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 착각, 후회...(좀 길어요)

안녕하세요.
몇 일만에 포럼에 들어와 봅니다. 잠시 사정(?)이 있어서 아내는 한국에 있고, 저와 아들녀석 둘만 멜번에 와 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트램에서 내리면서 발을 헛디뎌서 카메라를 맨채로 넘어지면서 옆구리 갈비뼈부분을 M바디가 때리고, 함께 마운트되어 있던 0.95녹티는 시멘트바닥에 곤두박질 쳤습니다. 물론, 바디와 렌즈가 모두 손상이 되었습니다. 바디는 이중상이 상하로 틀어졌고, 테스트를 여러번하다가 깨끗하게 녹티는 포기했습니다.
렌즈와 카메라는 수리보내고 몇개월 기다리면 되는데, 다치고 나서 여행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아이를 무작정 끌고 온 것은 아닌지, 아이도 좋아할 거란 착각... 역시 멜번 거리와 골목은 아들녀석이 좋아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계획과는 전혀 다른 일정으로 흘러가고 있어서, 사진은 담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지만.. 탓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 많은 것을 느끼고 있는 여행이 되었습니다.
아이가 제일 좋아했던 것은 맬번 동물원이었습니다. 제 예정에는 없었던..돌아갈 집이 있는 것은 좋지만, 함께 있어야하는 사람을 두고 온 여행은 줄겁지가 않네요..
아직도 다친곳이 아파서 움직이기가 쉽지는 않지만, 아들녀석이 집 생각나지 않게 하려고 카메라대신 캠코더를 들고 웃어주고 있습니다.
당분간 여행은 못다닐 것 같네요. 집에서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웃어주고 싶습니다. 아들녀석도 그것을 더 좋아할 거에요. 사진도 잠시 느리게 가려구요.
재미없는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