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직장에 있던 어떤 할아버지가 임신중이었던 나를 보고 하루에 10번 정도
'그 배 어떻게 된거야? 라고 물어왔다.
치매때문이었다.
그 때마다 임신중이에요, 라고 대답하면
'그런가, 보물이 들어있구나. 너는 지금 보물상자야. 몸조심해'
라는 말을 역시 하루에 10번 정도 들었다.
이제 곧 1주기.
그 할아버지는 친척도 동료도 아무것도 아닌 이른바 생판 남이었는데
아흔이 넘어 요양시설에 들어온 분이었다(요양시설 근무)
귀찮고 귀는 어둡고 고집쟁이었지만 정말 좋아했었다.
참 주옥같아
좋은일에 '주년'이란 말을쓰고(결혼1주년)
뭔가 위로하거나 추모할땐 '주기' 라는 말을 쓰지 않나요?
이게 실질적 문맹인건가...하는 생각이 드네요;
오늘따라 두 줄이 많네
평소에 살찐거였는데 임신중이라고하고 지금에야 임신했다는거 아닌가요?
할아버지가 어제 서점에서 치매에 걸리지 않는 법 이란 책을 사오셨다.
오늘 또 사오셨다.
정말 좋은 인성을 가지신 듯 하시네요
매번 잊고 새로운데 늘 보물이라 생각하셨다는 게
존경스럽네요
어릴 때 들었던 예쁜 말들이 기억을 잃고 세월을 잃어가며
그 때로 돌아가 나오는 거라 생각합니다....
아이들에게 가족들에게 예쁘고 아름다운 말들 많이 해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