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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오유 글 잘 보는 거 알고 있어

매일 그렇게 오유 베오베 게시물만 들여다보는 너였으니
이글이 베오베로 간다면 아마 읽으리라 생각하며
 
 

헤어진지 네달이 되어가네
그날도 우리는 평소처럼 싸웠고 너는 우리집앞에 날 내려주고 가버렸고
같이 운동하러 가기로 한 약속도 있었는데
니가 그렇게 가고 난 이렇게 싸우고 들어온게 어이없어서 너에게 전화했지
차 돌려서 다시 오라고, 얘기하고 풀고 같이 운동하러 가자고.
역시 넌 너답게 단호하게 거절하더라
처음엔 아니었는데 언제부턴가 변해서
항상 화해를 청하는 건 나고
넌 생각 좀 하고 나중에 화해하자며 미루고 거절했지
나에게 화해하고싶고 니가 보고싶고 필요한 순간은 매번 그 때 그 당시였는데
넌 역시 아니었구나, 마지막까지
화해하기까지 대화하고 서로 이해시키려는 과정이 어느새 너에겐 귀찮고 시간낭비로 느껴져버렸을거라고 생각해
 
어쨋든 그렇게 전화를 끊고 난 받아들이기로 했어
우리 만났던 날의 절반도 넘는 날을 싸웠고 나는 그렇게나 자주 울었던 연애는 처음이었던 것 같아
곰곰히 생각해보니 6번이더라
니가 나에게 헤어지자고 하거나
생각해볼 시간이 필요하다거나
모든 게 다 힘들어서 내려놓고 싶다고 말했던 적이
정확히 여섯번. 우리 만났던 1년도 넘는 기간 중에
넌 아직도 모르겠지만. 알고싶지 않을수도 있겠지만
나에겐 그게 가중 큰 이유였어, 우리 헤어짐의 이유
 
항상 싸우다가도 그런 결론을 내는 너
결국 매번 내가 사정하고 잘하겠다고 내가 변하겠다고 널 잡고 울고불고 매달렸잖아
그 순간들이 쌓여 내 자존감은 점점 바닥을 쳤고
어느새 나만 놓으면 헤어질거라는 거, 은연중에 확실하게 알게 되어가면서
나는 정말 외롭고 행복하지 못한 연애를 하고 있더라
 
근데 네 말처럼 내가 뭘 그렇게 많이 바란다는 건지는 아직도 이해를 못하겠어
아침에 눈떴을때 와있는 잘잤냐는 다정한 카톡 하나를 읽고싶었고
바쁜 와중에도 보고싶어서 얼굴보러 왔다고 말하는 모습에서 너의 사랑을 느껴보고 싶었고
친구들이랑 놀러갈때는 혼자 열심히 알아보고 일정 다 짜는 그 노력을 나에게 한번 보여주길 바랬었고
교수님, 사장님, 친구들, 어머니랑은 그렇게도 칼같이 단호하게 지키던 약속을 나에게도 좀 지켜주길 바랬었고
잠들기전에 잘자라고 말하는 너의 전화가 받고싶었어, 넌 그렇게나 자주 먼저 잠들어버리고 연락이 없었지만
 
아마 넌 내가 헤어지자고 말하길 기다렸나 싶을 정도로
먼저 헤어지자고는 말 못하고 날 의무감에 만났을지도 모르겠단 생각도 들었어
모두 천천히 하나씩 되짚어보고 아. 이게 헤어져야하는 사이이구나 인정하기로 했어
 
헤어지자고 전화하면 받을지 확신도 못했어
그래서 카톡으로 열심히 써서 보냈지
너랑 있을때의 나는 혼자 있을 때의 나보다 외롭다고
이렇게 힘든 연애는 그만하고싶으니
우리 서로 맞는 사람 만나자고
 
처음엔 니가 잡아줬으면 싶었고
기다리면 연락이 다시 오나 싶었는데
결국 우리의 연애는 너의 깔끔한 읽씹으로 마무리된 게 끝이었네
한두달쯤은 니 생각에 힘들어서 술도 먹고 질질 짜면서 지냈는데
그게 반복되다보니 나중엔 너를 잊으려고 마시는 술도 아깝더라
취해서는 지워버린 번호를 누르겠다고 구질구질하게 구는 내가 혐오스럽고
그걸 참느라 흘리는 내 눈물이 아깝고  더불어 혹사당하는 내 간에게 미안하더라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정말 맞아
이젠 너없이도 조금은 웃을 수 있고
그렇게 눈물만 쏟던 연애, 늦게라도 헤어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됐으니까
이제는 외면했던 사실을 덤덤하게 받아들이려고 해
결국 우리가 좋아했던 건 딱 그만큼이었다고, 아프지만 인정할 수 있어
세상에 이렇게 내 자존감을 갉아먹는 힘든 연애도 있었다고
다음번엔 더 좋은 사람을 만나기 위한 경험이었다고
비싼 교훈으로 삼을게
 
아직도 네 물건 버리지 못하고 있어
돌려주지도 못하고 차마 버리지도 못하고
본인에겐 중요한 물건일텐데 생각하면서 택배로라도 보내줘야하나 천만번쯤 고민한 것 같아
극복하는 중이지만 아직 여전히 나는 바보같이 지내, 넌 새로운 바쁜 환경에서 잘 지내겠지만
 
그립다가 밉다가 해
종종 니생각하면서 너의 행복을 바라기도 하고 불행을 바라기도 해
딱 너같은 여자 만나서 내가 마음고생했던 딱 그 만큼만 고대로 니가 하기를
근데 그러다가도
그렇게 딱 맞는 여자니 나처럼은 싸우지말고 잘 지내기를
어제도 오늘도 한번쯤은 생각해
댓글
  • 안답답이 2017/01/19 01:39

    갑과 을의 관계가 되어버려 다시는 사랑이라고 부를 수 없는 그런 관계가 되어버린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너무도 공감시켜버린 글이네요.저 역시도 공감합니다.시간이 약이라는 말처럼 당시에는 잔인하지만 후에는 그렇게 현실적일 수가 없는 문장을 잘 알고 계셔서 다행입니다.이런 글 쓰신거 보면 아직도 그.힘듦이 사라지진 않은 것 처럼 보이지만 그래도 많이 털어내신것 같아서 다행이에요.위로의 추천 드리고 정말 좋은 사람 다시 만나면 되죠^^날씨 쌀쌀한데 감기 조심하시고 감정 숨기지말고 지금처럼 팍팍 풀어내세요.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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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리향 2017/01/19 01:57

    한잔했습니다.
    지금 제 상황 대변하는것 같아 공감이 되요.
    전 아직 후련하면서  아프답니다.
    놓고 싶은데  잡아줬으면 좋겠고.. 또,  꼭  아니라는 생각과.. 그냥  오랜 시간 함께여서 익숙함에  놓아야할 끈을 잡고있는건 아닐까.. 왜 이렇게 어려울까요

    (2sNOBU)

  • BABE 2017/01/19 01:58

    기운내세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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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비글 2017/01/19 03:07

    힝 ㅠㅠㅠ글읽는데눈물났어요ㅠㅠㅠㅠ새벽이라더감수성이폭발하나봉가ㅠㅠㅠㅠㅠㅠ님 외롭게 하지 않을 좋은 사람이 나타날꺼에요 꼭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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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아가가띠띠 2017/01/19 07:05

    10년 넘개 몰던 차... 중고상에 넘기는 순간..
    괜시리 애잔하여 사진으로 몇장 남겨두었답니다.
    새차를 사고 운전하면서도.
    가아끔 예전 차가 생각나더라구요
    그차는 이때 이랬지 힘이부족했지.. 등등.
    그런데 그 10년된 차애 대한 기억이 지금 새차에 대한 만족도를 높여주는거 같아요..
    비교가 어려울지 싶긴한데요.
    지나간 남자 빨리 정리 하시고
    새로운 사람 만나서.. 가끔 생각나는 옛남자 덕분에
    새남친에 더 고마워하고. 사랑받으면서 사세요 ^^
    제가 예전 차를 팔고 새차를 타듯
    지나간 남자 빨리 정리해야 새로운 사람 만나기 좋습니다.
    다만, 새로운 사람만날때는 싸울것만 싸우고
    사과할것만 사과하고
    고칠수 있는 것만 고치겠다고 말씀 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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