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표시를 하긴 했는데, 혹시 모르니 주의사항.
이 글은 트릭컬 시즌 2의 스토리 스포일러를 많이 포함하고 있으니 스포일러를 피하고 싶은 사람은 뒤로가기를 부탁드립니다.
트리컬 시즌 2 스토리에서 여러모로 비중이 높았던 캐릭터 둘을 뽑는다면 우로스와 디아나가 아니었을까 싶다.
시즌 2에서 갈등의 큰 줄기는 디아나와 우로스 간에 얽힌 신화적 순환이 차지하고 있었다 해도 될만한데, 뱀 신앙과 소(牛) 신앙의 대립을 뱀과 사슴의 대립으로 비튼건가? 싶어져서 찾아보다가 다 신화나 전설에서 차용된 모티브가 꽤 있는 듯 해서 대충 정리해보게 됨.

우선 우로스부터 이야기를 꺼내면, 우로스의 종족적 모티브인 뱀은 고대부터 종교적, 신화적으로 자연의 신비로운 생명력, 재생, 치유를 상징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더 나아가 부활이나 불사성 등으로 발전함.
대표적으로 가장 오래된 영웅담인 길가메시 서사시에서 뱀은 마지막에 길가메시가 찾아낸 불로초를 먹고 나이를 먹어도 허물을 벗으며 다시 젊어지게 되었다고 언급되며, 그리스 신화에서도 불사성을 가진 뱀 괴물들(히드라, 티폰, 라돈 등)이 영웅의 적으로서 나타나기도 했다.
사족이긴 하지만 이런 뱀의 생명력은 성적인 심볼로서 뱀의 교미시간이 긴 것과 연관되어 뱀을 음탕한 동물로 여기기도 했다. 우로스의 복장이 웃통을 까고있는 치녀스러운 복장인건 이 때문일수도 있겠지만 일단 넘어가고...
이런 뱀의 불사성, 영원성을 고대 그리스에서 꼬리를 문 뱀으로서 상징화했는데, 이것이 우로보로스(꼬리를 문 자)라는 문양임.

이 우로보로스가 우로스의 네이밍적 모티브인데. 작중에서도 꼬리를 물고 순환하는 뱀으로서 직접적으로 언급되기에 모티브로서 확실한 편이다.
우로보로스는 신비주의 학문에서 순환, 영원, 지식, 우주, 변화, 완전함 등을 뜻하는 상징으로서 쓰이는데, 특히 연금술에서는 우로보로스가 변화와 완전성으로 인해 현자의 돌을 상징하는데, 마침 우로스와 슈로의 컬러링은 현자의 돌이 생성되는 과정의 컬러링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는 점이 재미있는 점.
연금술에서 현자의 돌이 형성되는 과정은 흑화(니그레도)->백화(알베도)->루베도(적화)의 세 과정을 거치며, 경우에 따라선 알베도와 루베도 사이에 치트리니타스(황화), 비리디타스(녹화)의 두 과정이 들어간다고 묘사되기도 한다.
즉 현자의 돌이 생기는 과정에서 흑색, 백색, 황색, 녹색, 적색이란 다섯가지 색이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위의 짤에 나오듯이 우로스에게는 백색(머리카락과 옷)과 적색(눈과 옷장식)이 들어가며, 슈로에게는 흑색(옷), 녹색(머리색), 노란색(눈색)이 들어간다.

또한 우로스는 손에 들고 있는 불의 검이나 불타는 배경에 비친다거나 해서 전체적으로 불그스름한 색상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또한 현자의 돌 연성에 있어서의 붉은 색(루베도)을 나타낸 것일지도 모르겠다.
여튼 현자의 돌이라고 하면 금이 아닌 물질을 금으로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는 종교학자 엘리아데의 책에 따르면 원시 야금학적인 믿음(금은 땅에서 생겨난 광물들 중 맏이이자 완전함을 상징한다.)에 의한 것이다.
그렇기에 금이 아는 것을 금으로 바꾼다는 것은 불완전한 것을 완전한 것으로 바꾼다는 것이고 현자의 돌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영적으로도 완성된다 여겨 이를 위대한 대업(마그눔 오푸스)이라 칭하기도 했다.
작중에서 우로스가 슈로의 모습에서 불에 의해 지금의 모습이 된 것이나 최종적인 목적이 세계수에게서 조물주의 자리를 빼앗는 것임을 연금술적으로 생각하면 좀 재밌어지는 점.
그리고 연금술에 있어 현자의 돌이 만들어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금속이 하나 있으니, 수은이다.

수은은 광물임에도 액체라는 양면성 때문에 연금술에서 의미있게 여겨지며, 현자의 돌 연성에서는 서로 상반되는 성질을 지닌 연료들을 녹여 융화시키는 역할을 맡고 있다.
작중에서 비비가 슈로를 우로스로서 각성시키려고 암약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것도 노린건가 싶어지는 부분.
이거 말고도 우로스와 비비는 북유럽 신화에서 세계수 이그드라실을 갉아먹는 뱀(용), 니드호그의 모티브를 나눠가진 게 아닌가 싶은데 배고파서 나중에 올림.
역시 북유럽에서 많이 따왔으니까 겨우살이 흑막 맞겠지!
세계수를 잡아 먹는 뱀도 에플릭스, 압도적인 빵, 선진 문화 앞에선 꼼짝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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