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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글] 내가 현기차를 싫어하는 이유.........

 사실 이 글을 국산차 게시판에 올릴까 하다가 거기 올리면 대차게 까일 것 같아 그냥 이곳 유게에 주저리 주저리 적어 봅니다.


때는 2005년 정도 되겠군요.

군대 현역 입대를 몇 주 앞두고 근처 회사(대구에 본사가 있는 현기차 1차 벤더)에 현역 병역특례 TO가 있다는

고급 정보를 접하고 벼락치기로 기계 설계 사업기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군대를 대신할 회사에 2년 10개월 동안 근무를 하게 됩니다.


나름 대구에서는 규모가 있는 중견 기업이라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자동차 파워트레인쪽에 꽤 중요한 부품을 만드는 회사였죠.


문제는 현기차에서 매년 정기적으로 벤더에게 때리는 C.R.이라는 것 입니다.

아마 Cost Reduction의 줄임말 인거 같은데 이게 아주 골 때립니다.

예를 들면 한 부품에 대한 생산원가를 정하고 생산 후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면 매년 일정 %로 가격을 다운 시킵니다.

딱히 부품 납품 가격을 후리는데 일정한 기준도 지표도 없습니다.

무조건 그만큼 가격을 낮춰야 하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벤더에서는 매년 근로자들에게 주어야 하는 임금, 원자재 가격 등의 생산원가는 높아지는 환경 속에서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그 제품에 대한 생산 시간을 정상적이지 못한 방법으로 줄여버리는 거죠.


제가 접한 가장 흔한 방법은 연삭, 절삭, 드릴링 등에 사용되는 CNC공작 기계의 Override기능을 이용하여 소성가공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여버리는 것입니다.

제대로 된 제품이 나오려면 1시간에 20개의 제품을 뽑아야 하는데 절삭 팁의 상태가 유지되는 한도 내에서 시간당 24개, 25개 이런식으로 뽑아내는 거죠. 


이러한 방법의 문제는 제품마다 지켜야 할 공차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지름 120mm ± 3mm 짜리 제품이 있으면 117mm~123mm 사이의 지름이 나와야 정상 제품이 되지만 저런 방법으로 가공 시간을 줄여버리면 한쪽 지름은 112mm이 되고  또 다른 지름은 128mm의 제품이 나와버리죠.


이러한 제품들이 현기차나 모비스의 라인에 들어가서 조립이 잘 되면 걸러지지 않고, 양품이 되어버립니다.

대부분의 부품이 현장 품질팀에서 샘플 검사를 하기 때문이죠.


그러다가 가끔 상대 부품(또 다른 벤더에서 만든...)과 조립이 되지 않으면 부품들을 가지고 가서 정밀 측정을 해 보게 됩니다. 측정 후, 문제가 발견된 벤더는 난리가 나는 거죠.

문제가 발생하여 라인이 멈춘다고 하면, 밤이고 낮이고 새벽이고 제품을 들고 조립 공장으로 찾아가서 이미 납품된 제품들을 전수 검사하고 문제가 있는 제품들은 교체를 해 주는 거죠.

이게 운이 좋으면 현장 품질 담당자와 친분이 있어 윗선에 보고가 안 되고 처리가 되기도 하며, 깐깐한 품질 관리자를 만나면 윗선에 보고가 되어버립니다. 그럼 또 문제의 경중에 따라 벤더의 대표 혹은 임원이 가서 문제 재발 대책을 발표하죠.


이게 거의 15년 전의 일이네요. 이러한 관행이 요즘은 없어졌을까요???

없어졌길 바라지만...삼성동 한전 부지에 수십조를 배팅하는 현기차를 보면 글쎄요...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는 늦은 봄에서 여름철이 되면 시작하는 현기차의 파업이죠.

현기차 라인은 초기에는 특근 거부로 시작해서 점차적으로 오후 근무 거부 등의 단계를 거치며, 파업을 진행하게 됩니다.

그럼 벤더들은 현기차 라인이 서 있으니깐 덩달아 칼퇴를 하며 생산 물량을 줄일까요??

아닙니다. 현기차 근로자들은 저렇게 한바탕 파업을 하고 나면 줄어든 특근비 잔업비를 메우기 위해 정말 미친듯이 라인을 돌립니다.ㅎㅎㅎ

거기에 대비해서 벤더들은 열심히 제품을 만들어 재고를 쌓아둡니다.


물론 습도와 온도가 잘 유지되는 창고를 가지고 있는 좋은 벤더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벤더들은 많이 열악합니다.

파업기간이 되면 한쪽에선 미친듯이 재고를 쌓고 한쪽에선 쌓여있는 재고에 방청유를 뿌리고, 부품에 발생한 녹을 글라인더 등으로 열심히 갈아내고 있습니다.


그렇게 파업이 마무리 되면 출하 물량이 순간적으로 엄청 증가하게 되죠.

몇 주가 걸려 쌓아 놨던 재고가 1,2 주면 싹다 출하가 됩니다.


과연 녹은 완전히 다 제거가 되었을까요?

그리고 그 녹을 제거하기 위해 글라인더 질을 했던 제품들은 괜찮을까요??

물론 괜찮을 수도 있습니다. 괜찮기를 바라기도 하고요.


어쨋든 야밤에 글이 많이 길어 졌는데, 이제는 이러한 관행들이 다 사라졌길 바랍니다.


지금 저는 인피니티 Q70차량을 타고 있습니다.

다음엔 꼭 위의 관행들이 사라진 현대기아차를 웃으면서 구매할 수 있길 바래 봅니다. 

댓글
  • 로드미컬 2018/06/04 00:55

    정직하지 않기에 현기를 혐오합니다.

  • 하늘의아이 2018/06/04 01:00

    똑같은 말을 불과 한두달전에 들었는데 ㅋ
    너무나 똑같이 말씀하셔서 소름
    K5나 G80나 스팅어나 거기서 거기더군요
    출하는 커녕 ... 조립은 커녕 ... 납품전에 녹투성 ...
    웃으면서 현기차 구입할 날이 과연 오려나 ...

  • 피자먹고얼굴피자 2018/06/05 00:59

    파업기간......
    그냥 야적장을 방불케 하죠.
    재고에 녹이 나던지 말던지.....파업 끝나면 그때 다시 대충 도장해서 납품.

  • 유튜브니케아 2018/06/05 09:54

    차라리 PCA 인수하는데 10조를 쓰지 그랬냐 ㅡ.ㅡ

    (ievDMb)

  • 은혜와원수는두배로 2018/06/05 10:42

    지금도 중국산 반제줌이 국산 완제품으로 변신 합니까? ㅋ 어떤 본사 사원이 3년만 견디겠끔 만들어서 납품하라고 ..요건 방송에서 본거 ㅋㅋ

    (ievDMb)

  • 코스또꼬 2018/06/05 11:12

    단순 수출용과 내수용의 차이때문에 귀족노조때문에 싫었는데 이건 뭐 무조건 걸러야겠네요 물들어올때 노도 못젓는 타사들

    (ievD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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