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맥주를 들이키던 드워프는 그렇게 운을 띄웠다.
"아뇨, 처음 들어보는데요?"
이 드워프가 술을 마실 때마다 다른 세계에서 온 용사에게 이 세계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는 대개 무용담같은 긍정적인 이야기가 대다수였고,
뭔가 좀 찝찝하게 끝나는 이야기들을 들려줄 때는 대부분 드워프 종족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런데 드워프와 얽힌 '저주'라니... 그런 이야기가 있었던가?
"그대가 들려준 이야기 치고 그대 종족의 이야기는 저주나 괴담, 이런 것과는 거리가 멀 줄 알았네만?"
저주라는 이야기에 흥미가 동했던지 평소엔 관심도 없던 엘프도 이번엔 귀를 기울였다.
"...사실... 우리 드워프들 사이에서도 잘 알려진 이야기는 아니네. 일부에게만 전해지는 이야기지."
그는 맥주를 다시 한 모금 들이키더니 말을 이어나갔다.
"브론즈비어드... '고드프리드 브론즈비어드'는 드워프들의 땅 서부의 위대한 용장이었지."
"지금도 서부의 수많은 도시에 그의 동상이 있다네. 그 중에서도 특히 그의 고향인 토렌호르드의 동상이 유명했었지."
"...'했었지'라고요? 그 말은..."
"그래. 지금은 없네. 35년 전에 사라졌지."
"그렇다면 그대가 말한 그 저주라는 것도..."
"맞아. 그 때부터 시작되었어. 토렌호르드의 브론즈비어드 동상이 용광로에 던져진 이후부터."
이야기를 듣던 이들 모두 놀랐다.
아무리 드워프와 사이가 나쁜 엘프라고 해도 그들이 자신들의 조상에 대한 긍지를 가지고 공경한다는 것은 인정하는 바였다.
그런데 그런 드워프 종족에게 조상의 동상이, 그것도 위대한 용장이라 불리던 이의 동상이 용광로에 던져지는 일이 있었다니?
"어쩌다 그런 일이... 그대의 종족에겐 있을 수 없는 일 아닌가?"
엘프의 물음에 드워프는 한숨을 크게 내쉬며 맥주를 또 다시 들이켰다.
뭔가 좋지 않은 기억인지 이번엔 맥주잔이 거의 바닥이 날 정도로 오랫동안 입을 대고 있었다.
"그래... 모든 것은 35년 전에 일어났지. 그 때 그 멍청이들이 그런 짓을 하지만 않았어도..."
드워프는 치를 떨듯 말을 이어나갔다.
"35년 전에... 만년 2위였던 토렌호르드 타이거스 팀이 드워프시리즈 우승을 했을 때..."
".....???"
"멍청한 야빠 놈들이 그 때 당시 선수들과 닮은 녀석들을 강에 던지면서 자축했던 그 때..."
".......어......"
"팀의 우승에 기여했던 강타자 랜돌프와 닮은 놈을 못 찾아서 그나마 닮았다고 반대를 무릅쓰고 브론즈비어드 동상을 던진다는 게 용광로에 던져버려가지고..."
드워프는 마지막 한 모금을 비우고 한에 맺힌 듯 외쳤다.
"그 머저리들 때문에! 35년동안! 토렌호르드 타이거스는 우승을 못 하고 있어! 이게 브론즈비어드께서 진노하셔서 저주를 내리는 게 아니면 뭐란 말인가!!"
"결국 야구 얘기였던 겁니까?!"
"솔직히 그대의 마음, 나도 잘 아네."
"?! 자네가?"
엘프가 자신에게 공감해주는 것에 드워프는 놀라 되물었다.
"우리 팀도 90년 넘게 엘프시리즈에서 우승을 못 하고 있거든."
"아니, 자네 팀은 어쩌다가..."
드워프의 질문에 엘프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드루이드 영감 하나가 자기가 키우는 염소를 데리고 구장 안에 들어가려 했던 걸 막았다가 그만..."
결국 결론은 야구는 맥주보다 건강에 해롭다는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