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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글노숙자에게 빵과 우유를 사드렸습니다.

회사 퇴근하고 과장님과 고속터미널역에 있는 신세계 백화점에 왔습니다.
신세계 백화점 지하 1층에 맛있는게 많이 팔아서 허기도 지고 해서 거기서 이거저것 사서 옆에 푸드코트에 구석진 테이블에 자리 잡았습니다.
맥주 한잔 마시고 같이 사온 음식을 냠냠 먹고 있는데, 허름한 옷을 입은 사람이 엉거주춤 움직이며 어디론가 가더군요. 어디가나 했더니 남들이 다 먹은 식판을 가지고 다시 자리로 돌아오더군요.
남은 음식을 먹으려고 했나 봅니다.
근데 그 모습을 저만 본게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어떤 아주머니가 다가가서 뭐라고 이야기 하니까 아저씨는 힘겹게 일어나서 자기가 가지고 온 식판을 다시 원래 자리에 두고 옵니다.
아주머니는 친절하게 웃으며 잠시 기다리는 듯한 손짓을 하고 어디론가 가셨습니다.
노숙자 아저씨는 힘 없이 의자에 앉아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가도 이내 고개를 들면서 찡그리는 표정을 반복했습니다.
허름한 옷을 입고 한손엔 안경을 꼭 쥐고 있었습니다.
저랑 과장님은 앞에 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뭔가 계속 신경쓰였습니다.
어디 아프신가, 어디 불편하신가, 아까 아주머니는 뭐라고 하셨던걸까 등등
한참 후에 아주머니가 돌아오셨고 노숙자 아저씨에게 뭔가 드리고 뭐라 뭐라 말씀 하시고는 돌아가셨습니다.
왠지 푸드코트에서 대신 음식을 사주시고 번호표를 주셨던 것 같았습니다.
괜히 마음이 찡하고 따뜻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우리도 저렇게 살 수 있을까 이런 저런 이야기 하면서도 아저씨에게 눈길이 갔습니다.
종종 찡그리는 표정을 짓고 힘들어보였습니다.
근데, 시간이 한참 지나도록 아저씨는 계속 앉아만 계셨고 번호표를 보는 것을 모르시는건지,
아니면 아까 아주머니가 밥을 대신 주문해주셨던게 아닌가, 손에 쥐고 있는게 안경 뿐이었습니다.
종이나 진동벨 같은건 보이지 않았습니다.
음식을 다 먹고 쓰레기를 정리하러 가면서
아저씨를 자세히 보았지만, 그냥 힘 없이 앉아있을 뿐이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번씩 훓어보긴 했지만
아저씨는 신경쓰지 않은 듯 했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가 들면서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는 모습을 반복했습니다.
많이 아프고 불편해보였습니다.
저만 배불리 먹은게 미안하고 마음도 불편했습니다.
그래서 빵집에 가서 아저씨에게 드릴 빵과 흰우유를 샀습니다.
아저씨에게 다가가서
" 안녕하세요. 식사하셨어요? " 라고 여쭤봤습니다.
아저씨는 화들짝 놀라면서 손에 꽉 쥐고 있던 안경을 끼고 절 보는데, 한쪽테가 없더군요. 그리고 나머지 테는 테이프로 칭칭 감겨 있었습니다.
아저씨는 놀라고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우리를 쳐다봤고,
" 식사 안하셨으면 빵과 우유 좀 드세요! " 라고 말씀 드리고 빵과 우유를 드렸습니다.
아저씨는 놀란 토끼 눈으로
" 네 고마워요. " 라고 짧은 한마디 하셨습니다.
민망해하실 것 같아서
꾸벅 인사하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뭔가 마음이 안 좋더군요.
드셔야 할텐데, 어디 아프셔서 못 드시는거 아닐까, 밖에가 너무 춥고 허기지니까 이렇게 들어오셨나보다 등등..
그렇게 과장님과 집에 가기전에
지나가는 길에 아저씨 빵 드셨는지 다시 보고 가자고 해서 가보았습니다.
아저씨는 그 자리 그대로 앉아 계셨고
저희가 드린 빵과 우유가 담긴 쇼핑백은 그 자리 그대로 있었습니다.
아저씨는 여전히 고개를 푹 숙이다가 들면서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셨습니다.
그렇게 그 길을 지나오면서, 이따가 드시겠지, 꼭 드시고 힘내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힘든 사람들을 도와주면 보람과 행복을 느꼈는데, 오늘은 왠지 씁쓸했습니다.
이 세상에 잘 사는 사람도 많지만, 그만큽 어렵게 사는 사람들도 많은데.. 점점 추워지는 날 배고프지 않고 춥지 않게 지내셨으면 좋겠네요.

댓글
  • mlbhof 2018/10/30 20:17

    글쓴분 따뜻함이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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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큐티짱예삐 2018/10/30 20:19

    참 잘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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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UtahJazz 2018/10/30 20:19

    정말 마음이 고우신분이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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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비백타점 2018/10/30 20:20

    그러고 보니 요즘 갑작스런 한파로 그분들은 생존에 위협이 왔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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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플래코 2018/10/30 20:21

    좋은일 하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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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다지오 2018/10/30 20:21

    좋은 일, 많이 생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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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멜롯 2018/10/30 20:25

    모바일에선 왜 추천이 안눌러지는거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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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머 2018/10/31 00:50

    좋은일에는 추천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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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볼페너 2018/10/31 01:30

    추천할려고 일부러 로그인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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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시민 2018/10/31 02:01

    노숙자분들..겨울나가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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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면서 2018/10/31 03:24

    [리플수정]풍경이 그려지면서 콧등이 시큰해지고
    우울과 감동이 함께 밀려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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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귀돌 2018/10/31 09:38

    문재인 지지자다운 행동이군요.
    대가리가 깨질때까지 지지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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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Rhythm 2018/10/31 10:06

    글쓴분 같은 분들 덕분에 이 세상이 따뜻합니다. 세상을 위해 힘써주셔서 고맙습니다. 추천해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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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ISARAZU 2018/10/31 10:12

    주민등록 살아있으면 제도권 도움을 좀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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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셉다니엘 2018/10/31 10:16

    글쓴이의 마음씀씀이에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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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승호 2018/10/31 13:49

    멋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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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itseleh 2018/10/31 14:57

    추천하고 갑니다. 멋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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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K레이더스 2018/10/31 15:35

    글쓴분은 참 예쁜마음을 가지셨네요,
    다 그런건 아니겠지만,
    노숙자 수용시설 폐지를 외치고
    아파트 제공하라는 빈곤연대 집회를 보니 씁쓸하더군요
    정부에선 재활을 도우려하는데,
    재활을 거부하고 돈만바라는 일부 노숙자들..
    덕분에 선량한 사람만 피해보는 듯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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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인 2018/10/31 15:59

    많이 배우고 갑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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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험인 2018/10/31 16:08

    마음 따듯해지는 글 잘 읽었습니다.ㅎ 저도 추천 쾅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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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t사랑 2018/10/31 16:42

    그분들은 우리인간들에게 선한을 끌어내는 기회를 주기위해 고단한 억활을 행하는중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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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니서클 2018/10/31 17:37

    멋지신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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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챔스우승트로피 2018/10/31 18:09

    많이 배우고 갑니다
    추천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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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솟은꿈아 2018/10/31 18:16

    여자분이신가보네요..나중에 복받으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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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랑그릿사 2018/10/31 18:37

    마음이 따뜻한 분이시군요 ^^ 님같은 분들덕에 이 세상은 훈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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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리랑 2018/10/31 18:53

    선한 분이시네요. 글 읽고 행복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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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귀쇼 2018/10/31 18:57

    저녁 먹다가 울컥했네요 ㅠㅠ 마음이 참 예쁘시네요 복 받으실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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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긍정적열매 2018/10/31 18:58

    추천하려 로그인 했고 반성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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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린블루 2018/10/31 19:23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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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틀러 2018/11/01 03:08

    남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은 누구나 하지만 대부분 생각으로만 끝나는데.. 정말 대단하세요.
    착한 마음을 품은 선한 사람...
    존경합니다.
    글에서 안타까움이 묻어나와서 너무 슬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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