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게 눈팅만 해오던 제가 어느덧 오유징어가 되어 처음으로 글을 적네요ㅎㅎ
1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도 못했습니다.
정치 성향이야 애초 나이브한 진보이기는 했지만 현실정치 자체에는 본격적인 관심을 가지지는 않았던 제가
세상에나, 오유 시사게를 눈팅하고, 눈팅하고, 눈팅하다가, 이렇게 가입도 하고, 급기야는 글까지 쓰게 된다니요!
그런데 시간이 그렇게 만들더군요. 아마 생업이 역사와 관련이 있어서일까요,
아니면 '정치가 우리네 삶과 결코 분리될 수 없다'는 퍽퍽한 진실의 무거움을 통감하게 되는 연령대에 접어들게 된 탓일까요.
자연스럽게 '오늘의 역사를 만들어나가는 한 축'으로서의 현실정치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고,
관심도 없던 오유에 접속해서 시사게라는 곳에 올라오는 글들을 하나 둘씩 읽고, 그러면서 큭큭거리고, 분노하고, 눈물 흘리고...
그러다 보니 이렇게 가입도 하고, 글도 적게 되고... 정말 어찌어찌 하다보니 여기까지 왔구나 싶어 감회가 저 혼자서만막 새롭습니다.
저는 인간 노무현을 좋아했고, 그 노무현의 죽음에 분노하고 눈물 흘렸습니다만,
정치 집단으로서의 '친노'에 대해서는, 위에서 나이브하다고 적었던 것에서도 아실 수 있듯이
조금은, 아니 탁 터놓고 말해 '타자'로 취급하며 대놓고 많이 '싸늘한 시선'을 보내 왔던 편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나이브함에 혀를 내두를 만큼 어설픈 발상입니다만
"제도나 구조가 아닌 인간 노무현에게 너무 많은 것을 의지한다",
(윤석열 식으로 말하자면)"어쩌면 사람에게 충성하는 걸지도 모른다"는 판단을 하고 있었더랬죠.
(그 인식이 그대로 꺾이지 않고 계속 나아갔더라면, 저도 아마 '친노패권주의', '친문패권주의'를 운운하고 있었겠죠-_-;)
그런데 본격적으로 정치에 관심을 갖고 살펴보니, 상황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친노에게 있어서 노무현은
민주주의, 연대, 공공성, 더 많은 사람이 행복한 세상을 향한 노력, 그리고 그 노력에 대한 믿음-
그 모든 가치의 집약이었고,
그러했기에 '충성'의 대상이 아닌 '존경'의 대상이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가치를 대변하고자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던 한 인간을 지켜주지 못한 안타까움의 흔적이었어요.
그러니까, 저도 사실은 그냥 친노였죠. 저는 그걸 너무 늦게 깨달았던 거예요.
그것마저도 사실은 단번에 돈오한 것이 아니라,
대학을 졸업한 뒤에야, 무슨 녹차 티백 우려내듯이 서서히 알게 되었고,
저번 4.13 총선 전후해서 시사게에 1분 1초가 멀다 하고 들락날락거리면서 그 앎에 확신을 지니게 된 건데, 여하튼 그렇습니다.
돌이켜보면 많이 후회스럽습니다.
'왜 친노이지 못했는가'.
그러나 언제까지고 그렇게 후회만 하고 있을 수는 없기에, 이렇게 글을 적어봅니다.
'친문은 하겠습니다. 뒤늦게나마.'
작금의 시점에서, 친문이야말로 인간 노무현이 짊어지고자 했던,
민주주의, 연대, 공공성, 더 많은 사람이 행복한 세상을 향한 노력, 그리고 그 노력에 대한 믿음-
적어도 '그 놈이 그 놈이다' 드립이 횡행하는 이 현실정치 판에서
좋아 그래 너희들 말대로 그 놈이 그 놈이라고 하더라도,
한 사회의 건강성을 담보할 수 있는 그런 가치들을, 그래도 조금이나마 더 많이 가지고 있는 건
결국 문재인과 문재인의 곁에 서 있는 사람들이다. 문재인에게 새 시대의 희망을 거는 평범한 이 땅의 숱한 사람들이다-
그런 믿음을 안고, 더불어민주당의 권리당원은 커녕 평당원도 될 수 없는 처지에서,
오유 시사게에 가입 인사 겸 남기는 첫 글을 이렇게 마무리지어 봅니다.
가볍게 글을 쓰려고 했는데, 어느덧 글이 너무 길어져 버렸네요.
종종 접속해서 글 남기겠습니다. 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깨어난 실천인 글이 멋지네요.
작성자님 글에 여러 글귀들중에 감동 포인트가 있는데 저는 첫번째로
-그러니까 저도 사실은 친노였죠.-
가 가장 가슴에 와닿는 말입니다.
저도 친노에게 빚진 마음으로 더 열심히 친문하고 있습니다.
격하게 환영합니다.
자주 자주 좋은글 부탁드립니다.
늦었지만 환영합니다. 생삭하는 것하고 이렇게 글 하나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깊숙히 한 발 담근다는 것을 실감하실겁니다.
웰컴투 문 월드~!
아~진심이 느껴지는 좋은 글이네요.
마음이 정화됩니다
친노인가 친문인가
그냥 우리는 정의가 상식인 나라를 원하는 사람들인거고
편법 싫어하는 사람들인거고
진심을 알아보는 사람들인거고
그 길에서 두 보석을 발견한건데
사람들은 자꾸 인과관계를 뒤집어 판단하곤 하죠
이 맥락을 알게되면
많은 것이 보이는데
왜 친노이지 못했는가!
저한테도 와닿는 말이네요
역사선생님이시군요. 당신이 짊어진 것은 단지 이 나라의 정치가 아니라 이 나라의 미래입니다.
당신의 가르침으로 인해 또 한 명의 노무현, 문재인이 나타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훌륭한 선생님, 학교 공부만이 아닌 인생을 배울 수 있는 선생님이 되어주시길 바랍니다.
힘내세요.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