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바다씨네 나눔의 한 끼]
가게 입구에는 '무료 안내문'
한 개 시켜 어린 손녀 3명 먹이던 가난한 할머니 보고 돕기로 결심
올해부터 독거노인 등 찾아 대접
인근에 가게 낸 아들도 봉사
지난 9일 오후 3시 서울 마포구 동교동의 한적한 주택가에 있는 돈가스 전문점. 10평 남짓한 가게로 등이 굽은 할머니 한 분이 들어와 힘없는 목소리로 "배가 고파서 밥을 먹고 싶은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식당 주인 차바다(53)씨가 "할머니, 어서 들어오세요"라며 반갑게 맞았다. 곧 두툼한 돼지고기 안심에 바삭한 튀김옷을 입힌 왕(王)돈가스와 따뜻한 쌀밥, 된장국이 할머니 테이블에 차려졌다. 30여분간 돈가스 접시를 다 비운 할머니는 몇 번이나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한 뒤 식당을 나갔다.
이 식당 유리벽에는 '돈가스를 드시고 싶은데 사정이 여의치 않으신 분은 들어오십시오. 대접하겠습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옆에 붙은 배달 주문 전화번호 안내 문구보다 8배 정도 큰 크기다. 차씨와 아내 이명혜(54)씨는 올해로 19년째 식당을 찾아오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무료로 돈가스를 대접하고 있다. 폐지 줍는 할머니부터 몸이 불편한 장애인, 노숙자, 교복 입은 학생들까지 그동안 1000명 넘게 이 식당에서 '한 끼의 행복'을 맛봤다.
육군 소령으로 전역한 차씨는 퇴직금을 털어 1998년 돈가스 가게를 차렸다. 1년쯤 뒤인 1999년 5월 어린이날. 한 할머니가 어린 손녀 셋을 데리고 와서 4000원짜리 돈가스 한 개를 주문했다. 이 할머니는 돈가스를 잘게 썬 뒤 손녀들에게 한 입씩 먹였다. 손녀들 먹이느라 할머니가 먹을 돈가스는 없었다. 보다 못한 차씨 부부가 큰 돈가스를 만들어 할머니 가족에게 건네고 돈을 받지 않은 것이 '돈가스 나눔'의 시작이었다.
남편이 처음 나눔을 제안했을 때 아내는 반대했다고 한다. "좋은 일이지만 공짜 손님이 몰려 영업에 지장을 받을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그러나 막상 시작해보니 우려했던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주로 이 동네 저 동네를 다니며 폐지나 박스를 줍는 어르신들이 식당을 찾았다. 이씨는 "어르신들이 한두 번 오신 뒤에는 미안한 마음 때문인지 더 이상 오시지 않았다"며 "처음 오신 분들도 돈가스를 드신 뒤 요구르트나 치약, 천원짜리 한 장이라도 밥값 대신 내려는 분들이 많았다"고 했다. 이 부부는 양이 모자라도 더 달라고 말하기 힘든 분들을 생각해 고기와 야채는 더 넉넉히 챙겨 드린다고 한다.
무료 손님을 이 부부는 '천사'라고 부른다. 차씨는 "마땅한 호칭이 없어 고민하다가 우리 돈가스를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면 오히려 우리가 은혜를 받는 것 같아서 그렇게 부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 달 10여명씩 왔던 천사들은 어찌 된 일인지 최근 몇 년 새 한 달에 서너명 수준으로 줄었다. 나눔의 기회가 적어지자 이 부부는 올해부터 직접 '천사'를 찾기로 했다. 동사무소에 "어려운 이웃들에게 한 끼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며 돈가스 후원을 제안한 것이다. 이달부터 동사무소 직원들이 한 달에 한 번 차씨 부부가 만든 돈가스를 들고 독거 노인과 장애인 등 생계가 어려운 이웃들을 방문한다. 이씨는 "가만있으면 안 오시니 우리가 직접 갈 수밖에 없지. 그래야 마음이 편해"라며 환하게 웃었다.
지난 2015년 12월엔 큰아들 주환(28)씨가 한 블록 건너에 작은 돈가스 가게를 냈다. 이 가게 유리 벽에도 부모님 가게와 같은 문구가 붙었다. 주환씨는 "20년 넘게 부모님 일을 도우면서 나눔의 기쁨을 배우게 됐다"며 "이젠 내 손으로 직접 '천사 손님'을 모시게 됐다"고 했다.
주희연 기자
출처: https://v.media.daum.net/v/20170121030632430
추천!
어렸을땐 먹고싶은게 그렇게 많았는데...
ㅊㅊ
곧 노숙자들의 성지가 될지어다
무좬추천
ㅊㅊㅊㅊㅊㅊ
맛있나 봅니다. 흥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