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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진화중.


유머러스하고 붙임성이 좋은 아내는

의외로 집순이이고 내향적이며 혼자만의 시간에 엄청난 쾌감을 느끼는

청소를 못하는 열혈변태다.

출산 후, 전업 주부의 길을 걸으며 아내는, 그동안 가져보지 못했던 '취미'라는 것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그것은 처음 '요리'에서 시작되어 내 직장의 모든 미혼남성들을 부러워하게 만드는 엄마의 집밥 도시락으로 스타트를 끊고

그 미혼남성들의 자취방 반찬으로 진화되었다.

우리 아버지의 선물로 제빵기와 스탠드믹서를 선물받은 와이프는 인터넷을 통해 베이킹을 시작했고

월요일마다 우리 회사에 쿠키와 빵과 케이크를 제공했다.

우리 후배들은 살이 쪘고, 환호했고, 연애에서 더더욱 멀어졌다.

요즘은 프랑스자수를 시작했다. 집안의 모든 물품들에 '커버' 라는 것이 생겨났다.

난 펜도 없는데 필통이 생겼고, 안경케이스도 생겼고 물통에도 뭔가를 씌워서 다니며 어지간한 것들에는 이니셜이 수놓아져있다.

우리 딸은 활동적인 아이로 키워, 나와 함께 산도 타고 운동도 했으면- 바라왔지만

결국 자기 엄마를 닮아 듀플로의 세계로 들어가버렸다.

저번 달에는 집에 '미싱' 이라는 것이 들어왔다.

이해할 수 없는 미친 색감의 이불과 패드가 생겨나고 있었다...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서 아내의 흔적을 느낀다.

그것은, 신혼부부의 액자에서부터 신생아의 배냇저고리, 후배집 냉장고 술안주에서 느껴지는 아내의 맛

노총각 선배집에서의 거부할 수 없는 누빔패드...


내가 있는 모든 곳에서 숨만 쉬어도, 눈만 깜박거려도 아내가 느껴진다.


아내에게 '청소'를 취미로 하는 건 어떻겠냐고, 다이슨의 최신형 미세먼지도 빨아들이는 청소기를 사주겠다고 제안했을때
그 필터로 당신도 걸러낼 수 있냐고 낮게 읖조리던 목소리에 그만 울고 말았다.
무슨 집이 가내수공업 공장같아지고 있다.

아침마다 갓 구운 빵에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있지만, 난 미국 남부에서 목화를 따러가는 조 아저씨같은 기분이 든다.

아내의 취미가 늘어갈수록, 집이 거지꼴을 면하지 못한다.

장모님께서 아내가 빵과 케이크와 무슨 커버와 어떤 패드를 만들어갈때마다

'이제 작작 좀 쳐 배워.' 라고 하시는 그 마음을 알 것 같다.

댓글
  • 운디드 2017/01/23 21:49

    모친께서 지금은 눈이 침침하다고 멀리하시지만
    예전에는 코바늘 뜨개질을 하셨어요.
    처음에는 간단하게 민소매 옷으로 시작했죠. 여름에 시원하고 좋더라고요. 자다가 배겨서 그렇지.
    책상이랑 탁자에 커버가 생기고 유리로 덮으시더라고요. 그거 놓다가 코딱지 모았던 거 들켜서 겨울에 쫓겨남.
    자동차 좌석에 커버가 생겨서 차 안에서 커피나 콜라도 마시지 못합니다. 그거 세탁하기 힘들거든요.
    창문마다 커튼이 생기고, 뜨개질로 못하는 게 뭘까? 라는 생각을 했었지요. 문 열 때마다 조심조심 열어야지 벌컥 열면 혼남....ㅠ
    조선시대라면 길쌈이나 군포 짜기 에이스가 되셨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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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ns0218 2017/01/23 22:15

    으잌ㅋㅋㅋㅋㅋㅋㅋㅋ청소기얘기는 웃프네요ㅠㅠㅠ그래도 손재주가 있으신가봐요 얼마나 다행인가요..손재주 1도없으면서 취미가 가내수공업이면..
    진짜 손재주 하나도 없는 저로서는 부러운 재능이에요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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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기억해 2017/01/23 23:06

    훙.... 달달행..... 연게보단 결게가 좋네용♡
    그렇게 지나가던 솔로는 오늘도 대리만족을 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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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끔깨물어요 2017/01/23 23:20

    와....대단하시네요.. 진짜 뭐 배우면 뚝딱이신가보다..ㅠㅠ 전 배우다 항상 재능이 없으니 시간낭비 말자☆ 이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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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은고냥이 2017/01/23 23:25

    손재주가 있으시네요..ㅎㅎ 건프라,목공의 세계로 인도하시면 큰일하실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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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루푸시업30 2017/01/23 23:42

    음식물 쓰레기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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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웃집강순이 2017/01/24 00:05

    귀여우시다 두분다 킄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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