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노아의 거죽을 뒤집어 썼을 뿐인 카오스 개체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것이었다.
함장은 속지 않는다.
자신을 진정 레노아라고 믿게 만들려고 목숨을 담보로 도전해 오는 것이었다. 진짜 레노아라면 필히 이 상황에서 그리 말했을 테니까. 그녀라면 분명 그럴 테니까.
그런 것에 속지 않는다.
그럴 터인데, 분명 그럴 터인데.
레노아의 흉부를 겨눈 그의 총구는 미세히 떨린다. 마치 그의 이성과 감정이 충돌하고 있음을 드러내듯이.
그래서는 안된다. 이렇게 빈 틈을 보인다면, 그의 눈 앞에 있는 존재에게 먹혀버린다. 이 저주받은 악몽 세계에 잠식된다.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그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은 그의 방아쇠에 걸쳐진 손가락에게 움직이지 말라 속삭인다.
그 기로의 순간에, "레노아"가 움직인다.
촉수를 뻗지도,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덮치지도, 거죽을 녹이고 본모습을 드러내며 함장을 집어삼키지도 않는다.
그저 그의 총구 앞에 다가선다.
"레노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그녀'를 구원해줘."
그 말이 함장의 손가락을 움직인다.
그저 "탕" 하는 총성과 함께, 한 고깃덩이가 쓰러진다.
쓰러진 그것은 레노아의 얼굴로, 레노아의 마음을 대변한다.
"고마워. 그녀라면 분명 그랬을 거야."
후련한 탄성 대신, 흐느낌만이 공허한 공간을 메운다.
창조주들에 의해 저주받은 세계는 구원받을 수 없다. 죽음만이 그들의 안식이다.
세계는 망가졌지만 함장은 여전히 구원자였다. 처형으로서 그들을 구원하며, 이 세계의 마지막 하나에게 까지 안식을 구도하여 세계를 영(0)의 상태로 돌리고자 하는 그는 이렇게 불린다.
퍼스트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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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게임 상황을 비유.