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는 몇 뼘짜리 풀밭만 있어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사자에게는 드넓은 초원이 필요하다. 어디 동물만 그렇겠는가.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작은 국회의원 선거구 하나를 안전하게 확보하고 다음 선거에서 살아남을 전망만 있으면 충분히 행복해지는 정치인이 있는가 하면, 십 년 이십 년 후를 내다보면서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하고 설계하고 변화시켜 나갈 때 비로소 행복을 느끼는 정치인도 있다. 나는 안희정이 바로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안희정은 멀리 보면서 크게 행동하는 사람이다. 이십 년 후를 내다보면서 노력한 끝에 자기가 존경하는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력은 빛과 그늘, 영광과 고난을 동반하는 법. 안희정은 참여정부라는 새로운 권력의 그늘을 온몸으로 감당하느라, 찰나의 영광과 기나긴 고난을 맛보아야 했다. 하지만 그는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다. 자기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인고의 세월을 견뎌냈다. 안희정은 크고 의로운 사람이다.
내가 본 안희정은 작은 이익을 탐하지 않는다. 그 대신 시대의 흐름에 몸을 맡긴 채, 역사가 부여한 과제가 무엇이며 그 과제를 수행하는 데 자신이 맡아야 할 역할이 어떤 것인지 사색하고 성찰하고 결단하고 행동한다. 그가 꿈꾸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떤 것일까. 자유롭고 정의로운 나라! 이게 아닐까 싶다. 누구나 자유롭게 자기의 꿈을 키우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할 기회를 가지는 나라, 정직하게 열심히 일한 사람이 그만큼 대접받는 나라, 어떤 부당한 반칙과 특권도 용납하지 않는 공정한 세상, 한번 실패한 사람에게 다시 한 번 새로운 도전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사회! 안희정은 이런 세상을 만들고 싶어 한다.
나도 안희정과 똑같은 꿈을 꾼다.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와 같은 꿈을 꾸게 되고, 그래서 그 꿈이 현실이 되는 그런 순간을 상상한다. 그래서 안희정은 나보다 몇 살 나이가 젊은 벗이자 동지(同志)가 된 것이다. 우리는 질풍노도가 휘몰아쳤던 2002년 대선 국면에서 같은 꿈을 나누면서 함께 뛰었다. 능력으로 보나 실제 한 역할로 보나, 그는 나보다 더 뛰어난 상상력을 가진 더 유능한 일꾼이었다. 그런데 운이라는 것이 우리를 갈라놓았다. 내게는 행운이 그에게는 불운이 찾아든 것이다. 운이 좋았던 나는 두 번 국회의원에 당선되었고 대통령의 신임을 받아 내각에서 국민에게 봉사할 기회를 부여받았다. 지독한 불운을 만났던 안희정은 지난 5년 동안 이력서에 적어 넣을 수 있는 그 어떤 공식적 활동도 할 수 없었다. 나는 그가 늘 안쓰러웠고 그에게 늘 미안하다.
새로 출발해야 할 시간이 왔다. 안희정도 유시민도, 참여정부의 임기가 저물어 가는 이 시각,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을 향해 새로운 도전을 준비해야 할 시간이다. 30여 년 타향살이를 뒤로 하고, 그도 나도, 각자 고향에서 새로운 정치적 도전을 시작한다. 다시 맨손으로. 자유롭고 정의로운 세상을 향한 열정, 패배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을 가슴에 품고, 우리는 달릴 것이다. 이번은 5년 전과 다르기를 소망한다. 부디 우리 둘 모두에게 행운이 찾아들기를. 만약 둘 모두에게 행운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적어도 이번만큼은 행운이 안희정의 편에 서기를!!!
유시민 다운 명문이네요.
안희정 화이팅!
닭털기 화이팅!
아오... 유시민 작가님 볼때마다 궁금한게 있습니다.
대체 왜 정의당 가계시는건가요?
사진 두분닮게나온거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