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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RPG 게임 생애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RPG는 선택의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캐릭터 스탯부터, 굵직한 스토리까지 선택의 선택을 반복하며 그 결과를 지켜보는 게임이다.

 

내 닉을 보면 알겠지만 폴아웃 부터 시작해서 나름대로 RPG게임들을 많이 파봤던 나에게 무엇이 가장 재미있었냐고 묻는다면, 단연코 내가 한 선택의 결과를 지켜보는 일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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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아웃 시리즈에는 나와 비슷한 관점을 가진 사람이 많고, 그렇기 때문에 플레이어들이 만든 모드들에도 비슷한 성향이 반영된다. 

 

그런 모드들 중에 나에게 가장 큰 여운을 남긴 퀘스트 모드를 하나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뉴베가스 모드 커뮤니티에서 가장 유명한 모드 중 하나인 "뉴베가스 바운티즈" 시리즈는 플레이어가 NCR을 위해 일하는 현상금 사냥꾼이 되어서 온갖 거물 범죄자들과 범죄조직들을 상대하는 하드보일드극과 서부극이 섞인 모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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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금 사냥꾼이 모드 이름인 만큼 달린 수많은 범죄자들이(핑계 없는 무덤 없다고, 살인범, 강1간범, 노예상, 전쟁범죄자 모두다 죽을 위기해 처하면 사연이 절절하다.) 재판을 받도록 NCR에 넘기거나, 그냥 살려주거나, 아니면 죽이고 지문조회해서 사망 현상금을 챙겨가고는 했다. 

 

그러던 중에 거물 현상금 사냥꾼이 된 플레이어한테 고아원 설립을 제안하는 개1년이 나온다. 

저 위에 저 쌍1년이다. 왜 썅1년이냐면 내 1만 캡을 꿀꺽하고 고아원으로 위장된 아동 노예상 짓을 해서 한탕 거하게 해쳐드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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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개시발련이 더 빡치는 이유는 지 개수작이 뽀록나면 얼굴표정이 이 두번째 사진으로 고정되고 대사도 하나하나 주옥같이 플레이어를 비꼰다. 개시발 진짜.

더 빡치는 것은 노예로 팔려간 애들을 구하려면 어쩔수 없이 이 새끼를 살려줘야 된다.

 

물론 그냥 죽여버릴 수도 있고, 심지어 배당금(!?)을 요구할수도 있지만 나는 대체로 선역 롤플레이를 즐겨하는 편이라 노예로 팔린 어린이 20명의 정보를 받는 조건으로 보내줬다.

 

모하비에서 한차례 더 만나게 되지만, 이번에는 NCR에 시저의 군단에 대한 정보를 다수 넘기는 대가로(이 정보를 통해서 플레이어는 최소한 수백명의 노예들을 구출하게 된다.) 증인보호프로그램을 거쳐 유타로 달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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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빡치는 것은 마지막에 "넌 참 괜찮은 애인데 유도리가 없구나ㅎㅎ"하면서 비웃기까지 한다. 어쨋든 이렇게 영영 놓쳐버린듯 하면서 끝나지만, 마지막 3편에서 NCR 정보부의 비밀작전에 참가하여 유타주 한복판 오지중에 오지로 여행할 기회가 생긴다.

 

그리고 고생을 좀 하다가 보면 다른 현상수배범을 쫓다가(NCR에서 범죄를 저지른 상원 의원들을 쳐죽이는 퍼니셔 짓을 하다가 도망친 놈이었다.) 이 썅년을 다시 만나게 된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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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노예상 썅1년은 내가 쫓던 그 현상수배범이랑 붙어먹어서 만삭의 임산부가 된 상태였다. 그 썩소는 싹 사라지고 애걸복걸하면서 살려달라고 비는데, 정말로 절묘하게 선택지가 제한된 상태.

 

애초에 NCR 국경에서 수백 킬로미터 밖에 비밀 임무차 온 것이라 범죄자 하나를 체포해서 압송할 여력도 없고 오래 머물수도 없다.


그리고 애초에 노예로 팔아넘긴 어린이들은 NCR 시민도 아니라 본국으로 끌고 간다고 재판 받을 일도 없다.


그러면 그냥 쏴 죽여? 물론 이 썅1년은 죽어도 싸지만, 내가 무슨 권리로 뱃속의 아기에게까지 사형선고를 내리는가?


출산때까지 기다려? 앞서 말했다시피 비밀 임무로 온것이라 오래 머물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 년에게 수십명의 어린이들을 노예로 팔아치운 대가를 어떻게 치루게 해야 되는가?" 라는 문제가 남았다.

 

한 5분 동안 고민을 한 이후에 나는 아이의 아버지를 쏴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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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답이었는가? 나는 나름대로 괜찮은 답이었다고 생각하지만,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왜 아이의 아버지가 대가를 치러야 되는가? 운이 않좋게 노예상하고 떡을 치고 그 떡에 대한 책임을 지기로 결정해서?


아니면 현상 수배범이라? 애초에 플레이어도 현상금 사냥꾼으로서 필요나 편의에 따라서 혹은 자의적인 판단으로 사람을 죽인 것은 똑같다.

 

왜 이 사람은 죽고 플레이어는 살아서 칭송을 받는가? 이 사람은 권력자들의 심기를 거스르고, 나는 그 권력자들이 범죄자라고 정해놓은 사람들을 처죽였기 때문에?

 

이런 물음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아직도 나는 답을 내놓지 못하였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 같은가. 

댓글
  • 크리스코넬 2025/11/27 21:56

    나는 이런 알피지얘기면 오블리비언에서 브라더후드 싹쓸이할수있는걸 알았을때?
    퀘는주는데 이새기들 하는소리 하는짓땜에 불만이 쫌씩 쌓여가던중에
    다 죽일수있단걸 알게되니까 존나 무섭기도하고 흥분도 되고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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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마른대지의호롤롤랄지나 2025/11/27 21:57

    그냥 쏠건데용
    애한텐 죄가 없어 맞아 하지만 엄마한텐 있지
    그럼 지옥 가서 엄마한테 물어보렴
    왜 그랬어요?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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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빙환하고싶다 2025/11/27 21:58

    애초에 노예상 짓하는 시점에서 쏴죽일거임 팔려간 20명은 쩔수 없는거고

    (2OKpNL)

  • 회빙환하고싶다 2025/11/27 21:59

    근대 굳이 살려서 저기까지 갓다면 살릴거임 애는 별수 없잖아....

    (2OKpNL)

  • 디네 2025/11/27 21:58

    나 였다면 일단은 살려둘거같긴함
    죄를 지은건 사실인데 내가 결국 그 죄를 심판할 정당한 심판자가 아니니
    다시한번 내 눈에 ㅈ같은 짓하기전까진 삶을 유예시켜주마 하고...

    (2OKpN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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