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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인생...저의 친구 이야기 입니다...

자게에도 글 올렸지만....주로 이용하는 유게에도 올려 봅니다..


그냥 답답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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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합니다...




저의 35년지기 친구 이야기를 몇자 적어 보려 합니다.


저에게는 아주 오래된 친구가 한 명 있습니다. 초등학교때부터 절친이었던 ..내 친구..광현이(가명)....


이 친구의 인생은 참으로 파란만장합니다. 드라마나 영화에나 나올법한 이야기....하긴 그 이야기들이 현실을 바탕으로 한 픽션 일수도 있겠죠...


지난 30여년동안의 일들을 글로써 표현하기에는 너무나 어렵고 그 수 많은 일들을 하나 하나 기억 속에서 꺼내기엔 어렵지만 ...


간단히 이야기 해 보려 합니다.


이 친구는 고아 입니다. 고아라는 단어가 어울릴지는 모르지만 ...업동이....입양아...어떤 표현이 어울릴까요..


이 녀석은 아주 어릴때 ..태어난지 3개월만에 부모님을 여의었습니다.


그 흔하디 흔한 교통사고로 부모님 두분을 동시에 잃게 된거죠.


그 당시 이 녀석에게 일가 친척이라고는 어머님의 오빠..즉 외삼촌 한 분이 전부였어요. 아버지는 외아들...아버지 형제자매 없고...조부모님도 일찍 돌아가셨더랬죠..


광현이를 외삼촌께서 거두어 주시기엔  그 분도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고 합니다. 하시던 사업이 잘 안되어서...모든걸 다 정리하고


호주로 이민을 준비중이셨는데...광현이까지 떠 안고 떠날 형편이 안되었던거죠.



그분은 가장 친한 친구에게 호주에서 자리 잡을 때 까지만 광현이를 맡아 달라고 간곡히 부탁을 했다고 합니다.


그 친구분은 흔쾌히 친구의 부탁을 들어주고  갓난아기인 광현이를 맡아서 키우게 되었다 합니다.


당시 그 친구분에게는 딸이 한명 있는데 그 이후로 아이를 갖지 못하는 상태였다고 합니다. 임신중독증...


결국 1년정도 광현이를 보살피시다가 아이가 하나 더 있었음 하는 찰라에 광현이가 그 집에 들어가게 되니...그냥 아들로..입적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광현이 친 외삼촌의 친구분이 결국 키워주신 양부모님이 된거죠.


암튼...광현이는 아무런 어려움없이..부족함 없이 양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며 잘 성장했어요.


이 녀석을 알게 된건 국민학교 5학년때였죠...붙임성 좋고 쾌활한 성격의 광현이는 공부도 잘하고..인기도 많은...저하고는 정 반대였어요.  고등학교까지 같은 학교를 다니게 되면서 우리는 정말로 베프오브베프 였어요.


그러던 녀석이 대학 진학하면서...가출을 했어요...대학생이 가출?? 좀 이상하죠...


간만에 얼굴을 봐도 말 수도 적어지구....91년 여름이었어요..대학교 2학년때...이 녀석이 저를 찾아와서...술 한잔 하면서...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저에게 그러더군요...


"나 왜 집을 나왔는지 아냐.....알고 보니까..나 이 집에...입양된 업동이래...낳아주신 부모님은...나 태어나자 마자 돌아가시고...친 어머님의 오빠...외삼촌이...자기 친구에게 나를 맡겼는데...그게 지금 우리 엄마 아빠구...아빠 친구인줄 알았던 그 분이 사실은 내 친 외삼촌이시구....젠장...혼란스럽다...이제야 퍼즐이 맞춰지는거 같아..알게 모르게 우리 고모들...친척분들...할머니...내가 아들이고 장손임에도 불구 하고 나보다 더 누나를 예뻐하시구...차별 했던 이유를....알게 되더라...

내가 집을 나온 이유는....그냥 엄마 아빠에게 미안해서...친 아들도 아닌데...나 여태까지 먹여주고 재워주고..키워주고..대학도 보내주시고....그래서 나왔어...폐 끼쳐 드리기 싫어서..."


이 이야기를 들었을때 정말 저도 놀랐어요...광현이 부모님은....제가 봐도...그 누구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광현이를 끔찍히 아껴주시고 사랑해 주셨거든요....그리고 광현이의 혼란스러움을 이해 할 수도 있었어요..


그러나 낳은정도 중요하지만 기른 정도 무시 못한다고.....어르고 달래서 집에 들어가라고 조언을 해줘도..결국 받아들이지 못하는 광현이는 계속 밖으로 떠돌았어요...학비는 스스로 번다면서....하루에 알바를 서너개는 기본...방학때에는 과외에...철가방...서빙...


아...글 쓰기를 시작해 보니...너무 길어질거 같네요...최대한 함축해 볼게요.


아무튼..이녀석은 93년에 10월에 입대를 하게 되었습니다..그리고 95년 12월에 전역...


광현이는 복학과 휴학을 반복의 연속이었죠.. 물론 학비는 집에서 납부를 해 주었어요..그러나 광현이는 악착같이 알바해서 모은 돈을 집에 갖다 주었구요...참...곁에서 이런 광현이를 지켜 보는게...안스러우면서도...이해가 되질 않았어요.

그러나 내가 그 당사자가 아닌 이상...그 정체성의 혼란...그 누가 알겠어요...


그러던 어느날....98년 2월이었죠...광현이에게서 새벽에 연락이 왔어요...같이 춘천에좀 가자고...


뜬금없지만...광현이의 목소리가 너무나 힘이 없고 떨리기에...무슨 일이 생긴거라고 직감했답니다.


에휴.....결혼기념일 기념 여행을 떠나셨던 광현이의 양부모님..아니죠...부모님이죠...키워주신 부모님...


미시령 고개에서 중앙선 넘은 덤프트럭이 광현이 부모님의 차량을 덮쳐서....두분다 현장에서 돌아가셨어요.


두분 시신확인하러 오라고 병원에서 연락이 왔기에...광현이가 저에게 전화를 한거였어요...같이 가 달라고...


참 기구하죠...낳아주신 부모님도 교통사고...키워주신 부모님도 교통사고...두분의 아버지 어머니....하늘나라 가시다니...


광현이는 너무나 많이 울었어요...집나온지 8년만에...결국...이렇게 허무하게 부모님을 잃게 되니까..


너무나 큰 불효 했다고 자책도 많이 하고...장례 치르고 난 이후..거의 폐인이 되다시피...


시간이 흐르고...마음의 안정을 갖게 된 광현이는 ...또 다시 ..큰 좌절을 맛보네요.


대학때부터 사귀었던 여친...8년간 사귀었던 여친도 세상을 떠났어요....혈액암....백혈병의 일종이라는데...


투병 2년만에...하늘 나라로...


광현이는 너무나 많이 힘들어했어요...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 자기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다면서...이제부터는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을거라면서...많이도 울고...불고.....술에 쩔어 살고....


시간이 약이던가요...광현이는 직장생활도 성실히 하면서.........안정을 찾아 가는 듯 했어요...


광현이 주변의 친구들이....하나 둘 결혼하고..저도 결혼하고...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세상은 변하는데...광현이는 변하지 않더군요.


싱글로...솔로로...그저...일만 하면서...가끔 휴가내고  보름씩 여기 저기 여행 다니면서 찍은 사진들을 제게 보내주기도 하고....


사정 모르는 다른 친구나 주변 사람들은..화려한 싱글의 삶을 누리며 산다면서 광현이를 부러워 하기도하구요...


광현이의 가정사 히스토리를 아는건 저 밖에 없거든요..


그렇게 그렇게 일년 이년 삼년...시간은 흐르고......지난 주였어요...


광현이가 오랜만에 연락을 해 왔어요....휴직계 내고 3개월 동안 여기 저기 여행 간다고 했거든요..


집 근처에 왔다길래..반가운 마음으로....친구를 만났어요.


휴................신이 계신다면....하느님이 정말 계신다면...왜 그러는 걸까요...


이 녀석은 그저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면 안되는 걸까요...


맥주 한잔 하면서 이런 저런 신변잡기적인 이야기를 나누던 와중에....이녀석이...웃으며 말하더군요..


앞으로 얼마를 살게 될지 모른다고.......


진단 받았다네요....


진단명은.....교모세포종  이라는 진단명...


뇌종양의 일종이라네요...저도 검색 해 봤어요..무슨 병인지....


휴....발병후 2년 생존율 5% 미만.....1년내 사망률이 90%가 넘는 병이라네요...



너무나 놀라서...이 녀석이 장난 치는줄 알았어요.... 그러면서...하나 둘 자신의 신변 정리 하는걸 도와 달라고 하더군요..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


입원하게 되면 연락 한다는군요....  입원...입원의 의미는.........도저히 움직일 수 없고 통증이 커지고 혼자서 감당할 수 없게 되면...입원하게 되는거겠죠...그리고는 죽음을 기다리겠죠...이제 48세 밖에 안된......녀석인데...


이야기를 너무나 담담하게 이야기 하면서..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내가 여자 안사귀고 결혼도 안한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만약에 한 가정의 가장이었더라면...와이프와 아이에게 얼마나 미안했을까...그래서 결혼 안한게 너무나 다행이라고...."

이 말에 그냥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습니다......




이 녀석 무사한지 살아있는지....그 이후부터 매일 수시로 안부전화 하게 됩니다.

그리고 너무나  후회 합니다...연락 자주 하고  자주 얼굴 보고 자주 집에 초대하고 더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낼 걸..

바쁘다는 이유로....가정이 있다는 핑계로....가끔 시간 나서 얼굴 보자던 친구의 연락을...뒤로 미루었던 순간들이 너무나 너무나

후회 됩니다....


이 이야기를 ....아직 그 누구에게도 꺼내지는 않았어요...제 와이프에게도요.... 측은하게 바라볼 사람들의 시선이 싫다고..


떠나게 되면 그저 제게....장례식장을 지켜달라는 광현이.......


야이 X발놈아...니가 왜 죽냐....디져야 할 인간들은 잘 살고 있는데....


이 녀석 친척들....정말 나쁜 사람들이었어요....부모님 돌아가시고 나서...광현이에게 행한 악행들...정말 천벌 받을 인간들..


아..너무나 답답합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이렇게 보배에 들어와서  이런 이야기를 올리게 되네요...



하루 하루가......당분간 재미 없을 듯 싶습니다...




긴글....재미 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 나라망신김15 2018/09/04 19:41

    그저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뭐라 위로의 말을 해야할지...

  • 신촌흰둥이 2018/09/04 19:42

    실화입니까? 현실이라면 신은 진짜 없는가 봅니다
    슬프네요...

  • 닉네임이없어요 2018/09/04 21:57

    마음이 아픕니다
    저도 작년 암선고받고 수술하여 치료중에 있습니다 혼자였다면 세상미련없었을텐데 집사람과 두아이가 눈에 아른거리더라구요 친구분 힘내시고 병마와 싸워 이겨내시리라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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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욱방방 2018/09/04 22:03

    힘내세요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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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똥풀파워 2018/09/04 22:09

    정말 눈물나네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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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따라가자 2018/09/04 22:11

    슬픈소설도 이보단안슬프겠네요
    기적이일어나길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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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27155928 2018/09/04 22:13

    교모세포종 중입자 치료 독일서 임상중이라는데 정말로 친구가 조금이라도 더살길 원하면 임상신청해보세요 중입자치료가 효과가있을지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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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객님이건정상입니다 2018/09/04 22:14

    보배눈팅하면서 처음으로 댓글남겨봅니다
    사연없는 사람어딨을까라고 흔히들 얘기하지만 친구분에겐 엄청 가혹한시간들의 반복이었네요
    부디 쾌차하시길 간절히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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