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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오성과 한음 이야기

보통 오성과 한음이라고
어린시절부터 짝꿍으로 유명하고
많은 장난을 친걸로 유명하지만
이게~다~~야사라는거 아시죠?
게다가 오성은 이항복의 자가 아니고
나중에 얻은 "오성부원군" 지위에서 나온 말
이항복의 실제 자는 "백사"입니다
즉 백사와 한음이 되야 맞는 소리라는 거지만
어감이 안좋아서 그런지...아무도 안쓰죠
실제로 둘이 처음만난건 이항복이 25살,
이덕형이 20살때 과거시험장에서였습니다
이항복이 이덕형보다 5살 많았어요
친구가 아니라 사실 친한 형동생사이였던거죠
둘은 과거에 동반 합격하면서 급격하게 친해지기 시작했는데 (이덕형은 무난히 합격 이항복은 턱걸이 합격...)
나중에는 얼마나 친한지 주위 사람들이
이항복에게 친형과 이덕형중 누가 더 좋냐고 물을 정도였습니다.
사람들은 그 둘이 그렇게 대단히 친해진걸
다 의아하게 생각했다고 하는군요..
왜냐면 성격이 완전히 반대였거든요
이항복은 외모는 평범했지만
훗날 농담정승, 농담천자라 불릴정도로
장난좋아하고 말장난잘하고 재치있고 임기응변이 뛰어난
유쾌하고 재미있는 스타일이었습니다..
그 일화를 살펴보자면
임진왜란 초기 피난하는 와중에
동인,서인이 서로 니책임이라고 치고받고 싸우자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아~안타깝다~안타까워~~"
라고 중얼거리며 탄식을 했습니다..
이를 본 이들이 싸움을 그치고 왜그러냐고 물어보자 답하기를
"이렇게 둘다 잘싸우는데~이렇게 둘다 용맹한데~
동인이 동해안을 지키게 하고
서인이 서해안을 지키게 했으면
어찌 왜적이 쳐들어올수 있었겠소
이걸 이제사 깨닳았으니 정말 안타깝구나~"
그 말을 들은 이들은 싸움을 멈추고 부끄러워했다고 합니다.
이덕형은 외모는 미남이었는데 완전 원리원칙주의자에
다른사람들에게 차갑고 까칠해서
주위 사람들이 무서워했고
사실 자기도 소심해서 친구가 없었다고 합니다..
친한 사람이라고는 장인인 이산해와 이항복 정도 밖에는 없었다고 하는군요
그런데 가끔 멍때리면 바보같았다고...
(실록에 직접적으로 나오는 기록...)
이덕형도 외부적으로 보이는 모습과는 달리
친형처럼 따르던 이항복에게는 형~형~거리면서 찌질거렸습니다...
뭐 대략 이덕형이 이항복에게 보낸 편지에 나온 내용들을 보면...
"형~나 병나서 너무 아파요.."
"형 그런데 저번에 형이 올린 상소 정말 못썻더라구요 ㅋㅋ"
"형 왜 그런 쓸데없는 말을 했어요?"
"흥! 형도 내 맘 몰라요!!"
이런 스타일...
앞서의 이유로 이항복 외에는
제대로된 친구가 없던 이덕형은 이항복에게 많이 의지 했고
이항복도 친동생처럼 이덕형을 대했습니다..
동생인 이덕형이 출세가 더 빨랐음에도
조금의 시기같은 것도 없이 말이죠
임진왜란당시 이덕형이 중국장수들을 접대하는 역할을 맏았는데..
이덕형의 장인이 이산해라는게 중국장수들에게 알려지자..
중국장수들은
"동성이랑 결혼하는 금수같은 인간이라해!!!"
라며 이덕형을 무시하고 왕따시켰는데
(중국은 본관의 개념이 없어서 일어난 오해)
이덕형은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혹시라도 내가 뭐라하면 괜히 중국에 밉보여서
나라에 안좋은게 아닐까..하며
혼자 끙끙대며 전전긍긍...
그 모습을 보다못한 이항복이 이덕형을 따라 중국장수들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중국장수들에게 말하기를
"아~오해가 있으신 모양이신데 이 녀석 원래 김씨에요(?)
그런데 이놈이 워낙에 뛰어나다보니
임금님이 사성을 하셔서 이씨가 됐다니까요???"
라며 뻥을 쳐버렸고...
원리원칙주의자인 이덕형은 그 소릴 듣고 기겁을 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 뭐라 할 수 없는 상황..
그런데...중국장수가 말하기를~
"오~그런 뛰어난 인재를 몰라봐서 죄송하다해~미안하다해~"
그렇게 재치로 문제를 해결해주기도 했었죠..
어쨋건 둘다 임진왜란당시 국방과 외교의 책임자자리를 맏아 큰 공을 세웠고
공신의 반열에 올랐죠...
특히 이덕형은 중국의 원병을 불러온 공을 세웠는데
원병을 청하러 중국으로 떠나던 당시의 둘의 대화도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이항복: 너가 만약 원군을 불러오지 못한다면
넌 나를 시체더미에서나 찾을수 있을거야
그리고 우린 다시 살아서 만나지 못하겠지...
이덕형: 형...제가 만약 원병을 불러오지 못한다면
저 그냥 안돌아오고 거기서 죽어버릴게요...
그런 큰 공을 세웠음에도 이덕형은 나중에 선조가 내린 공신자리를 거부했죠..
그 이유는 선조가 지나치게 공신직위를 남발했기 때문이었는데
"개나 소나 다 공신인데 그깟 공신 되서 뭐하겠습니까?"
뭐 그런 이유였습니다...(역시 까칠...)
훗날 죽을때까지 둘의 우정은 변하지 않았고
말년에 보낸 편지를 봐도 그들의 애뜻함(?)은 더해집니다.
형,밥 많이 드시라고 한 당부 잊지 마세요...
나이가 들어가니 이별할때의 정이 소싯적과는 다르군요...
-이덕형
지는 달 서상에서 선 채로 이별했노니
초췌한 병든 얼굴 그때가 기억나네.
꽃다운 마음은 정히 다음 생의 약속을 믿고서
먼저 저승을 가면서 훗날을 기약하였지.
-이항복
(이덕형이 죽자 지은 시)!
그렇게 30년넘는 우정을 지켜나가던 이항복과 이덕형은 1613년 이덕형이 53살로 사망하고
1617년 이항복역시 인목대비의 폐비를 반대하다가 귀양가서
북청에서 62세의 나이로 사망하면서 끝났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지금도 남아 우리에게 읽혀지고 있죠

댓글
  • 스몰츠용수 2019/05/01 21:28

    재밌게 읽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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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단부 2019/05/01 21:31

    불펜에는 역사에 해박한 분들이 많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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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ischiroo87 2019/05/01 21:31

    김씨가 아니라 계씨 아닌가요?
    난 왜 계덕형으로 기억하고 있지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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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hart 2019/05/01 21:31

    저도 재미있게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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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애자 2019/05/01 21:36

    너무 재미있게 읽었네요...계속 올려주세요...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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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古之遺愛 2019/05/01 21:42

    소싯적 인형극 오성과 한음에서 둘은 같은 서당 친구, 이게 왜곡의 시작이 아니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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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직한제목 2019/05/01 21:43

    이런거 더 올려주세요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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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씹옵비어 2019/05/01 21:46

    어릴 적 속으며 읽었던 이야기 속에 감나무 일화 있지 않나요? 암튼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부럽네요 저런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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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ahasia 2019/05/02 00:27

    대부분의 불펜질이 나에게 참 해이다 하는데
    이런 글땜에 불펜를 끊을 수 없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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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지수 2019/05/02 00:40

    본관이라는게 원래 중국에서 온거에요. 연원이 굉장히 오래됨. 한인 사족들이 무슨 청하 최씨니
    범양 노씨니 태원 곽씨, 하동 유씨 등등 많았음. 이여송이 그런건 거의 트집잡기에 불과하다고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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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지수 2019/05/02 00:49

    단 근래 중국은 본관을 따지지 않고 누구의 몇세손입니다 하는건 맞음. 이를테면 주윤발이 주유의 몇세손
    이네 한다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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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earCAT 2019/05/02 01:12

    귀한 글 감사합니다 ;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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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족같은 2019/05/02 01:25

    정말 재밌게 읽고 갑니다 ^.^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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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댕유댕 2019/05/02 02:36

    ㅊ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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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풍데쿠 2019/05/02 04:49

    오 역사 실력자시군요.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부탁드립니다. 그나저나 불펜에서는 여기 저기 니체가 흥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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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유십일홍 2019/05/02 07:31

    잘 읽었습니다. 박인로가 쓴 누항사가 이덕형과의 편지 내용으로 알고있는데 박인로와 이덕형의 관계에 대해서 혹시 알고계신 야사가 있음 이야기해주심 잘 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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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도숙희 2019/05/02 07:36

    이산해 나오면서 토정 이.지함 이야기도 나올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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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arcarolle 2019/05/02 09:26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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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ZICO 2019/05/02 09:36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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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tchy 2019/05/02 10:00

    이런글 참 좋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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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이 2019/05/02 10:02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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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井山보리밭 2019/05/02 10:48

    이런 소소한 역사의 뒷이야기 재밌네요.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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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래울지마 2019/05/02 11:17

    꿀잼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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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키미영 2019/05/02 11:30

    너무 잼있어요 감사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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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난봉래 2019/05/02 11:30

    역사. 동심파괴(?)일줄알았는데 오..끝까지 둘은 훈훈하네요 ㅋㅋㅋㅋ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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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록선정 2019/05/02 11:30

    단숨에 읽히네요 꿀잠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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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이데거 2019/05/02 11:31

    성격이 비슷한 사람은 오히려 마음깊이 친구가 되기 힘든 거 같음 캐릭터가 겹친다고 할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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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히로둥이 2019/05/02 11:34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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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카카카ab 2019/05/02 11:57

    오.. 잘 읽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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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금빛인생 2019/05/02 13:13

    오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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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felix 2019/05/02 13:22

    잘 몰랐던 사실인데 덕분에 알고 갑니다. 그런데 중간에
    나중에는 얼마나 친한지 주위 사람들이
    이항복에게 친형과 이덕형중 누가 더 좋냐고 물을 정도였습니다.
    이 부분은 이항복이 형이니까 친동생을 잘못 쓰신 것 아닙니까?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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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지오네 2019/05/02 13:34

    오성과 한음 얘기 들으면 나이 따지는거 조금 웃기더군요..유교가 지배한 조선왕조 500년 역사상 최고의 베프도 5살 차이인데 요새는 뭐 그리 한살 두살 많은거 따지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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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코땅땅 2019/05/02 14:11

    오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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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미&핸콕 2019/05/02 14:20

    어릴 적 학교에서 배웠던 오성과 한음 이야기~!
    둘이 친구인 줄 알았더니 형과 아우의 관계였군요.
    이런 디테일한 역사 이야기 참 좋네요.
    앞으로도 자주 올려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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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_Slayer 2019/05/02 15:52

    재밌게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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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란파슨스 2019/05/02 16:00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다른 에피소드는 없나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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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밥무긋나 2019/05/02 16:13

    꿀잼~ 재밌게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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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옥007 2019/05/02 16:32

    재밌게 잘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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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아 2019/05/02 17:13

    오성과 한음 얘기하면서 조선시대는 나이차가 있어도 친구로 지냈다고 배웠습니다
    한살가지고 형동생 따지는건 요즘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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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elform 2019/05/02 17:14

    덕형이형이 조상님이신데,,, 성격이 뭔가 유전인 것 같습니다 허허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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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구9구 2019/05/02 18:05

    이항복은 유쾌한 일화가 참 많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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