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이 뭔지에 대해 알아보자

우리나라가 선진국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쟁이 유독 많다.

 

이게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이 논쟁만 대략 20년을 본 것 같은 느낌이다

 

선진국이 대체 뭐길래 우리가 선진국이네 아니네 하는걸까?

 

'선진국'이라는 것에 대해서 썰을 풀어보고자 하는데 내가 경제학도도 종사자도 아니므로 재미로만 보자

 

 

국어 : 선진국

영어 : developed country (=advanced country)

일어 : 先進国

중국어 : 发达国家(發達國家, 발달국가. 대만에선 간혹 先進國 이라는 말도 쓰는 것 같다)

 

 

 

 

 

1. 우리나라는 developed country인가 아닌가?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나라는 여러 공신력있는 국제기구들이 분류하는 developed country이다.

 

맞는 정도가 아니라 오래 되었다.

 

 

 

 

 

 

짤이 작은데 위키에서 퍼온거니 적당히 요약하자면, 

 

1인당 소득 (GDP가 소득이라 할 순 없지만 어느정도 소득수준을 대변해주기 때문에 GDP를 소득의 척도로 쓰는 것 같다)이

 

일정수준 이상이거나 3차 또는 4차산업이 충분히 발달하여 국가의 근간을 이루는 경우, 

 

인적자원 개발지수 (HDI)가 높은 경우 국가를 developed country로 본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인적자원 개발지수는 쟁쟁한 국가들 사이에 껴있는 수준이고

 

 

 

 

 

세계은행 기준상의 고소득 경제를 지닌 국가로도 분류되어 있다.

 

 

 

OECD에도 핫바지같은 애들이 많아서 그런지 몰라도 OECD 고소득 국가를 정해놨는데 거기에도 껴있다

 

(멕시코 터키 등이 빠져있다)

 

 

 

 

기타 IMF가 말하는 선진 경제 국가군이나 파리 클럽의 맴버에도 모두 껴있다

 

참고로 파리클럽은 채권국의 모임같은 거다.

대외에 갚을 빚보다 받을 빚이 훨씬 많다는 뜻이다.

 

가처분 소득 역시 괜찮은 편이며

 

 

 

경제의 절대적 성질을 평가하기에 적절하지는 않은 구매력 기준 소득 역시 

 

최상위는 아닐 지언정 우리가 일반적으로 선진국이라 생각하는 일본, 이탈리아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참고로 경제적 기준에는 산업 구조 같은 요소들도 포함되어있는 탓에 자원을 스팀팩처럼 빨면서 살아가는 중동 산유국들은 빠지게 된다.

 

 

 

 

 

 

2. 우리나라는 언제부터 Developed country였나?

 

이걸 말하기 애매할 지 몰라도 근거는 확실히 있다.

 

세계은행의 고소득 국가군 분류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퍽 오래전부터 developed country이다.

 

 

 

1995년 이후부터면 대략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1만달러에 진입했다고 자축하던 시기고

 

아시아 금융위기를 맞은 1997년부터 그 금융위기를 극복했다고 자축한 2001년까지의 공백기를 제외하면

 

그 이후 우리나라는 쭉 고소득 국가군에 들어갔던 것이다.

 

 

그런데 이 '고소득 국가의 소득기준'은 연도별로 차이가 있다.

 

 

 

우리가 발전할 때 세계 경제가 놀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고소득의 기준은 끊임없이 조정이 된다.

 

 

심지어 2018년 현재 세계 1인당 평균 GDP는 1만 2천불까지 올라가있는 상태이다. 

우리가 국민속득 만달러를 넘고 나서도 우리는 언제 선진국이 될까 하고 자문하던 그 이유가 이것일까?

 

명확한 해답은 아닌 것 같다.

 

 

 

 

 

3. 우리가 생각하는 선진국 =/= developed country

 

이쯤 되면 우리가 왜 스스로가 선진국인지를 끊임없이 의심하는지 궁금해진다.

 

하지만 이 글을 보는 할배들은 내가 소제목의 선진국을 굳이 developed country라고 적어놓은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developed country를 번역한 선진국이라는 단어에 담긴 뉘앙스가 사실, develped country라는 말과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결국 그 선진국이라는 말이 경제에서 developed country 또는 advaced economy를 뜻하는 말이 아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어떤 추상적인 개념에서 왔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 개념은 어디서 온걸까?

 

우리가 쓰는 선진국이라는 단어에 어느정도의 답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선진국이라는 단어가 일본에서 developed country를 번역한 先進国(선진국)을 번역했다고 하면 이해가 빠를 것 같다.

 

 

우리의 근대와 현대 사이의 역사는 모두가 잘 아는 것처럼 일제 강점기였다.

 

동아시아에서 나름 줄기차게 민족문화와 역사를 유지해오고 있었다는 자존감(내지는 소중화주의)를 가지고 있던 우리는

 

인도가 없는 야만의 무리라고 생각한 서양과 한수 아래이자 해적의 무리라고 봤던 일본에게 근대사의 마지막을 한껏 유린당햇다.

 

(그 국가들은 대표적으로 영국, 프랑스, 그리고 특히 일본 등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G7 국가들이다)

 

그 국가들은 세계를 문명과 비문명(개화와 야만)으로 구분했고 우리는 그들이 분류한 비문명이자 야만인 국가였던 것이며,

 

일본에게 점령당한 이후는 문명과 비문명의 중간상태로 일본에 의해 구원당한 것처럼 강제로 인식된 것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던 문화의 자산은 질떨어지고 시대에 맞지 않는 것으로 격하당헀고,

 

일본의 천황이 뒤떨어진 조선 문물을 개혁하고 고통에 찬 조선 민중들을 개화의 땅으로 영도하는 구원자이자 영도자로 나타난 것이다.

 

거기서 열등감이 싹트게 된다.

 

저 금수같은 놈들이 감히 우리를 야만이라고 규정해? 우리가 저 수준에 도달하고 말겠다!

 

우리의 '선진국'이라는 기준은 철저히 G7를 기준으로 보게 된 것이고,

 

심지어 군사독재정권의 개발을 위한 총동원 프로파간다에 이 기준은 끊임없이 등장하게 되었다.

 

70년대 말에는 우리도 국민소득 1000불을 넘어서 선진국

 

80년대 말에는 우리도 선진국 이라는 말처럼 말이다.

 

 

 

우리의 선진국이라는 말은 인식 깊숙히 앞선 물질문명을 지닌 국가들 중에서도 강한 국력을 지닌 G7국가들로 머리속에 각인된 것이다.

 

 

 

4. 일본과 중국의 선진국 인식

 

이 선진국 논쟁이 왜 일본에서 비롯되었는지를 따지기 위해 일본말과 중국말로 각각 先進国과 发达国家를 웹 검색 해보았다(구글)

 

先進国의 검색결과

 

 

 

흠...

 

믛...

 

 

니코니코 백과상으로는 한국이 제대로 선진국의 분류 안에 들어가있다.

 

'아시아의 선진국' 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자

 

 검색하자마자 최상단에 나오는

 

"일본이 아시아의 유일한 선진국이다"는 제목의 글이 있다.

 

들아가서 달린 글들을 읽어봐도 비슷한 이야기들이다.

 

developed country라는 학술적 정의가 어떻든, '선진국'이라는 단어의 추상적 개념을

 

자의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종류의 글이 놀랍게도 많이 있다. 

 

한국은 선진국인가? 라는 말을 한글과 검색했을 때와 비슷한 성격의 글이 매우 많다.

 

 

 

중국어로  검색한 선진국

중국에서는 선진국을 发达国家 (발달국가)라고 한다. 참고로 개발도상국은 개발중국가 라고 하는 것 같다.

 

바이두 백과사전을 들어가보니...

 

 

 

요것들 우리나라 쏙 빼놨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나라가 소국이라 빈정상해서 빼쪄?

 

어쨌든 영어위키상 선진국에 일반적으로 분류되는 여러 국가들이 빠져있고,(우리나라도 물론 빠져있고)

 

G7 국가들이 빠짐없이 들어가있는 걸 보면, 그들의 선진국 분류 역시 상당히 자의적인 무엇인가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이 자신들만의 생태계를 구축하길 원하는 검열이 횡횡하는 내수시장 대국인 동시에,

 

일본 제국주의의 피해를 받았던 국가임을 생각해보면 시사점이 있다. 

 

 

 

5. G7국가들은 어떤 국가들인가

 

 

G7 국가들의 면명을 보면 캐나다를 제외하면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일본-독일-이탈리아는 2차대전의 추축국이며,

 

미국-영국-프랑스는 2차대전의 연합국이다.

 

말 그대로 한때 세계의 권력을 양분하던 국가들이자, 지금은 철저히 '서방 주요국'으로 대표되는 나라들이다.

 

불과 100여년 전에 세계를 들었다 놨다 했던 만큼 경제적 저력은 강인하다고 볼 수 있으며,

 

다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제도적 민주주의가 최소 일정 선 이상이 유지되는 나라들이라고 볼 때,

 

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제 강국 중 미국 중심으로 모인 민주주의 국가의 친목 모임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 국가들의 경제적 면면은 다음과 같다(죳무위키 인용)

 

 

 

 

 

 

 

 

 일본

 

 

 

 

 

 

 

6. 우리가 G7을 넘어설 수 있는가? 

 

위에 써놓은 G7 국가들의 면면은 둘러본 것처럼 대단한 규모와 질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으며,

 

한때 세계 대전을 일으켰거나, 그 도발을 막아 선 국가들의 유산을 쉽게 넘어설 수는 없으며,

 

우리가 결코 따라잡기 어려운 기초과학과 인문학 수준들, 

 

그들은 기축통화인 달러나, 유로존, 세계 최고의 안전자산이라는 엔화를 끼고 있다.

 

영국은 영연방이라는 쫄따구들 역시 데리고 있으니 말할 것이 없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developed country 상태에 진입한지 상당히 오래 된 국가로,

 

현 국민소득은 G7의 일원중 하나인 이탈리아보다 근소하게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경제 요소요소는 거의 다 개발이 완료된 상태로,

 

경제성장률이 1980년대나 1990년대처럼 7%, 8%인 시절이 다시 돌아오길 바라는 것은 말도 안되는 욕심이자 허영이며,

 

출산율과 절대인구 모두 G7국가들은 물론이고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모로 비벼볼 수 있다면, 인구가 각각 3500만, 6000만 초반인 캐나다 이탈리아정도가 현실적인 목표가 될 수 있을 것이고,

 

경기가 끊임없이 침체되고 있는 이탈리아는 질적으로도 비벼볼 수 있을법한 상태이다.

 

 

 

 

 

7. G7을 넘어서는 데에 의미는 있는가? 

 

우리나라가 G7과 동등한 수준의 질적, 경제적 면모를 지녀봐야 사실 개인에게 돌아오는 것이 없다.

 

선진국 진입이라는 말 자체가 군부독재정권의 프로파간다로 공공연히 쓰여온 사례를 보면 이것이 속빈 ja위질이라는 것을

 

이 글을 읽는 할배들은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엄밀하게 계속해서 선진국 논쟁을 붙잡고 있는 것은 열등감의 발로이자 딸딸이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한때 비문명이자 야만으로 규정한 무리들에게

 

우리는 느그 문명과 개화의 세력들에 의해 여러 패널티(식민잔재와 분단)를 입었는데 그거 별거 아니더라? ㅋㅋ

 

라는 식으로 말할 수 있는 게 또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기는 좀 어려운 것 같다.

 

다만 G7을 넘자는 게 우리 스스로의 삶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제국주의에 피해를 입어 설움을 겪던 다른 약소국들에게 좋은 선례와 약속이 될 수 있어야지

 

일본처럼 '우리는 아시아의 유일한 선진국이니까 너희를 지도하고 영도할것이다 이 미개한 것들아'라는 식의 

 

또다른 스스로의 타자화나 오리엔탈리즘, 추잡한 탈아입구주의로 흘러서는 안된다.  

 

우리는 제국주의의 희생양이었고 그게 얼마나 나쁜지를 잘 봐왔으니까.

 

 

 

 

8. 보너스 - 한국은 선진국인가? 를 영어로 검색해봤다.

 

 

여러 검색결과가 나오고, 한국은 선진국(developed country)이라는 말이 압도적이다.

 

한국이 선진국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뉴스기사는 대부분 연합뉴스, 우리나라 3대 신문사의 영자기사 등 우리나라의 볼멘소리 뿐이다.

 

여러 검색결과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나를 허탈하게 하는 글이 있었다.

 

 

https://www.reddit.com/r/korea/comments/2nj059/when_will_koreans_realize_that_korea_is_already_a/

 

한국사람들이 언제나 자기들이 선진국에 살고있다는 걸 실감할까? 라는 제목으로 레딧에 올라온 글이다.

 

아무도 한국을 빈곤국(least developed country), 심지어는 신흥국(developing country, emerging country)으로도 보지 않는데 혼자만 자기들이 선진국(developed country)가 아니라고 한다는 것...

 

시간있으면 읽어들 봐라.

 

 

 

 

 

 

 

 

 

 

세줄요약

 

1. Developed country가 선진국이라면, 우리나라는 IMF든 유엔이든 OECD든 모두 ㅇㅈ하는 선진국이지만, 그것은 몇몇 특정 경제적조건을 충족했다는 의미일 뿐이다

 

2. 우리가 일상회화에서 말하는 선진국의 기준은 세계 깡패쉑들인 G7을 기준으로 한 지극히 자의적이고 추상적이고 학술적이지도 기준들이다.

 

3. 결국 우리나라가 '선진국이다' 또는 '아니다'를 가지고 좌절하거나 딸딸이를 치거나 할 꺼리가 못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