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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골프]초보자를 위한 자잘한 팁들..

 

첫 라운딩을 넘어서서 백타를 향해 도전하는 분들을 위한 글입니다.

개인의 호승심이 발동하셨던, 업무상 어쩔수없이 선택하셨던, 아니면 주위 동료들의 성화에 떠밀려 오셨던 일단 이과정까지 오신분들께 먼저 건승을 바라마지 않는다는 말로 시작합니다...

여기서도 갈림길이 있는데 안정적으로 백타에 안착할 것인지, 느리더라도 필드 샷을 다듬을 것인지 먼저 고민해야 합니다.



들어가기에 앞서 궁금증을 해소해야 하는데, 도대체 모집합중 백돌이들이 얼마나 분포하는가를 밝힐 필요가 있습니다.

예전에 전국 캐디들에게 설문조사를 한적이 있었는데, 내방하는 방문객 중 보기플레이 이상 치는 비율이 어느정도 인가라는 그동안 베일에 휩싸였던 국가기밀급 정보가 흘러나오고야 말았습니다.

결과는 충공깽이었는데 10프로였습니다!

네 알고 보니 골프장에 서식하는 골퍼의 90프로가 백돌이였던 것입니다.

결과를 문화적으로 재해석한다면 이렇습니다.

영화 맨인블랙에서 타미리존스가 발견했던 그 사실

외계인은 도처에 무수히 존재한다...



이 과정에 계신분들은 여러가지 학문적 성취를 하시게 되는데...

첫번째로 뉴턴의 만유인력입니다. 지구의 어마어마한 중력 작용으로 인해 공은 절대 하늘로 뜰 수 없다는 물리학적인 깨달음입니다.

두번째로 모든 사물은 절대 똑바로 날아갈 수 없다는 실증적인 발견인데, 특히나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갈 확률 따위는 제로에 수렴한다는 사실인데요.

바람 안개 비 등등의 자연환경적 요인 뿐만 아니라, 캐디 말투가 맘에 안든다거나 라운딩 동반자의 모자가 거슬린다거나 드라이버 샤프트가 웬지 휘어있는거 같기도 하고 그늘집에서 마신 동동주 맛이 뭔가 이상했다던가 암튼 각종 유무형의 요인들이 화학작용을 일으켜..

오늘 라운지에서 새로 산 투어스테이지 신삥공의 직진성을 방해한다는 상대성이론을 완성하게 됩니다.

세번째는 언어학적인 성찰인데

한국어는 욕이 매우 풍부하다는 사실 뿐만 아니라 무려 이십년전에 습득했던 저 깊은 뇌리속에 잠재했었던

각종 자기 모멸적인 단어들이 부지불식간에 발현되는 성스러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네번째가 가장 중요한데 이순신장군이 말씀하셨던 필생즉사 필사즉생의 깊은 가르침을 새삼 떠올리는 순간을 맞이합니다.

띄우고자 하면 굴러갈 것이요, 내리찍고자 하면 뜰 것이다.



몇 가지 옵션들과 준비물을 체크해 봅니다.

어느 프로를 선택해야 하는가 고민이 많으실 건데 되도록이면 나의 체형과 비슷한 프로를 선택하시는 게 좋습니다.

화장실가서 내꺼 눈으로 확인 잘 안되시는 분들이 타이거우즈같은 잘빠진 프로 선택하면 인생이 고달파 집니다.

물론 반대 경우도 마찬가집니다.

각종 골프대회 수상이력 덕지덕지 붙어있다고 좋은 레슨프로 아닙니다.

동호회 들어가시는게 좋은데,

여성분들 많고 인원수도 좀되고 평균연령이 젊은 모임은 활기차고 생동감 느끼기 좋지만 어수선해지는 단점이 있고,

경력 좀 되시는 분들이 다수인 모임은 골프 실력 늘리기나 살면서 겪는 여러 어려운 고민들 상담하기는 괜찮지만 각종 정치경제사회현안등에 대해 다른 의견을 나눠야 하는 고통과 지루함이 좀 있습니다.

대체로 그렇다는 말입니다.

골프채는 말씀드렸죠? 대충 쓰세요. 나중에 제대로 바꿀 시간이 옵니다.

가뜩이나 심란한 과정중인데 골프채 비싼 거 쓰면 자괴감이 더 밀려듭니다.

골프공은 무조건 싼 게 좋은 겁니다. 두말하면 잔소리죠.

의상선택은 그동안 직장생활 하시면서 억눌렸던 나의 패션감각을 화려하게 구현해 내실 시간입니다.

라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현실은 아래와 같습니다.

"저 앞팀 빨간티 입으신 분 쪽으로 치심 안되요. 오비구역입니다.

앞팀 알록달록한 모자 쓰신 분이 자꾸 벙커탈출이 안돼서 진행이 늦어지네요."

나를 인식할 수 있는 모든 범위내의 골퍼들에게 나의 삽질을 백일하에 티 나게 공개하게 됩니다.

군복색깔의 위장복 스타일을 추천합니다. 라운딩 다니시다보면 클로킹 가능한 거 없나 찾고 싶어질 겁니다.

준비물 중 가급적 신경 써야 할 물품은 장갑과 신발입니다.

대자연과 나와의 합일점인 발바닥을 지켜주는 게 골프화고,

도구의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물아일체의 경지를 확인케 하는 손가락을 지켜주는 게 장갑입니다.

스윙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가볍게 생각하시면 큰일납니다.



본격적으로 필드의 귀요미 백돌이되기 초보과정 들어갑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골프는 운동보다는 게임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백돌이로 경험하는 시간만큼은 확실히 골프도 격렬한 스포츠라는 주장에 동의합니다.

편하게 웃으며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은 첫 홀 티샷전까지로 제한되고

그후부터 동반라운딩자의 생사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은 다음홀로 넘어가는 카트안에서일뿐

그야말로 산기슭을 헤매이는 고독한 하이에나로서 생존해야만 하는데...

내 샷을 모두가 지켜보고 캐디는 눈치 주고 가끔가다 진행요원들도 달려오는 고립무원 악전고투의 상황속에서...

여기서 팁!

절대 게임진행을 위한 샷을 하지 마세요.

뛰어다니느라 그야말로 입에서 단내가 나시겠지만 천천히 심호흡 하시고 그동안 배웠던 그 스윙을 반드시 하셔야 합니다.

압박감에 본능적으로 힘으로라도 어떡하든 앞으로 보내시려고 하실 건데 매우 안 좋습니다.

결과는 아무 상관없고 연습장에서 해왔던 그 스윙을 몇 번이나 해보고 18홀을 마무리했는가 가 포인틉니다.

필드 백날 나가봐야 소용없고 연습장에서의 그 스윙을 잔디에 얼마나 누적시켰는가에 따라

잔디 공포증을 얼마나 빨리 탈출할 수 있는가 가 결정됩니다.

단 한 샷이라도 연습장 스윙이 나왔다면 나름 성공입니다.



그런 이유로 지금 수준에서 최고로 좋은 동반자는 나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해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사람입니다.

백돌이로 가기 위해 노력하는 초보자들은 반드시 프로나 아니면 노련한 상급자 대동하시는게 좋습니다.

짧은 치마에 흘끗 보이는 아리따운 몸매 따위는 어차피 제대로 쳐다볼 시간도 없습니다

평소 굉장히 점잖은 상급자분들이 초보분들 데리고 라운딩 나가면 캐디에게 너스레 떨고 썰렁개그 억지로 던지는 이유가 있는데,

이 양반 알고 보니 아무데나 껄떡대는 스타일 아닌가 일케 오해하시면 안되고

그게 캐디가 이뻐서가 아니라 진행중 초보분들 시간 배려하고 압박감 덜어주려 캐디에게 수시로 양해 구하는 과정입니다.

당연히 역시 물론 질 나쁜 넘들도 있긴 합니다.



다시 돌아가서...

어드레스가 어떻고 백스윙 탑이 어떻고 팔로스우가 어떻고 손목 롤링이 어떻고 피니쉬가 저쩌고...

이런 거는 연습장에서 충분히 고민하시고 필드 나오시면 추신수가 바깥쪽 낮은 공 간결하고 부드럽게 내리쳐서 두둥실 좌측 홈런 밀어 넘기는 그 장면만 떠올리시며 임팩시점에만 집중하세요.

많은 생각해봐야 아무 도움 안됩니다.

강조해서 누차 말씀 드린대로 결과는 상관없어요... 어떤 스윙을 하려 노력했는지가 중요합니다.

익숙치 않은 환경 땜에 긴장 많이 하시게 되니 당연히 엄지검지로 골프채 꽉 움켜쥐실 건데

어 그 모랄까 암튼 남자가 살다보면 부드럽게 잡아야 하는게 몇개 있는데 그 중에 골프그립도 당연히 해당됩니다.

채는 꼭 약지 새.끼손가락으로 잡는다 엄지검지는 걍 거드는거다 막 자기암시 하시면 긴장도 좀 풀리고 아이언도 좀 떨어지는 것 같고 헤드 무게감도 간혹 느껴지기도하고 최종적으로 부상위험도 줄어듭니다.



라운딩 끝나고 나면 어거지로 하나 건져 올렸거나 주위에서 알음알음 만들어준 18번 홀 파가 기록된 스코어 카드 바라보며 난 역시 18번홀이 실력이었어.

늦게 몸이 풀려서 그래.

이딴 자가발전 하지 마시고 꼭 그날 1번홀 티샷부터 꼼꼼히 복기하셔서 궁금한 거 피드백 받으시는 습관 들이셔야 합니다.

끝나고 술자리에서 몇 번홀 세컨샷 힘들었는데 어케 풀어나가야 했었냐고 물어보시면, 고수들은 등뒤에도 눈이 달렸다는 말을 실감하실 수 있을건데...

캐디랑 농담따먹기 하느라 내가 치는 거 지켜볼 수가 없었을 상황이라 확신함에도 불구하고 정확하게 잔디상태 스탠스 라이 거리 바람 기억하고 나름 조언해줄 겁니다.

골프는 닥쳐 내가 알아서 할거야 라는 자세로는 1인치도 진도 안 나갑니다.



입문과정부터 중급과정까지는 레슨프로 되도록 바꾸지 마시고, 주위에 자칭타칭 고수라 불리는 분들 참견 엄청 할 건데 무시하세요.

진짜 고수는 남 스윙 가지고 절대 절대 절대 간섭 안 합니다.

자기 마누라라도 스윙 정히 고쳐줘야겠다 싶으면 다른 사람한테 부탁합니다.

한 열번 이상 너무 답답해서 술 사주며 좀 친해지면 한마디 정도 할거에요. 이런식이죠.

"아휴 이 골프장 페어웨이 관리가 왜 이래… 아니 여기 벙커는 갯벌일세… 사장님 스윙은 기가 막혔는데 하필 맞바람이?"

"그 상황은 풀스윙 하지 마시고 짧게 끊어 치는 게 좋다고 어디선가 그러던데 하아 제가 뭘 알겠어요... 김프로한테 확인해 보세요"

"하이고 제 스윙 좀 보세요… 정말 개판오분전인데 저나 좀 가르쳐주세요"

내 스윙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처음부터 가르쳤던 선생님이고, 레슨 스케쥴에 따라 교육하는 거니 가르치는 분 신뢰하셔야 합니다.

요즘 아무리 레슨프로들 야매많다고 해도 보기플레이까지 가르칠 실력들은 웬만하면 됩니다.

사공 많으면 스윙 개죽됩니다.

 


주위의 모든 프로들과 싱글들이 샷이 무너진다고 공통된 합의를 하는 바 정보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 여겨져 스크린 골프에 대해 욕을 먹더라도 솔직한 의견을 말씀드립니다.

저도 평상시 엄청 스크린 골프 즐기는 편이지만, 스크린에 매몰되는 순간이 내 골프의 한계점이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습니다.

스크린은 너무 채를 놓은 기간이 길어졌다 싶을 때 감 잡으시거나 즐기시는 용도로만 다니시고,

파3 홀들 시간 내셔서 다니시는 거 강추합니다.

 


보기 민망한 샷이 반복되면 현실은 시궁창이라며 의기소침해 지실건데…

입문과정에 적었듯이 내가 남과 별다를 거 없다는 사실로 역발상을 하자면

남도 나와 다르지 않은 과정을 거치고 있고 또 거쳤다는 반증이기 때문에 항상 마음에 여유를 가지시길...

제 경험 말씀드리자면...

반년이상 필드에서 세컨샷 공이 떠본적이 없는 유일한 제자가 저 앞자리 앉은 사장님이었다며,

프로가 술자리에서 항상 저를 가리키며 덕담을 한마디 덧붙입니다.

"레슨프로인생의 위기였어요"

당구를 즐기던 저도 대꾸해주긴했죠

"제가 굴리는게 워낙 체질이 되서..."

 


이 수준에 계신분들이 골프배우시다 부상으로 디엘 많이 가실 건데

통증 생기면 이막물고 진통제로 버티지 마시고 반드시 병원 가세요.

너무 아파서 참다 참다 병원에 갔더니 등갈비 한달 전 금 갔다 지금 다시 붙고 있는 중이라고 참 대~단하시다고 잔소리도 들어봤네요.

하도 자주 병원 들락거리니 나중에 같은 부위 통증으로 친해진 의사양반이 골프 당분간 금지라는 처방 내리고 나가는 제 등뒤에다 대고

"어이 김간호사 저 사장님 나가시면 소금뿌려라... 남들이 보면 통증 못 고치는 돌팔이로 오해 받겠네"

그리곤 지하주차장으로 슬슬 내려가보니 지도 트렁크에 골프백 싣고 있더이다.

무튼 안 아파야 오래오래 골프 즐기실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과정에 계신 분들께 드릴말씀은...

골퍼의 수치는 비 죽죽 내리고 오리가 떼지어 걸어 다니고 갈매기 무리지어 날아다니는 스코어 카드가 아니라,

아무도 라운딩 하자고 불러주지 않는 상황입니다.

골프를 못한다고 안 불러 주는 게 아닙니다.

짜증내거나 남 탓하거나 그늘집 계산시 이기적이거나 동반 라운딩 여성분들께 무례한 비매너이기 때문에 내전화엔 항상 바빠서 안되겠다는 답변이 돌아온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영국인들 영국음식 자학개그 하듯이 모든 게 내 탓이오라는 마인드로 항상 미소 지으시면, 단지 남들보다 공을 몇번 더 칠뿐,타인에게 유쾌한 동반자로 기억되는 가치있고 소중했던 인생의 페이지를 남기실수 있습니다.

 


공은 내가 띄우는 게 아니라 클럽헤드가 띄운다는 사실만 알면 백돌이 탈출합니다.

다음엔 이 사실을 깨달으신 분들과 함께 중급편 다뤄보겠습니다.

댓글
  • 오션14 2018/10/13 00:05

    일단 추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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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로 2018/10/13 00:10

    중급편도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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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모링 2018/10/13 00:13

    골프 모르는데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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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undwasser 2018/10/13 00:19

    띄우고자 하면 굴러갈 것이요 내리찍고자 하면 뜰것이다. 명언이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저번에 불펜에서 본 글 중에 공감되던거 하나가 하수는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가르쳐준다고 나서고. 중수는 물어보면 가르쳐주고. 고수는 돈 받아야 가르쳐준다던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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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글트로스 2018/10/13 00:24

    구절 구절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데, 갈비뼈 얘기는 정확하게 똑같은 사연이라, 낄낄대며 읽었습니다. 더 늙기 전에 열심히 라운딩 나가자는 친구놈 보고 싶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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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중동마약 2018/10/13 00:36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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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딩히터13 2018/10/13 06:58

    재미있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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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커드케인 2018/10/13 17:43

    사람마다 체형, 습관, 학습정도가 다 다른데 함부로 팁 같은거 남기는 거 아닙니다.
    라고 댓글 달려고 들어왔다가 선배님의 식견과 내공과 필력에 부랄을 탁 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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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른탄환 2018/10/13 22:48

    골프 모르는데 재미있어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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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동구리 2018/10/13 23:40

    골프시작했는데 정말 악마의스포츠네요.
    후회되고 또 후회되지만 어느새 연습장으로 향하고있는 나자신을 보면서 또 후회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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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꾸꾸 2018/10/13 23:56

    필력 엄청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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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이나본다 2018/10/14 00:21

    크~ 내공이 장난 아니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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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씨 2018/10/14 01:26

    골프 모르는데 재미있어요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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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ellcat 2018/10/14 07:04

    이런글이 불펜을 못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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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큰산줄기 2018/10/14 17:42

    와우! 골프에 대한 생각도 훌륭하시고 필력은 더 훌륭하시고. 기회되면 동반 라운딩 함 하고 싶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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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성치 2018/10/14 21:01

    필력 고수시네요.마음에 새기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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