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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해지자. 한국 게임은 답이 없다

1. 어려운 질문, 간단한 답
사행성 조장, 캐시템, 현질, 코인 환전, 노가다, 자동 사냥, 반복 퀘스트, 표절, 도용, 서비스 종료... 왜 한국 게임들에게서는 이러한 부정적 단어들이 먼저 연상되는 걸까? 왜 한국에서는 WOW나 LOL 같은 게임을 못 만드는 걸까? 왜 한국의 인기 온라인 게임 순위 상위권에는 리니지 같은 케케묵은 옛날 게임이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걸까? 왜 정부나 시민단체에서는 게임을 탄압하려는 걸까? 왜 공중파나 보수 언론들은 게임을 나쁘게 보는 걸까? 왜 우리 아빠 엄마는 게임하는 날보고 잔소리를 하는 걸까?
한가지 질문만으로 많은 담론을 나눌 수 있는 그런 주제들이다. 그런데 간단하게도 위의 여섯 가지 질문들의 답은 하나다. 게임 개발사. 본문에서는 간단하게 줄여 게임사라고만 칭하겠다.

 



2. 시작부터 잘못 채운 단추
1990년대 말 착실히 성장해 나가려던 한국의 게임 시장은 게임 잡지들의 번들 게임 남발과 불법 다운로드로 인해 붕괴되고 말았다. 이때 구세주처럼 나타난 것이 바로 MMORPG 장르로 대표되는 PC 기반의 온라인 게임이었다. 한국의 온라인 게임 성장에는 한 가정 1 PC 보급 운동, IMF 이후 국가 신성장 산업으로 IT가 주목을 받는 등의 시대적 상황도 한몫했지만 가장 큰 성장 요소는 바로 게이머들에게 있었다. 
게임은 공짜, 게임은 불법다운로드가 제맛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때에 최신 그래픽으로 무장한, 그것도 우리말 문자와 음성이 제공되는 국산 온라인 게임을 무료로 즐길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오락거리는 없었다. 그런데 실제로는 두세 달 정도의 오픈베타 기간에만 무료였고 정식 서비스 후에는 2만원이 훌쩍 넘는 월정액료을 지불한 유저들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그런 구조였다. 그래도 국내의 게이머들은 개의치 않았다. 몇 달 안 되는 무료 체험 기간 동안 무지막지한 레벨업과 최강급 아이템 강화, 고난도의 몬스터를 다 때려잡으면서, 속된 말로 뽕을 뽑은 뒤에 당시 범람하던 다른 온라인 게임으로 갈아타는 것이 하나의 유행이었다. 오늘날 해외 게이머들을 경탄케 하는 한국인들의 미칠듯한 레벨업 속도나 사냥 실력은 이때부터 이미 정평이 나 있었다.
그래서 오픈베타 때의 회원수만 보고 정식 유료 서비스를 시작했다가 크게 뒤통수를 맞고 흐지부지 서비스를 종료한 채 사라져간 게임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런데 또 막상 오픈베타를 안 하면 입소문 효과를 볼 수가 없기 때문에 많은 게임사들이 좋든 싫든 무료로 오픈베타를 했다.
게이머들 입장에서는 어떠한 게임의 작품성을 보고 몰두했다기 보다는 그냥 여럿이 하나의 공통된 취미를 즐기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친목을 다질 소재가 필요했다. 과거에는 동네 오락실이나 학교 앞 당구장이 그런 장소였다면 2000년대에는 PC방이 그런 역할을 대체했다. 주변의 형이나 삼촌이 의 스토리나 등장 인물은 하나도 몰라도 게임은 기똥차게 잘하는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게임사가 자선 단체도 아니고 게이머들의 이러한 치고 빠지기식 행태는 좋을 게 하나도 없었다. 그때 국내에서 최초로 넥슨이 라는 게임을 통해 부분 유료화를 시도해서 성공적으로 안착시킨다. 




3. 애초에 창의력도 없고, 키울 생각도 없고
초창기 한국 게임은 해외의 유명 게임을 모방하고 흉내내는 것에서 출발했으나 더 이상 성장을 못하고 정체되면서 90년대 말까지 결국 모방으로 시작해 모방으로 끝나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그래서 1세대 온라인 게임 개발자들의 작품을 보면 국내 최초, 국내 최고라는 수식어에 가려져 많이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 자세히 들여다 보면 표절과 도용, 모방으로 얼룩져 있다. 넥슨의 와 는 , 의 캐릭터 및 플레이 방식과 흡사하고, 엔씨의 는 이라는 유명 고전 RPG에 그래픽 껍질만 새로 씌운 게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해외의 유명 게임들은 게임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양질의 스토리와 등장인물, 또 이야기에 잘 녹아드는 알맞은 도전 과제(퀘스트)를 내세워 게이머 스스로가 동기를 갖도록 한다. 즉 내가 저 몬스터를 때려잡고 강한 장비를 갖추어야 하는 당위성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그런데 말이 쉽지 이런 스토리나 인물, 도전 과제를 만드는 일은 매우 어렵다. 단계적으로 난도를 올려서 의욕을 불태우게 하는 것도 몰입감을 높이는 좋은 방법 중 하나지만 이것 하나만으로는 맨밥에 김치만 먹는 것처럼 금방 질리기 십상이다.
한국의 1세대 온라인 게임 개발자들은 바로 이러한 창의적 능력에서 부족함이 많았다. 본인들 개인이야 어떨지 몰라도 정작 그들이 내놓은 결과물은 그렇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PC 온라인이든 모바일이든 한국 게임들의 공통된 단점은 바로 끊임없는 단순 플레이의 반복에 반복이라는 것이다. 1세대 개발자 선배들로부터 보고 배운 것이라고는 이런 것밖에 없고, 또 이런 저질스러운 게임성에도 수익은 창출할 수 있으니 복잡하고 머리 아픈 창의적 영역에 누가 신경을 쓰겠는가.
온라인 게임이라는 장르 자체도 스토리텔링으로 게이머를 몰입시키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예를 들어 어느 도전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파티를 이루어 사냥을 나가야 하는데 왜 엘프족이랑 오크족이 대립하게 됐는가, 이번에 잡을 오크족의 족장 콰르르는 어떤 놈인가, 녀석이 숨겨뒀다는 엘프족의 전설의 방패는 어떤 내력의 물건인가 따위의 설정을 느긋하게 읽어볼 시간이 어딨겠나. 말 그대로 닥사, 닥치고 사냥하는 게 장땡이다.
하지만 국내에도 많은 유저들이 즐기고 있는 블리자드의 MMORPG 를 보면 결국엔 게임사하기 나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혹자는 이렇게 반문한다. WOW는 원래 PC 게임으로 유명한 의 파생작이라서 스토리텔링이 쉬운 것이라고. 그런데 그것은 미국을 비롯한 서양에 국한된 얘기이고 국내에는 WOW를 통해 워크래프트 세계관을 접한 유저들이 절대 다수다. WOW 이전에 출시된 RTS 는 국내 흥행에 크게 실패하면서 마니아들의 게임으로 전락한지 오래였다. 또 가 등장하기 이전 국내 온라인 게임계를 휘어잡았던 LOL의 경우에도 원작은 없지만 등장 영웅들에 대한 이야기나 이미지는 게이머들 사이에 깊이 각인돼 있다. LOL을 해보지 않은 사람도 리신이 시각 장애인이라는 것은 알 정도니까. 도 원작이 없는 신규 작품이지만 게임 정식 서비스 이전부터 꾸준하게 캐릭터 설정을 홍보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 결과 많은 이들이 등장 인물의 배경 설정과 더불어 게임을 즐기고 있다. 갈등하고 반목하는 형제, 방산비리로 고생하는 프로게이머, 시류에 휘말려 전장에 서게 된 모녀, 사이코패스 얼음 마녀 딱지가 붙은 과학자 등등. 비슷한 시기, 똑같은 장르에, 전작에 없던 캐릭터 설정까지 구축하고 야심만만하게 돌아왔으나 여성 캐릭터의 섹시함만을 강조하며 캐릭터 구축에 실패한 와 참으로 비교되는 부분이다. 




4. 누구를 호구로 아나!!
부분 유료화라는 새로운 수익 창출 방법을 통해 성장의 돌파구를 마련한 온라인 게임 업계는 희망에 부풀어 올랐다. 심지어 멀쩡히 월정액제로 운영되던 게임들마저도 크게 인심이라도 쓰는 것처럼 과감하게 무료화 선언을 하고 부분 유료화를 통해 회원과 수익을 늘려갔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까지 수익 창출에만 눈이 멀어 게임의 질을 높이는 데에는 소홀했다. 제목과 캐릭터 외형만 다를 뿐 비슷하게 반복 플레이를 강요하는 게임이 넘쳐나고 있었으며 단순한 꾸미기 차원에 지나지 않던 유료 아이템들이 이제는 게이머가 소유한 캐릭터의 강함을 좌지우지하고 아무리 레벨이 높다고 한들 특정 유료 아이템이 없으면 제대로 게임을 즐기기 못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면서 국산 온라인 게임에 대한 분노와 실망, 피로감은 절정으로 치닫게 된다.
2000년대 중반 국산 게임들이 돈맛에 빠져 나태해져 있을 때 해외의 게임들은 2000년대 초 불법 복제로 인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거듭날 준비를 마쳤다. 스팀 플랫폼의 대두가 대표적이다. 크고 작은 게임사들을 통폐합하면서 구조 조정을 단행해 체질을 개선한 대형 게임사들은 막대한 개발비가 투입된 블록버스터급 대작 게임들을 속속 출시했다. 여기에는 복돌이들과의 전쟁에 시간을 허비하느니 소비자들이 저절로 지갑을 열 수 있는 좋은 작품을 만들어보자는 흐름도 한몫했다. 기존에 패키지 게임을 고수하던 몇몇 게임사들은 온라인 게임의 수익 창출력에 주목하고 자신들이 가진 강력한 콘텐츠를 앞세워 한국 시장에 도전해 왔다. 그 대표작이 앞서 언급한 다. 또 국내에는 사용자가 적어서 실감을 못했을 수도 있겠지만 이 무렵 비디오 게임 시장은 전통의 강자 플레이스테이션 3 VS 신흥 강호 XBOX 360 VS 돌아온 탕아 Wii가 격돌해 유래없는 삼파전 구도를 형성하면서 치열한 경쟁을 펼쳤고, 자연히 게임의 질도 높아지는 선순환 구도를 보였다.
국내 게이머들도 바보가 아니었다. 인터넷 하나로 전세계가 통합된 21세기다. 1990년대가 아니다. 외국산 게임들의 적극적인 국내 공략과 국산 게임에 질려버린 게이머들의 해외 이탈이 늘어나면서 2010년대 초까지 수백억을 쏟아 부어 만든, 소위 대작이라는 국산 게임들 중 10에 9이 쫄딱 망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에 따른 부작용으로 게임사들은 당연히 막대한 매출 손실과 부채를 짊어지게 됐고 게이머들은 불확실한 신규 대작 게임보다는 기존의 흥행 게임에 더욱 몰입하며 자기들만의 친목을 다지게 된다.
위기 뒤에 기회가 온다는 관용구가 이 상황에 알맞은지는 조금 의문이지만 연이은 흥행 실패와 게이머들의 외면으로 대형 게임사들마저 휘청대고 있을 때 스마트폰이라는 구세주가 나타나면서 상황은 반전이 된다.




5. 견부견자
2000년대 말부터 2010년대 초까지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게임 시장에 많은 게임사들이 너도나도 뛰어들었다. 사실 모바일 게임은 90년대 말 휴대폰이 일반에 널리 보급되던 시절부터 있어 왔는데 PC용 게임을 만드는 게임사들이 진출하기에는 작고 초라한 영역이었다. 그래도 역사가 오래된 만큼 이 영역에서 중견 노릇을 하는 강자가 있었다. 바로 컴투스와 게임빌이다. 전통의 라이벌이었지만 2013년 게임빌이 컴투스를 인수 합병하면서 아쉽게도 모바일 게임 전쟁은 막을 내리게 된다. 어쨌든 스마트폰 등장 이전까지 모바일 게임은 80~90년대 오락실에서나 볼법한 수준의 조잡한 그래픽과 게임성을 갖고 있었서 이용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하드웨어의 성능이 급속도로 올라가고 앱이라는 전용 마켓을 통한 손쉬운 접근성, 결제의 간편함, 터치 방식에 의한 간편한 조작성이 장점으로 부각되면서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모바일 게임에 빠져들게 된다.
그런데 호부견자(虎父犬子)라는 사자성어에 빗대어 견부견자라는 말도 있듯이 결국 그만한 수준의 온라인 게임을 만들던 회사들은 모바일 게임 시장에 진출해서도 그만한 수준의 게임을 만드는 것이 고작이었다. 특히 스마트폰이 전국민에게 보급되면서 그동안 게임 업계에서는 큰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던 30대 이상 중장년층이 새로운 소비자로 부각되기 시작했고 대한민국 생활 경제의 주체인 이들의 호주머니를 털어보기 위해 온라인 게임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사행성 짙은 게임을 출시해 모바일 게임 시장마저도 온라인 게임화해버렸다. 기존의 썩어빠진 PC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좌절과 염증을 맛본 후 새로운 블루 오션인 모바일 게임계에 뛰어들어 나름 독창적이고 재밌는 게임을 개발해 보려던 중소 게임사들도 사행성을 앞세운 대형 게임사들의 공세에 못 견뎌 결국에는 똑같은 물이 들고 말았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새로운 전환기를 맞나 싶었던 모바일 게임 시장은 순식간에 게임 유저들의 고혈과 경쟁에 패배한 게임사들의 시체가 나뒹구는 레드 오션이 되고 말았다.
어지간하면 중간에 이런 말까지는 안 쓰고 싶었지만, 한국의 대형 게임사들은 정말로 나쁜 놈들이다. 그야말로 악의 축이면서 존재 자체가 해악이다.
온라인 게임계에 이어 모바일 게임계도 금새 엉망진창으로 만든 후 자기들끼리 한창 피터지게 싸우던 2011년 게임사들은 다시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그런데 이번 위기는 앞선 두 번의 것과는 본질이 전혀 달랐다. 바로 정부가 법을 무기 삼아 게임 규제에 나선 것이다.




6. 스스로 자유를 쟁취한 나라
권력을 가진 이는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자기 방식대로 통제하는 것을 좋아한다. 반대로 통제받는 이는 늘 그것에서 벗어나려고 애를 쓴다. 이는 정치, 종교, 사상, 이념에 관계 없는 인간의 본능이다. 그래서 자유에 대한 인류의 역사를 보면 언제나 피로 얼룩져 있다. 멀리로는 프랑스 혁명이 있고 가까이로는 독립 운동이 있다. 자유를 위해 싸운다는 말은 곧 권력에 도전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피와 희생은 필연이다. 신체의 자유 뿐만이 아니라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도 마찬가지다.
젊은이들이 즐기는 신흥 문화에 대한 통제는 한국에서만 있는 일은 아니다. 오늘날 문화 강국이라 불리는 미국, 일본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국의 언론들, 심지어 우호적인 시선을 보내는 진보 계열 언론들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미국, 일본은 한국과 다르게 자유롭다!!' 라고만 말하지 이들 나라가 어떻게 표현의 자유를 쟁취해서 오늘의 문화 경쟁력을 이룩했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말하지 않는다. 혹시 게임사를 비호해주려는 것인가?
그래서 이 자리를 빌어 나라도 말해보려고 한다. 아동 뿅뿅와 수간, 인종차별 등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거의 모든 표현이 자유롭게 허용되는 나라 어뭬리카~ 그런데 현재의 이런 모습과 다르게 1950~70년대까지 미국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이 한창이었다. 미국은 영국으로부터 독립해 청교도 정신을 근본으로 삼은 나라다. 맑을 청(淸)에서도 느껴지듯이 교리에 바탕을 둔 도덕성과 근면 절약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종파라서 대단한 보수적 성향을 보인다. 이런 그들에게 60년대 비디오의 보급으로 폭발적 성장 조짐을 보이던 뿅뿅 매체는 그야말로 사탄의 소행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이들 종교 단체와 시민 단체, 학무보 단체 등으로 구성된 세력들은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로비를 벌이고 압력을 넣어 이런 추잡한 뿅뿅 때문에 우리 순수하고 맑은 영혼의 청소년들이 병들어간다는 이유로 성인물(한국 기준으로는 음란물)을 규제하려고 했지만 그때마다 뿅뿅 제작사와 양식 있는 지식인들은 수정 헌법 제1조를 근거 삼아 법적 투쟁도 불사하며 이들의 억압을 거부해 왔다. 연방대법원이 뿅뿅 제작사의 손을 들어준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청소년에게 비록 악영향을 준다고는 하지만 그 때문에 성인의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렇게 싸워서 표현의 자유를 쟁취했다.
일본을 보자. 한국과 법 제도도 비슷하고 보수적인 유교 문화의 영향권, 근현대 한국의 문화는 대부분 일본의 영향을 받아 성장해왔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부분이 많다. 일본에는 미국이나 한국과 같은 꼴통 보수주의 종교 단체는 거의 없지만 학부모의 입김이 거센 나라로 아주 유명하다. PTA(Parent-Teacher Association)로 대표되는 이들 일본의 학부모 단체는 60~70년대 성장의 기미를 보이던 만화를 문제삼고 정부 기관을 압박해서 규제에 나선다. 그리고 이때 일본 만화계의 대부인 데즈카 오사무(대표작 아톰), 또 과격한 표현으로 늘 규제 1순위 대상 후보였던 나가이 고(대표작 마징가)는 고집불통 PTA와 뻣뻣하기로 소문난 일본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여러 번의 공청회와 토론회, 또 각 사회 지식인 및 언론을 통한 홍보 정책을 펴면서 결국 PTA를 설득시키기에 이른다. 성진국이라는, 조롱 반 부러움 반의 별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일본의 성인물(한국 기준으로는 음란물)은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다. 그러나 이 역시 거저 얻은 표현의 자유가 아니다. 80년대 일본에도 비디오가 널리 보급되고 외국의 뿅뿅 비디오나 잡지가 밀수돼 오면서 거짓으로 성행위를 하고 표현 수위도 지극히 약했던 일본의 성인물 업계는 위기를 맞게 된다. 그래서 온갖 편법을 사용해 나름대로 수위를 올리고 작품성을 올리려 애를 썼지만 그럴 때마다 검경의 좋은 건수거리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외국의 수위 높은 뿅뿅물에 이미 눈이 높아질대로 높아진 국민들은 정부나 학부모 단체의 입장과 달리 국산 성인물에 대해서도 높은 수위를 요구했고 이에 용기를 얻은 성인물 업계는 최대한 법의 테두리 내에서 할 수 있는 모든 표현을 해가며 권력 기관과 투쟁했다. 그리고 실제 법정에서도 대부분은 업계의 손을 들어줬다. 그 이전까지 일본에서는 특별히 예술성을 인정 받은 경우가 아니면 음모 노출을 금지했는데 90년대 초 모 성인 잡지가 과감하게 음모를 노출한 누드 사진을 게재하는 사고를 친다. 과거 같았으면 당장 검경이 압수 수색하러 쳐들어 왔을 텐데 이상하게도 조용했다. 어차피 체포해도 이제는 법과 국민의 인식이 허락치 않는다는 것을 검경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일본은 표현의 자유를 쟁취했다.




7. 스스로 자유를 포기한 나라
어디겠는가, 한국이지. 작금의 게임 업계와 아주 비슷한 탄압 과정을 거치며 스스로 몰락해 버린 문화 장르가 있다. 바로 웹툰 부흥기 이전의 한국 출판 만화계다. 다만 여기에서는 60~80년대까지 독재 정부 시절의 탄압에 대해서는 굳이 얘기하지 않겠다. 당연한 것 아닌가. 오늘 저항했다가 내일 아침에는 남산에 끌려가 쥐도 새도 모르게 죽임을 당하는 서슬퍼런 시대였으니까. 90년대 한국에는 이나 와 같은 유명 일본 만화도 정식 수입됐지만, 동시에 국산 만화도 제법 경쟁력을 갖추면서 주고객인 청소년들로부터 상당한 인기를 받았다. 이는 성인 만화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1997년 이현세가 그린 성인 만화 가 비윤리적 음란물이라는 이유로 검찰에 기소되는 사건이 터진다. 사실 검찰의 기소 자체가 무리가 있었기에 단순 벌금형으로 끝나고 말았지만 이 과정에서 보여준 한국의 지식인들과 업계 및 주변 만화가들의 무관심, 또 불난 집에 부채질하기 여념없던 언론들의 작태는 추태를 넘어 혐오를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이현세는 벌금형도 억울하다며 항소에 항소를 거듭, 무려 6년이나 법정 투쟁을 벌여 끝끝내 무죄 판결을 받아냈지만 이미 대중들의 머리에 이현세는 음란물 작가, 만화는 나쁜 것이라는 인식이 뿌리를 내려버렸고 도서 대여점의 영향, 인터넷을 통한 스캔본의 난립 등이 겹치면서 몰락하고 만다. 한국 만화는 10년 후 웹툰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겨우 부활했다. 덧붙여 사건 이전에 1992년 마광수 교수의 소설 사건도 있다. 이때는 이현세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았다. 마광수는 무려 명망 높은 연세대의 교수이자 유명 소설가였지만 2년이라는 징역형을 선고 받아야 했다.




8. 스스로 화를 부르다
게임 업계의 투쟁의 역사를 설명하려고 사전 설명을 너무 길게 한 것 같지만 이렇게 비교를 해야 게임사들이 얼마나 썩어빠진 놈들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2000년대 초 IT와 벤처 열풍이 사회를 강타하면서 수많은 게임사들이 생겨났고, 게임사는 게임을 즐기는 많은 청소년과 젊은이들에게 최고의 인기 직장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만큼 소리소문 없이 망하고 사라진 회사들도 많지만 분명한 것은, 게임 업계는 매년 폭발적 성장을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게임 CD를 1만 장만 팔아도 대박이라고 평가받던 국내 게임 시장이 이제는 수천억 원이 돌고 도는 거대 시장으로 성장했다. 따라서 정부의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또 이들 통제되지 않고 있는 시장을 휘어잡기 위한 정부의 규제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거기에 업계를 탐탁치 않게 여기는 학부모와 시민 및 종교 단체들까지.
게임에 대한 정부의 간섭, 게임에 대한 세간의 부정적 인식은 사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90년대 말 한 가구 1 PC 운동이 본격화되면서 학부모들은 아이가 하라는 공부는 않고 게임에 몰두하는 것이 큰 걱정거리였다. 그리고 당시 난립하던 PC방에서 게임을 하다가 서로 싸운 사람, 수십 시간 연속으로 게임을 하다가 사망한 사람, 게임에 몰입한 나머지 수시로 학교에 결석하는 학생, PC방비를 마련하고자 동급생에게 돈을 강요하거나 범죄를 저지른 학생 등이 뉴스에 보도되기 시작하면서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급속도로 확산된다.
자, 질문 하나를 하겠다. 학생들이 붐비는 너무나 좋은 황금 상권에서 오로지 나만이 떡볶이 장사를 하면서 매일 대박을 치고 있는데 동네 주민들이 나타나 불량 식품을 팔지 마라고 항의를 한다. 그럴 때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① 일단 잡숴보고나 그런 말씀하시라며 떡볶이를 권한다. 
② 어차피 너희는 주요 고객층이 아냐. 그래 짖어라~ 난 돈이나 벌란다.
③ 검증된 자료나 식품 전문가를 초빙해 불량 식품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④ 황금 상권을 포기하고 다른 지역으로 자리를 옮긴다.
대부분 3번을 골랐을 것이다. 가장 현명하게 자신의 이권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한국의 게임 업계는 2번을 골랐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이지만 1990년대 말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게임 업계는 2003년까지 제대로 된 협회도 없이 제각각 따로 놀고 있었다. 가장 큰 규모를 갖고 있는 한국게임산업협회(현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가 출범한 때는 뒤늦은 2004년 4월이다.
게임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본격적으로 증폭되던 1999년과 2000년 즈음 이미 결성돼 협회의 이름으로 게임의 건정성에 대해서도 사회적으로 널리 홍보도 하고, 또 학부모와 시민 및 종교단체를 상대로도 공청회나 토론회를 열어서 이해해 나가는 과정도 거쳐야 하고, 협회 이름으로 기금도 마련해서 게임 중독 치료 및 장학금 제도 지원 등도 하고, 정부가 주관하는 행사 등에 참가도 해서 눈도장도 받고 그랬어야 했는데 이미 국민들 사이에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자리하고 난 뒤에야 겨우 협회가 출범했다.
그리고 협회의 내부 규정을 철저하게 준수하고, 또 내부 규정을 어긴 회원사에 대해서는 사실상 업계 퇴출이나 다름 없는 강력한 징계를 내리는 일본 문화계의 협회들과 달리 한국의 게임 협회는 국내의 다른 문화계 협회들과 마찬가지로 중구난방이었고 실제로 협회를 이끌어 나가야 할 엔씨나 한게임, 넥슨, 넷마블과 같은 업계 중견들은 가입만 했을 뿐이지 협회 운영에 무관심했다. 그리고 오늘에 와서야 밝혀진 사실이지만 업계의 큰형님으로서 협회 운영에 주도적 역할을 했어야 할 넥슨은 이 당시 불법 도박 게임 바다이야기의 개발에 연류된 데다가 협회에 기부해 협회의 이름으로 쓰였으면 좋았을 돈을 고위 사법 관계자에게 뇌물로 뿌리며 온갖 사건 사고를 무마하고 자신들만의 입지를 다져나갔다. 
2011년 정부가 셧다운제를 시행하기 이전까지 한국 게임사들은 아무런 자구책도, 대안책도 없었다. 오로지 돈! 돈! 돈! 돈에만 눈이 멀어서 미래를 예측하지 못했다.




9. 대체 너희는 뭐하는 새끼들이냐?
정부가 셧다운제를 시행하겠다고 예고하자 가장 크게 펄쩍 뛴 이는 누구였을까? 바로 게이머들이었다. 그리고 다음이 게임 문화에 관대한 진보 계열의 지식인들과 언론이었다. 그 다음으로 반응한 것은 게임사였는데 웃기게도 죄다 고만고만한 중소 규모의 게임사들이었다.
그렇다면 넥슨, 넷마블, 엔씨, 한게임 등과 같은 업계 중견들은 뭘하고 있었을까? 셧다운제에 반대한다는 짧은 성명서만을 발표했을 뿐 큰 움직임은 없었다. 심지어 시사 문제를 다루는 TV의 토론 프로그램에 패널로도 참석하지 않았다. 죄다 영세한 중소 규모 게임사의 대표나 직원이 참석해서 반대의 목소리를 냈지만 메아리조차도 만들 수 없는 작은 소리에 그치고 말았다. 당시 어느 TV 토론 프로그램에서 한 게임 관계자가 패널로 출연해 '돈도 많고 실적도 많은 중견 업체들이야 외국에서도 러브콜을 받고 있어서 셧다운제가 시행돼도 딱히 고민할 게 없지만 우리 같은 영세 게임사는 한국 땅에서 그대로 죽을 수밖에 없다' 라는 식으로 말한 것이 생각난다.
정말로 나쁜 개 호로 잡놈의 새끼들이다.
물론 이때에도 협회는 아무런 구실도 못했다. 셧다운제는 앞으로 있을 정부 규제의 시작에 불과할 거라며 크게 반발한 게이머들과 달리 업계 중견 기업들은 너무나 조용했다. 마치 '그래, 정부에 대한 항의는 우리의 영원한 호구이자 밥줄인 너희 네티즌이 해라. 우린 그동안 열심히 돈이나 벌 테니까'라고 말하는 것처럼. 셧다운제 대상은 바로 청소년들인데 사실 중견 기업들 입장에서 보자면 구매력 0, 다시 말해서 돈벌이가 안 되는 연령층이라서 이들이 밤 12시 이후 게임을 못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딱히 손해는 없다. 그래서 셧다운제는 결국 시행됐고 게임 업계 빼고 모두가 우려했던 것처럼 게임을 중독물로 분류하자는 제2의 악법이 2013년에도 제출되기에 이른다. 결과적으로 이 법안은 2016년 19대 국회가 끝나면서 자연 폐기됐지만 이 3년 동안 보여 준 게임 업계의 방만한 태도, 자정 노력의 부족, 자구책 미비, 사회 인식 개선 운동 노력 부족 등은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끼게 할 정도였다.
리니지의 현피 사건이 주요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첫 보도된 1999년으로부터 17년이 지났다. 당시 부모님께 잔소리를 들어가며 게임하던 젊은이는 이제 아빠가 돼 게임하는 자기 아들을 보며 잔소리를 늘어놓고 있다. 21세기에 들어서도 게임에 대한 기성세대의 인식과 학부모의 편견, 시민 및 종교단체의 견해는 20세기와 다를 바 없다.
당연한 얘기지만 자기 밥 그릇은 자기가 챙기는 법이다. 그런데 현재 게임 업계를 보노라면 게이머들을 볼모로 삼아 '게임이 규제 당하면 너희만 손해야~'라는 식으로 협박을 하고 있는 꼴이다.




10. 결정적으로 너희는 게임도 못 만들잖아
한국 게임계는 여러모로 미래가 암담한 입장에 있다. 현재 3N이라 불리며 업계를 이끌어 나가고 있는 엔씨, 넷마블, 넥슨 중 제정신 박힌 회사가 없다.
넥슨은 의 실패와 뇌물 스캔들에 휘말려 크게 휘청대고 있다. 엔씨는 20년이 지나도록 를 대체할 작품 개발에 실패하면서 3N 중 가장 뒤쳐지는 회사가 되고 말았다. 넷마블은 2N이 빌빌대는 사이에 그런대로 현상을 유지하고 있지만 현상을 유지하고 있는 것 자체가 이미 문제다.
PC 온라인 게임에서는 더 이상 수익을 뽑아내지도 못하고, 개발 전망도 매우 어둡다. 해외 판로 역시 중국 때문에 기를 못펴고 있는 상황이다. 모바일 게임 쪽은 레드 오션이 된지 오래다. 해외 판로를 뚫고 싶어도 고만고만한 게임밖에 만들 수 없는, 한계가 있는 시장이다보니 해외에도 비슷한 게임은 차고 넘치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처럼 신개념의 타개책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판매만 시원찮은 게 아니다. 게임사로서 게임도 지지리 못 만든다. 게이머라면 메타크리틱이라는 해외의 리뷰 종합 사이트를 잘 알 것이다. 유명 게임 웹진들에서 매긴 점수들을 모조리 모아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평균 점수를 알려주는 곳이다. 이런저런 비판도 있지만 현재까지 이보다 더 객관성 있게 점수를 제시하는 사이트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메타크리틱에도 국산 온라인 게임이 여럿 등록돼 있다. 물론 해외 수출판을 기준으로 한 것이라서 내수판과 직접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겠으나 대체로 평가는 안 좋다.
국산 PC 온라인 게임 중 현재 최고 점수를 기록하고 있는 작품은 무려 14년 전에 개발된 이다. 79점이다. 우리보다 개발력 떨어진다고 비웃던 일본산 온라인 게임 중 최고 점수를 기록하고 있는 작품은 현재 한국에서도 서비스 중인 인데 83점(PC판. 콘솔판은 86점)을 받았다. MMORPG 게임이라고는 개발한 적도 없어서 초기에 메타 점수 49점을 받은 였지만 역시 제대로 된 개발자가 단단히 마음 먹고 뛰어드니 자칭 온라인 게임 강국이라 자부하던 국산 게임을 앞섰다.
80년대와 90년대를 주름잡던 일본 게임들도 2000년대 들어 자본과 기술력을 앞세운 서양 게임들의 반격에 맥을 못추고 크게 힘을 잃고 말았다. 단일 국가로 따지면 여전히 1위인 미국 다음 가는 게임 강국이지만 위상은 예전만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많은 회사들이 돈벌이에 급급해 DLC를 남발하고 무리하게 모바일 게임계에 뛰어들어 지나친 과금 정책을 추진해 원성과 비판을 사고 있다. 그렇지만 그런 돈에 찌든 모습과는 반대로 매년 꾸준하게 올해의 게임상(Game Of The Year)을 받고 있으며 비록 최다 고티는 아니더라도 장르나 개발 분야로 국한해서는 여전히 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다. 예를 들어 작년에 최고의 슈팅 게임 상을 받은 작품은 닌텐도가 개발한 이다. 일본은 총싸움 게임을 못만든다는 기존의 편견을 완전히 깨부수고 참신한 발상과 재미로 대성공을 거두었다. 특히 , 와 함께 미국 FPS 게임계의 삼대장이라 불리는 의 최신작을 꺽고 얻은 결과라서 많은 이들이 충격을 받기도 했다. 또 2013년부터 시작된 8세대 비디오 게임 전쟁에서 플레이스테이션 4와 XBOX ONE은 각각 야심차게 준비한 독점 타이틀들을 여럿 내놓았지만 대부분 낮은 평가를 받으며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최초로 메타크리틱 90점을 넘은 작품은 2015년 일본의 프롬 소프트웨어가 플레이스테이션 4만을 위해 독점 개발한 이었다.
일본의 많은 게임사들이 돈벌이에 급급한 나머지 과거의 명성과 체면을 잃어 가는 가운데에서도 일본 게임이 아직은 미국 다음 가는 시장성과 영향력을 갖고 있는 이유는 닌텐도나 스퀘닉스와 같은 중견들이 제정신을 차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회사의 작품에서는 게임을 정말 게임답게 만들면서 게이머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러나 한국은 엔씨, 넷마블, 넥슨 모두 평가가 안 좋다. 이들에게 있어서 게임이란 하나의 돈벌이 수단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과연 이들에게는 게이머들의 기억에 오래 남을 법한, 게임 역사에 작은 획이라도 하나 그을 법한 작품을 만들고픈 욕구는 없는 것일까? 자본의 규모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지금까지 그런 작품이 없는 것이 더 이상할 지경이다. 이들이 만든 게임들을 보면 플레이 방식과 형태만 다를 뿐 슬롯머신과 똑같다.
이들 입장에서 게이머가 캐릭터에게 갖는 애정과 관심은 인물의 성격, 행동으로 정립되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에게 입힐 유료 아이템으로 정립된다. 이들 입장에서 게이머가 게임에 몰입할 수 있는 요소는 레벨 구성의 오묘함이나 흥미로운 스토리가 아니라 상자를 까서 얻을 일확천금 대박으로 정립된다.




11. 솔직해지자. 답이 없다
그럼 이런 한국 게임계을 개선시킬 방법은 뭐가 있을까? 난 없다고 생각한다. 
첫째, 업계 전체가 썩었다. 3N이 언제까지 3N으로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윗물은 썩었어도 아랫물이 맑다면 변화와 개혁을 바라볼 수 있겠는데 지금 한국 게임계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돈 없다고 가난하다고 징징대며 감성에 호소하는 중소 영세 업체들도 모두 돈독에 올라 있는 건 마찬가지다. 이들 중 정말 게임을 게임답게 만들어 보려고 노력하는 놈들은 거의 없다. 학교 졸업 후 게임 제작자로서 부푼 꿈을 안고 유명한 게임 개발사에 입사했더니 윗대가리들의 정치놀음과 꽉 막힌 사고에 질려 퇴사해 자기 스스로 벤처를 설립하지만 이 좁아터진 한국의 게임 업계에서 수익을 내려면 결국 자신이 욕하던 그 윗대가리들처럼 행동할 수밖에 없다. 유명한 게임 표절해서 단기 수익 확보 및 개발비 절약하고 직원들 혹사시켜 가며 인권비 아끼고. 그래야 고객과 동업자들의 고혈로 붉게 물든 이 레드 오션을 헤쳐나갈 수 있다. 그리고 반복되는 야근과 무리한 작업 지시로 지친 이가 퇴사해서 자기만의 회사를 차려도 결국 자기가 퇴사했던 회사와 똑같은 행동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다.
둘째, 업계를 징벌할 방법이 없다. 얼마 전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부각되면서 한국 사회 전체가 큰 충격을 받았고, 이에 소비자들은 해당 회사를 상대로 불매 운동에 나섰다. 회사가 소비자를 기만할 때 가장 좋은 대처법은 불매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게임 회사가 게임을 엉망으로 만들고, 다른 회사의 작품을 표절하는 부도덕한 모습을 보인다면 게임을 안 팔아주면 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게임이란 사는 게 아니다. 게임 자체는 무료이고 그 게임을 플레이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아이템이나 여러 효과가 유료다. 따라서 유명 게임을 표절한 파렴치한 회사, 사행성 게임만을 출시하는 악질 회사에게 불매 운동은 별 효과가 없다.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모바일 게임의 부분 유료화 정책에서 실제 수익의 80~90%는 전체 이용자의 10~20%에 불과한, 소위 말하는 헤비 유저, 헤비 과금러가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헤비 유저들 중 절대다수는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은, 말 그대로 딱히 즐길 여가거리는 없는데 어쩌다가 이 게임에 푹 빠져서 돈을 펑펑 쓰는 30~40대 이상, 특히 여성이 남성보다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이들에게는 표절을 했니 어쨌니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이 게임을 통해 자신이 만족하고 즐거움을 느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정부나 시민 및 종교단체 등이 게임계를 규제하려고 하면 대다수의 게이머들과 언론들은 그들을 비판한다. 맞다. 비판하는 게 맞다. 그런데 게임사도 함께 비판해야 한다. 앞서도 말했지만 결국 정부나 시민 및 종교단체와 직접 끝장을 봐야 하는 건 게임사 자신들이지 게이머나 언론이 아니다. 현재는 확률형 아이템의 획득 확률 공개 문제로 정부와 게임사가 다투고 있는데 우습게도 셧다운제와 중독법 발의 때는 귓구멍에 X박고 돈이나 긁어모으던 놈들이 자기들 밥그릇을 직접 통제하는 법안을 들고 나오니까 발악을 해대고 있다.
그리고 앞선 두 악법의 발의 때와는 반대로 네티즌들이 한마음 한뜻이 돼 정부의 법안을 찬성해 주고 있다. 하지만 또 한편에서는 정부가 이런 식으로 자꾸 문화 산업에 끼어드는 것 자체가 올바른 행태가 아니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그런데 어쨌든 이번 일 역시 게임사, 정확하게는 협회가 제 기능을 못 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는 2000년대 말부터 꾸준히 있어 왔다. 정치권의 움직임, 게이머나 민간 단체들의 반응을 살펴 제대로 된 자구책, 대안책을 마련해 합당한 수준의 자기 규제가 이뤄졌어야 했지만 협회는 또 방관했다. 협회가 이렇게 못 미더운 짓거리만 골라골라서 하니 정부와 시민 및 종교단체는 앞으로도 사사건건 끼어들 것이다. 또 3N이 버티고 있고 업계 전체가 물갈이가 되지 않는 이상 협회의 변화를 기대하는 것도 망상에 불과하다.
어떻게 글을 끝내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한국 게임계가 어떻게 썩어 왔고 얼마나 썩었는가를 말해보고 싶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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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Blur. 2018/03/25 20:13

    한국 서브컬쳐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을까

  • 닉네임에대한철학적인고찰로정한닉네임이다 2018/03/25 20:17

    한국 문화시장 ㅈ망

  • 추천 셔틀 2018/03/25 20:13

    마지막에 히오스 나올줄알았는데...

  • 추천 셔틀 2018/03/25 20:13

    마지막에 히오스 나올줄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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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ur. 2018/03/25 20:13

    한국 서브컬쳐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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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르르르아 2018/03/25 20:13

    요약좀 존나 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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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닉네임에대한철학적인고찰로정한닉네임이다 2018/03/25 20:17

    한국 문화시장 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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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리웹-1275913836 2018/03/25 20:14

    근데 이건 비단 게임사 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 대부분이 해당되는 거라서... 정부와 국민이 사이좋게 조져놓으면 희망은 생길 것 같긴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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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살고싶다 2018/03/25 20:19

    먼가 존나 열심히 썼지만 정작 다른 나라도 웰메이드 명작 찾아보기는 해변가에서 모래알 찾기 급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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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uminis 2018/03/25 20:24

    아마도 불법 다운로드 열풍이 시작이겠지. 그리고 업체는 최악의 대응을 한것뿐이고. 걍 게이머, 업체 둘 다 자업자득인셈...그래서 국산겜은 걸러야하는게 답 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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