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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어쩌면, 있을지도 모를, 뒷맛이 나쁜, 미용실 이야기.

" 아 존나 짜증 나~ "

고등학생 '양 군'은 머리를 깎으러 가는 길이었는데, 기분이 좋지 않았다. 
스마트폰으로 SNS에 글을 올리는 양 군.

[ 아 존나 짜증 나! 머리 깎아야 하는데, 엄마가 만원 밖에 안 줬어 ㅅㅂ ]

양군은 SNS의 댓글들을 보는 사이에, 한 미용실 앞에서 멈춰 서게 됐다. 처음 가보는 미용실이었지만, 커트 만원이라 붙어있는 글을 보고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 딸랑~ '

" ? "

들어가자마자 양군은 순간, 멈칫했다.
가게 주인아줌마가 손님들이 대기하는 뒤쪽 의자에 앉아 멍하니 앞을 보고 있었다. 양군이 들어서자 천천히 고개를 돌려 양군을 바라보는 아줌마, 그 멍한 표정이 양군을 머뭇거리게 했다. 잠깐의 침묵 후, 자리에서 일어나는 아줌마.

" 커트하러 왔어요? 이리 앉으세요.. "
" 아 네... "

양군은 쭈뼛대며 아줌마가 가리키는 의자를 향해 걸었다. 
그러다 뒤늦게, 머리 감는 곳에 수건을 덮고 누워있는 아저씨가 있는 걸 발견했다. 
저기서 잠들었나? 싶은 생각을 하며 자리에 앉은 양군. 아줌마가 보를 씌워주며 물었다.

" 어떻게 잘라 드릴까요? "
" 아 예. 그냥 숱만 좀 쳐주세요. "
" 네. "

아줌마는 가위질을 시작했다. 거울로 그 모습을 보면서, 양군은 찜찜했다. 아줌마가 넋이 나간 것처럼, 멍한 얼굴로 가위질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러다 머리를 망칠까 봐 걱정이 됐다.

사각사각사각...

가위질 소리만 들리는 미용실. 한데,

" ... "

아줌마의 손이 멈췄다. 양군은 별생각이 없었지만, 10초 이상 시간이 지나자 눈살을 찌푸리며 아줌마를 볼 수밖에 없었다. 멍한 얼굴로 양군의 머리를 보고만 있는 아줌마.
양군은 조금 더 기다렸다 입을 열었다.

" ...저기요? "
" ... "
" 저기요 아줌마. "
" 아...! "

순간 정신이 돌아온 듯, 다시 가위질을 하는 아줌마. 양군은 속으로 짜증을 내며 잘못 들어왔다며 후회했다.
다시 가위질을 시작하는 아줌마.

사각 사각 사각 사각... 

그때, 미간을 찡그리고 있던 양군의 눈이 놀라 커졌다! 
아줌마의 손에 들린 가위가 빨갛게 피에 젖어 있는걸 알아챈 것이다!

" ...! "

너무 놀라 뭐라 말이 나오지 않던 그때!

' 딸랑!! '

미용실 문이 거칠게 열리며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양군의 시선이 거울 너머로 급히 문 쪽을 보았고, 거기엔 경찰 복장의 남자 두 명과 웬 아줌마가 서 있었다.
덜덜 떨면서 손가락질을 하는 아줌마.

" 저, 저기에요! 저기에 건물주 아저씨가...! "

긴장한 얼굴로 미용실 안을 둘러보던 경찰은, 머리 감는 곳에 누워있던 아저씨를 발견하고는 다가갔다.
놀란 양군의 고개도 뒤돌아 따라보는데, 경찰이 수건을 젖히자-,

" 헉! "

목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있는 아저씨의 시체가 보였다! 
양군은 너무 놀라 굳었고, 경찰들이 굳은 얼굴로 주인아줌마에게 다가와 수갑을 채웠다!
아줌마의 손에서 바닥으로 떨어진 가위가 쨍그랑 소리를 냈고-, 그제야 벌떡 일어나 뒤로 물러나는 양군! 덜덜 떨면서 아줌마를 보았다.
한 경찰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 당신을 살인 혐의로 체포하겠습니다... 야, 바닥에 흉기 떨어진 거 챙겨! "

다른 경찰이 바닥의 가위를 조심스럽게 집어 들었다. 양군은 방금까지도 자기 머리카락을 잘랐던 가위가 사람을 죽인 가위라는 사실에 안색이 창백해졌다.
아줌마가 가게 밖으로 끌려나가고, 양군은 뒤돌아 거울을 보았고, 곧, 말했다.

" 아 씨뱔! 머리 망했네! "

한쪽만 다듬어진 머리를 향해, 덜덜 떨리는 손을 올리는 양군. 곧, 가게 안에 남아있던 다른 경찰과 간단한 대화를 한 뒤, 가게 밖으로 나갔다.
나가자마자 얼른 SNS에 접속해서 글을 올리는 양군. 손이 너무 떨려, 오타를 여러번 수정해가며 문장을 완성했다.

[ 존나, 미용실에서 살인사건 남. 자고있는 줄 알았던 아저씨가, 알고보니 시체였음 씨뱔! 주인아줌마가 가위로 내려찍어 죽인 듯? 씨뱔, 내 머리 깎다가 경찰와서 아줌마 잡아감! 그래서 지금 내 머리 존나 망함! 아 ㅅㅂ 내 머리 어쩔 거야~! ] 
 
곧, 댓글들이 달렸다.

[ 진짜? 대박! 살인사건? ㄷㄷㄷ ]
[ 와~ 양군 미친 새끼ㅋㅋㅋ 그 상황에 지금 지 머리 걱정하고 있네ㅋㅋㅋ 이 새끼 존나 쿨해ㅋㅋㅋㅋ ]

빠르게 달리는 댓글들을 보며, 양군의 입가가 씰룩거렸다.
댓글
  • 신이내린미모 2017/01/08 12:03

    아! 아니에요 충분히 맛?이 살아요....전 이 글 복날님 글중에 손꼽을 정도로 인상적이에요 제 표현력으로는 감히 감상평 찌그리지 못하지만 복날님이 뭘 말하고 싶은지 충분히 알겠어요 여운이 많이 남는 좋은 글입니다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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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JazzHot 2017/01/08 12:25

    베스트에 같은 제목 두개가 올라와서 응? 렉났나 했더니 하나는 미용실이고 하나는 한강이었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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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역전4Life 2017/01/08 12:27

    양군엄마 너무하네 요새 만원으로 커트해주는데가 어딨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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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락한술쟁이 2017/01/08 14:11

    난 몽총한가보다......이해가 안댐 ㅠㅠ 흑
    그래서 미용실 비싸다는게 문제인거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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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날은간다 2017/01/08 14:41

    동시에 올렸는데도, 이 이야기를 더 좋아해주셨네요. 저는 사실 둘 중 뭐가 더 재밌나 판단이 안 됐었는데!
    역시, 봐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게 좋네요!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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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풍성장 2017/01/08 16:27

    아... 페북충이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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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사나 2017/01/09 11:48

    장례식에서 사진찍고 sns올리던 사람들 생각나네요... 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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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질풍의라빈 2017/01/09 14:48

    요즘엔 7000원짜리 남성컷트도 있어요 (소곤)
    잘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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