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지난 해 11월.
가게 앞 텃밭에서 마지막으로 꽃들을 정리하시던 어머니께서 작은 생명체 하나를 발견하십니다.
정체는... 피골이 상접한 고양이...
어미가 죽었는지 버렸는지, 두 마리가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한 마리는 죽고, 얘는 가게 근처 식당에서 키우는 고양이 밥을 훔쳐 먹으며 살았답니다.
식당에서 키우는 고양이가 얘 때문에 밥을 안 먹으니까 식당 주인이 몇 번 내다 버렸는데, 계속 오더래요.
그래서 식당 앞 말고 뒤에다 내다 놨답니다.
식당은 대로를 향해 입구가 나 있고, 저희 가게는 뒷길을 향해서 입구가 나 있어요.
그렇게 밥도 못 먹고 돌아다니다가 저희 어머니를 발견하고 다가오더랍니다.
식당에서 밥을 훔쳐 먹을 때도 사람을 무서워 하지는 않더래요. 그랬으니 잡혀서 좇겨났겠죠.
어쨌든 이건 나중에 들은 얘기고...
어머니가 저를 막 부르시더니, 고양이가 있는데 이거 어미가 있는 거 같냐 없는 거 같냐 물으시더라고요.
인터넷에서 새끼 고양이 함부로 데려가는 거 아니라고 들으셨다고.
발견 당시 먹지 못해서 뼈만 앙상했고, 태어난 지 대략 1~2개월 안팍인 거 같았습니다.
한쪽 눈은 뜨지 못할 정도로 고름같은 눈꼽이 심했습니다.
(위 사진은 물티슈로 닦은 상태. 앞발로 눈을 비빈 탓에 앞발에도 진물이 굳어 있습니다. 매일 아침 가게 나가면 눈꼽 닦아주는 게 일)
부산에서 주워온 고양이를 8년이나 기른 저는 조심스럽게 판단을 내렸습니다.
이제 곧 추위가 심해질 거고, 그대로 두면 죽는다고요.
어미가 있었으면 눈꼽이 저렇게 굳을 정도까지 내버려 두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결국 구조해서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병원에서 판단하기로 태어난지는 2달 안팍.
예방 접종을 하기에는 조금 어리니 보름이나 한달 뒤에 체력이 좀 붙으면 데려오라고 하시더라고요.
눈에서 흐르던 고름같은 눈꼽은 안약을 3일 정도 처방하니 말끔히 없어졌습니다.
원래 어머니는 고양이를 별로 안 좋아하세요.
부산에서 온 고양이가 싸가지가 하도 없어서, 원래 고양이는 다 그런 줄 아셨답니다.
근데 얘는 그냥 개냥이예요.
가게에 있는 동안 영업부장 역할도 톡톡히 했습니다.
가족단위 손님이 오면 부모님들이 벽지, 장판 고르는 동안 아이들이랑 놀아주기도 하고요.
어머니는 사람들이 이래서 고양이를 기르는가보다고 하시면서, 가게에다 사료니 화장실을 사다가 구비하셨습니다.
헌데 12월 중순 들어 일이 뜸해지면서 연탄갈러 나가는 것 외에는 가게에 가지 않게 됐습니다.
수라라는 이름(마징가Z에 나오는 아수라 백작.)을 얻은 고양이는 건강을 찾았고,
따뜻하긴 해도 사람도 없는 가게에 혼자 두기가 뭐해서 제 원룸으로 데려왔습니다.
일이 다시 바빠질 때까지만 데리고 있으려고요.
서론이 길었죠. 이제 여러분이 기대하시던 고양이 사진 나갑니다.
어머님도 작성자님도 정이 넘치시네요.
복받으세요♥
으아 ㅋㅋ 사진으로만 봐도 엄청난 말썽쟁이 캣초딩이네요 ㅋㅋ
앜ㅋㅋㅋㄱㅋㅋㅋ
커피입냄새라닠ㅋㅋㄱㅋㅋㅋ
캣초딩 캣새킼ㅋㅋㅋ
얼굴에 뻔뻔함과 패기가 묻어있네양
모니터의 운명이 보입니다.
얼마 못 버틸실거 같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