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표시를 하긴 했는데, 혹시 모르니 주의사항.
이 글은 트릭컬 시즌 2의 스토리 스포일러를 많이 포함하고 있으니 스포일러를 피하고 싶은 사람은 뒤로가기를 부탁드립니다.
https://m.ruliweb.com/community/board/300143/read/73210863
우로스에 이은 디아나의 모티브 관련 뇌피셜을 써보는 글.

쬰쟌니의 종족적 모티브인 사슴은 예전부터 우아한 모습으로 인기가 많았음. 가령 불교에서는 부처님(붓다)의 전생 중 사슴들의 나라를 다스리던 사슴왕이 있었고, 일본에서는 신의 사자로 여겨지며 신성한 돌물로 여겨짐.
또한 유럽에서는 숫사슴의 뿔이 주기적으로 떨어지고 다시 돋는데서 자연의 생명력과 순환을 상징하는 동물로 여겨졌으며, 그래서 민담이나 전설 등에 초자연적인 존재로 등장하기도 함.
북유럽 신화에서는 고(古) 에다에서 전사들의 사후세계인 발할라의 지붕 위에 사는 숫사슴인 에이크쉬크니르, 세계수 이그드라실의 가지 위에 살며 세계수의 잎을 뜯어먹는 네마리의 숫사슴들(다인, 드발린, 두네위르, 두라스로르) 등이 언급됨.
이렇듯 여러 신화와 전설, 민담 등에서 나오는 사슴이지만, 이 사슴을 상징으로 삼는 가장 유명한 신을 꼽는다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일거임.

사슴은 아르테미스 여신을 상징하는 동물로, 사냥꾼 악타이온을 사슴으로 변신시켜 죽게 만든 이야기나 자신의 시녀를 제우스에게서 숨기기 위해 황금 뿔을 단 암사슴으로 변신시킨 이야기 등 사슴과 관련된 여러 일화를 지니고 있음.
이 신은 따지면 좀 복잡한 신인데, 그리스 신화의 열두 주신들 중에선 비교적 짬이 낮은 신 취급받지만 이름의 어원을 따지면 고대의 곰 토템 신앙까지 올라가는 등 꽤 오래전부터 여러 지역에서 숭배받은 신이자 여러 여신들과 동일시 및 습합되어 합쳐진 신이기도 함.
가령 그리스 이후의 로마 시대에는 로마의 토착신이자 달의 여신이던 디아나와 동일시되었고, 그리스 시대에서는 마술(강령술)의 여신 헤카테 등과 동일시되었던 것 등이 있음.

아르테미스의 별명 중 하나로는 호메로스가 부른 호칭인 포트니아 테론(짐승들의 여주인, 동물들의 여왕)이 있는데, 자연(숲)과 짐승(사냥)을 다루는 신격으로서의 성격을 나타내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음.

그리고 중동의 에페소스 지역(현재의 튀르키예 셀추크 지역)에서는 토착 지모신과 습합되어 위와 같은 모습으로 숭배되었고(가슴팍에 있는건 유방이 아니라 제물로 바쳐진 소들의 고환이라고 함), 신약 성경에서도 '에베소 사람들이 섬기는 아데미'로서 언급되는 등 신앙이 꽤 오래 지속되었음.
다만 중세 시기에 이르러선 죽은 기독교에 반하는 이교도의 여신으로서, 마녀들의 여신이나 죽은 자들의 행렬인 와일드 헌트를 이끄는 존재 중 하나 등으로 여겨지게 되었다고 함.
이렇듯 아르테미스(+여러 이야기의 사슴들)와 관련된 일화 들 중에서 쬰쟌니의 설정상 모티브가 된 것들이 몇 있지 않은가 싶음.
숲의 여신 아르테미스 및 그 별칭인 포트니아 테론(짐승들의 여주인)은 숲 속 수인 마을의 촌장(우두머리)인 것으로,
경계의 여신으로서 강령술 등의 여신으로도 여겨진 헤카테, 죽은 전사들의 사후세계 발할라의 지붕에 사는 사슴 에이크쉬크니르 등 죽은 자들과 관련된 설정은 마을 주민들이 우로스 때 한번 주농 갔다가 되살아난 것으로 등등...
아르테미스와 비교하면 로마의 여신 디아나는 크게 남겨진 일화가 없긴 한데, 트릭컬 쪽 디아나랑 엮어볼만한 일화가 하나 있기는 함.

영국의 민속학자인 제임스 조지 프레이저의 저서, 『황금가지』에서는 도입부에서 이탈리아 네미 숲의 디아나(디아나 네모렌시스) 숭배 의식에 대한 언급으로 시작됨.
간략하게 요약하면 북 이탈리아의 네미 숲에는 디아나의 성소가 존재하며, 이 숲에서는 디아나의 사제가 신성한 나무를 지키고 있다. 이 사제가 교체되는 것은 도망자 노예가 신성한 나무의 가지를 꺾는데 성공하여 사제에게 생사결을 신청할 때 뿐으로, 의식에 따라 사제를 죽이는 데 성공한 이는 새로운 사제가 되어 숲의 왕(렉스 네모렌시스)이란 칭호와 통치권이 주어진다.
...는 내용이다.

시즌2에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준 슈로 떡갈비 씬이랑 미묘하게 이어지는 느낌의 내용이다.
특히 숲 속에 은둔한, 신성한 나무의 사제이자 살인자라는 표현은 당시의 디아나를 한 줄로 표현하는 말이기도 하고.
(엄밀히 따지면 디아나는 세계수의 사제가 아니지만, 우로스 당시 신에게 빙의되어 예언을 남기는 등 일시적으로 세계수의 사제였다고 할 수 있다.)
나머지는 밥먹고 와서 마저 씀.
뭐야 왜 그럴싸한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