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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닉 전기차 시승기

차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이번 기회에 34일 간 제주에서 아이오닉 전기차를 몰게 되어 경험을 나누고자 합니다. 일단 저는 디젤 SUV오너이고 디젤차 예찬론자입니다. 디젤차는 휘발유차와 달리 살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디젤차를 오래 몰아보면 어떻게 관리해 주느냐에 따라 차가 달라집니다. 특히 추운 겨울에는 차종을 불문하고 관리여부에 따라 시동이 안 걸리기도 합니다. 강원도에 살아본 사람은 알지요. 그래서 디젤차는 애지중지하는 만큼 그 보답을 해준다고나 할까요? 특유의 갤갤거림도 차가 숨 쉬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하지요. 일단 이게 제가 차를 바라보는 기준입니다.

 

아이오닉과 전기차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아무래도 환경에 대한 관심이 생기면서 눈여겨 보고 있었습니다. 비슷한 차로는 아반떼HD와 소나타NF를 몰았습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오닉과 비교해 보고자 합니다. 아반떼는 차가 가볍게 잘 나가지만 하체가 영 빈약했습니다. NF는 주행한다는 느낌이 적고 출렁거리고요. 운전하는 재미는 아반떼가 더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NF가 전반적으로 좋지요.

 

아이오닉 전기차와 관련해서는 두 가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첫 번째는 아이오닉이라는 차 자체입니다. 차의 하체나 내부마감이 일취월장했습니다. HDNF를 타면서 느꼈던 아쉬움이 해소되었다고 봅니다. AD와 최근에 호평을 받고 있는 신형 i30이 궁금해지더군요. 하체가 탄탄하고 출렁거림도 적었습니다. 커브를 돌 때 차를 잘 잡아주기도 하고요. 전반적으로 자세를 잘 잡았습니다. 내부마감의 소재도 꼼꼼함은 좀 부족하지만 후한 점수를 주고 싶었습니다. 내가 알던 현대차가 맞나,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 아이오닉 차가 좋습니다. 왜 안 팔리는 지 궁금할 정도로요. 아마도 니로 때문일까요?

- 룸미러를 잘 활용하는 사람은 좀 불편할 수 있습니다.

- 저처럼 다리를 벌리고 운전하는 사람도 히터버튼을 무릎으로 누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역시 전기차입니다. 반신반의하며 차를 몰았습니다. 여차하면 다른 차로 다시 바꾸려고 했는데 결과는 다음 차는 전기차까지는 아니더라도 하이브리드를 적극적으로 고민할 수준까지 되었습니다. 일단 가장 경이로운 부분은 소리가 나지 않는 다는 점입니다. 단순하게 시동만 켰을 때는 차에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계기판만 반짝이지요. 저속 주행할 때 모터소리만 작게 웅하고 들립니다. SF영화에 나오는 그런 소리입니다. 가속도 훌륭합니다. 전기차라 내연기관의 차보다 힘이 부족할 줄 알았는데 정반대입니다. 출발부터 토크감이 풍부합니다. 80Km 이하로 달릴 때는 오히려 차가 미끄러지게 잘 나가서 반응이 상당히 좋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특히 급경사에서 정차 후 출발할 때 이 토크감이 빛을 보입니다. 반면 제주도에 고속도로가 없는 관계로 고속주행은 못했지만 제 판단에는 고속주행은 기대에 못 미칠 것 같습니다. 스피드를 중요시하고 고속주행을 선호한다면 아쉬움이 있을 수 있겠다는 판단입니다. 허나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탁월한 주행능력을 보입니다. 쌍용차의 LET광고가 우습지요. 일단 전기차의 수준이 상당히 높다고 판단되고 꽤나 매력적이었습니다.

 

연비

연비는 최장 200Km까지 주행가능하지만 주행가능 거리가 70Km이하가 되면 슬슬 충전 준비를 해야합니다. 발끝신공으로 운행하고 회생제동모드를 잘 활용하면 달리는 중간에도 주행가능거리가 늘어나기도 합니다. 반면 가속페달을 계속 밟아야만 하는 상황에는 연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낮아집니다. 제주공항 부근 출발 138km(주행가능), 어리목 도착 90km(주행가능) 이면 연비가 상당히 안 좋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실제 주행 거리는 약 30km가 안 되었기 때문입니다. 반면 돌아오는 길에는 줄곧 내리막이었습니다. 어리목에서 출발할 때 178km(충전후 주행가능)였지만 제주 시내 도착 후에는 오히려 204km(주행가능)주행이 가능했습니다. 달릴수록 주행 가능거리가 늘어나서 마냥 신기했습니다.

 

회생제동 기능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충전이 되는 기능입니다. 0~3단계까지 페들쉬프트로 조절합니다. 엔진브레이크 비슷한 느낌인데 엔진브레이크보다는 대형트럭에 있는 흡배기제동장치랑 느낌이 더 비슷합니다. 2~3단계는 충전양은 많지만 일상주행에서 사용은 어렵습니다. 제동기능으로 쓰는 게 좋습니다. 1단계는 일상주행이 가능하지만 이질적인 느낌이 들고 차가 잘 안 나가는 느낌이 듭니다. 더 중요한 건 탑승자가 멀미를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0단계는 충전이 되지 않습니다. 브레이크를 밟을 때만 충전이 됩니다. 반면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더라도 엔진브레이크가 걸리지 않기 때문에 차가 미끄러지듯 나갑니다. 내리막 길에서 중립으로 달리는 기분이지요. 회생제동 기능을 브레이크 대신 사용을 종종 했습니다. 충전도 되고 패드 소모품도 아끼는 기분이 들었지만 좀 이질적이라서 동승자가 불편을 호소했습니다. 근데 이 기능이 좀 재미 있습니다. 특히 구불구불한 해안도로를 달릴 때는 운전하는 재미가 있지요. 스트레스 없이 운전하려면 0단계로 운전하고 틈틈이 충전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충전

완속충전은 5시간 걸립니다. 급속충전은 최대 1시간 정도이고 보통 2~40분 정도면 충분합니다. 중간에 멈출 수도 있고요. 급속충전의 경우 약 90%정도 충전됩니다. 보통 일정을 마무리하고 저녁에 충전을 하면 다음날 100km정도는 신나게 밟을 수 있습니다. 완충하는데 비용은 3~4,000원 정도 되는 것으로 압니다만 렌터카의 경우 무료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확인은 안 했습니다. 실소유주에게 문의하시는 게 좋습니다.

 

단점

가장 큰 단점은 동승자가 지속적으로 멀미를 호소했습니다. 특히 회생제동 기능을 켰을 경우 멀미가 심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멀미하면 바로 잠들어 버립니다. 운전하는 저 역시 약간의 멀미기운을 느꼈습니다. 다른 블로그를 보니 멀미를 했다는 경험이 종종 있었습니다. 주행감이 아무래도 이질적입니다. 두 번째, 장거리 주행이나 고속주행은 최대 단점일 겁니다. 그 외에는 잘 모르겠습니다. 기어를 넣는 재미가 없다? 또는 골목길에서 보행자가 안 비켜준다? 보통 차가 다가오는지 모릅니다. ! 에어컨은 물론이고 히터를 사용할 때도 연비가 안 좋아집니다. 대략 1~20%정도 안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간단정리

- 차가 조용하고 토크감이 풍부해서 초기 반응이 좋다.

- 미션이 없기 때문에 충격이 없다.

- 엔진오일, 미션오일, 브레이크 패드 등 관련 소모품 교환이 필요 없다.

- 주행가능거리가 늘어나기도 한다.

- 고속주행은 좀 아쉽다.

- 멀미가 있을 수 있다.

- 에어컨은 물론 히터도 연비에 악영향을 끼친다.

- 전반적으로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다.

- 내 의도와 다르게 왠지 안전운전을 하면서 연비를 늘리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다.

- 고로 뒤차가 싫어한다.

 

 

 

제주도에서 전기차 타기

 

일단 제주도에서는 전기차 이용하기가 좋습니다. 실제로 내륙에서는 볼 수 없는 전기차 자가 운전자들이 꽤 있었습니다. SM3나 아이오닉, 쏘울 같은 전기차를 자가용으로 모는 걸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신형 아이오닉의 경우 꽤 많았습니다.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고 도로사정상 비슷한 급의 내연기관 차량을 몰 이유가 별로 없습니다. 차를 가지고 내륙으로 오지만 않는 다면요.

렌터카의 경우 충전비용이 무료입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여유 있게 움직여야 합니다. 관공서를 중심으로 충전기가 보통 1대씩 배치되어 있습니다.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보통 1대 정도 대기했습니다. 즉 운이 좋지 않다면 오래 기다릴 수 있습니다. 충전기가 고장 나거나 지도에는 있지만 아직 설치가 안 된 경우도 있고요. 성수기에는 충전하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입니다.

 

우리의 미래는?

전기차가 활성화되려면 일단 1회 충전 후 주행가능 거리가 최소 500Km이상은 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또 고속주행에서도 토크가 받쳐줘야 할 것입니다. 이건 3년 내에 가능할 것 같습니다. 차량 가격도 내리고요. 거의 모든 주차시설에 모든 차량을 충전할 수 있는 인프라도 갖춰져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전기생산량이 폭주할 것입니다. 건설비용, 사용 후 처리비용이 천문학적인 원전을 더 짓는 건 무리일 테고요. 물론 비용을 떠나 원전 위험부담이 너무 큽니다. 전기차가 늘어날 경우 증가하는 전기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지 좀 의문입니다. 환경을 생각한다면 전기차가 대안이 아니라 그냥 자가용 자체를 줄여야 할 것입니다.

 

나는

앞서 디젤차 예찬론자라고 했는데 전기차를 몰아보고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그만큼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따듯한 겨울이라 환경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기도 하고요.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당장 현실성 있는 하이브리드 차량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물론 당분간 내무부장관님께서 허가를 내려주시지 않겠지만요. 이번 여행에서 한라산 눈꽃을 제일 기대했는데 오히려 차가 더 인상 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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