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가끔씩 불펜에서 눈팅만 하고 가는 유저입니다.
저는 어디서든 나서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 아닌데,
오늘 불펜의 담장글을 본 후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큰 마음 먹고 글을 남겨 봅니다.
특히나 남성분들이 많은 이 곳이라 더욱 글을 남기고 싶어졌습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글 재주가 그에 미치지 못하는 점도 양해부탁드립니다.
나름 주말 아침 모든 시간을 쏟아부었습니다.
저는 10대 시절에 성범죄를 겪은 피해자입니다.
이곳에 세세히 적을 수는 없으나 제가 겪은 일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가 모호한 그러한 일이 아님에도
저는 가해자를 처벌하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1. 수치스러워서 어디에도 도움을 청하지 못했습니다.
2.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고 어린 제가 혼자 소송을 해보려고 했지만, 돈과 절차를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3. 그러는 사이 형사처벌이 가능한 공소시효를 넘겼습니다.
오랜 세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고통을 안고 사는 동안
저에게 늘어난 것은 인내하는 능력과 이해하는 능력이 아닐까 합니다.
십 수년전 가해자에게 마지막으로 전화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울면서 고통을 호소하는 저에게 가해자는 술을 먹었냐고 물어보더군요.
저는 술을 즐기는 사람도 아니고, 술을 마시고 추태를 부리는 사람도 아닙니다.
더욱이 누구보다 저의 고통을 잘 알리라 생각했던 대상이
저의 피눈물어린 호소를 술주정으로 치부하던,
그 날의 충격을 저는 결코 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때 두 가지를 느꼈습니다.
가해자는 결코 피해자의 입장을 걱정하지 않는다 또한 자신의 잘못을 결코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요.
요즘 미투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며칠 계속 생각에 잠겼습니다.
밤에는 잠이 잘 오지 않았고 없던 두통이 생겼습니다.
미투 운동에 동참하고자 글을 썼다 지운적이 여러번입니다.
왜 제가 미투 운동에 동참하지 않았는지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미투 운동에 수정해나가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지만
미투 운동이 잘못되었다고 그리고 하지 말아야 한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본인과 저에게 고백한 몇몇 지인들의 경험 때문에 성범죄라는 것을 늘 인지하고 살아왔음에도,
세상에 이렇게 많은 성범죄가 벌어지는 것을 알고 다시금 놀랐습니다.
여러분은 미투 운동이 있기 전까지 성범죄가 이 사회에 얼마나 만연한지 진지하게 생각해보신적이 있으십니까?
어떻게 한 사람에 의해 몇 년 혹은 수십년의 성범죄가 지속이 될 수 있었는지,
(단순히 취할 것은 취하고 내뱉은 피해자의 교활함 때문이다라고만 단정할 수 있는지요?)
왜 피해자들이 일찍 가해자를 규탄하지 못했는지,
현재 고발한 피해자들과 가해자들에게 향하는 여러분들의 태도와 시선은 어떤지...등등
법치국가에서 법을 놔두고 왜 미개한 공개재판을 하냐는 비판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에 앞서 피해자들을 터질 때가지 억누르게 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해보십시오.
서지현 검사의 근황이 어떤지 봐주십시오.
연예인들만 타격을 받았을 뿐, 그 세계의 그 분들은 여전히 그 짓거리를 하고 살지도 모릅니다.
이까짓 육체... 죽으면 썩어서 문드러질 육체입니다.
그 육체를 그리도 아끼고 아껴서 가해자에게 분노하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대 인간으로서 나의 인격성을 무시하고 짓밟은 것에 분노합니다.
나의 존엄성을 무시하고 자신의 본능을 해소하는 욕구 풀이에 사용한 것에 깊이 분노하는 겁니다.
저는 가해자의 성적 장난감이 아닙니다.
지금의 미투 운동의 수준이 개인들의 공개적 폭로와
그를 뒤따르는 네티즌들의 악성댓글들의 향연인 것은 사실이지만,
대한민국 사회에서 성범죄 사실을 공개적으로
그것도 비권력자가 권력자를 향했다는 것은 놀라운 발전이라고 생각합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선이 분명하지 않다고 말씀하신다면,
성범죄의 정의와 분별의 선이 법적으로 그리고 문화적으로 더욱 명확해질 수 있도록
더 활발히 공론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해자에게 저주에 가까운 십원짜리 욕을 하지 않길 바랍니다.
극단적인 행동은 항상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것을 압니다.
일시적인 악플들과 손가락질이 아닌, 우리 사회에 이러한 잘못된 일들이 관행처럼 벌어지고 있으니
알고 시정해달라는 호소입니다.
미투 운동을 통해 성범죄에 대한 여러분의 인식을 바꿔주시길 바랍니다.
'뭘 이정도 가지고'이런 마음을 버리시고
내가 던진 돌맹이 하나에도 누군가는 피를 흘릴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주십시오.
여러분들이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논리적으로 내뱉었다고 자부하는 글과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무뎌진 줄 알았던 제 마음에서 또 다시 눈물이 흐릅니다.
사람 일이라는 것이 머리로만 판단할 수 없는 일도 있는겁니다.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 사람의 일이라는 겁니다.
제가 그러한 일을 당했기에... 위와 같은 생각을 오랜 세월에 걸쳐 거듭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왔습니다.
어쨌든 저는 제 고통을 상대에게 그대로 다시 돌려주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분노하는 제 마음을 잠재우고 이해로 채우고자 숱한 세월을 노력해왔습니다.
미투 운동의 본래 목적을 다시 한 번 더 상기해주십시오.
어쩌다 이러한 미투 운동까지 터져나오는 사회가 된 것인지 한 번 더 생각해주십시오.
미투 운동을 어떻게 시정해나가야할지를 생각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진심으로 바라건대 지금의 폭로에 가까운 일들이 차츰 사그라들때쯤엔
누구나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있는 사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그리하여 저와 같은 제2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끝으로 타인이 가슴으로 겪은 일을
머리로만 생각하고 판단하여 쉽게 말씀하시지 말아달라고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이 던 진 돌 하나에 당사자는 큰 상처를 받습니다.
생각이 많아 글이 복잡합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굳이 성범죄가 아니더라도 어디든 통용되는 일입니다.
고소를 안하고 해결되는 일은 별로 없어요.
이번 미투에서 초기에 사실무근 강경대응하겠다던 사람들만 봐도
이 운동의 의미를 무시할 수 없다고 봐요
이렇게 공개적으로 확산시키지 않았다면 여전히 사실무근으로 취급하고
강경대응하겠다고 피해자들을 협박했을 것도 뻔하고...
이번 자살한 사람만 해도 딱 그 나쁜 루트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고요
사실무근 강경대응에서 이어지는 폭로에 슬쩍 태도 변화
그리고 여기에 덧붙여 그 개인뿐 아니라 애초 학교 측의 덮어주기 의혹까지
이런 것들이 드러날 수 있었던 건 오로지 미투 덕분
참 힘드셨던걸 글을 조금만 읽어도 알겠네요. ..
이글을 쓰시는것도 어느정도 용기를 내신거 같구요,,
정말 부작용만 없다면 참 좋은 미투운동인데 말이죠.
타인이 가슴으로 겪은 일을머리로만 생각하고 판단하여 쉽게 말씀하지 말라는 말이 와닿습니다
님이 생각하는 게 이뤄지길 저도 바라네요
당연히 글쓰신 분에게 벌어진일은 안타까운 일이고 제 지인이었으면 어떻게든 위로해 드리고 싶은 일입니다. 미투운동역시 긍정적인 부분이 큰 운동임도 분명하고 실제로 사회적 적폐를 많이 발굴해 냈죠. 하지만 분명한건 그 단점이 한 사람 인생을 완전히 골로 보낼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얘기 하는것이죠. 그동안 성범죄를 당한 분들이 왜 침묵해 왔는지 모르는건 아닙니다. 다만 위에도 적었듯 악용되었을 경우 그 피해자가 무고하게 받을 대가가 너무 크기 때문에 용기를 더 내 달라고 얘기 하는것이죠.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서지현 검사의 근황이 뭔지 잘 모르겠네요. 통영간거 말씀이신가요?
좋은 사람들을 주위에 두는게
인생이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하더군요
좋은 사람들 만나시길
미투 운동의 본질은 잘 알죠
실제로 적폐들 많이 걸러냈고요
근데 문제는 부작용이 엄청 심하다는거죠
용기 내어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남녀차별이 엄연히 현존하고 있는 지금 저를 포함한 남자들이 여자들의 공포와 상처를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미투 운동이 여론 재판 등 방법에 문제가 없다고 할 순 없겠지만 문제 의식만큼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겠지요. 세상은 간혹 후퇴하는 것처럼 보여도 느리지만 조금씩 발전하고 있습니다. 님께서 이렇게 고백하시는 것도 작지만 도움이 될 겁니다.
미투는 하루빨리 법적개선이라는 결과를 이끌어내고 사라지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미투는 유명인에게나 효과가 있지, 사실 성범죄는 중소기업 사장, 공장 관리자, 관리소장 등등 평범(?)한 인물들과 공간에서 벌어지는게 훨씬 많고 그 경우의 피해자는 더 무력합니다. 그분들은 미투해봐야 소용도 없어요. 가해자가 유명인이 아니므로.미투로 법이 개선되어야 합니다. 미투는 그 과정중에 있을뿐이에요 부작용이 많은.
[리플수정]자기 일 아니니까 쿨하게 보는 거죠. 일부 남성들은요. 성범죄에 노출될 일이 거의 없으니 피해자 입장을 이해할 공감능력도 없을듯. 지금 보면 가해자 조민기 죽음만 보잖아요.
[리플수정]미투운동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내 자식들이 좀 더 좋은 세상에서 사는 방법입니다
문제되는 건 익명 미투이며 무고 미투입니다. 그들이야말로 미투 운동의 본질을 흐리고 방해하는 자들이에요.
지금까지 나온 미투가 전부 유죄였다면 사람들도 지금처럼 그 부작용을 우려하고 경계하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그리고, 만약 당시에 미투가 있었다면 본인이 미투 운동으로 뭔가가 해결됐을거라고 생각하시나요?
글쓴님을 해친 가해자가 미투에 화제가 될 인물은 아닌 거 같은데, 무언가 도움이 됐을까요? 아닌 거 같지 않나요.
본인의 문제는 경찰에 신고를 했어야 했던 문제이고, 미투가 그 해답이 아니라는 걸 깨달으시기 바래요
초반에 법적대응 시사해서 지금 아무일도 없는(추가폭로) 사람들도 있죠. 이분들처럼 무고로도 흘러갈수있는게 현재 미투운동입니다
글쓴분께서는 당연히 이것을 경계하고계시기에 너무나 올바르십니다. 피해자입장이신데도 그렇기에 더욱 존경합니다
글 잘 쓰셨습니다. 지난 어려움 다 이겨내시고 행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리플수정]용기 내 쓰신 글 잘 읽었습니다
참 많은 부분에서 공감했습니다
이번에 미투를 동참한 피해자들이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면서 용기 내 이야기하는 공통된 문장입니다
"그 가해자의 재범행이 일어나지 않길 바랍니다" 수없이 많은 자책을 반복해서 했다고 이야기합니다 자신이 용기 내지 못해 다른 피해자가 나왔다고 자책한 것일 테지요
부디 미투 운동의 부작용들이 잘 보완되어 계속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미투 운동을 악용하는 이들이 처벌되길 바랍니다 남여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길 바랍니다 사회의 부조리가 함께 해결되길 바랍니다
한 여름 소나기처럼 지나쳐 버리지 않길 바랍니다. 적어도 장맛비처럼 보이지 않는 세상의 더러움을 씻어내 주길 바랍니다
글쓴이님의 글에 감사를 표합니다.
타인이 던진 돌 하나에 상처받을 수 있는 것이 사람이기에 미투운동도 과열되거나 왜곡되어서는 안 되는 겁니다. 억울한 이들은 누구보다도 고통스럽겠죠.
용기내어 써주신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힘내시구요!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