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나이 서른됐습니다.
어리다면 한참 어리고,
그렇다고 경험없고 겪은것 없는 어린이는 벗어날때죠..
제가 기억하는 유년기에는 아빠가 없습니다.
해외 장기출장이 잦아서 집에 잘 없기도 했고
아빠의 가장역할은 오로지 바람피우지 않고 돈 잘 벌어오기 이기 때문에
유년기를 지나서 생각이라는게 생기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아빠가 어디 놀러가자. 어디 좋다더라. 한번을 안하셨어요
말 그대로 돈만 벌어오셨죠.
초등학교 고학년 쯤.
저녁 여섯시쯤 학원갔다와서 집에 가기전 단지 입구 분식집에서
오뎅을 먹고있는데
아빠차가 들어오길래
그래도 아빠니까. 반갑게 아빠!! 하고 크게 불렀더니
절 보자마자 화를 내십니다.
-지금 해가 지는데 밖에를 싸돌아다녀? 저녁 안먹었어? 저녁도 안먹고 밖에서 군것질을해?
영문도 모르고 집에 들어가자마자 아빠가 현관문에서부터
제방까지 제 손목을 잡고 방에 밀어넣고 문을 잠그고
절 침대로 던집니다.
-너가 뭘 잘했다고 울어? 저녁시간이 됐으면 집에서 밥을 먹어야지 어디서 군것질을 해? 어?
엄마가 놀래서 집 열쇠를 급하게 찾아서 덜그럭덜그럭 열쇠를 엽니다
엄마가 문을 여는 순간 아빠가 성질을 못이겨서 카세트테이프 들어가는
라디오를 제 머리 옆으로 던집니다.
벽에 맞아서 박살난 라디오가 침대에 흩어지고
저는 엄마 손에 이끌려 거실로 나갑니다.
엄마가 자초지종을 들으면서 아니 애가 밖에서 배고팠나보지 그게 뭐라고 애를 혼내!!! 애가 아빠 반가워서 부르는거보면서 아무생각이 안들어??
서른이 된 지금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이때부터
가뜩이나 아빠가 서먹하고 먼 존재였는데
이젠 피해야하는 대상이 됐습니다.
고3때 진로를 결정하지 못해서 혼자 방황하던 시절에.
부모에게 듣고싶던건 두가지였습니다.
-공부 잘 못해도 괜찮아. 지금도 잘하고있어
-이 대학은 어때? 넌 어떤 학과에 관심있어?
이때 아빠는 제가 문과인지 이과인지도 모르더라구요.
애가 집에 셋이나 있는데도
교육에 관심이 없어요.
그러니까 ..
돈 벌어서 학교 보내놨으면 그게 교육인줄 아는거죠.
어떻게어떻게 원하는 학과 학교로 입학했습니다.
공대생이 으레 그렇듯 대부분이 조별과제고
매주 스튜디오 과제라서
밤새 학교에 머물러
친구들과 과제를 하는게 당연한 분위기였습니다.
집에 오늘 못간다. 과제해야한다고 했더니 아빠는..
-낮에 뭐하고 왜 밤에 과제를해? 12시 안에 들어와.
팀원들한테 상황설명을 하고 매번 과제 중간에 집에왔어야했고
점점 학과 친구들 사이에서는 저랑 조를 짜면 힘들다는 소문이 도는것 같았어요.
한학기 정도 버티다 도저히 안되겠어서 아빠한테 상황 설명을 했죠.
노는게 아니다. 낮엔 다들 각자 수업듣고 저녁먹고나서야 만날수있어서 그때 과제하는거고, 과제 양이 많아서 밤 늦게까지 할수밖에 없다.
정 안되겠으면 기숙사 신청을 하든 자취를 하겠다
근데 돌아오는 답변은
-집이 멀쩡히 있는데 니가 왜 나가사는데? 그래 늦게 들어오는건 허락해주마. 근데 집에는 들어와라.
하 .. 집에서 학교까지 대중교통 편도1시간.
새벽 두세시는 되어야 마무리되는 과제.
그시간에 대중교통이 있나요?
택시타고 다녔습니다. 3만 8천원.
용돈 20만원으로는 도저히 감당이 안돼서
스무살부터 주말알바 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점점 학교에 흥미를 잃게 되더라구요.
그래도 여차저차 졸업했습니다.
건축쪽이라 건설경기가 안좋아 취직이 어려웠고
용돈도 알바 다니는 이후로 안받았으니 알바를 멈출수 없었고
나름 대기업계열 카페 직원으로도 몇년일했고
더이상 이래선 안되겠다는 큰 결심을 하고 퇴사후 공무원 준비 6개월차입니다.
그러던 한달전.
독서실갔다 집에와서 샤워하려고 화장실에서 옷을 다 벗었는데
갑자기 정전입니다
아빠가 저보고 뭐 건드렸냐고 갑자기 언성을 높이시길래
아무것도 안건드렸다고 대답했고
핸드폰 라이트좀 쓰게 내 핸드폰좀 가방에서 꺼내달라고 했죠
그랬더니 아빠폰을 주시더라구요
이미 물을 묻혀서 얼른 씻고 나갔는데
아빠 표정이 심상치 않습니다.
아빠 내가 그런거 아냐 왜 자꾸 나한테 화내?
-너가 그런줄 알았다
아니라구..그러니까 나 아닌데 나한테 화내지말아줘
-? 어디서 말대꾸야? 어디 자식이 버릇없이 부모한테 훈계야? 너 혼자 큰줄알지? 니가 그렇게 잘났어? 어디 아빠한테 핸드폰을 가져다 달라말라야? 니가 가지러 나와야지!!!
아니 아빠 난 옷을 벗고있었잖아 그정도 부탁도 못해?
-어디서 말대꾸야? 어? 입 안닥쳐? 아주 패죽여버릴라 조용히 안해?
놀래서 안방에서 자는 엄마 깨워서 아빠좀 어떻게 해보라고 나좀 도와달라고 울고불고 난리났는데 그와중에 아빠는 거실에서
저것 아주 패죽여버려야돼 패죽였어야해 저것도 자식이라고 집에있냐고
나가라고 당장. 말만한년이 아직도 부모밑에있더고
머 지금 안나가면 내가 나간다라고
새벽 한시에 난리가 났습니다..
이밖에도 여러 사건이 있었지만..
아빠가 싫고 어렵고 미워도 그래도 날 먹여살리는 분이다
아빠의 희생으로 벌어오는 돈의 가치는 존중해야한다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만..
평소에는 이제 나이가 드셨는지
가족들한테 말 붙이려 말도 안되는걸로 자꾸 말을 거시는데
(엄마가 담근 김치인거 뻔히 알면서 어유 이김치 어디서샀냐 맛이아주 좋네!!응??)
어이가 없어도 그러려니 다 받았습니다..
평소엔 오히려 과묵한 편이라 뭐 폭력가장 그런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저 사건 하나로
그동안 참아온 제 과거의 상처들이 더이상 아빠가 아빠로 안보이게 하더군요
여태 변변한 직장하나 못잡고 산거 참
죄송합니다만 저라고 그러고 싶었겠습니까
그래도 부모돈 아껴보겠다고
단 한순간도 알바를 안해본적이 없습니다.
그래도 어디가서 내 아빠는 멋진사람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대체 그동안 무슨 생각을 하며 날 키운건지
저런건 패죽여야한다는데 대체 날 보며 평소에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았을지
소름이 끼치고 역겹더라구요
집 나가려고 다음날 바로 엄마랑 부동산 돌았고
그래도 엄마가 한번만 참고 집에서 엄마가 밥해줄때 공부 빠삭헤서 붙으라고
권유하셔서 저도 마음 돌렸습니다
수십년 아빠와 제가 부딪히는동안 엄마가 많이 고생하셨지만
이번일로 엄마도 선언하시더라구요.
-집에서 아빠 본체만체 해도 엄만 이제 이해하겠다. 아빠랑 동선 안겹치게
빠삭 공부해서 빨리 독립해. 그게 너한테 복수야.
주말 아침엔 어쩔수없이 마주보고 한식탁에서 밥먹는데
그날 먹은거 독서실 화장실에서 다 토해내고 체해서 약국가서 손땄습니다
아무일 없었다는듯이 저한테 잘 다녀왔냐, 저녁먹었냐 묻는
매 순간마다
자식 패죽이고 싶다는 사람이 도대체 어떻게 저렇게 말을 걸까 싶습니다
핸드폰 가져다달라는 부탁은 하면 안된다는 사람이
저한텐 물떠다오랍니다.
소름끼치게 싫고 역겹고 혐오스럽습니다.
내 몸에 흐르는 피 다 뽑아 버리고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저런 인간 몸에서 태어난 내가 너무 싫었고
저런 인간이 벌어오는 돈으로 먹고자고씻는 매 순간이 너무 치욕스럽고
괴롭습니다
한달동안 주말내내 나가서 먹으면서
얼굴 안보고 밥먹는게 더 편합니다.
빨리 합격해서 독립하고 싶고
내 합격이 아빠한테 자랑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아빠에게 바라는건
부모자식이기 이전에 사람대 사람으로 최소한의 존중과 배려였어요.
부모로써 인생의 선배로써 조언자가 되어주는건 기대도 않았어요
제가 많은걸 바라는걸까요?
회사가서는 누구보다 인정받고 기술자이면서 영업의 핵심이면서
열일하시는 그 모습 정말 존경했는데
이젠 다른의미로 존경스럽습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며 돈을 벌고 집으로 올까.
엄마한텐 참 잘하십니다.
여동생이 대학가니 밤새고 공부하고 오는게 허락되네요.
왜 쟤는 되고 나는 안되는거냐고 물었더니 처음 대학보내는거라
몰랐답니다. 내가 설명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뭔 말이 이렇ㅎ게 많으냐고 또 호통입니다.
이상하게 저한테만 언성을 높히셔서.
안부딪히려 애 많이 썼는데.
말도 최대한 조리있게 조심스럽게 말하는데도
그 사달이 나더라구요..
아들에게 맞은 아버지 글 보면서
아버님도, 저도 참 괴로운 삶을 살고있는것 같아서 생각나 글 써봅니다.
마음속 응어리들을 풀데가 없어서요.
가족 욕하는거 제얼굴에 침뱉기인거 아는데도
이렇게 말하지 않고는
속이 썩어들어가는것 같아서요..
https://cohabe.com/sisa/746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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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기억이 평생 남는법인가봅니다.
그렇다고 대놓고 미워할 수 없기도 하고...
아버지 입장에서는 아들이 마냥 철없이 구는게 화가나서일수도 있지만,
어찌보면 아버지도 지극히 인간적인 사람이라 이해는 할 수 있으면서도, 내심 아빠이기에
서운한 마음도 크고...
참 어디에 위치하든 관계가 참으로 어렵군요...
사소한 사건이면 .
상처로 남지 않겠죠.
어서 독립해서
연 끊고 살고싶을 뿐입니다...
부모입장에선 아무런 생각없이 그냥 홧김에 감정적으로 나온 말일수도 있는데, 자식입장에서는 평생 상처로 남나보네요...
부모랑 연 끊고 살고 싶을 정도면 많은 상처를 받았나보네요~
저런거 아주 패죽여야한다는데 상처 안받으실수있으세요?
밖에서 오뎅하나 사먹었다고 머리로 라디오 날아오는데 안놀라시겠어요? ㅎㅎ
아무 생각없이 행동했으면 문제고
그만한 나이먹고 생각하고 말한게 아주 패죽여버려야한다는거면 더더욱 문제라고 생각해요
딸이랑, 어머니한테는 잘한다는데 님한테만 유독 과격한건 참으로 서운할 일이네요~
저도 님 아버님 처럼 심하진 않지만, 저도 3남매중 저만 남자인데 좀 차별되는 모습이 보였는데, 한참이 지나서 말씀 하시는게 본인은 당시 자식 키우기에 대한 정보도 없을뿐더러, 매체가 발달되지도 않다보니 나름대로 강하게 키우려는 의도였다고 하시더군요~
그러면서 본인의 생각이 잘못된것 같다면서 사과를 하시더군요~
터넣고 대화하는 중간에도 의견이 틀어지면 호통을 치신다는 부분은 솔직히 말해서 아버지입장에서 본인 생각만 하는것 같습니다.
아들에 대한 효도는 받을 자격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부모가 부모역할 하는 법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고 그런 부모 밑에서 성장하며 상처받는 사람도 태반이죠.. 안타깝네요..이게 어쩌면 구시대 대한민국 남자들의 일상일 수도 잇습니다. 그냥 돈 벌어오면 자기 역할 다 햇다고 생각하는 거...
아빠세대 이해 못하지 않습니다
저도 많이 노력했죠
애교도 부리고 먼저 말도 살갑게 붙이고
커서는 영화보러가자고도 하고.
그럼 뭐하냐요 본인은 필요성을 못 느끼는데.
온 가족들 다 지쳐서
너는 그렇게 살아라 라고 손 놓으니
이제와서 관심달라 나좀 봐달라 대화좀 하자시는데
누가 받아주나요.
상식적으로
티비에 나오는 연예인 김태희인거 알면서
쟤 이름이 뭐냐? 예쁘네
어이가 없어서 말을 잃습니다
그나마 여동생이 김태희잖아 아빠 몰라?라고 물으면
아니 알지~
제발 생각이란걸 하고 살았음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동안 생각해온게
아주 패죽여야한다인줄은 몰랐죠 ....
공감되네요. . 저는 아버지 안보고 삽니다. .
인물사진 스튜디오 하시나요?
홈페이지 조으네요~
나도 이런 홈페이지 만들어서 사진 관리하고 싶네요 ㄷㄷㄷ
오늘 자게에 진솔한 사연 많이 올라오내요..
담담하게 잘 읽어내려갔습니다.
저희 집안 분위기완 또 다른 집의 사정이라 복잡 미묘한 여러 감정이 뒤섞이네요..
암튼 힘내시고 아버지와 관계가 원만히 잘 회복되시길 바랍니다..
한국 아버지 세대들은 거의 그렇지 않나요 표현은 못하는데 패고 화내건 표현 잘하죠.
왜냐면 그 세대 위의 아버지는 더하셨겠죠.그런 감정표현이 당연한줄 아는 세대고..
국딩시절 초딩들은 그당시 선생에게 먼지 나도록 구타 당하는게 당연한줄 알던 세대였고..
현실적으로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