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천국 코하비닷컴
https://cohabe.com/sisa/613631

[인터뷰] 덕질로 성불하기

루리웹에는 공양미에 뿅뿅을 타서 드신다는 스님이 거주하고 있다.

 

중생의 욕심.jpg

 

r5.jpg

 

r2.jpg

 

r3.jpg

 

 

여러 커뮤에 이따금씩 재업되는 스님의 패러디 만화는, 절에서 자랐고 지금도 절에서 살고 있는 나에게 친근함과 신선함을 동시에 주었다. 덕력이 높은 스님은 큰 스님이라 불리는데, 그 덕력하고는 조금 다르지만 루리웹 스님의 덕력도 나 같은 머글은 짐작조차 하지 못할 만큼 깊어 보였다.

 

하여, 만나보았다. 도대체 Drakeduck란 닉네임을 쓰시는 드덕스님의 절간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 스님의 사정으로 인해 사진 촬영은 하지 않았음을 밝힌다.

* 스님의 전체 작품은 여기 ( https://bbs.ruliweb.com/hobby/board/300064/list?search_type=member_srl&search_key=1196722 ) 에서 보실 수 있다.

 

 

line.jpg

(이하 빵꾼 / 드덕(Drakeduck)스님 )

 

DSC_2397.JPG

스님의 게이밍 노트북. 태어나서 물건을 사는데 가장 많은 돈을 써 봤던 것이라고.

사진은 못 찍었지만 스님의 전체적인 모습도 이 노트북과 비슷하다. 

 

스님의 사생활

 

 : 언제부터 덕후가 된 건가요.

 

 : 중학생 때 친구가 가져온 만화를 빌려보다가 대여점을 찾길 시작했죠. 처음 본 만화는 유희왕이었어요. 만 원어치씩 양손 가득 만화책을 빌려와서 밤새도록 보던 때도 있었죠.

 

 : 출가 전이었잖아요? 그 생활이 출가 후까지 이어진 거죠?

 

 : 학교 다닐 땐 친구들이 다 덕후여서, 그 생활이 쭉 이어졌죠. 출가 후 승가 대학에 가고 기숙사에서 제 시간을 갖게 되면서 만화를 그렸어요. 그게 4년 반 정도 됐네요.

 

 : 모든 덕후들이 다 가지고 있다는, 최애캐를 꼽아보신다면.

 

 : 글쎄요. 애매하네요. 주로 전 특정 캐릭터보다 작품 전체에 애정을 가져서요. 특히 만화의 서사에 집중해서. 사실 좋아하는 캐릭터가 워낙 많다 보니, 딱 꼽을 수가 없네요.

 

‘너무 많이 알아서’ 최애캐를 고르기 힘들다는 스님, 이런 것이 무애(無碍) 덕력인가...!

 

 : 게임으로 넘어가 보면, 누군가 댓글로 '젠야타를 그리셨지만 트레이서를 할 것 같다'고 달았는데 스님께서 대댓글로 '윈스턴 하는데...'라고 단 걸 봤어요. 또 '도슬람' 인증도 하셨고. 도타는 어떤 케릭 하세요?

 

 : 말씀드리기 민망한데, 기술단이라고 있어요. 제가 그 캐릭터만 이삼백 판 정도 했거든요. 

 

 : 300판요??

 

 : 네. 걔가 모든 기술이 지뢰를 까는 거예요. 그게 적군도 짜증 나고 아군도 짜증 나는 그런 캐릭터거든요. 제가 손이 느려서 피지컬 게임을 못 하다 보니까, 그런 심리전 캐릭을 좋아하게 됐죠. 이건 조금 자랑 같은데, 캐릭터별 통계에서 제가 기술단 캐릭 랭킹 10위권에 든 적도 있어요. 

 

 : 오버워치도 하시고, 도타도 하시고, 다른 게임은 또 뭐 하세요?

 

 : 사실 제가 온라인 게임보단 싱글 게임을 많이 해요. 남들과 경쟁하거나 그런 걸 싫어해서. 

 

 : 롤 같은 건 패드립도 하고 그러니까..

 

 : 도타는 한국인이 많이 빠지고 중국인들만 남아서, 욕을 해도 못 알아들어요 그건 괜찮죠.

 

드-피드백2.png

 

 : 스님의 실제 삶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댓글이 많았습니다. 절에 살면서 만화를 어떻게 그릴 수 있습니까.

 

 : 저는 얼떨결에 출가하다 보니 아무것도 몰랐는데, 의외로 취미 생활을 즐기기에 좋은 환경이더라고요.

 

스님은 여기서 잠깐 고민했다. 일반적인 스님의 이미지와 대립하는 이야기를 계속하는 것이 아무래도 부담스러운 게 당연하다. 

 

드 : 출가 홍보하는 셈 치고 얘기하자면, 절에서 먹여 주지, 입혀 주지, 재워 주지. 그러다 보니 돈이 나갈 데가 없어요. 할 일만 해 놓으면 남은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든 잘 터치하지도 않고요.

 

 : 보통 일과가 어떻게 되세요?

 

 : 새벽 4시쯤 일어나서 새벽, 점심, 저녁 때 예불(불교의식)하고 공양(식사)하고. 그 사이에 중간중간 청소를 한다거나, 절의 일을 돕는다거나 뭐 그렇게 보내죠. 중요한 건, 저녁 예불 이후엔 무조건 일정을 안 잡죠. 새벽예불까지가 취미 시간이니까. 수면 시간을 쪼개서 하는 거긴 한데.

 

 : 역시 게임은 새벽에 해야 제맛이죠.

 

 : 맞아요. 사람도 없고. 낮에 하면 하나도 재미없어요.

 

 : 혹시 게임하다가 새벽에 늦게 일어나신 적은 없나요?

 

 : 그럴까 봐 아예 일찍 자서 새벽 한 두시쯤? 일어나서 하는 게 더 편해요.

 

 : 되게 타이트한 절도 있잖아요? 스님은 취미생활하기에 좋은 환경을 만나신 것 같습니다.

 

 : 제가 알고 출가한 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네요. 출가 전까진 이런 상황을 전혀 몰랐는데.

 

 : 통도사 같은 데로 가셨으면 되게 힘드셨을 것 같아요.

 

 : 네. (웃음) 제가 아마 해인사 송광사 이런 데 갔으면 한 달 만에 뛰쳐나왔을 것 같아요.

 

 : 주변에 또 덕후 스님이 계세요?

 

 : 제가 출가해서 또 충격을 받은 게, 아 역시 어디에나 덕후는 있구나.

 

 : 아, 그럼 만화나 애니 얘기도 종종 하세요?

 

 : 평소에는 그렇지 않은데, 있긴 했죠. 그때 대화한 분 중에 한 분은 불교대학 다니시면서 복수전공으로 게임개발학과도 하시더라고요. 젊은 스님 중엔 그렇게 개방적인 스님도 꽤 있습니다.

 

1526096877587.jpg

스님이 소장 중인 만화들.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박스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댓글
  • 유학중 2018/05/22 15:06

    나무아비타불...

    (s5wHiM)

(s5wH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