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성) 도촬과 초상권 이야기 읽으니 생각나는 사진들... (스압...)

저는 저희 강아지들 사진으로 사진을 시작해서 강아지들만 7-8년 찍다가
거리스냅 2-3년, 그리고 최근에 코스프레와 인물사진을 촬영하고 있습니다.
거리스냅 2-3년.
저 시기가 딱 도촬/초상권 문제와 맞물리네요.
제일 열심히 사진을 찍었던 시기이기도 하구요.
사실 그 무렵에는 제가 초상권에 대한 개념은 있었으나
(그것도 정확하게는 아니고, 식별이 불가능할 정도로 찍는게 옳다고 어렴풋이 인지하는 정도)
부끄럽게도, 그 행위자체가 도촬일거라고 인식하지는 못하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도촬'이라는 용어 자체가 주는 뉘앙스가 제 사진생활하고는 아주 동떨어진 개념으로
머릿속에 박혀있었기 때문이죠.
도촬 = 몰카 = 여성의 나체나 신체일부, 혹은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진을 몰래 찍는것
이라는 개념이 강했습니다.
그래서 '내 사진은 전혀 그런 사진이 아니니까'....'내 의도는 그런게 아니니까'.. 하고 안일하게 생각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동의를 일일이 구하지 못한 것은 죄송하지만 '나쁜 의도'로 찍은 사진은 아니라고 스스로 합리화를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진에 '사람'이 들어가면 사진의 느낌이 확 달라진다는건 사진을 담아보신 분은 아실겁니다.
그래서 저도 초상권을 보호하면서 사진에 사람을 넣어보겠다며 아래와 같이 사진을 찍곤 했습니다.
***식별 불가능할 정도로 작게 찍기***
#두개의 우산

#잘 해왔어, 함께

#삼각구도

***느린셧속으로 블러주기***
#관계의 자취

#그의 주말

***부분만 담기***
#빛을 남기는 사람

#주인님은 어디에

#미궁속으로

***반영이나 실루엣으로 뭉개기***
#허상

#모두가 모델처럼

이렇게 저는 사진에 사람을 넣는 재미를 알아가며, 피사체들의 '초상권'을 지켜주려고 애쓰고 있다고
'동의를 구하지 않은'행위에 스스로 면죄부를 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동의를 구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불편한마음은 늘 마음 한편에 있었는데
최근에서야 의도의 선악을 떠나서 '동의 없이 촬영하는 것은 모두 도촬'임을 인식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상대방이나 사진을 보는 사람에게 불쾌감을 유발할 수도 있음을 느꼈습니다.
네, 위의 사진은 모두 '도촬'이 맞습니다.
솔직히 제 사진들이 '도촬'임을 인지했을때, 굉장히 충격이었습니다.
열심히 찍어온 그 많은 사진들이 도촬의 범주에 들어간다니....
그렇고 그런 사진들과 같은 연장선상에 있는 사진이라니....
'도촬'의 의미를 부정하고 싶었고
'도촬'의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다고 마음속으로 반박도 해보고 싶었지만
피사체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촬영 = 도촬
이라는 정의를 바꿀 수는 없었습니다.
이렇게 도촬에 대해 자기성찰을 하고 사진에 인물 대신 다른 피사체를 대체해 넣으려는 요즘입니다만
사진생활에서 도촬을 완벽히 배제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도저히 사람을 전부 프레임 밖으로 뺄 수 없는 상황이나
셔터를 누르는 동안 프레임 안으로 사람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을 수 있을것이고
촬영전동의를 구하기 힘든 상황에서는 셔터를 눌러놓고 나중에 동의를 구하겠지만
찍는 순간에는 이미 도촬이니까요.
하지만 이전에 해왔던 행동이 도촬임을 인지하고 있다면 앞으로 촬영은 많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촬영전후로 동의를 구할 수 없는 상황의 촬영은 최대한 배제할 것이며,
셔터를 누르기 전 한번 더 주위를 살펴보게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