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에 이어 올립니다. 내용을 줄인다고 줄여 보았지만, 가급적 당시 있었던 상황 그대로 적으려고 노력하다 보니 내용이 많이 길어졌고, 앞으로도 몇 편 더 올릴 예정입니다.
서술 내용은 그 당시의 인식을 바탕으로 했고, 그 뒤 현지 결제 영수증 등을 확인해서 파악한 내용과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한 인식은 괄호 표시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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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를 1주일 앞둔 상황. 연휴 동안 쉴 수 있는지 여부가 불투명하다가 연휴기간 일정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여름휴가도 가지 못했던 터라) 가족여행을 좋아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급하게 갈 곳을 찾았습니다.
급하게 검색해보니 2017. 9. 28.(목) 아침 비행기로 출발하여 추석 전 날인 2017. 10. 2.(월)에 돌아오는 일정으로 비행기와 호텔 예약이 가능했습니다.(예약기록을 보니 2017. 9. 24.(일) 밤에 예약을 했더군요)
출국 전날 퇴근 후 아이들을 재우고 나서야 가방을 싸고 여행계획을 세우기 시작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채 공항으로 출발하였고, (갑자기 일할 경우를 대비한) 노트북과 태블릿은 챙기면서 충전중인 휴대폰을 놓고 가는 실수를 했습니다. (휴대폰을 두고 간 것이 사태를 악화시켰기 때문에 이 순간이 원망스럽습니다) 아내는 아직 23개월인 어린 딸아이가 보채는 바람에 4시간 반 동안 비행기 안에서 고생을 했습니다.
다행히 도착 이후에는 잠도 충분히 자고 즐거운 기억도 많이 남겼을 뿐 아니라, 아이들이 좋아해서 만족스러운 일정을 보냈습니다. 더구나 비도 없이 맑은 날만 이어져 날씨까지 받쳐주는 완벽한 여행이었습니다.
사건 당일인 2017. 10. 2.(월) 마지막 날. 느즈막히 일어나 보니 밤사이 처제가 아내 편에 장인어른한테 필요한 샴푸를 사다 달라는 부탁을 남겼습니다. (이 일 때문에 사건 후 장인어른이 자책하시고 가장 괴로워하셨습니다. 굳이 밝히는 이유는 장인어른의 잘못도 아니고 제가 경찰에게 진술한 내용이어서 남겨둡니다.)
탑승시간이 17:10였기 때문에 15:00까지 공항에 도착하려면, 렌터카 반납 후 공항 픽업(반납장소가 공항이 아니었음)하는 시간을 감안하여 늦어도 14:30에는 렌터카 반납장소로 출발하여야 했습니다.
당일에는 여행기간 내내 좋았던 날씨가 잔뜩 흐려져서 햇빛 하나 없이 언제라도 비가 쏟아져 내릴 기세였기 때문에, 어떻게 시간을 때울까 고민하다가 못갔던 사랑의 절벽이나 잠시 들린 후, 마이크로네시아몰(Micronesia Mall)에 들려 샴푸를 구매하고 이왕이면 아이들 옷도 구매하면서 시간을 때우다 공항으로 출발하면 되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여행기간 내내 맑았다가 그 날만 흐리고 가장 선선하였기 때문에 첫째에게는 긴 바지를 입히고, 둘째에게는 긴팔을 입혔습니다.
12시가 다 되어서 호텔을 나섰는데, 사랑의 절벽에서는 비가 너무 많이 내리기 시작해 긴 시간을 보내지는 않았고, 곧바로 마지막 경유지인 마이크로네시아몰로 이동하면서, 아내와 마지막 날만 비가 많이 내려서 이번 여행은 참 날씨운이 좋았다고 대화를 나누기도 하였습니다.
2층 푸드코트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아들과 바로 옆 기념품 매장에 들려 구경을 했는데, 아들이 스피너를 사 달라고 하는 것을 다음에 사주겠다고 했더니 심기가 불편했는지 점심을 많이 먹지는 않았습니다.
식사 중 아내가 제 양복도 같이 사면 좋겠다고 하였고, 식사 후 계획된 공항 출발시간까지 1시간 남짓 남은 상황이어서 저는 1층 남성복 매장으로, 아내는 아이들과 함께 2층 아동복 매장으로 갔습니다. 양복 구매는 포기하고 2층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합류했는데 아내는 아이들과 총 4벌의 아이들 옷을 골라 두었고, 아이들과 매장을 조금 더 둘러본 후 아내가 골라둔 4벌의 옷 114달러를 결제하였습니다(이 때의 시간이 14:12입니다).
이제 마지막 남은 뷰티매장만 들려서 샴푸만 구매하면 되는 상황이었지만, 뷰티매장으로 향하던 중 구매물건 중 일부를 환불하기로 하고 돌아갔습니다. 앞에 있던 고객의 장황한 컴플레인을 기다린 끝에 14:22에서야 환불할 수 있었습니다.
서둘러 뷰티 매장으로 이동했는데 그 샴푸는 팔지 않았습니다. 나가려는 순간 직원이 Kmart에서 팔 것이니 한 번 가보라고 하더군요. 이 때의 정확한 시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공항으로 출발하려고 계획했던 14:30이 다가오면서 샴푸를 포기하고 그냥 공항으로 가야할 지 고민을 했습니다.
구글맵을 찍어보니 Kmart가 6~8분 정도 걸리는 가까운 거리에 있었고, 여행중 Kmart는 3번이나 가본 곳이어서 매장구조도 잘 알았기 때문에 샴푸만 구매하면 바로 나올 수 있을 거라 판단했습니다. 수속절차를 서두르면 되겠지 생각하고 Kmart를 경유하기로 하였습니다. 아들이 점심을 많이 먹지 않았기 때문에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푸드코트 매장에 잠시 들렸다가 간식을 구매한 후(Cash-only 매장이기 때문에 현금으로 계산한 후 영수증은 바지 뒷주머니에 보관) 주차장으로 이동하며 먹었고, 곧바로 Kmart로 이동하였습니다.
Kmart주차장에 도착해 보니 14:45경이었고, 예정보다 많이 늦어졌기 때문에 최대한 서두르려 했지만, 한 시간 넘게 쇼핑에 끌려 다녀서 피곤했는지 둘째는 깊이 잠들었고, 첫째는 잠이 들기 직전이었습니다. 아들에게 같이 가자고 했지만, 스피너를 사주지 않은데다 쇼핑에 끌고 다녀 지친 아들은 그냥 동생과 자고 있겠다며 스피너를 꼭 갖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아내는 장시간 비행을 앞두고 있는데 이왕 Kmart에 온 김에 아들에게 스피너를 사주고, 딸에게도 비행기에서 놀 수 있는 색칠놀이 세트도 함께 사다 달라고 하였습니다. 이때 제가 돌이킬 수 없는 큰 실수를 하였습니다.
괌으로 오는 비행기에서 아내가 고생하였던 점을 생각하면 이해 못할 부탁은 아니었지만, 시간이 많이 지체된 상황이고 완구 매장과 뷰티 매장 위치가 상당히 떨어져 있는데 두 매장을 모두 다녀오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지 않느냐,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나 상품도 잘 모르는데 어떻게 고르냐며 짜증을 냈습니다. 그럴거면 그냥 샴푸는 포기하고 공항으로 가든가, 역할을 분담하여 당신이 완구매장에 빨리 뛰어 갔다 오든가 하라고 화를 냈습니다. 저의 조급함과 경솔함이 결과적으로 이 모든 화를 자초했습니다.
각자 물품만 집어 온다면 5분이면 될 것이라 생각했고, 이미 공항 출발시간이 늦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가기 싫다는 아들을 설득하고 달래기도, 유모차를 펴서 자고 있던 딸을 태워 뛰거나 업고 뛰다 아이가 깰 경우 달래기에는 시간에 너무 쫓기고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샴푸를 포기하거나 아이들 장난감은 사지 않고 비행기에서 조금 더 고생하면 될 일이었는데 모든 일이 그렇듯, 일이 꼬이려니 잘못된 선택을 계속 했습니다.
“땡볕에 고온의 차 안에서 아이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위험한 상태로 1시간 이상 방치되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닙니다. 어린 아이들을 잠시라도 차 안에 둔 건 분명한 잘못이고, 어느 누구보다 더 아프게 그날의 저를 반성하고 있지만, 보도 내용은 많이 왜곡되었습니다.
그 날 날씨는 직사광선이 전혀 없이 흐렸습니다. 습도가 높아 에어컨도 충분히 세게 틀어둔 상태여서 물건을 얼른 사서 5분 정도로 예상한 시간 안에 돌아오는 동안 온도가 급격하게 올라갈 위험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당시 보도된 뉴스영상에서도 햇볕이 없어 사물이나 사람의 그림자를 찾을 수 없을 것 입니다. 비행 스케줄상 아이들을 장시간 차에 두는 일은 애초에 불가능한 상황이기도 했습니다.
아내와 저는 각자 카트도 없이 뛰어 들어갔고, 우선 뷰티 매장 쪽으로 가서 샴푸 사진을 비교해 가며 2개의 매대를 샅샅이 뒤졌습니다. 예상 밖으로 찾기가 어려웠고, 도저히 찾을 수 없어 매장 직원에게 사진을 보여주었더니 해당 샴푸는 Kmart에서도 팔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낭패라는 생각에 대용선물이라도 사가려고 바로 옆 매대에서 비타민(3개)와 육포(4개)를 황급히 집어 들고 색칠놀이 세트를 가지러 간 아내를 찾으러 갔습니다. 그러나 이미 시간을 지체한 상황이었고 제 핸드폰도 한국에 두고 왔기 때문에 찾는데 시간이 더 지체되었습니다.
서두르다 보니 육포가 검역에 걸리는 물품이라는 것도 잊을 정도로 경황이 없었습니다.
결국 이미 공항에 도착해 있어야 할 15:00가 다 되어 계산대에 가서 앞선 3~4명이 계산을 마치는 것을 마음 졸이며 기다린 끝에 15:02에 결제를 했습니다. 불행하게도 계산대 직원이 신입인지 매니저가 옆에 서서 저의 영수증을 가지고 이런 저런 설명을 하며 포스 사용법을 지도하는 모습을 답답하게 지켜보아야 했습니다. (참고로 사건 당일의 모든 실구매 영수증은 제 바지 뒷주머니에 넣어 두었다가 구금 과정에서 모두 빼앗겼고, 아래 영수증은 신용카드사 홈페이지에서 재출력해 1시간 늦은 한국시간을 기준으로 기재되어 있습니다.)
주차장으로 뛰어가는데 멀리 앰블런스와 카메라를 든 사람이 보이길래 무슨 사고가 났나 했습니다. 그게 제 차라는 걸 안 순간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 너무 당황했고 경황도 없었습니다.
차에 도착하자 마자 우선 아이들의 상태를 확인했는데 사람들 때문에 자다 깨서 놀라 있었고 땀한 방울 없이 다른 이상한 점은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아들에게 괜찮으냐고 물었더니 “자고 있는데 처음 보는 아저씨들이 달려 들어서 너무 무서웠다”고 했습니다. 경찰이 신분증 제시를 요구해서 제가 여권을 찾기 위해 차안을 들락거렸는데, 에어컨 냉기는 가셨지만, 햇볕이 없는 날이라 차안에 열기는 없었습니다.
경찰이 아이 엄마는 아이들과 함께 앰블런스에 가 있으라고 했습니다. 아내는 아이들을 돌보고 제가 주로 경찰의 조치에 응했습니다. 경찰 3~4명이 번갈아가면서 이야기를 했고, 저는 당황한 상태여서 당시 질의/응답 순서나 영어 표현이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비행기표를 보여주며 비행기 시간이 늦은 상황에서 부탁받은 샴푸만 사러 갔다가 샴푸를 팔지 않아 늦어졌다는 점을 최대한 침착하게 설명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마트에 뛰어들어가 물건을 사고 차로 돌아온 시간까지 원래 계획보다 늦어지기는 했지만, 당시로서는 아무리 길게 잡아도 15분을 넘기지 않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중에 CCTV로 확인하니 마트에 있던 시간은 18분이었는데 밝혀진 부분은 다음 편에서 다시 설명드리겠습니다)
3분 동안만 머물렀다고 거짓말을 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릅니다.
제 여권 등을 확인한 경찰이 저에게 Child Abuse가 될 수 있다, 아이들을 어떻게 이렇게 위험하게 두었냐고 하면서 아이들의 endangered 상태를 permit한 것이라고 설명하여 주었습니다. 저는 원래는 1~2개 물품만 급히 사서 가려고 했는데 샴푸를 팔지 않아서 지체되었다는 점, 렌터카 반납기한도 있고, 출국 비행기가 17:10이어서 빨리 가야 했기 때문에 더 이상 지체할 수도 없었다는 점, 이 비행기를 놓치면 한국이 추석연휴이기 때문에 언제 비행기표가 있을지 모른다는 점, 내일이 추석 당일이어서 부모님을 꼭 뵈어야 한다는 점 등을 설명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비행 스케줄상 우리가 처음에는 3분(3분인지 5분인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습니다)내에 1~2개 물품만 사서 가려고 했었는데 샴푸를 못찾아서 지체되었다는 말을 하고자 “Our first intention was… buying one or two items within 3(or 5) minutes, however…” 수준의 말을 한 후, 늦어진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샴푸에 대해서 장황하게 설명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샴푸를 찾는 과정에서 지체되기는 했지만 아무리 늦어도 15분 정도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알려진 것과 달리 경찰은 제게 얼마나 마트에 머물렀는지 질문한 일이 없고, 저는 얼마동안 마트에 머물렀는지 시간에 대해 발언한 적이 없습니다. (다음 편에 다시 설명 드리겠지만, 저 대답이 선택적으로 인용된 것 같습니다)
경찰은 아무리 비행기가 늦어져도 아이들이 죽을 수도 있었고, 워낙 위험한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Child Abuse가 될 수 있어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이 때 endangered 상태를 인지하고 아이들을 방치한 것인가에 대해 약간의 논쟁이 있었습니다. 저는 경찰이 상황을 극단적으로 몰고 간다고 생각해서 비도 오고 햇빛도 없을 뿐 아니라 아이들도 괜찮은데 이것이 어떻게 endangered 상태인지, 비행 스케줄 등 정황상 아이들을 계속 두려고 했을 수도 없는 상황인데, 이것이 어떻게 endangered 상태를 permit한 것이냐고 반박했습니다.
변호사, 판사라는 갑질을 했다는 부분에 대해
경찰은 그 과정에서 네가 뭔데 endangered상태인 것을 판단하느냐, 이 정도면 endangered상태를 인지하고 방치한 것이라고 했고, 괌에서는 최근 7시간 넘게 아이를 방치하다가 사망한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저는 endangered상태 및 방치 상황에 대한 경찰의 설명이 황당할 수 밖에 없었고 제가 황당해하는 반응이 보도에 담겼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미국의 Child Abuse의 기준과 너무나도 동떨어진 말이었고, 부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도 그 당시 상황과 아이들의 상태를 잘 알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들의 죽음을 운운하는 것이나, 7시간 짜리 사건과 비교하는 것이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그 과정에서 한국에서는 나도 변호사다, 보다시피 아이들이 잘 자고 있었고 이상이 없는데 어떻게 이것이 Child Abuse에서 지칭하는, 법률적으로 위험에 처하게 한 것이냐는 취지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는 “I respect your legal system” 등의 표현으로 당신들 법체계는 존중하지만 이해가 안된다는 취지로 이야기를 했고, 경찰 역시 한국에서 아이를 차에 두고 가는 것을 처벌하지 않는 것을 잘 알고 있다(2017년에만 한국 사람이 문제된 것이 7번 있었다고 하더군요), 당신들은 관광객이고 아이들도 아무런 이상이 없으니 너무 걱정하지는 말라고 하면서 안심시켰습니다. “논쟁”이라는 표현을 쓰기는 했지만, 험악하게 논쟁을 벌인 것은 아니고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경찰은 일단 신고가 되었고 방송 카메라도 찍고 있는 이상, 조사절차를 거쳐야 하니 경찰서에 가자고 하면서, 조사 자체는 금방 끝날 것이고 비행시간을 최대한 고려해 주겠다고 안심을 시켜서 경찰서로 이동하였습니다.
범죄혐의가 명백해서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다고 알고 계신 분들도 많은데 당연히 현행범으로 체포된 것은 아니었고, 경찰서에 도착한 시간은 15:20경으로 기억합니다. 경찰서 도착 이후 렌터카 반납시간이 다 되었는데 어떻게 할지 걱정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후 더 큰 일이 벌어질 거라고는 예상할 수 없었습니다. 당시로서는 빨리 조사를 마치고 비행기를 타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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괌에서 있었던 일 3 - 내가 경험한 미국의 사법절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