼, 현장에서 남경과 여경의 역할 자체가 미묘하게 다릅니다.
표창원 의원이 말한 것처럼, 전세계적으로 여경이 확대되는 이유는
남녀 2인조의 경우에, 물리적 충돌이 현저하게 줄어들기 때문이에요.
남경보다 대화나 타협 쪽에서 능력을 발위하는건 분명한 여경의 특기인게
통계적으로 증명이 됩니다. 그래서 전세계적으로 여경이 늘고 있는거고요.
이런 객관적인 현실은 무시하고
남자도 하는건 여자도 다 해야하고, 똑같이 능력으로 뿜빠이해야 한다는건
현실에 전혀 부합하지 않고, 비난을 위한 비난일 뿐입니다.
간혹 미국이나 러시아 같은 곳에서
범죄자들 탄압하시는 근육질 여전사분들 짤빵가져오는 분들도 계신데
애초에 우리나라 여경들에게 그정도 커트라인을 요구하는게 넌센스입니다.
그 나라들과 우리나라는 여경 뿐만 아니라 남경의 수준도 다르고,
범죄나 치안의 수준 자체가 달라요.
까딱하면 총이랑 흉기 들고 다니는 마약 카르텔 근육질 범죄자들한테 파리목숨되는 곳이랑
식당에서 술먹고 깽판치는 취객들 때문에 문제되는 우리나라랑 같나요.
국내 파출소 경찰의 역할은 공권력에 싸다구 날리신 술취한 취객 수갑 채워서
유치장까지 안전하게 모셔다드리는 업무에요.
그 현실에 맞는 맞춤형 공권력이 있는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고, 또 바람직하기도 합니다.
취객이 저항한다고 미국처럼 방아쇠 당겨버리면,
그건 공권력의 능력과 위엄을 상징하는게 아니라,
시민을 향한 공권력의 무차별적인 남발과 만행으로, 공포 분위기를 형성하는거에요.
심지어 우리나라는 서울권 신입 강력계 남형사들 조차도, 얄상한 마른 몸매인 분들이 한 둘이 아닙니다.
그런 몸매면 절권도로 단련되신 근육질 형님들 앞에서는 다구리나 연장 쓸 수 밖에 없어요.
무력이란 것도 상대적이라는 뜻입니다.
3. 사회는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그 과정에서 비난 만큼이나 관용도 필요합니다.
여경은 그저 사회가 제시한 자격요건의 커트라인을 통과해서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최선을 다해서 수행한 죄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그 커트라인이 시민들의 기대에 부합하지 않는 것일 뿐이고요.
이건 사회 제도의 한계이지, 여경 개인의 잘못이 아닙니다.
심지어 대림동은 서울에서도 범죄율 높은 곳중 하나고
여경 프로필 보면 대림동 지구대에서 1년 이상 근무했고, 지구대 파출소 경력만 5년입니다.
서울권 파출소에서 5년 넘게 버틴거면 여경 자체의 능력은 상위권이라는 의미입니다.
여경이 남경보다 무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능력이 부족한게 아니라는 사실과
그만큼 남경이 할 수 없는 여경만의 역할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태도도 필요하고요.
우리나라에 여성이 경찰이라는 직업에 등장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닙니다.
지금처럼 현장에 직접적으로 파견된 것도 불과 십수 년 일이고요.
여경들에게 직접적으로 조언해줄 여한세대 터울의 여경 출신 선배도 거의 없습니다.
사회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시민들의 요구에 맞춰서 변화해야 하는 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주어진 조건에 맞게 충실히 수행한 여경에게 비난을 돌리는 건
잔인하다 못해 비극적이라고 봐요.
그리고 우리 모두는 사실 대림동 여경 사건의 본질이
'여경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이념의 문제(페미), 성별 간의 혐오와 갈등, 공권력에 대한 불신 등이
뒤섞여 있다는 걸 다들 인지하고 있지 않나요?
그럼 그에 맞게 합리적으로 비판했으면 하는 바램이에요.
책임은 사회 전반의 문제를 연대책임으로 지우면서도,
정작 그 비난은 개인이나 특정 성별직업군을 향한 무차별적인 비난이 되어서는 안되고요.
이런 글 장문으로 쓴다고해서 불 붙은 여론에 눈꼽 만큼의 영향도 줄수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답답한 마음에 몇 자 적어봤습니다.
2시부터 다시 근무시간이라 바로 답변은 못해드릴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