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킨은 현실도피적인 성격이야말로 판타지의 본질이라 말한 적이 있다.
그래서 그의 작품 속에서는 현실에 대입되는 알레고리를 의도하지 않았고
순수한 환상 모험담을 얘기하여 독자들을 즐겁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한편, 톨킨은 가운데땅을 먼 옛날의 지구로 설정함으로써
현실에서 벗어난 독자들을 다시 현실로 끌어당긴다.
영광스러운 반지의 이야기도 결국에는
신화와 영웅이 사라지는 역사로 귀결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톨킨이 창조한 세상인 아르다는 기본적으로 필멸성을 지녀서
한 때 영광과 힘으로 가득 찼더라도 시간이 흐르면서
그 모든 것이 상실되고 늙어버리고 만다.
불멸의 요정들은 그 것을 견디지 못하고 떠나버리며
한 때 강하고 번성했던 종족들은 점점 (육체적으로도) 약해지고 쇠한다.
한 때는 우리같은 인간들도 호빗과 요정,
난쟁이 등의 신화적 존재와 신화에 함께 참여하는 존재였음에도
지금은 그 모든 것을 잃은 비극의 종족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즉 은 상실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작품으로 다가온다.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서글프고 마음 한 켠이 텅 빈 듯한 느낌이 온다.
" 세상은 변하였다.
물에서 느낄 수 있다.
대지에서 느낄 수 있다.
공기에서 맡을 수 있다.
한 때 번창했던 것들은 사라졌으니
이제 이 이야기를 기억하는 이는 없다. "
의 인트로에서 등장하는 갈라드리엘의 나레이션도
이러한 맥락으로 들으면 그 상실의 역사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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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흑
사우론은 존버 했으면 현대에서 전성기 맞이했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